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잡아함경 제23권

다르마 러브 2012. 6. 17. 21:01

잡아함경(雜阿含經) 제 23권

 

 

604. 아육왕경(阿育王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성에 들어가 밥을 비시었는데,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몸 빛깔은 금산(金山)과 같고

단정하고 엄숙하고 미묘하셨다.

걸음걸이는 큰 거위 같고

얼굴은 깨끗한 보름달 같았나니

세존은 대중들과 함께 하셨네.

 

때에 세존께서는 성문이 선 땅을 발로 밟으시매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큰 바다와 온 땅덩이

성들과 모든 산

무니(牟尼]의 발로 밟으시는 곳

물결의 배처럼 흔들리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신력(神力)을 나타내시자 여러 사람들은 높은 소리로 외쳤다.

'이상하여라! 일찍 없었던 법이다. 부처님께서 성으로 들어오시면서 나타내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신력은 일찍 없었던 법이다'고.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낮은 땅은 곧 평평해지고

높은 땅은 도리어 낮아지는구나.

 

부처님의 위엄스런 신력으로서

가시밭, 기와 쪽과 조약돌들은

모두 다 다시는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 장님과 또 벙어리들은

곧 보고 듣고 말하게 되며

그 때에 성들은 악기인 것처럼

두드리지 않아도 묘한 소리 내어라.

 

때에 부처님 광명은 두루 비추어 마치 천 개 햇빛의 불꽃같았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부처님 몸의 빛나는 광명이

온 도시를 두루 비추매

백성들은 부처님 광명을 입어

시원하기 챤다나[ 檀] 바른 것 같았네.

 

때에 세존께서는 도시를 따라 가시었다. 거기 두 소년이 있었는데 하나는 상성(上姓)이요 하나는 차성(次姓)으로서 모래밭에서 장난하고 있었다. 그 이름은 하나는 쟈야요, 하나는 비쟈야라하였다. 그들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매, 三十二 대인상(大人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시었다. 때에 쟈야 소년은 '나는 보릿가루로 공양하리라'고, 이내 가는 모래를 손으로 바쳐 세존님 바리에 담았다. 때에 비쟈야는 합장하고 따라 기뻐하였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크게 자비로운 세존 뵈오매

온 몸에 한 발의 광명이 있네.

용맹스런 세존님 얼굴 뵈옵고

마음으로 크게 존경하고 믿음 내어

나고 죽는 경계를 떠나신 이께

모래 받들어 공양하옵네.

 

때에 그 소년은 원을 빌기를 '이 보시의 착한 공덕으로 한 천하와 한 산개( 蓋)의 왕이 되어, 이 생에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게 되도록 하여 주소서'라고 하였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무니는 아시었네 그의 마음과

또 뜻하는 바의 그의 소원은

큰 결과를 얻고 선근(善根) 더하려는 것,

그리고 그의 복밭의 힘을 위해

곧 큰 자비스런 마음으로

그의 받드는 모래 받으시었네.

 

때에 쟈야는 이 선근으로 말미암아, 장차 왕이 될 수 있어 쟘부드비이파의 왕이 되고, 나아가서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었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것을 보고, 곧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러 부처님, 세존, 아라한, 삼약삼붓다께서는 아무 이유 없이는 빙그레 웃으시지 않나이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빙그레 웃으시나이까."

다음 게송과 같이 여쭈었다.

 

세존은 실없는 웃음 떠나셨나니

세상에서 위없는 높으신 어른

이는 희어서 백옥 같은데

가장 훌륭한 분 이제 웃으시었네.

 

용맹스럽게 부지런히 정진하여

스승이 없이 스스로 깨치셨나니

묘한 말은 듣는 이 즐겁게 하네.

 

위없는 부드럽고 연한 소리로

그 소년 앞날을 예언하실 때

범음(梵音)은 멀리까지 맑게 사무쳤나니

위없는 양족존(兩足尊)

모래 보시한 결과 예언하셨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모든 부처님은 이유 없이는 웃으시지 않으신다. 그런데 내가 이제 웃는 것은 이유가 있다. 아아난다여, 알아야 한다. 내가 세상을 떠난 지 백년 뒤에 이 소년은 파아탈리풋트라[巴蓮弗] 읍(邑)에서 일방(一方)을 차지하여 전륜왕이 될 것이니, 성은 공작(孔雀)이요, 이름은 아쇼카[阿育]로서 바른 법으로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다. 또 내 샤리이라[舍利]를 널리 퍼뜨리고 八만 四천 법왕(法王)의 탑을 만들어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다음 게송과 같다.

 

내가 이 세상 떠난 뒤에는

이 사람은 장차 왕이 되리니

성은 공작이요 이름은 아쇼카

마치 저 정생왕(頂生王)처럼

이 쟘부드비이파에서

홀로 왕으로서 세상 존경받으리.

 

"아아난다여, 이 바리에 있는 보시 받은 모래를 가져다 내가 경행(經行)하는 곳에 두라. 그리로 가라."

아아난다는 분부를 받고 곧 바리의 모래를 가져다 경행하는 곳에 버리었다.

"아아난다여, 알아야 한다. 파아탈리풋트라읍에 왕이 있어 이름을 월호(月護)라 하고, 그 왕은 또 아들을 나을 것이니 이름을 빈두사아라[頻頭娑羅]라 하여 그 나라를 다스릴 것이다. 다시 아들이 있어 이름을 수사아마[修師摩]라 할 것이다. 그 때에 저 챰파국에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어 매우 단정하여, 누구나 보기를 즐겨하고 나라 보배가 될 것이니, 여러 상사(相師)들은 그 여자 상을 보고 곧 '저 여자는 장차 왕비(王妃)가 될 것이다'고 예언할 것이다. 그는 두 아들을 나을 것이니 하나는 천하를 맡을 것이요, 하나는 집을 나가 도를 배워 성인이 될 것이다. 그 바라문은 상사의 말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여, 곧 그 딸을 데리고 파아탈리풋트라로 가서, 여러 가지 장식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 수사아마 왕자께 시집 보내려 하였다. 상사는 말하기를 '저 빈두사아라 왕에게 주시오. 그 따님은 장차 복과 덕이 있는 아들을 낳아 대왕의 뒤를 이를 것입니다'고 하였다.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빈두사아라 왕에게 주었다. 왕은 그 여자를 보매 단정하고 덕이 있어 곧 부인을 삼았다. 먼저 부인과 여러 채녀( 女)들은 이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 여자는 매우 단정하여 나라의 보배가 될 것이다. 만일 왕이 저 여자와 서로 즐긴다면 우리를 버려 눈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고, 곧 그 여자를 이발하는 직업을 배우게 하였다. 그는 그것을 다 배운 뒤에 왕을 위해 이발할 때에, 왕은 매우 기뻐하여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 여자는

'오직 왕께서 저를 사랑해 주시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렇게 세 번 아뢰었다. 때에 왕은 '나는 크샤트리야의 관정왕(灌頂王)이요 너는 이발사인데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고 하였다. 그 여자는

'저는 천한 신분이 아니옵니다. 저는 귀한 종족인 바라문의 딸이옵니다. 상사가 제 아버지에게 이 딸을 국왕에게 주라고 말하였기 때문에 제가 여기 온 것뿐이옵니다.'고 아뢰었다.

'만일 그렇다면 누가 너로 하여금 이런 업을 배우게 하였는가.'

'먼저 부인과 채녀들이 이것을 배우게 하였사옵니다.'

왕은 곧

'다시는 그런 천한 업을 익히지 말라'고 분부하고, 이내 제일 부인을 삼아 항상 서로 즐기다가, 곧 아기를 배어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날 때에도 안온하여 그 어머니도 아무 걱정이나 고통이 없었으므로, 이레를 지낸 뒤에 이름을 무우(無憂)라고 지었다. 또 아들을 낳아 이름을 이우(離憂)라고 지었다. 그런데 무우는 몸이 추잡하여 부왕(父王)은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고 또 생각하는 마음도 없었다. 부왕은 두 아들을 시험하려고 핑갈라아밧사아지바[賓伽羅阿]를 불러 그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화상(和上)이여, 내 여러 아들들을 관찰해 보라.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가.'

바라문은

'그 여러 아드님을 데리고 성을 나가 금전원관(金殿園館)에서 그 상을 보겠습니다'고 말하여, 그 동산으로 나갔다. 때에 아쇼카 왕 어머니는 아쇼카에게 말하였다.

'들으니 왕은 금전원관으로 나가 여러 왕자의 상을 보신다고 한다. 즉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가고. 너는 어째 가지 않는가.'

아쇼카는 사뢰었다.

'왕께서는 벌써부터 나를 생각하지 않고 나를 보기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거기 가기나 해 보아라.'

아쇼카는 다시 사양하고 다시 가기를 명령하였다.

'그러면 이제 곧 가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보내 주십시오.'

'그리하라.'고 어머니는 말하였다. 그는 막 성문을 나서다가 한 대신을 만났는데, 이름을 아누라타라고 하였다. 그 대신은 아쇼카에게 물었다.

'왕자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들으니 대왕께서는 지금 금전원관에 나가 계시면서 여러 왕자의 상을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거기 가는 길입니다.'

