공(空) (8) 모든 삼매중에 왕삼매가 되는 空三昧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밥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감관이 청정하고 얼굴이 사람들과 다르구나. 너는 지금 어떤 삼매에 노는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에 노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고 좋다. 샤아리푸트라는 능히 공삼매에 노는구나. 왜 그러냐 하면 공삼매는 가장 제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로써 공삼매에 놀면 그는 <나>와 <사람>과 <수명>이 없는 줄을 알고 또 <중생>을 보지 않으며 모든 행의 본말을 보지 않는다. 이미 보지 않으며 행의 근본을 짓지 않고 이미 행이 없으며 다시는 몸을 받지 않으며 이미 받지 않으매 괴롭거나 즐거운 갚음을 다시는 받지 않느니라.
샤아리푸트라야, 알라.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은 어떤 법을 얻지 못하여 생, 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가.'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삼매가 없으면 곧 생, 사에 흘러 다니면서 마침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이 공삼매가 있는데 중생들은 그것을 닦지 않으므로 집착하는 생각을 내고 세상이란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곧 생, 사의 흐름을 받게 된다.'
또 '만일 이 공삼매를 얻어 소원이 없으면 곧 원 없는 삼매를 얻을 것이요, 원 없는 삼매를 얻으면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나기를 구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전연 없을 때에는 그 행자는 다시 생각 없는 삼매를 얻어 즐겨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생들은 다 삼매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생, 사에 흘러 다니게 된다.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공삼매를 얻을 것이요, 공삼매를 얻으면 곧 아누타라삼약삼보오디를 이룰 것이다.'
나는 그 때에 공삼매를 얻고 이렛낮 이렛밤 동안 보리 나무를 관찰하면서 눈도 깜짝인 일이 없었다.
샤아리푸트라야, 이런 사실로 보아 공삼매란 모든 삼매 중에서 가장 제일의 삼매임을 알 수 있다. 왕삼매(王三昧)란 바로 공삼매이다. 그러므로 샤아리푸트라야, 부디 방편을 구해 공삼매를 갖추도록 하라. 샤아리푸트라야,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73 중-하 ;『한글 증일아함경』2, p. 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