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다툼과 참회ㆍ계율

국가간 싸움 (2) 유리왕에 의한 석가족의 멸망

다르마 러브 2013. 8. 28. 22:39

"너희들은 빨리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 군사를 모으라. 나는 지금 석씨 종족을 치러 가리라."

"그리하겠나이다, 대왕이시여."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네 종류 군사를 모았다.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비구들은 유리왕이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이 사실을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유리왕이 오는 길로 나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저 지엽이 무성한 냐그로오다 같은 좋은 나무가 있사온데 왜 이 마른나무 밑에 앉아 계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남보다 낫소."

유리왕은 생각하였다. '오늘 세존께서는 일부러 친족을 위하신다. 나는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자. 저 카필라바스투를 칠 수 없다'고. 유리왕은 곧 하직하고 돌아갔다.

그 때에 호고 범지는 왕에게 아뢰었다.

"과거에 석씨들에게 욕보신 것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수레를 장엄하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으라. 나는 지금 카필라바스투를 치러 가리라."

신하들은 곧 네 종류 군사를 모아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가 석씨 종족을 치러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유리왕은 군사를 일으켜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신통으로 길가로 가시어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유리왕은 멀리서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수레에서 내려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보다 더 좋은 나무가 있사온데 거기 앉지 않으시고 왜 세존께서는 지금 이 마른나무 밑에 앉아 계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남보다 낫소."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친족의 그늘은 시원하여라

석씨 종족은 부처를 내었다.

저들은 다 내 가지의 잎이어니

그러므로 나는 이 나무 밑에 앉았다.

그 때에 유리왕은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저 석씨 종족의 출신이시다. 나는 가서 칠 수 없다. 이것을 그만두고 본국으로 돌아가자.'

유리왕은 곧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갔다.

그 때에 호고 범지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과거에 석씨 종족들에게 욕보신 것을 기억하소서."

유리왕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아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가 카필라바스투로 떠났다. 그 때에 마하아 모옥갈라아나는 유리왕이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서서 사뢰었다.

"지금 유리왕은 네 종류 군사를 모아 석씨 종족을 치러 온다 하나이다. 저는 지금 유리왕과 그 네 종류 군사들을 모두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대는 과연 이 석씨들의 전생 인연도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그 전생 인연도 타방 세계에 던져 버릴 수 없나이다."

"그대는 돌아가 자리에 앉아라."

"저는 지금 이 카필라바스투를 저 허공에다 옮겨 놓을 수 있나이다.

"그러면 그대는 이 석씨들의 전생 인연도 허공에 옮겨 둘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는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소서. 저는 쇠그물로 이 카필라바스투 위를 덮겠나이다."

"어떠냐, 모옥갈라아나야. 그대는 쇠그물로 전생 인연을 덮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대는 본 자리로 돌아가라. 지금 이 석씨 종족들은 전생 인연이 이미 다 익었다. 이제는 그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저 허공을 이 땅으로 만들고

또 이 땅을 허공으로 만들려 해도

그것은 다 본디 인연에 매었나니

그 인연은 영원히 안 썩느니라.

그 때에 유리왕은 카필라바스투로 갔다. 여러 석씨들은 유리왕이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치러 온다는 말을 듣고 그들도 네 종류 군사를 모아 한 요오자나 안으로 나가 유리왕과 맞섰다. 석씨들은 한 요오자나 밖에서 멀리 유리왕에게 활을 쏘았다. 화살은 귓구멍을 맞히면서 귀는 다치지 않고, 상투를 맞히면서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 혹은 활을 맞혀 부수고 활줄을 맞히면서도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혹은 갑옷을 맞히고 자리를 맞히며 수레바퀴를 맞혀 부수고 깃대를 맞히면서도 그 사람은 해치지 않았다.

유리왕은 이것을 보고 매우 두려워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화살을 보라. 어디서 오는 것이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저 석씨들이 한 요오자나 밖에서 쏘는 화살이옵니다."

"만일 그들이 마음먹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면 우리는 모조리 죽고 말 것이다. 여기서 슈라아바스티이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그 때에 호고 범지가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대왕은 두려워 마소서. 저 석씨들은 다 계율을 지킵니다. 벌레도 죽이지 않거늘 더구나 사람을 해치겠나이까. 지금 그대로 나아가면 반드시 저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리왕은 석씨들을 향해 차츰 앞으로 나아갔다. 석씨들은 물러나 성안으로 들어갔다.

때에 유리왕은 성밖에서 외쳤다.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모두 잡아죽이리라."

그 때에 카필라바스투에 어떤 석씨 동자가 있었다. 나이는 十五세요 이름은 사마라 하였다. 그는 유리왕이 성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성위에 올라가 혼자서 유리왕과 싸웠다. 사마 동자는 많은 군사들을 죽였다. 그들은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면서 말하였다.

"저것은 어떤 사람인가, 하늘인가 귀신인가 멀리서 보니 어린애 같은데."

