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아들을 안고 나타난 부인과 장모를 물리치는 승가마존자

다르마 러브 2013. 9. 5. 10:47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승가마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장자의 아들은 곧 도를 닦게 되었다. 그는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이기면서 수행하여 그 법의 결과를 떠나 도를 배우는 목적을 따라, 나고 죽음이 이미 없어지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그는 한적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여래는 세상에 모처럼 나오신다. 마치 우둠바라 꽃이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는 모처럼 세상에 나오신다. 일체의 행이 사라지기도 어렵고 생, 사를 뛰어 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욕망이 다하고 탐욕이 없어진 열반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 때에 승가마의 장모는 그 사위가 도인이 되어 탐욕에 집착하지 않고 가정의 번거로움을 버리고 또 자기 딸을 침 뱉듯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 딸에게 가서 물었다.

"네 남편은 참으로 도인이 되었는가."

딸은 대답하였다.

"나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도인이 되었습니다."

"너도 지금 좋은 옷으로 장엄하고 이 아들을 안아라. 딸아, 저 승가마에게 가자."

그 모녀는 함께 승가마에게로 갔다. 그때에 승가마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었다. 그 모녀는 그 앞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 어머니는 승가마의 머리에서 발까지 바라보다가 그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왜 내 딸과 말하지 않는가. 이 아이는 네게서 났다. 너의 지금 소행은 참으로 도리가 아니다. 누구의 용서도 받지 못할 것이다.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행실이 아니다."

때에 존자 승가마는 곧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이 밖에는 다시 착한 일없다

이 밖에는 다시 묘한 일없다

이 밖에는 다시 옳은 일없다

이 보다 나은 착한 생각 없다.

 

그 장모는 말하였다.

"내 딸이 무슨 죄가 있고 무슨 법답지 않은 일이 있기에 그것을 버리고 집을 떠나 도를 배우는가."

그 때에 승가마는 곧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냄새 나는 곳에서 더러운 짓하고

성을 잘 내고 거짓말 좋아하며

질투하는 마음 옳지 않다고

이것은 여래의 말씀이시다.

 

"홀로 내 딸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것이다. 이 슈라아바스티이의 사람들로서 내 딸을 보는 이는 모두 정신이 홀려 통정하고 싶어하기를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과 같고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없어 모두 집착하는 생각을 낸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이것을 버리고 도를 배우며 또 비방까지 하는가. 만일 네가 내 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네가 낳은 자식을 네 호적에 올릴 것이다."

승가마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게는 아들도 딸도 없으며

농사도 재물도 보배도 없고

또 저 사내종 계집종도 없으며

권속이나 또 시중꾼도 없다.

 

혼자 살면서 짝 지을 이 없이

한적한 곳을 즐겨 하나니

사문의 법을 행하고

바른 부처님 도 구하느니라.

 

아들을 두고 딸을 두는 것

어리석은 자들의 하는 짓이다

나는 언제나 내 몸도 없거니

어떻게 아들이나 딸이 있으랴.

 

그 모녀는 이 게송을 듣고 제각기 생각하였다. '저런 뜻을 본다면 결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고. 그들은 다시 승가마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살펴보다가 길이 탄식하고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였다.

"저이는 몸과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이 법이 아니다. 단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승가마를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그 모녀를 만나 물었다.

"혹 아까 승가마를 만났는가."

할머니는 대답하였다.

"만나기는 했지만 만난 것이 아닙니다."

"말이나 해 보았는가."

"말은 해 보았지만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존자 아아난다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불로 하여금 물을 내게 하고

물로 하여금 불을 내게 하는 것은

공(空)한 법을 있게 하려는 것이요

욕심 없는 이를 욕심 내게 하려는 것과 같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걸식을 마치고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돌아와 승가마에게로 가서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진여(眞如)의 법을 알았는가."

승가마는 대답하였다.

"진여의 법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진여의 법을 깨달았는가."

승가마는 대답하였다.

"몸은 덧없는 것이다. 이 덧없는 이치는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음은 곧 공(空)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다 덧없는 것이다. 이 덧없는 이치는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나>가 없으며 <나>가 없음은 곧 공이다. 이 다섯 가지 쌓임은 덧없는 이치요 덧없는 이치는 괴로움의 이치다. 나는 그의 것이 아니요, 그는 내것이 아니다."

승가마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괴로움과 괴로움은 서로 내나니

괴로움 벗어남도 그와 같도다

저 성현의 여덟 가지 길

그것은 열반으로 이르게 한다.

 

다시는 이 생(生)에 돌아오지 않고

천상과 인간을 돌아다니다

장차 괴로움의 근본 없애고

영원히 쉬어 옮겨가지 않으리.

 

나는 이제 저 공(空)의 자취 보았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네

이제는 아라한을 이루었나니

다시는 중생의 태 받지 않으리.

 

그 때에 아아난다는 찬탄하였다.

"착하다, 진여의 법을 능히 잘 깨달았구나."

아아난다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범행의 자취를 잘 지키고

또한 능히 그 도를 잘 수행하여

일체의 결박을 끊어 버렸네

그는 부처님의 참 제자로다.

 

아아난다는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그 동안의 사실을 전부 세존께 사뢰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공정하게 아라한을 논하려 한다면 바로 승가마 비구라고 말해야 할 것이요, 악마의 권속을 항복 받은 이도 비로 이 승가마 비구니라. 왜 그러냐 하면 승가마 비구는 일곱 번 가서 마군을 항복 받고 당장 도를 이루었고 지금부터 일곱 번 듣고 도를 이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한정을 지낸다면 그것은 법이 아니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에서 능히 마군을 항복 받고 당장 도를 이룬 비구는 바로 승가마가 그 첫째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01 하~702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4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