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오신통을 얻었으면서 속퇴했다가, 재출가하여 아라한이 된 상사리불존자

다르마 러브 2013. 9. 5. 10:4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쿠루우수의 법행성(法行城) 안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상사리불(象舍利弗)은 법복을 버리고 속인 생활로 돌아갔다.

어느 때에 아아난다는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차츰 상사리불 집에 이르렀다. 때에 상사리불은 두 여자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아아난다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걱정하면서 매우 불쾌히 생각하였다. 상사리불은 아아난다를 보고 매우 창피스러워 딴 자리로 옮겨 앉았다.

아아난다는 걸식을 마치고 성을 나와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아까 성에 들어가 걸식하면서 차츰 상사리불 집에까지 이르렀다가, 그가 두 여자 어깨를 붙잡고 있는 것을 보았사온데, 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걱정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것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였느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저는 생각하였나이다. '상사리불은 꾸준히 노력하고 들은 것이 많으며 성품과 행실이 부드럽고 화하고, 항상 범행인들을 위해 설법하여도 싫어할 줄 몰랐는데, 어째서 지금 법복을 버리고 속세 생활을 즐기는가.'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매우 걱정하였나이다. 그리고 그 상사리불은 큰 신력과 한량없는 위덕이 있었나이다. 저는 생각하건대 '일찍 그가 석제환인과 변론하는 것을 보았거늘 왜 지금은 애욕을 즐기어 악을 행하는가.'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그는 아라한이 아닐 뿐이다. 대개 아라한이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을 즐기지 않는다. 아아난다야, 너는 지금 걱정할 것 없다. 상사리불은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여기 와서 번뇌를 없애고 번뇌 없는 행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상사리불은 전생의 업에 끄을렸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뿐이요 지금은 행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니 반드시 번뇌를 없앨 것이다."

때에 상사리불은 이레 뒤에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다시 물러앉아 세존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끝자리에 앉아 사문의 행을 닦기를 허락하소서."

그 때에 상사리불 비구는 곧 사문이 되어 그 자리에서 이내 아라한이 되었다.

때에 상사리불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어떤 범지는 상사리불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석종(釋種)의 제자들은 없는 곳이 없고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리고 우리들이 행하는 주술(呪術)을 멸망시킨다. 나는 지금 이 성안의 사람들을 향해 저 사문의 허물을 폭로하리라.'

그리하여 그 범지는 성중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혹 상사리불을 보았는가. 그는 옛날 '나는 아라한이다.'고 스스로 일컫다가 중간에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더니, 이제 다시 사문이 되어 집집으로 걸식하면서 거짓으로 청렴 결백한 체 하지마는 여자들만 보면 욕정을 일으킨다. 그래서 동산으로 돌아가서도 여색만을 생각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치 약한 나귀가 짐을 질 수 없어 가만히 누워 있는 것처럼, 저 석종의 제자도 그와 같아서 거짓으로 걸식을 꾸미지마는, 여자들만 보면 이리 저리 생각하고 상상한다."

때에 상사리불은 이 범지의 비방하는 소리를 듣고 곧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매우 어리석어 질투하는 마음을 낸다. 그리고 남이 이양을 얻는 것을 보면 아까워하고 시기하지마는, 만일 자기가 이양을 얻으면 곧 기쁜 마음으로 속인들 시주에게 가서 남을 비방한다. 나는 지금 악을 짓지 않도록 그것을 제어해 그로 하여금 한량없는 죄를 받지 않도록 하리라.'

그 때에 상사리불을 공중에 날아올라 범지에게 말하였다.

 

눈도 없고 교묘한 방편도 없이

나쁜 생각으로 범행을 헐뜯는구나

쓸데없는 일을 스스로 지으면

언제나 지옥의 고통받으리.

 

상사리불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제자리로 도로 돌아갔다.

그 때에 성중 사람들은 그 범지의 비방하는 말을 듣고 또 상사리불의 게송을 듣고는 제각기 생각하였다. '만일 범지의 말과 같다면 그는 나중에 신통을 나타내어 따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간 것을 보았다.'

때에 많은 사람들은 서로 이끌고 상사리불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물었다.