그 때에 유리왕은 매우 두려워해 곧 땅 구멍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석씨들은 유리 왕 군사가 패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곧 사마 동자를 불러 말하였다.

"너는 왜 어린애로서 우리 집안을 욕되게 하느냐. 너는 우리 석씨들이 착한 법을 수행하는 줄을 모르느냐. 우리는 벌레도 해치지 않는다. 더구나 사람의 목숨이겠느냐. 우리는 저 군사들을 다 쳐부술 수 있다. 한 사람으로 만 사람을 당적한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하였다. '그렇게 되면 무수한 중생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세존께서도 말씀하셨다. '대개 사람으로서 사람을 죽이면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간다. 만일 인간에 태어나면 수명이 매우 짧다'고. 너는 빨리 떠나라. 여기 있지 말라."

그 때에 사마 동자는 곧 거기서 떠나 다시는 카필라바스투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 때에 유리왕은 다시 성문에 와서 외쳤다.

"빨리 성문을 열라.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석씨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문을 열어 줄까, 열어 주지 말까."

그 때에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석씨들 가운데 있다가 한 석씨 형상으로 변해 여러 석씨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성문을 열라. 오늘의 곤액을 함께 받지 말라."

때에 석씨들은 곧 성문을 열어 주었다. 유리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석씨 종족 백성들은 너무 많다. 칼로써는 다 죽일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잡아다 땅 속에 다리를 묻은 뒤에 사나운 코끼리로 하여금 밟아 죽이게 하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코끼리를 부려 밟아 죽였다.

유리왕은 또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석씨 여자 중에서 미인 五백 명을 뽑아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미인 五백 명을 뽑아 왕에게 데리고 갔다.

때에 마하남은 유리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내 원을 들어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무슨 소원인가."

"나는 지금 물 속에 들어가 있겠소. 내가 더디 나오면 저 석씨들은 모두 도망칠 것이오. 그 때에 내가 나오거든 곧 나를 죽이시오."

"그것 매우 좋다."

마하남은 곧 물 속에 들어가 머리털을 나무 뿌리에 매어 목숨을 마쳤다.

그 때에 카필라바스투에 있던 여러 석씨들은 동문에서 나왔다가 다시 남문으로 들어가고, 혹은 남문에서 나왔다가 도로 북문으로 들어가며, 혹은 서문에서 나왔다가 북문으로 들어가기도 하였다.

때에 유리왕은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할아버지 마하남은 왜 물 속에 숨어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가."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듣고 곧 물 속으로 들어가 마하남을 이끌어 내었다. 그러나 벌써 죽어 있었다. 유리왕은 죽은 마하남을 보자 후회하였다.

"내 할아버지는 이미 목숨을 마쳤다. 그것은 모두 친족을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죽을 줄을 미리 몰랐다. 만일 알았더라면 이 석씨들을 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에 유리왕은 九천 九十만 명을 죽여 흐르는 피는 강을 이루었었다. 그는 다시 카필라바스투를 불사르고 냐그로오다 동산으로 갔다. 그는 五백 명 석씨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근심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 남편이오, 너희들은 내 아내다 우리는 서로 즐기자."

왕은 팔을 펴 한 여자를 잡고 희롱하려 하였다. 때에 그 여자는 물었다.

"대왕은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왕은 말하였다.

"너와 정을 통하고 싶다."

"내가 왜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습니까."

유리왕은 매우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빨리 이 년을 잡아다 손, 발을 자르고 깊은 구덩이에 던져 버려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그 손, 발을 자르고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五백 여자들은 모두 왕을 욕하면서 말하였다.

"누가 이 몸을 가지고 종년에게서 난 종자와 정을 통하겠는가."

왕은 화를 내어 五백 명 여자들을 모두 잡아다 그 손, 발을 자르고 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유리왕은 카필라바스투를 모두 부수고 슈라아바스티이를 향해 떠났다.

그 때에 제타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여러 미녀들과 즐기고 있었다. 유리왕은 그 풍류 소리를 듣고 물었다.

"저것은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저것은 제타 왕자가 깊은 궁중에서 풍류를 잡히고 즐기는 것이옵니다."

유리왕은 곧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코끼리를 돌려 제타 왕자에게로 가자."

그 때에 그 문지기는 왕이 오는 것을 보고 아뢰었다.

"왕은 조금 천천히 걸으십시오. 제타 왕자님은 지금 궁중에서 다섯 가지 즐거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시끄럽게 마십시오."

왕은 곧 칼을 빼어 문지기를 죽였다.

이 때에 제타 왕자는 유리왕이 문밖에 있다는 말을 듣고 기녀들에게는 말도 없이 곧 문 밖으로 나가 왕을 보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잠깐 들어가 쉬십시오."

유리왕은 말하였다.

"내가 저 석씨들과 싸운 것을 모르는가."

"들었습니다."

"그러면 너는 왜 기녀들과 즐거이 놀면서 나를 돕지 않았느냐."

