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7) 아자아타사트루 왕의 참회와 귀의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합장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보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오셨소, 대왕이여."
왕은 여래님의 음성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여래께서 '왕'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땅에 엎드려 두 손을 여래님 발 위에 얹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죄 없는 부왕을 잡아 해쳤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다시는 범하지 않겠나이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마땅히 곧 참회하여 때를 놓치지 말라. 대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허물이 있어도 곧 스스로 고치면 그는 상인(上人)이라 불리느니라. 내 법은 매우 넓고 크다. 곧 참회하는 것이 좋다."
이 때에 왕은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허락하시면 감히 여쭙겠나이다.
…(중략)…
"나는 이제 이 비유로써 깨달았사온데 지금 세존께서는 거듭 그 이치를 설명하셨나이다. 지금부터는 그 이치를 믿고 받들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제자가 되게 하소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중에 귀의하나이다. 이제 다시 참회하나이다. 어리석고 미친 듯, 죄없는 부왕을 해쳤나이다. 저는 지금 목숨을 걸고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죄를 용서하시고 묘한 법을 연설하여 주시면 저는 언제나 하염없겠나이다. 제가 아는 바와 같다면 지은 죄의 과보에는 선의 근본이 따로 있을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소. 그들은 죄가 없이 목숨을 마치기 때문에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천상에 나게 되오. 두 종류의 사람이란, 첫째는 죄의 근본을 짓지 않고 그 선을 닦는 사람이요, 둘째는 죄를 지었어도 그것을 고치는 사람이니, 이것이 이른바 '두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날 때에 지체가 없다.'는 것이요."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행을 지었더라도
허물을 뉘우치면 차츰 엷어지나니
날로 뉘우쳐 쉬지 않으면
죄의 뿌리는 아주 뽑히리.
"그러므로 대왕이여, 법으로 다스리고 법 아닌 것으로 하지 마시오. 대개 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날 것이오.
그는 목숨을 마치면 이름이 멀리 퍼져 사방에 두루 들리어 뒷사람들은 서로 전하기를 '옛날에 어떤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하고 아첨이나 굽힘이 없었다.'고 할 것이오. 그가 난 곳을 일컬어 전하는 사람은 목숨이 더욱 더해 일찍 죽는 일이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대왕은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와 법과 비구 중을 향하도록 하시오. 대왕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아자아타사트루 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 아자아타사트루 왕이 그 부왕을 해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아마 첫째 사문의 결과를 얻어 네 상, 여덟 무리[四雙八輩]의 속에 들었을 것이고, 또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어 여덟 가지 욕망을 버리고 여덟 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큰 행복을 얻었으니 즉 한량없는 믿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죄를 지은 사람은 방편을 구해 한량없는 믿음을 성취하도록 하라. 내 우바새 중에서 한량없는 믿음을 얻은 사람은 이른바 아자아타사트루가 바로 그이니라."
대정장 2/763 상~764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264~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