왕은 이전에 대신에게 명령하여 '만일 아쇼카가 오거든 그로 하여금 늙고 미련한 코끼리를 타게 하고 도 늙은이로 권속을 삼게 하라'고 하였었다. 때에 아쇼카는 그 늙은 코끼리를 카고 원관에 이르러 여러 왕자들 가운데 앉았다. 그 때에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반찬을 먹고 있었다. 아쇼카 어머니는 사기그릇에 타락 밥을 담아 아쇼카에게 보내었다. 이리하여 여러 왕자들이 제각기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부왕은 그 스승에게 물었다.

'이 중에서 누가 왕될 상을 가려 내 자리를 이어 가겠는가.'

때에 그 상사는 여러 왕자들을 관찰하다가, 아쇼카가 왕 될 상을 갖추어 가져 장차 왕위를 이를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이 아쇼카는 왕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일 내가 장차 왕이 되리라고 말한다면 왕은 반드시 근심하고 걱정하여 불쾌히 여길 것이다'고. 그래서 곧 말하였다.

'나는 이제 모두 예언하겠습니다'

'스승님 시키는 대로 하리라.'

스승은 말하였다.

'이 중에서 만일 좋은 수레를 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때에 여러 왕자는 그 말을 듣고 제각기 말하였다.

'내가 좋은 수레를 탔다'고.

때에 아쇼카는

'나는 늙은 코끼리를 탔으니 내가 왕이 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왕은 다시 스승에게

'원컨대 다시 관찰하여 예언하시오.'

'이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말하였다.

'내가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았다.'

아쇼카가 말하기를

'나는 땅에 앉았다. 이것이 나의 가장 좋은 자리다.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다시 스승에게 말하였다.

'다시 관찰하시오.'

스승은

'이 중에서 제일 좋은 그릇에 제일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아쇼카는 말하였다.

'나는 훌륭한 수레, 훌륭한 자리, 훌륭한 음식을 가졌다.'

때에 왕은 아들들의 상 관찰하기를 마치고 곧 궁전으로 돌아갔다. 아쇼카 어머니는 아쇼카에게 물었다.

'누가 장차 왕이 되겠는가. 바라문은 누구를 예언하였는가.'

아쇼카는 아뢰었다.

'제일 좋은 수레, 제일 좋은 자리, 제일 좋은 그릇, 제일 좋은 음식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보매 내가 왕이 될 것입니다. 나는 늙은 코끼리를 탔고 땅에 앉았으며, 흰 그릇에 밥을 담았는데 멥쌀을 섞은 타락 밥이기 때문입니다.'

때에 바라문은 아쇼카가 왕이 될 것을 알고, 자주자주 그 어머니에게 인사를 치렀고 그 어머니도 또한 바라문을 후히 대접하면서 물었다.

'대왕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누가 왕이 될 것입니까.'

스승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말할 수 없습니다'고. 이렇게 세 번 묻자, 스승은 말하기를

'내가 말할 것이니 부인은 부디 남에게 알리지 마시오. 부인은 아들을 낳았으니 그 이름은 아쇼카입니다. 그가 곧 그 사람입니다,'

부인은 아뢰었다.

'나는 그 말씀을 들으매 기뻐 뛸 것 같습니다. 만일 왕이 들으면, 스승을 존경하거나 믿지 않을 것입니다. 스승은 지금부터 본 고장에 돌아가 계십시오. 만일 내 아들이 왕이 되면 스승은 모든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요, 나는 목숨을 마칠 때까지 공양하겠습니다.'

때에 빈두사아라 왕 변방(邊方) 나라 탁카쉬일라[德叉尸羅]가 반(反)하였다. 왕은 아쇼카에게

'너는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저 나라를 쳐 평정하라'고.

그러나 왕자가 떠날 때에는 군사와 무기를 전연 주지 않았다. 그래서 종자(從者)는 왕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가서 저 나라를 친다고 하지마는 군사와 무기가 없는데 어떻게 평정할 수 있겠습니까.'

아쇼카는 말하기를

'내가 만일 왕이 된다면 선근(善根)의 과보(果報)가 있을 것이니, 군사와 무기는 저절로 올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이 소리를 따라 이내 땅이 열리고, 그 땅에서 군사와 무기가 솟아 나왔다. 그래서 그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그 나라를 치러 갔다. 때에 그 나라 백성들은 아쇼카가 온다는 말을 듣고, 곧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성들을 장식하고, 좋은 병의 물과 여러 가지 공양을 가지고, 이 왕자를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대왕이나 왕자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신하들이 우리들을 못 살게 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성화(聖化)를 거스리게 된 것입니다.'

곧 여러 가지로 왕자에게 공양하고, 청해서 성안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이 나라를 평정한 뒤에, 왕은 다시 카사국[ 沙國]을 치게 하였다. 때에 그 나라의 두 역사는 왕을 위해 도로를 평평하게 닦고 모든 산의 돌을 밀어 쓰러뜨렸다. 그리고 여러 하늘은 그 나라에 영(令)을 내려

'아쇼카는 그 나라 왕이 될 것이다. 너희들은 거스릴 뜻을 내지 말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 나라 왕도 이내 항복하였다. 이리하여 이 천하를 평정한 뒤에 다시 바다로 갔다.

때에 수시이마 왕자는 밖에 나가 놀다가 어떤 대신을 만났는데, 그 대신이 예법을 지키지 않으므로 왕자는 사람을 시켜 그 대신을 두드려 주게 하였다. 대신은 생각하기를 '이 왕자는 아직 왕이 되기도 전인데 이렇게 마음을 쓸 때에는 만일 왕이 된다면 어떻게 견디겠는가. 듣건대 아쇼카는 천하를 얻고 五백 명 대신을 쳐부수었다고 한다. 우리는 아쇼카를 세워 왕으로 삼고 이 천하를 거느리자'고. 때에 탁카쉬일라가 또 반(反)하였다. 여러 대신들은 서로 의논해 수시이마 왕자를 가게하고, 또 왕도 좋다고 허락하여, 곧 그 나라로 보내었으나 항복 받지 못하였다. 때에 부왕은 다시 큰 병을 얻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수시이마를 세워 왕으로 삼고 아쇼오카를 보내어 저 나라를 치게 하리라.'

여러 신하들은 아쇼카를 왕으로 삼으려고, 노랑 물감을 아쇼카 몸과 얼굴과 손, 발에 바른 뒤에 왕에게 아뢰기를

'아쇼카 왕자는 지금 중병을 앓고 있나이다.' 하고, 다시 아쇼카를 장엄하게 꾸며, 함께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우선 이 왕자를 세워 왕으로 삼으소서. 저희들은 뒷날 천천히 수시이마를 세워 왕으로 삼겠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히 여기고 근심하면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때에 아쇼카는 가만히 생각하고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왕위(王位)를 얻을 사람이라면, 여러 하늘들은 스스로 와서 내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에 싸매라.'

그 소리를 따라 여러 하늘들은 곧 아쇼카 정수리에 물을 붓고 흰 비단으로 머리를 싸매었다. 때에 왕은 이 모양을 보고 몹시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 이내 목숨을 마치었다. 아쇼카 왕은 예법대로 부왕을 장사 치른 뒤에, 곧 아누룻타를 세워 대신으로 삼았다. 때에 수시이마 왕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쇼카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말을 듣고 차마 하지 못할 마음을 내어, 곧 군사를 모아 아쇼카를 치러 왔다. 아쇼카 왕은 네 문 중에서 두 문에는 두 역사(力士)를 두고, 셋째 문에는 대신을 두고, 자기는 동문을 지켰다. 때에 아누룻타 대신은 기관(機關)의 목상(木像)과 아쇼카 형상을 만들어 코끼리에 태워 동문밖에 두고, 연기 없는 불구덩이를 만들고 다를 물건으로 그 위를 덮었다. 수시이마가 오자, 아누룻타 대신은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왕이 되려고 하거든, 지금 아쇼카가 동문에 있으니 가서 쳐라. 만일 그 왕을 잡으면 저절로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때에 그 왕자는 곧 동문으로 달려 가다가 불구덩이에 떨어져 이내 죽고 말았다.

그 때에 바드라아유다[跋陀羅由陀]라는 대신은 수시이마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세상을 싫어해, 한량없는 권속을 데리고 집을 나와, 부처님 법에서 도(道)를 배우고 더욱 정진하여, 번뇌가 다하게 되어 아라한도를 이루었다. 아쇼카 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나, 여러 신하들은 자기들이 아쇼카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왕을 업신여겨 임금과 신하의 예를 지키지 않았다. 왕도 또한 여러 신하들이 자기를 업신여기는 줄을 알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꽃이나 과일 나무를 심고 거기에 가시나무를 심어라.'

여러 신하들은

'가시나무를 베고 과일 나무를 심는 것은 보았지마는, 꽃이나 과일 나무를 베고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일찍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왕은 세 번이나 명령해 베게 하였으나 그들은 듣지 않았다. 그 때에 왕은 대신들에게 화를 내어 날카로운 칼로 五백 명 대신들을 죽였다. 또 어느 때에 왕은 채녀( 女)와 권속들을 데리고 바깥 동산에 나가 놀다가 꽃이 만발한 한 무우수(無憂樹)를 보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 꽃나무는 나와 이름이 같다.'하여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왕의 형체는 추하고 더러우며 피부는 깔깔하여, 채녀들은 왕을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였기 때문에, 그 무우수를 손으로 꺾어버렸다. 왕은 잠에서 깨어나 무우수 꽃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잔뜩 화를 내어, 여러 채녀들을 묶어 불로 태워 죽였다. 그래서 왕이 포악한 짓을 하기 때문에 <포악한 아쇼카>라고 불렀다.