"혹 아라한으로서도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수가 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아라한으로서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일은 없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그러면 아라한은 혹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미 아라한이 되었으면 계율을 범하지 않느니라."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배움 자리[學地]에 있는 사람은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합니까."

상사리불을 대답하였다.

"배움 자리에 있는 사람이면 전생 인연으로 말미암아 계율을 범하는 수가 있느니라."

그들은 다시 아뢰었다.

"존자는 전에는 아라한으로서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스스로 누리다가 왜 지금은 집을 나와 도를 배우십니까. 본래는 신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그렇습니까."

그 때에 상사리불은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세속 선정에는 아무리 놀아도

마침내 번뇌를 못 벗어나며

생각이 끊어진 도를 얻지 못하면

다시 다섯 가지 향락에 떨어진다.

 

섶나무가 없으면 불붙지 않고

뿌리 없으면 가지 생기지 않고

돌 계집은 아이를 밸 수 없나니

아라한은 번뇌를 받지 않는다.

 

그 때에 사람들은 다시 상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는 전에 아라한이 아니었습니까."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전에는 아라한이 아니었다. 거사들이여, 알아야 한다. 다섯 가지 신통과 여섯 가지 신통은 각각 다르다. 나는 이제 열 한 가지 신통을 설명하리라. 대개 다섯 가지 신통을 가진 선인(仙人)은 욕심 세계의 욕망이 이미 다해 혹 그 위의 세계에 나더라도 다시 욕심 세계에 떨어진다. 그러나 여섯 가지 신통을 가진 여래 제자의 아라한은 번뇌가 다한 신통을 얻어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반열반하느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우리가 들은 상사리불님의 말씀대로 한다면, 이 세상에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습니다."

상사리불은 대답하였다.

"그렇다. 너희들 말과 같다.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는 아라한은 없다. 아라한으로서 행하지 않는 열 한 가지 법이 있다. 열 한 가지란 어떤 것인가.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법복을 버리고 세속 생활로 도로 돌아가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더러운 행을 익히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살생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도둑질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음식을 남겨 두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저희끼리 서로 돕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마침내 의심이 없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다른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결코 열 한 가지 일에는 살지 않는다.'는 것이니라."

그들은 아뢰었다.

"우리들이 존자의 말을 듣고 또 외도 이학을 관찰하여 보매 그것은 아무 것도 없는 빈 병을 보는 것 같으며 또 지금 안법[內法=불법]을 관찰하매 그것은 꿀 병과 같아서 달고 맛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바른 법도 그와 같습니다. 지금 저 범지는 한량없는 죄를 받을 것입니다."

그 때에 상사리불은 허공에 날아올라 가부하고 앉아,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피차 어느 것이 중요한 줄 모르고

저 외도들의 주술을 익히면서

피차에 서로 어지러이 싸우는 곳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짓 않느니라.

 

그 때에 쿠루사 사람들은 상사리불에게 아뢰었다.

"그 훌륭한 변설에는 진실로 따르기 어렵습니다. 마치 장님에게 눈을 주고 귀머거리를 듣게 하는 것처럼, 지금 존자의 말씀도 그와 같아서 무수한 방편으로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오늘 여래님과 법과 비구 중에게 귀의하게 하셨습니다. 원컨대 세 존자께서는 우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우리는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에 상사리불은 그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여 기쁜 마음을 내게 하였다. 그들은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발아래 예배하고 떠났다.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범지들이 상사리불을 비방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말을 듣고 '상사리불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거늘 하물며 함께 변론하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는 곧 세존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여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대개 평등한 아라한을 논하려면 상사리불을 말하는 것이 옳으니라.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상사리불은 이미 아라한을 이루어 옛날부터 아라한이라고 이름하여 전해 오는 것을 그는 지금 다 얻었기 때문이다.

세속의 다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 아니기 때문에 뒤에 가서 반드시 도로 잃어버리지마는 여섯 가지 신통은 진실한 행이다. 왜 그러냐 하면 저 상사리불은 먼저는 다섯 가지 신통을 가졌으나 지금은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기 때문이다. 너도 상사리불을 따르도록 공부하라. 이것이 그 도리이니 부디 생각하고 받들어 행하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96 상~797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393~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