"나는 중생들 목숨을 차마 죽이지 못합니다."

유리왕은 벌컥 화를 내어 곧 칼을 빼어 제타 왕자를 베어 죽였다. 제타 왕자는 목숨을 마친 뒤에 三十三천에 나 五백 천녀들과 함께 즐거이 놀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눈으로 제타 왕자가 목숨을 마치고 三十三천에 난 것을 보시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략)

이 때에 五백 석씨 여자들은 스스로 여래에게 귀의하고 여래 이름을 부르면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 나라의 이 성(姓)에서 나시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부처가 되셨나이다. 그러하온데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모진 고통을 받는 것을 전연 보시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왜 보시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맑고 티인 하늘 귀로 여러 여자들이 자기를 향해 청원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우리 다 같이 가서 저 카필라바스투를 보고 또 죽은 친척들을 보자."

"그리하리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를 나가 카필라바스투로 가셨다. 때에 五백 여자들은 세존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오시는 것을 보고 모두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였다.

그 때에 제석천왕과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세존 뒤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제석천왕을 돌아보시고 말씀하셨다.

"저 여자들은 모두 부끄러워 한다."

제석천왕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석천왕은 곧 하늘 옷으로 그 五백 여자들의 몸을 덮어 주었다.

세존께서는 바이슈라마나 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저 여자들은 오랫동안 굶주리고 목말랐다. 어떻게 하면 좋은가."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바이슈라마나 천왕은 곧 자연으로 된 하늘 밥을 마련해 그 여자들에게 주어 충분히 먹게 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여자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이른바 법이란 다음과 같았다.

"모두는 흩어지는 것이다. 만나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 여자들이여, 알라.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다 이 고통과 온갖 번민을 받다가 다섯 가지 길에 떨어지는 것이다. 대개 이 다섯 가지 쌓임의 몸을 받아 나면 반드시 행업을 짓는 것이다. 행업이 있으면 곧 태를 받고 태를 받으면 괴롭고 즐거운 갚음을 받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만일 이 다섯 가지 쌓임이 없으면 곧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받지 않으면 남[生]이 없을 것이요, 남이 없으면 늙음이 없을 것이며, 늙음이 없으면 병이 없을 것이요, 병이 없으면 죽음이 없을 것이며, 죽음이 없으면 이 모였다 헤어지는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들이여, 이 다섯 가지 쌓임이 이루어지고 없어지는 변화를 생각하여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다섯 가지 쌓임을 알면 곧 다섯 가지 욕심을 알게 되고, 다섯 가지 욕심을 알면 곧 욕망의 법을 알게 되며, 욕망의 법을 알면 곧 집착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여러 가지 법을 알면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것이요, 태를 받지 않으면 남, 늙음, 병, 죽음이 없어질 것이다."

세존께서는 다시 그들을 위해 차례로 이런 법을 말씀하셨다. 즉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이론과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말씀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지는 것을 아시고 여러 부처님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괴로움과 그것의 원인과 그것의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설명하셨다. 그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어 제각기 그 자리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모두 천상에 났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성 동문으로 나아가 성안에서 연기와 불꽃이 왕성히 일어나는 것을 보시고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으셨다.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어라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네

나지 않으면 곧 죽지 않나니

이 열반이 가장 즐거움이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저 냐그로오다 동산으로 가자."

모두 자리에 앉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가 냐그로오다 동산이다. 나는 옛날 여기서 여러 비구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 아무도 없구나. 옛날에는 수천만 사람들이 여기서 도를 얻어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었다. 지금부터 나는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설법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가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저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다 없어지고 말 것이다."

유리왕은 세존께서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모두 없어지리라'고 예언하셨다는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여래는 지금 예언하기를 '유리왕 이 세상에 오래 살지 못하고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군사들과 함께 모두 없어지리라'고 하셨다 한다. 너희들은 바깥 경계를 잘 살펴 보라. 도둑이나 수재나 화재의 변이 우리 나라를 침노해 오지 않는가. 왜 그러냐 하면, 부처님 말은 두 가지가 없다. 그 말은 마침내 틀림이 업식 때문이다."

호고 범지는 아뢰었다.

"왕은 두려워 마소서. 지금 바깥 경계에는 도둑의 두려움도 없고 수재나 화재의 변도 없나이다. 지금 대왕은 마음껏 즐기소서."

유리왕은 말하였다.

"범지여, 알아라. 모든 부처님 말씀은 틀림이 없다."

때에 유리왕은 사람을 시켜 날을 세어 이레가 되자, 이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여러 군사들과 시녀들을 데리고 아틸라 강가에 나가 함께 즐기다가 바로 거기서 밤을 묵었다. 그날 밤중에 갑자기 구름이 일고 사나운 비바람이 쳤다. 유리왕과 그 군사들은 모두 떠내려 가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비 지옥에 떨어졌다. 또 하늘 불이 내려와 그 안 궁전을 모두 불살랐다.

대정장 2/690 상~693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