때에 아누룻타 대신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런 일을 하셔서는 안 되나이다.어떻게 손수 대신과 채녀들을 죽이나이까. 왕은 지금부터는 백정을 두어 죽일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로 돌리소서.'

왕은 곧 명령하여 백정을 두라 하였다. 거기에 기리카[耆利]라는 산이 있었다. 그 산중에는 직사(職師]가 있었고 그 직사에게는 아들이 있어 그 이름도 기리카였다. 그는 성질이 흉악하여 소년이나 소녀들을 때리고 결박하며, 또 물이나 육지의 생물을 잡고, 나아가서는 부모에게 거역하였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흉악한 기리카>라고 불렀다. 때에 왕의 사신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왕을 위해 흉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그는 대답하기를

'이 온 쟘부드비이파의 죄 있는 자라도 나는 다 깨끗이 없애겠거늘 하물며 이 한 나라이겠는가.'

때에 사신들은 왕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이제 흉악한 사람을 발견하였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데리고 오라.'

여러 사신들이 그를 부르자, 그는 대답하기를

'잠깐 기다리시오.' 부모님께 하직을 하고 위의 사실을 자세히 말하자, 그 부모는

'아들아, 그런 짓을 하지 말라.'

이렇게 세 번 말리자, 그는 불칙한 마음을 내어 곧 그 부모를 죽인 뒤에 도로 왔다. 사신들은

'무엇 때문에 빨리 오지 않고 오래 있었는가.'고 물었을 때, 그 흉악한 사람은 위의 사실을 말하였다. 사신들은 이런 사실을 왕에게 아뢰자, 왕은 곧 그에게 말하였다.

'내게 있는 죄인으로서 죽일 만하거든 너는 알아 처리하라.'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나를 위해 집을 지어 주소서.'

왕은 그를 위해 집을 지었다. 방은 극히 단정하고 엄하며, 오직 한 문 만 내었는데, 그 문도 또한 매우 엄하였다. 그 안에는 죄를 다스리는 법을 벌려 놓은 광경은 마치 지옥과 같고, 그 옥은 매우 훌륭하였다. 때에 그 흉한 사람은 왕에게 아뢰었다.

'이제 왕에게 원하옵노니, 어떤 사람이라도 이 안에 들어오면 다시 나가지 못하나이다.'

왕은

'네 원대로 다 들어주리라.'고 대답하였다. 그 백정은 절에 가서 여러 비구들의 지옥 이야기를 들었다. 때에 어떤 비구는 지옥경(地獄經)을 설명하였다.

'중생으로서 지옥에 나면 지옥에서는 곧 그 죄인을 잡아, 뜨거운 쇠집개로 그 입을 벌려 열고 뜨거운 쇠탄자를 그 입에 넣고, 다음에는 끓는 구리쇠물을 입에 쏟으며 쇠도끼로 그 몸을 자르고, 혹은 착고와 사슬로 몸을 묶는다. 혹은 불수레와 화로, 숯불, 끓는 쇠솥, 재강물, 혹은 칼산의 칼나무......'(이렇게 자세한 것은 천오사경(天五使經)과 같았다.) 그 백정은 비구가 설명하는 이런 여러 가지 사실을 듣고, 제가 있는 곳에다 죄를 다스리는 법을 만들기를 그 말과 같이 하고, 그 법을 생각하면서 죄인을 다스렸다.

어느 때 한 상인(商人) 우두머리는 그 부인을 데리고 큰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갈 때에 그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위해(爲海)라 하였다. 十 여년 동안 바다에 살면서 온갖 보물을 캐어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도중에서, 五백 명 도둑을 만났다. 도둑들은 그 상인을 죽이고 보물을 빼앗았다. 그 때에 그 상인 아들은 아버지가 죽고 보물 잃은 것을 보자, 세간 괴로움을 싫어하기 때문에 집을 나와, 부처님 법에서 도를 배우고 고향에 돌아와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다가, 파아탈리풋트라읍에 이르렀다. 그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다가 그 백정 집에 잘못 들었다. 그 비구는 멀리서 집안에 있는 불수레와 화로 숯불 등, 중생을 다스리는 것이 지옥 속과 같은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털이 다 일어서면서 이내 문을 나오려고 하였다. 때에 그 백정은 곧 가서 그 비구를 잡고 말하였다.

'여기 들어온 사람은 나가지 못한다. 너는 이제 여기서 죽게 되리라.'

비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슬피 울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 찼었다. 백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어린애처럼 우는가.'

그 때에 비구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네.

진실로 원하여 해탈을 구했더니

구하던 것은 얻지 못하였나니

그러므로 눈물 흘려 나는 우노라.

 

사람으로 태어나기 극히 어렵고

집을 떠나오기 또한 그러하나니

석씨(釋氏)의 사자왕을 만났건마는

지금부터 다시는 뵙지 못하리.

 

그 때에 백정은 비구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틀림없이 죽을 것인데 무엇을 그렇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는가.'

비구는 다시 슬픈 말로 대답하였다.

'한 달 동안만 나를 살려 다오.'

그 백정은 듣지 않았다. 이렇게 점점 줄여 이레에 이르르자 그는 들어주었다. 때에 비구는 오래지 않아 죽을 줄 알고, 용맹 정진으로 앉아 참선하여 마음을 쉬었으나, 마침내 도를 얻지 못한 채 이레가 되었다. 때에 왕궁에 죽을죄를 지은 자 있어, 백정에게 보내어 죄를 다스리게 하였다. 백정은 그 여자를 끌어다 절구통 안에 넣고 절구공이로 찧어 가루로 만들었다. 비구는 그것을 보고 그 몸을 아주 싫어해 '아아 괴로워라! 나도 오래지 않아 저렇게 되겠구나.'하고, 이내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오 크게 자비로운 스승께서는

바르고 묘한 법을 연설하시되

이 몸은 모여 있는 물거품 같아

이치로 보아 참 알맹이 없다고.

 

아까 아름답던 여자의 그 모습은

지금에 와서 과연 어디 있는가.

나고 죽는 것 버려야 하겠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탐하여 집착하네.

 

마음을 잡아매어 거기에 두어

이제 마땅히 사슬, 착고 벗어나

세 가지 유(有)의 바다를 건너

필경에는 다시 나지 않게 하리라고.

 

어떻게 부지런히 방편으로써

부처님 법을 알뜰히 닦아

일체 결박을 끊어버리고

마침내 아라한이 되게 되었네.

 

때에 백정은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기한이 다 되었다.'

비구는 묻기를

'나는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전에 이레를 기한 했는데 이제 기한이 다 되었다는 말이다.'

비구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 마음 이미

무명(無明)의 큰 어두움 벗어났거니

온갖 유(有)의 덮개를 끊어버리고

그리하여 번뇌 도적 죽여버렸네.

 

슬기의 해가 이제 이미 나왔거니

마음과 뜻의 식(識)을 밝게 살피고

나고 죽음을 밝게 환히 보았나니

이제는 사람을 가엾이 여길 때에

 

거룩한 법 그대로 따라 닦아

나는 이제 내 이 몸뚱이를

너의 하는 대로 맡기었거니

다시는 아까워해 아끼지 않으리라.

 

때에 그 백정은 비구를 잡아 끓는 쇠솥 기름에 넣고, 밑에서 불을 붙였으나 불을 끝내 붙지 않았고, 가사 태우더라도 뜨겁지 않았다. 백정은 불이 붙지 않는 것을 보고 사자(使者)를 때려 준 뒤에, 스스로 불을 붙이매 불은 맹렬히 붙었다. 오랜 뒤에 쇠솥 뚜껑을 열고 보매, 그 비구는 쇠솥 안에서 연꽃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상하다는 마음이 생겨 곧 왕에게 아뢰자, 왕은 곧 수레를 장엄해 한량없는 대중을 데리고 와서 비구를 보았다. 때에 비구는 항복 받을 때가 이르렀다 하고, 마치 기러기처럼 허공에 올라 여러 가지 변화를 보였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왕은 그 비구가

허공에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매우 기뻐

합장하고 그 성인 우러러 보네.

 

나는 이제 사뢰나니

알 수 없는 일이어라.

형체는 사람과 다름없는데

신통은 이제 처음 보겠네.

 

나를 위해 분별해 설명하여라.

어떠한 법을 닦고 또 익혔기에

너를 그처럼 청정하게 하였는가.

 

나를 위하여 자세히 연설하여

훌륭하고 묘한 법 얻게 하여라.

나는 그 법의 모양 밝게 안 뒤에

너를 위하여 그 제자 되어

필경 다시는 뉘우침 없으리라.

 

때에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이 왕을 항복 받아 깨우친 바가 많다. 부처님 법을 거두어 가지고 여래의 샤리이라를 널리 펴어 한량없는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 이 쟘부드비이파로 하여금 다 삼보(三寶)를 믿게 하리라'고.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그 덕을 나타내어 왕을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 부처님 제자로서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고

또 나는 이 부처님 제자로서

일체의 유(有)에 집착하지 않나니

 

나는 이제 내 마음 항복 받아

두 가지 완전한 높으신 이 앞에서

마음을 쉬고 고요함 얻어

나고 죽는 큰 두려움 다 벗어나고

세 가지 유(有)의 결박 여의었거니

 

이 여래의 거룩한 법 안에서

이러한 큰 이익 얻었느니라.

 

때에 아쇼카 왕은 그 비구 말을 듣고 부처님께 큰 존경과 믿음이 생겨, 다시 비구에게 사뢰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무슨 예언이 있었습니까.'

비구는 대답하기를

'부처님께서 대왕을 예언하시기를 '내가 세상을 떠난 지 백 년이 지난 때에 파아탈리풋트라읍에는 三억 집이 있고 그 나라에는 아쇼카라는 왕이 있을 것이다. 그는 쟘부드비이파의 왕으로서 전륜 왕이 되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다. 그리고 샤리이라를 두루 펴어 쟘부드비이파에 八만 四천 탑을 세울 것이다'라고. 부처님께서는 대왕을 이렇게 예언하였소, 그런데 대왕은 이제 이 큰 지옥을 만들어 한량없는 백성들을 죽이오, 왕은 이제 마땅히 일체 중생을 사랑하여 두려움 없음을 베풀어 그들로 하여금 안온함을 얻게 하시오. 부처님께서 대왕을 예언하신 바를 왕은 법다이 수행하여야 하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 괴롭히지 말고

부처님 법을 닦아 익히고

부처님 샤리이라를 널리 펴라.

 

때에 아쇼카 왕은 부처님께 지극한 존경과 믿음이 생겨 합장하고 비구를 향해 예배한 뒤에

'나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비구님께 참회합니다. 내가 한 짓은 아주 옳지 못합니다. 원컨대 부처님 제자가 되겠습니다. 내 참회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버려 다시는 꾸짖지 마소서. 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제 거듭 귀의합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옵고

위없이 훌륭하고 묘한 그 법과

여러 비구중 높은 이에게

목숨이 다하도록 귀의합니다.

 

나는 이제 마땅히 용맹스럽게

세존님 명령을 받들어 가져

이 온 쟘부드비이파 안에

여러 부처님 탑을 두루 세우리.

 

그리고 갖가지 모든 공양과

비단 수슬을 달고 깃대 세우고

세존님 탑을 갖가지로 장엄하여

묘하고 아름답게 다시없게 하리라.

 

때에 그 비구는 아쇼카 왕을 제도한 뒤에 허공을 타고 사라지고, 왕은 지옥에서 나오려 하자, 백정은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여기서 떠날 수 없습니다.'

'너는 지금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그렇습니다.'

'누가 먼저 여기 들어왔는가.'

'내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네가 먼저 죽어야 한다.'하고,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그 백정을 끌어내어, 아교 만드는 집 안에 두고 불로 태워 죽이고, 또 명령하여 그 지옥을 부수어 중생을 두려움이 없게 하였다. 때에 왕은 다시 샤리이라탑을 세우려고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라아자그리하성으로 가서 아쟈아타사트루[阿 世]왕이 세운 부처님 탑 안에 있는 샤리이라을 내어, 그것을 옮겨 그 탑을 다시 만들어 본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와 같이 일곱 개 부처님 탑 안의 샤리이라를 가져다 라아마그라아마촌[羅摩村]에 두었다. 때에 여러 용왕들은 이 왕을 데리고 용궁으로 들어갔다. 왕은 용을 따라 가서 샤리이라 공양을 청하자 용왕은 곧 그것을 주었다. 그래서 왕은 거기서 나왔으니 다음 게송과 같다.

 

라아마그라마촌에 있는

여러 부처님 탑은

용왕이 받들어 섬기고

지켜 보호하고 공양하는 것이다.

 

왕은 용왕에게 나눠주기 청하자

용왕은 탑을 열어 그것을 주었나니

왕은 곧 그 샤리이라를 가지고

다른 지방으로 차례차례 나아갔다.

 

때에 왕은 금, 은, 유리, 파리로 된 八만 四천 개 상자를 만들어 부처님의 샤리이라를 담고, 또 네 가지 보배로 된 八만 四천 개 병을 만들어 그 상자를 담고, 한량없는 백 천 개 깃대와 일산을 만들어 여러 귀신들로 하여금 샤리이라를 공양하는 기구를 가지게 하고, 그 귀신들에게 명령하였다.

'이 쟘부드비이파에서 바다 끝에 이르기까지 도시나 촌락으로서 一억 집이 있는데서는 세존님을 위해 샤리이라 탑을 세우라.'

때에 탁카쉬일라라는 나라에는 三十 六억 집이 있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서른 여섯 상자 샤리이라를 우리들에게 주어 부처님 탑을 세우게 하라.'

왕은 방편으로써 나라 사람 수가 적으면 그들에게 나누어주어 집 수를 채워 탑을 세우게 하였다. 때에 파아탈리풋트라읍에 야사(那舍)라는 상좌(上座)가 있었는데, 왕은 그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나는 하룻동안에 부처님 탑 八만 四천 개를 이 쟘부드비이파에 두루 세우고자 하는데, 내 원은 이와 같습니다'고. 다음 게송 찬탄과 같다.

 

대왕 이름은 아쇼카인데

먼저 그 여덟 탑 속에서

각각 그 샤리이라를 내어 가져다

이 쟘부드비이파에다

八만 四천의

여러 부처님 탑을 세우니

길이와 넓이 묘하고 훌륭한데

하룻동안에 완전히 마쳤었네.

때에 그 상좌는 왕에게 아뢰었다.

'장하오! 대왕이여.'

그 뒤로 十五일 월식(月食) 때까지 이 쟘부드비이파에 여러 부처님 탑을 쌓을 때에는 심지어 하룻동안에 八만 四천 탑을 세워 세상 사람들을 한량없이 이익 되게 하였으므로 모두들 그를 불러 <법왕 아쇼카>라 하였으니, 다음 게송 찬탄과 같다.

 

거룩한 종족 공작(孔雀)의 왕은

세상 사람을 안락하게 하려고

이 쟘부드비이파에다

훌륭하고 묘한 탑을 세웠었나니

 

나쁜 왕이라 본래는 이름했으나

이제 그 훌륭하고 묘한 업 지음으로

모두들 불러 법왕이라 이름하여

서로 전하여 후세에 이르렀네.

 

왕은 八만 四는 천 탑을 세운 뒤에 기뻐 뛰면서,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계작(鷄雀)정사로 나아가 야샤 상좌에게 아뢰었다.

'다시 비구여, 부처님께서 예언하신 것으로서 불사(佛事)를 지어야 할 것이 있습니까. 나는 거기 가서 공양하고 공경하겠습니다.'

상좌는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다달았을 때에 아파라(阿波羅) 용왕, 도사(陶師), 전타라( 陀羅), 구파리(瞿波梨) 용왕을 항복 받고, 마투라국(摩偸羅國)으로 가시어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열반한 지 백년 동안에 굽타[瞿多]라는 장자(長者)가 있고, 그 아들 우파굽타[優波堀多]는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상호(相好) 없는 부처로서 사람을 가르치기 가장 제일이 될 것이니 그에게 불사를 지어야 한다'고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멀리 저 산을 보느냐'고. 아아난다는 '예, 보나이다.' '저 산은 이름은 우류만다산(優留蔓茶山)으로서 나타바티카[那茶婆低]라는 아란야(阿蘭若)인데, 자유롭고 고요한 곳이니라.'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시었다.

 

우파굽타 비구는

사람 가르치기 제일이어서

그 이름 두루 사방에 떨치고

가장 훌륭한 예언을 받을 사람.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마땅히 불사를 짓게 되리니

모든 중생들 널리 제도해

그 수는 한량이 없을 것이다.

 

때에 왕은 상좌에게 물었다.

'존자 우파굽타는 지금 세상에 나왔습니까.'

'이미 세상에 나왔다. 집을 나와 도를 배워 번뇌를 항복 받고 아라한이 되었다. 지금 한량없는 비구 권속 一만 八천과 함께 우루만다산 아란야에 머무르면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부처님처럼 깨끗하고 묘한 법을 연설해 한량없는 모든 하늘과 사람을 건져 감로성(甘露城)으로 들어가게 한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곧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해 빨리 수레를 준비하고, 한량없는 권속을 데리고 그곳으로 가서 우파굽타에게 예배하고 공양하려 하였다. 때에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그 성인이 이미 우리 왕국에 있사오니 글을 보내어 그를 맞이하면, 그는 스스로 올 것입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대답하기를

'그리로 글을 보낼 것이 아니요 내가 가야 한다. 그가 올 것이 아니다.'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들 금강(金剛) 같은 혀를 가졌더라도

어찌 능히 부서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게 간(諫)해 거기 가서

촌사람과 친하지 말라고 하지마는.

 

왕은 곧 글을 보내어 그 존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어느 날 존자에게 가겠노라'고. 때에 존자는 생각하기를 '만일 왕이 온다면 한량없는 사람이 따라 온갖 고통을 받을 것이요 곤충들과 부락 사람들을 죽일 것이다'고. 이렇게 생각하고 사자에게 '내가 왕에게로 가겠다'고 대답하였다. 때에 왕은 존자가 스스로 온다는 말을 듣고 뛰면서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마투라에서 파아탈리풋트라읍 중간에 뱃길을 티우고, 배에다 온갖 깃대와 일산을 달았다. 존자 우파굽타는 왕을 가엾이 여겨 一만 八천 아라한을 데리고 물길을 따라 곧 왕국에 이르렀다. 때에 어떤 사람은 왕에게 아뢰었다.

'존자 우파굽타는 一만 八천 비구들을 데리고 왔나이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곧 천만량 값어치 되는 영락을 풀어 그에게 주었다. 왕은 여러 대신과 권속들을 데리고 곧 존자 있는 곳에 나아가 요기하고, 온 몸을 땅에 대어 그에게 예배한 뒤에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나는 이 온 쟘부드비이파의 왕위(王位)를 받더라도 그것으로 기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존자를 뵈오니 기쁘기 한량없으며, 여래 제자라야 능히 이러할 것입니다. 부처님을 뵈온 것 같습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미 적멸(寂滅)해 세상을 건넜건만

이제 당신은 부처님 일을 지어

세상의 모든 어리석음 없애니

마치 해가 부처 세상 비추는 것 같아라.

 

세상을 위해 인도하는 스승 되고

설법하는 이 중에서 제일이 되어

중생들 의지하고 힘입을 만하거니

나는 이제 몹시 기쁘고 즐거워라.

때에 왕은 사자를 시켜 나라 경계에 영(令)을 내려 '존자 우파굽타가 우리 나라에 오셨다'하고, 이렇게 게송으로 외치게 하였다. 즉

 

부하고 귀하게 되려고 하는 이나

가난하고 궁한 고통 멀리 떠나고

언제나 천상에서 살아가면서

해탈과 열반을 즐기려 하는 이는

마땅히 우파굽타 만나 뵈옵고

이제 곧 공경하고 공양 드려라.

그리고 부처님 뵈옵지 못한 이는

이제 이 우파굽타 만나 뵈어라.

 

대에 왕은 온 나라 경계를 장엄하게 꾸미고 길을 편편히 닦고, 비단 깃발과 일산을 달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며, 온갖 음악으로 온 나라 백성들이 나와 존자 우파굽타를 맞이해 공양하고 공경하게 하였다.

그 때에 존자 우파굽타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은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고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오. 삼보(三寶)는 만나기 어렵소. 三보를 항상 공양하고 공경하며 깨끗한 생각으로 찬탄하고 사람들을 위해 널리 설명하시오. 왜 그런가 하면 여래, 응공, 등정각께서는 사람을 알고 사람을 보아 언제나 나의 바른 법은 국왕과 내 비구중에 붙여 있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이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의 장부요 사람 중에 높은 이

바르고 훌륭하고 묘한 큰 법을

대왕과 또

자기 비구중에게 붙이셨나니

 

때에 왕은 우파굽타에게 아뢰었다.

'나는 이미 바른 법을 세웠나이다'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미 여러 개 탑을 만들고

모든 나라 경계를 장엄했으며

여러 가지 공양을 베풀었으며

깃대와 또 온갖 보배와

부처님 샤리이라를 널리 퍼뜨려

이 쟘부드비이파에 두루 하였네.

 

나는 이와 같은 복을 일으켜

내 소원은 이미 성취했나니

내 몸과 아내와 또 자식과

갖가지 보배와 이 땅덩이

그것들이 이제 모두 다 버리어

성현의 탑에 공양하노라.

 

때에 존자 우파굽타는 왕을 찬탄하여

'장하고 장하오! 대왕이여, 마땅히 그런 법을 행하시오'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몸과 재물과 목숨을 버리면

세세(世世)로 아무 걱정할 것 없고

복을 받기를 다함이 없어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 얻으리라.

 

왕은 존자 우파굽타를 청해 성안으로 들여 갖가지 자리를 펴 존자를 앉게 한 뒤에, 여러 중을 계작(鷄雀) 정사로 보내어 존자에게 아뢰게 하였다.

'존자의 얼굴은 단정하고 몸은 부드럽고 연하온데, 우리들 몸은 추하고 더러우며 피부는 추하고 깔깔합니다.'

존자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보시를 행할 때에는

깨끗한 마음과 좋은 재물이었으나

왕이 보시를 행할 때에

모래로 부처님께 보시함만 못하니라.

 

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아직 동자(童子)로 있을 때

모래흙으로 보시함으로써

이제 얻은 결과 이러하거니

하물며 다른 묘한 보시이랴.

 

존자는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유쾌하여라 장하신 대왕이여.

모래흙으로 보시함으로서

위없는 복밭에

결과를 심어 다함없어라.

 

때에 아쇼카 왕은 여러 대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모래로 부처님께 보시하여 이러한 과보를 얻었는데 어떻게 세존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왕은 다시 우파굽타에게 아뢰었다.

'존자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과 그 다니시던 곳을 내게 알려 주십시오. 나는 거지 가서 공양하고 예배하고 모든 후세 중생들을 위해 선근(善根)을 거두어 받겠습니다.'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게 부처님 말씀하신 법과

그 나라와 머무르신 곳을 알려 주시오

나는 후세의 중생을 위해

가서 공양하고 공경하리라.

 

존자는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대왕이여, 그러한 묘한 원을 세우는구나. 나는 후세 중생들을 위해 왕에게 그 곳을 알리라.'

때에 왕은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갖가지 공양, 향, 꽃, 깃대와 온갖 음악을 가지고, 곧 존자와 함께 출발하였다. 존자는

'여기는 룸비니이[隆頻]동산, 여래께서 탄생하신 곳이오.'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기는 여래께서 처음 나오신 곳

나시자 일곱 걸음 걸으시옵고

사방을 두루 돌아보시고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시며

 

나는 이제 최후로 세상에 나와

장차 위없는 도 얻을 것이니

천상이나 또 인간에 있어

나는 위없는 높은 사람되리라.

 

때에 왕은 온 몸을 땅에 대어 공양하고 예배한 뒤에 곧 부처님 탑을 세웠다. 존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은 여러 하늘들과 부처님께서 나셨을 때 일곱 걸음 걸으시던 곳을 보고 싶어하는가.'

왕은 사뢰었다.

'보기 원합니다.'

존자는 손을 들어 마야(摩耶) 부인께서 더위 잡던 나뭇가지를 가리키면서 그 나무신[樹神]에게 말하였다.

'나무 신아, 곧 나타나 왕이 너를 보고 매우 기뻐하게 하라.'

나무 신은 소리를 따라 곧 나타나, 존자 곁에 서서 말하였다.

'무슨 분부이십니까. 나는 곧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존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이 신은 부처님 나시던 때를 보았소.'

왕은 게송으로 신에게 물었다.

 

너는 장엄하게 꾸미신 그 몸과

나실 때의 푸른 연꽃을 보았는가.

발로는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입으로는 무슨 말씀 있으시던가.

 

신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상호(相好) 갖추신 그 몸 뵈었네.

나실 때에 사람 중에

발을 들어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입으로는 이 말씀 계시었나니

모든 하늘과 사람 가운데

나는 위없는 높은 이 된다고.

 

때에 왕은 신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나실 때에 어떤 상서[瑞]가 있었던가.'

신은 답하기를

'나는 그 묘하고 훌륭한 여러 가지 일은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 한 부분을 간략히 말하면

 

광명은 온 세상 두루 비추고

그 몸은 온갖 상호(相好) 갖추셨었고

보는 사람 기쁘고 즐겁게 하였고

하늘과 땅을 두루 감동시켰소.

 

때에 왕은 신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十만량어치 보배를 주고 떠났다.

 

존자는 다시 왕을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여기는 보살이 三十 二상(相)과 八十 종호(種好)를 나타내시고 그 몸을 자마금(紫磨金) 빛으로 장엄하시던 곳이오.'

존자는 또 왕을 데리고 천사(天寺)로 가서 말하였다.

'태자께서 나셨을 때에 저 신(神)들에게 예배시키려 하자 모든 신들은 일어나 보살께 예배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살을 위해 이름 지으니, 이것이 곧 천중천(天中天)이오.'

왕은 또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존자는 또 왕을 데리고 어떤 곳을 보이면서 말하였다.

'여기는 그 부왕(父王)이 여러 바라문들에게 보살상을 보게 한 곳이오.'

왕은 또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또 보이면서

'여기는 보살의 공부 집이오, 여기는 코끼리 타기, 여기는 말 타기, 수레 타기, 활과 소뇌 쏘기, 이렇게 모든 기술을 배우던 곳이오. 여기는 보살이 정양(靜養)하시던 곳, 여기는 보살이 六만 부인들과 노시던 곳이며, 여기서는 보살이 노인, 병인, 죽은 이를 보았고, 여기는 보살이 쟘브드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생각하여 탐욕을 떠나게 되었는데, 나무 그림자가 그 몸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부왕이 그에게 예배하던 곳이요. 여기는 보살이 백천 천신(天神)을 데리고 성을 나가 떠나던 곳이며, 여기는 보살이 영락을 벗어 챤다카(車匿]에게 주고 말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시던 곳이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보살은 여기서

영락과 관(冠)을 벗어

챤다카에게 주고

말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뒤

동무 없이 혼자 걸어

이내 학도산(學道山)으로 들어가셨네.

 

'또 여기서는 보살이 사냥꾼을 만나 그에게 옷을 주고 그의 가사와 바꿔 입은 뒤 중이 되었고, 여기는 선인(仙人)들에게 청을 받던 곳이요, 여기는 빔비사아라왕[甁沙王]이 보살에게 나라 반을 주던 곳이며, 여기는 우드라카아라아다카아[優藍弗] 선인에게 물으시던 곳이요, 여기는 보살이 六년 동안 고행하던 곳이오.'

다음 게송과 같다.

 

六년 동안 고행하며

온갖 고통받다가

참 도(道) 아님 알고

익히던 행 버리시다.

 

'여기서는 두 여자가 보살에게 우유 죽을 바쳤었소.'

다음 게송과 같다.

 

큰 성인은 여기서

두 여자의 우유죽 받고

여기서 일어나사

보리수(菩提樹)로 가셨네.

 

'여기서는 카알리카[迦梨] 용이 보살을 찬탄하였소.'

다음 게송과 같다.

 

여기서는 카알리카 용이

보살을 찬탄했네.

마땅히 옛 길 따라

위없는 묘한 결과 얻으리라고.

 

때에 왕은 존자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용은 부처님 뵈이었나니

나는 이제 그 용을 보고 싶어라.

그리고 지금부터 보리(菩提)로 나아가

훌륭하고 묘한 결과 증득하리라.

 

때에 존자는 손으로 용궁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카알리카 용왕아, 너는 부처님을 뵈었다. 지금 곧 몸을 나타내라.'

왕은 그 소리를 따라 곧 나와, 존자 앞에 서서 합장하고 아뢰었다.

'무슨 분부십니까.'

존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이 용왕은 부처님을 뵈었고 여래를 찬탄하였었소.'

왕은 합장하고 용을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그 금강신(金剛身) 뵈었구나.

우리 스승은 짝할 이 없고

얼굴은 깨끗한 보름달 같았거니

나를 위해 그 공덕 설명하여라.

저 도장(道場)으로 나아가실 때의

그 열 가지 힘의 공덕 말하라.

 

때에 용왕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마땅히 연설하리라.

발로써 땅을 밟을 때에는

땅덩이는 여섯 가지 진동하였고

그 광명 햇빛보다 곱이나 빛나

三천 세계를 두루 비추시면서

저 보리 도장으로 나아가셨네.

 

때에 왕은 이러한 곳곳에 갖가지로 공양하고 또 탑묘(塔廟)를 세웠다.

존자는 왕을 데리고 도장 나무 밑으로 가서 말하였다.

'이 나무 밑에서 보살 마하살은 자비삼매의 힘으로 마군(摩軍)들을 부수고 아누다라삼약삼보리를 얻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니[牟尼] 우왕(牛王)의 높으신 이는

이 보리 나무 밑에서

악마 군사들을 항복시키고

훌륭한 보리 열매 얻으셨나니

하늘과 사람 중에 특별히 높아

능히 그이와 짝할 이 없네.

 

때에 왕은 한량없는 보물을 내어 갖가지로 공양하고 또 큰 탑을 세웠다.

존자는 왕에게

'여기는 네 천왕이 제각기 바리를 가지고 부처님께 바칠 때에 그 바리를 합해서 하나로 만든 곳이오, 여기서는 상인 형제에게서 갖가지 음식을 받으셨고, 여기서는 여래께서 바아라아나시이국으로 가실 때에 아아지이비카[阿時婆] 외도가 부처님께 물었으며, 여기는 선인들이 사는 동산 녹야원(鹿野苑)인데, 여래는 여기서 다섯 비구를 위해 열두 행(行)의 법바퀴를 세 번 굴리셨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기는 녹야원

여래는 법바퀴 굴리셨네.

열 두 행을 세 번 굴리어

다섯 사람이 도를 얻었네.

 

때에 왕은 여기서도 갖가지로 공양하고 또 탑묘를 세웠다.

'여기서는 여래께서 우루벨라 카아샤파 선인들을 제도해 도인을 만드셨고, 여기서는 여래께서 빔비사아라 왕을 위해 설법하시어 왕은 진리를 보았고, 한량없는 사람과 모든 하늘들이 도를 얻었고, 여기서는 여래께서 제석천을 위해 설법하시어, 제석과 八만 하늘이 도를 얻었소. 여기서는 여래께서 큰 신력을 나타내어 갖가지로 변화하시었고, 여기서는 여래께서 천상에 올라가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시고, 한량없는 하늘들을 데리고 인간에 내려오셨소.'

왕은 갖가지로 공양하고 또 탑묘를 세웠다. 때에 존자는 아쇼카 왕에게 말하였다.

'쿠시나가라국[鳩尸那竭國]으로 가자'고.

그리고 다시

'여기서는 여래께서 완전히 불사(佛事)를 지어 마치시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드시었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하늘과 사람과

수라, 용, 야차를 제도하시고

다함없는 법 이룩해 세우시니

부처님의 하실 일 이미 마치다.

 

모든 유(有)에서 적멸(寂滅)을 얻고

대비(大悲)는 이제 열반에 드시나니

섶나무 다하여 불이 꺼지듯

끝끝내 영원히 머무르게 되었네.

 

때에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하고 괴로워해 어쩔 줄 몰라 땅에 쓰러졌다. 여러 신하들이 물로 가슴과 얼굴을 씻자 한참 뒤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리고 이내 갖가지로 공양하고 큰 탑묘를 세웠다.

때에 왕은 마디 존자에게 아뢰었다.

'나는 부처님의 여러 큰 제자로서 부처님께서 예언하신 이를 뵈옵고 그 샤리이라에 공양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내게 보여 주십시오.'

존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장하고 장하다! 대왕이여, 능히 그런 묘한 마음을 내는구나.'

존자는 왕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국 기원정사에 이르러 손으로 탑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샤아리풋트라 탑이니 왕은 공양하시오.'

왕은 말하였다.

'그는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이 분은 둘째 법왕으로서 부처님 따라 법바퀴를 굴렸습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 지혜를 제외하고는

일체 중생 지혜를

샤아리풋트라에 견주어 보면

十六 분의 一 밖에 되지 않네.

 

여래께서 법바퀴 굴리시오면

그는 또 능히 그 따라 굴렸나니

그는 한량없는 공덕 있거니

누가 능히 그것을 이루 말하리.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十만량어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였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샤아리풋트라께 예배하노니

온갖 두려움에서 벗어나시고

그 이름은 세상에 두루 했으며

그 지혜는 아무도 짝할 이 없었었네.

 

존자는 다시 마하아 목갈라아야나 탑을 보이면서

'왕은 이 탑에 공양하시오.'

'그는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이 분은 신통(神通)이 제일이었소. 발가락으로 땅을 밟으면 땅은 곧 진동하여 하늘 궁정에까지 이르렀으며, 난도파난다[難陀跋難陀] 용왕을 항복 받았었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발가락으로 땅을 움직여

제석천궁(帝釋天宮)에까지 이르렀나니

그 신족은 짝할 이 없어라.

누가 능히 그것을 이루 다 말하리.

 

사납고 모진 두 용왕을

보는 이로 두려워하지 않는 이 없었지만

그이 신족의 힘 앞에 오면

곧 항복해 성내지 않았었네.

 

왕은 十만량어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고,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신족 중에서 제일이신 이

늙음과 병과 죽음을 떠났고

이러한 공덕 가졌었거니

마하아 목갈라아야나께 예배합니다.

 

존자는 다시 마하아 캬아샤파 탑을 보이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마하아 카아샤파 탑이니 공양하시오.'

'그는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그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두타(頭陀)로 제일이었소, 여래께서는 자기 자리 반과 상가아티이[僧伽梨]를 주셨소. 그는 중생을 가엾이 여겨 바른 법을 일으키었소.'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공덕밭으로 제일이신 이

가난하고 궁한 사람 가여워하고

부처님 주신 상가아티이 입고

능히 바른 법을 일으켜 세웠었네.

이러한 공덕 그에게 있었거니

누가 능히 그것을 이루 말하리.

 

때에 왕은 十만량어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항상 고요함을 즐거워하여

숲 덤불 속에 의지해 머무르고

욕심 적고 만족할 줄 알아 부자였거니

이제 마하아 카아샤파께 예배하옵네.

 

존자는 다시 우트쿨라[薄拘羅] 탑을 보이면서

'이것은 우트쿨라 탑이오. 공양하시오.'

왕은 물었다.

'그는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그는 병 없기로 제일이었소. 그리고 남을 위해서는 한 구절 법도 설명하지 않고 잠자코 말이 없었소.'

'한 돈으로 공양합시다.'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공덕은 이미 같은데 어째서, 여기에는 한 돈으로 공양하나이까.'

왕은 말하기를

'내 말을 들으라.'하고 곧

 

비록 무명(無明)의 어리석음 버리고

지혜는 능히 환희 밝게 살펴

비록 우투쿨라라는 이름 있지만

이 세상에 무슨 이익 있으랴.

 

때에 그 한 돈은 도로 왕에게 돌아왔다. 대신들은 이 희한한 일을 보고, 모두 같은 말로 찬탄하였다.

'아아! 존자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을 알아 한 돈 이나마도 받지 않는다.'

존자는 다시 아아난다 탑을 보이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아아난다 탑이오. 공양하시오.'

'그는 어떤 공덕이 있었습니까.'

'이 분은 부처님 시자(侍者)로서 들은 것이 제일 많아, 부처님 경전을 편집하였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무니의 바리를 받들어 가지고

생각이 이르면 능히 결단하였네.

많이 들어 아는 지식 큰 바다요

좋은 변재 부드럽고 연한 음성은

하늘이나 사람을 즐겁게 했네.

 

새 부처님 마음 잘 알았고

일체를 환히 밝게 깨달아

그 온갖 공덕의 보배 상자로

가장 뛰어나게 칭찬 받았고

번뇌의 싸움을 항복 받았었나니

이러한 공덕을 지으신 어른

마땅히 받들어 공양하여야 하네.

 

왕은 곧 백억량어치 보배를 내어 그 탑에 공양하였다.

때에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어찌하여 여기서 올리는 공양은 전의 것보다 훌륭하나이까.'

왕은

'내가 생각하는 그 까닭을 말할 것이니 들으라.' 하고 곧

 

여래의 몸은

법신(法身)으로 본성이 청정하온데

그는 능히 받들어 모시었거니

그러므로 그 공양은 훌륭하니라.

 

법의 등불 언제나 세상에 있어

이 어리석음의 어두움 멸하나니

그것은 모두 그에게서 나온 것이라.

그러므로 그 공양 훌륭하니라.

 

저 큰 바닷물을

소 발자국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와 같이 부처님 지혜 바다를

다른 사람은 능히 가질 수 없고

오직 이 아아난다 높은 이 있어

한 번 들어 그것을 모두 받아 지니어

마침내 잃어버린 적이 없거니

그러므로 그 공양 훌륭하니라.

 

그 때에 왕은 이와 같이 갖가지로 공양한 뒤에, 존자를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즉

 

내 지금 이 꼴을 받았지마는

다시는 내 몸을 지지 않으리.

갖가지 한량없는 공덕을 닦아

지금은 사람 중의 주인 되었네.

 

나는 이제 단단한 알맹이 가져

여러 탑묘를 이룩해 세웠나니

그 장엄은 이 세상에 있어

마치 별이 달을 장엄한 것 같아라.

 

부처님 제자의 법을 받들어

모든 예절을 행해야 하리.

나는 이제 할 일을 마치고

존자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네.

 

존자의 은혜로운 그 힘을 입어

이제 훌륭하고 묘한 일 보아

유쾌하게 크고 좋은 이익을 얻었거니

마련해 놓은 이 법 따르오리라.

 

그 때에 왕은 이상의 갖가지 일을 공양한 뒤, 한결같이 도장 보리 나무 있는 데로 갔다. '이 나무 밑에서 여래께서는 아누다라삼약삼보리를 얻으셨다'생각하고, 세상에서 드문 보배로 공양하는 일로써 보리 나무를 공양하였다.

때에 왕의 부인 팃사락시타아[低舍羅 多]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왕은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나도 또한 왕을 사랑한다. 그런데 왕은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나 온갖 보배를 가지고 보리 나무 있는 데로 갔다. 나는 이제 방편으로서 저 보리 나무를 죽이리라. 나무가 말라죽고 잎이 곧 떨어지면, 왕은 다시 가지 않고 나와 함께 언제나 즐기리라'고. 곧 주사(呪師)를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보리 나무를 죽일 수 있는가.'

'할 수 있다. 내게 천량 금을 내라.'

부인은 곧 천량 돈을 주었다. 주사는 곧 보리 나무 사이에 가서 주문(呪文)으로 나무를 저주하고 실로 나무를 매어, 나무는 점점 말라 잎이 곧 시들어 떨어지게 하였다. 그러나 아직 말라죽지는 않고 그 잎만 시들어졌다. 주사는 부인에게 아뢰었다.

'뜨거운 젖[乳]를 나무에 쏟아 죽게 하겠나이다.'

부인은 왕에게 아뢰었다.

'나는 젖을 보리 나무에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그대 마음대로 하라.'

그리하여 뜨거운 젖을 쏟자 나무는 곧 말랐다. 때에 여러 하늘 사람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보리 나무가 갑자기 말라죽어, 잎이 모두 변해 떨어집니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서 의지하시던 나무

그 이름은 보리

여기서 바른 깨달음 얻어

일체 지혜를 두루 갖추셨거니

 

대왕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네.

이 나무는 이제 마르고

잎사귀 빛도 변하였나니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는가.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사람들은 물로 왕의 가슴과 얼굴를 씻자 한참 뒤에 깨어나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즉

 

나는 보리 나무를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었거니

이제 그 나무 죽었단 말 들으매

나도 또한 그 따라 죽어야 하리.

 

때에 그 부인은 왕의 근심하는 것을 보고 곧 왕에게 아뢰었다.

'왕이여,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마소서. 나는 왕의 마음을 기쁘게 하여 드리겠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만일 그 나무가 없으면 내 목숨도 또한 없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그 나무에서 아누다라삼약삼보리를 얻으셨다. 그 나무가 이미 없어졌는데 나만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부인은 이 왕의 결심이 굳은 말을 듣고 돌아가 찬 젖을 보리 나무에 밑에 쏟자, 그 나무는 이내 다시 살아났다. 왕은 젖을 쏟아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듣고, 날마다 천 항아리 젖을 보내어 그 뿌리에 쏟으니 나무는 이전과 같이 되었다. 여러 부인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이제 보리 나무는 이전과 같아서 다름이 없나이다.'

때에 왕은 그 말을 듣고 곧 기뻐하여 보리 나무 밑으로 가서, 보리 나무를 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빔비사아라나 지국왕(持國王)이나

그 왕들이 아직 못한 일이거니

나는 이제 마땅히 공양하리라.

 

나는 이제 보리를 목욕시킴에

온갖 젖과 또 향수와

꽃과 향과 또 바르는 향을 썼네.

그리고 다시 여러 중들과

성현의 오부중(五部衆)께 공양하리라.

 

때에 왕은 금, 은, 유리, 파리의 네 보배 항아리를 마련하여, 온갖 향기로운 젖과 향기로운 더운물을 담고, 갖가지 음식, 깃대, 보배 일산과 천 가지나 갖가지 꽃과 향과 음악을 가지고, 팔지재(八支齋)와 포살(布薩)을 닦아 가진 뒤에, 희고 깨끗한 옷을 입고 향로를 가지고 궁정 위에서 사방을 향해 절하고,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말하였다.

'여래의 성스러운 제자로 모든 곳에 있는 사람은 나를 가엾이 여겨 내 공양을 받으소서.'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의 거룩한 제자로서

바르고 순(順)해 모든 근(根) 고요하고

이 삼계(三界)의 모든 욕심을 떠나

모든 하늘이 공양할 만한 사람

 

이제 모두 다 여기 모이어

보잘 것 없는 내 마음 받아 주고

가엾이 여겨 내 뜻에 응하시어

법의 종자를 자라나게 하소서.

 

언제나 고요하고 그치기를 즐기고

모든 곳의 집착에서 벗어난 이들

그 여래의 진정한 제자들은

법을 좇아 변화해 새로 났거니

저 모든 하늘들의 공양 받으리.

 

나를 가엾이 여기심으로

이제 마땅히 다 여기 모여 와

보잘 것 없는 내 뜻에 응하십시오.

 

여러 성인은 어디고 계시나니

카아슈미라, 타마사아바나[多波婆]

큰 동산이나 리바타카[離波多]나

아뇩의 큰 못 가의

 

강이나 산이나 숲 덤불 사이

이러한 모든 곳에 계시는 분들

이제 마땅히 여기 다 모이시어

이 나를 가엾이 여기심으로

보잘 것 없는 내 뜻에 응하십시오.

 

또 천상의 샤이리사카(尸梨沙] 궁전이나

향산(香山)의 돌집 그 속에 있어

신통을 완전히 갖춘 사람은

이 나를 가엾이 여기심으로

이제 마땅히 여기 다 모이소서.

 

왕이 이렇게 말할 때에 三十만 비구들은 다 와서 모이었다. 그 대중 중의 十만은 아라한이요, 二十만은 학인(學人)과 범부 비구요, 상좌(上座) 자리에는 앉는 사람이 없었다. 때에 왕은 여러 비구들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상좌 자리에는 앉는 사람이 없습니까.'

그 대중 가운데 야사(耶舍)라는 비구는 큰 아라한으로서 여섯 가지 신통을 갖추었었다.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

'이 자리는 상좌 자리오.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감히 거기 앉소.'

왕은 다시 물었다.

'존자 계시는 곳에서 상좌가 있습니까.'

'상좌가 있소. 대왕이여, 그 이는 부처님께서 인정하시는 사람으로서 이름은 핀돌라[賓頭盧]라 하오. 그 상좌라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소.'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그 중에는 부처님을 뵈온 비구가 있습니까.'

'있소. 대왕이여, 핀돌라는 아직도 옛날처럼 이 세상에 살고 있소.'

'그 비구를 뵈올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오래지 않아 볼 수 있을 것이오. 곧 올 것이오.'

때에 왕은 매우 기뻐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유쾌하게 이익 얻었네.

나를 거두어 받아 주신 때문에

나로 하여금 내 눈으로 스스로

존자 핀돌라를 뵈옵게 하시네.

 

때에 존자 핀돌라는 한량없는 아라한을 데리고 차례를 따라 오는데, 마치 큰기러기가 허공을 날아오는 것 같았다. 그가 상좌에 앉자 여러 비구들은 제각기 경례하고 차례로 앉았다. 왕은 존자 핀돌라를 보매 머리는 희고 몸은 푸리티카[ 支] 부처와 같았다. 머리 대어 그 발에 예배한 뒤,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존자 얼굴을 바라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왕위에 있어 이 쟘부드비이파를 통솔하지만

그것으로 기쁨이라 하지 않나니

이제 존자님 뵈었기 때문이네.

 

내 이제 존자님 뵈옵게 되매

그건 바로 산 부처님 뵈온 것이네.

그러므로 내 마음 기뻐 뛰는 것

왕 자리 얻음보다 더한 것이네.

 

왕은 다시 존자에게 물었다.

'존자는 삼계(三界)의 우러러 받드는 세존님을 뵈었나이까.'

때에 존자 핀돌라는 눈으로 눈섭을 들고 왕을 보면서 말하였다. 즉

 

나는 일찍 여래 뵈오매

이 세상에는 짝할 이 없었나니

그 몸은 황금빛이요

서른 두 가지 상호(相好) 있으며

 

얼굴은 깨끗한 보름달로서

맑은 음성은 부드럽고 연하며

모든 번뇌의 시달림 항복 받아

언제나 적멸(寂滅)에 계셨느니라.

 

왕은 다시 물었다.

'존자는 어디서 부처님을 뵈었나이까.'

'여래께서 五백 아라한과 함께 처음으로 라아자그리하성에 안거(安居)하고 계시었소. 그 때에 나도 그 중에 있었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큰 무니 세존께서는

욕심 떠난 이들에 둘러싸이어

라아자그리하성에 계시어

여름 석달의 안거를 지내셨네.

 

그 때에 나도 거기에 있어

언제나 여래 곁을 떠나지 않았거니

대왕이여, 그러므로 알아야 하네.

내 눈으로 참 부처님 뵈었느니라.

 

'또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에 계실 때에, 크게 신력을 일으켜 갖가지로 변화하시고, 모든 부처님 형상을 지어 모든 곳에 두루 계시었는데, 아카니스타바[阿迦尼] 하늘에까지 이르렀소. 그 때에 나도 거기 있어, 여래의 갖가지 변화와 신통 모양을 뵈었소.'

 

여래의 신통 힘은

모든 외도 항복 받네.

부처님 시방(十方)에 노닐으실 때

나는 그 모양 친히 보았네.

 

'다시 여래께서는 천상에서 그 어머니를 위해 설법하셨는데 그 때에 나도 거기 있었소. 어머니를 위한 설법을 마치시고는 여러 하늘들을 데리고 천상에서 사앙카아샤국[僧迦 國]으로 내려오셨소. 그 때에 나는 이 두 가지 일을 보았소. 즉 하늘나라 사람들은 복과 즐거움을 받았고, 또 웃팔라[優波羅] 비구니는 전륜성왕으로 화(化)해, 한량없는 권속을 데리고 허공을 타고 와서 세존께 나아갔는데 나도 그것을 보았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천상에 계시면서

거기서 여름 안거 지내셨나니

나도 또한 거기 있어

무니 권속이었네.

 

'또 세존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에서 五백 아라한들과 함께 계시었소. 그 때에 외로운 이 돕는 장자 딸은 마침 푼다바르다나국(富樓那跋陀那國)에 있으면서 부처님과 비구들을 청하였소. 때에 여러 비구들은 허공을 타고 거기로 갔는데 나는 신력으로 큰산과 합해서 거기 가서 공양을 받았소. 때에 세존께서는 나를 꾸짖으시면서

<너는 어찌하여 그런 신족을 부리는가. 내가 너를 벌주리라. 너는 언제나 이 세상에 있어 열반에 들지 못할 것이니 내 바른 법을 보호해 멸하게 하지 말라>고 하시었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五백 비구와 함께

그 여자 청을 받았다.

그 때에 나는 신력으로써

큰산을 끼고 거기 갔나니

 

세존께서는 내게 벌주시되

세상에 있어 열반에 들지 말고

내 바른 법을 보호해 가져

그 법이 사라져 다하게 하지 말라했소.

 

'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성에 들어가 밥을 비시었소. 그 때에 왕은 두 소년과 함께 모래밭에서 놀다가,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모래를 떠서 부처님께 바쳤었소. 세존께서는 그 소년을 예언하시었소. 내가 세상을 떠난 지 백년 뒤에, 이 소년은 파아탈리풋트라읍에서 왕위를 받아 쟘부드비이파를 통솔하리니, 이름을 아쇼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샤리이라를 널리 펴고 하룻동안에 八만 四천 탑을 지을 것이라고 하시었소. 지금의 왕이 곧 그 소년이오. 나도 그 때에 거기 있었소.'

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은 소년 때에

모래를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왕을 예언하실 때

나도 바로 거기 있었네.

 

때에 왕은 존자에게 아뢰었다.

'존자는 지금 어디서 머무르고 계십니까.'

북쪽 산에 있소. 산 이름은 챤다마아다나[ 陀摩羅]인데, 범행(梵行)을 닦는 여러 중들과 같이 있소.'

왕은 다시 물었다.

'권속은 얼마나 됩니까.'

'六만 아라한 비구요.'

존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자꾸 물을 것 없소. 지금 준비해서 중들에게 공양하시오. 공양을 마치면 왕을 기쁘게 할 것이오.'

왕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여, 그런데 나는 먼저 부처님께 깨달음을 얻게 한 보리 나무에 공양한 뒤에,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중들에게 베풀겠습니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나라 경계에 외치게 하였다. 즉 '왕은 지금 十만량 금을 내어 중들에게 보시하고 천 항아리 향기로운 물을 보리 나무에 대며, 다섯 무리들을 모두 모으신다'고. 때에 쿠나알라[拘那羅]라는 왕자는 왕 오른쪽에 있다가, 두 손가락만 들고 말을 하지 않았다. 두 배 공양을 청한 뜻이었다. 대중은 그것을 보고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왕도 또한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하였다.

'오오 그렇다! 왕자여, 공덕을 많이 지어야 공양이 있는 것이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나는 다시 三十만량 금으로 중들에게 공양하고 다시 천 항아리 향기로운 물을 더 내어 보리 나무를 목욕시키리라.'

왕자는 다시 네 손가락을 들었다. 네 곱을 뜻한 것이다. 왕은 화를 내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왕자에게 이런 일을 시켜 나와 다투게 하였는가.'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누가 감히 왕과 다투려 하겠나이까. 그러하온데 왕자는 총명하고 슬기로운 성질로서 공덕을 더 짓게 하기 위해 그런 일을 한 것입니다.'

때에 왕은 오른쪽으로 왕자를 돌아보면서 상좌에게 아뢰었다.

'내 창고 물건을 제하고는 그 밖의 일체 물건, 즉 쟘부드비이파에 있는 부인과 채녀, 모든 신하와 권속, 그리고 쿠나알라 왕자까지 성스러운 중들에게 보시하겠나이다.'

그리고 온 나라에 외쳐 모든 다섯 무리들을 모으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 창고의 물건을 제하고는

부인과 채녀와

일체 백성을

성스러운 중에게 보시하노니

내 몸과 왕자도

또한 버려 다 주노라.

 

때에 왕과 상좌와 비구중들은 항아리의 향기로운 물로서 보리 나무를 목욕시켰다. 보리 나무는 곱이나 아름답게 자라서 무성하였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위없는 이를 깨달으시게 한

보리 나무를 목욕시키자.

나무는 더욱 더 무성해지고

가지와 잎사귀는 부드럽고 연하여라.

 

때에 왕과 신하들은 매우 기뻐하였다. 왕은 보리 나무를 목욕시키고 다시 여러 중들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에 상좌 야샤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많은 비구 중이 모였소. 순수히 믿는 마음으로 공양하시오.'

왕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손수 공양하였다. 때에 두 사미(沙彌)는 음식을 얻어서는 각각 밀가루로 환희환(歡喜丸)을 만들어 서로 던지고 있었다. 왕은 그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이 사미중은 어린애 장난을 치는구나.'

공양이 끝나 왕이 도로 상좌 앞에 섰을 때, 상좌는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그들에게 믿거나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내지 마시오.'

왕은 상좌에게 대답하였다.

'공경하지 않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두 사미를 보매 어린애 장난을 치는 것이 마치 세간 어린애가 흰떡을 가지고 서로 던지는 것처럼, 그 두 사미는 밀가루를 가지고 환희환을 만들어 서로 던지고 있었습니다.'

상좌는 왕에게 말하였다.

'그 두 사미는 다 구해탈(具解脫)한 아라한이오. 서로 음식을 보시한 것이오.'

왕은 이 말을 듣고 믿는 마음을 더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두 사미는 능히 계속해서 서로 보시하였다. 나도 이제 일체 중에게 비단과 무명을 보시하리라'고. 그 때에 두 사미는 왕의 생각을 알고 서로 말하기를 '왕으로 하여금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곱이나 더하게 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한 사미는 솥을 가져다 왕에게 주고 한 사미는 물감을 가져다 왕에게 주었다. 왕은 그 사미에게 물었다.

'이것을 가지고 무엇하라 하는가.'

두 사미는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우리로 인해 여러 중들에게 비단과 무명을 보시하였습니다. 우리는 대왕이 그것을 물들여 여러 중에게 보시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마음에는 있었으나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이 두 통달한 선비는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얻어 내 마음을 아는구나'고. 왕은 곧 머리를 조아려 중들에게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공작(孔雀) 종족으로

안팎 친한 권속들

이 보시로 말미암아

모두 큰 이익을 얻었나니

좋은 복밭 만나거든

즐거이 언제나 보시하라.

 

때에 왕은 사미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들로 인해 승의(僧衣)를 보시하였다.'

왕은 승의를 보시한 뒤에 다시 세 가지 옷과 四억만량의 보배로 다섯 무리들에게 보시하고, 보시한 뒤에는 다시 四十억만량의 보배로 쟘부드비이파의 궁녀(宮女)와 채녀와 태자와 신하들을 도로 찾았으니, 아쇼카 왕의 지은 공덕은 한량없기 이와 같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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