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리 비구의 죽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박칼리는 중한 병에 걸려 대소변 위에 누워 있으면서 칼로 자살하려 하였으나 일어나 앉을 기운조차 없었다. 존자 박칼리는 그 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칼을 가지고 오너라. 나는 자살하고 싶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 중에서 믿음의 해탈을 얻은 사람으로 나 위에 갈 사람은 없지마는 아직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 제자들로서 고뇌를 당할 때에는 칼로 자살하려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 목숨으로는 도저히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갈 수 없다.”
때에 박칼리 제자는 집을 떠난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이승, 저승도 알지 못하고,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가는 것도 알지 못하며, 또 여기서 죽어 저기서 나는 것도 알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곧 칼을 주었다.
박칼리는 손에 칼을 잡고 견고한 믿음으로서 칼로 자신을 찔렀다. 그리고는 생각하였다.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 중에서 하는 일이 법답지 않으며 나쁜 이익만 얻고 좋은 이익은 얻지 못하였다. 그리고 여래의 법안에서 증명을 얻지 못한 채 목숨을 마치는 것이다.’ 때에 그는 다시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였다.
‘이것은 몸이다, 이것은 몸의 원인이다, 이것은 몸의 아주 사라짐이다, 이것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다, 이것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의 원인이다, 이것은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이 아주 사라짐이다.’
그는 이 다섯 가지 쌓임을 깊이 생각하고 ‘생긴 모든 법은 모두 죽는 법이다’고 알았다. 그리고 곧 번뇌에서 마음이 해탈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남음 없는 열반의 세계에서 반열반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귀로 존자 박칼리가 칼을 찾아 자살하였다는 말을 들으시고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한 곳에 모아라. 나는 분부할 것이 있다.”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의 분부를 받고 곧 모든 비구들을 보집강당(普集講堂)에 모았다. 그는 돌아가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 비구들이 모두 한 곳에 모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박칼리 비구의 절로 가셨다. 그 때에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존자 박칼리의 신식(神識)이 어디 있는가를 알려고 하였다. ‘인간에 있는가,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에 있는가, 하늘, 용, 귀신,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마후라가, 야차에 있는가. 지금 그 신식은 끝내 있는가, 어디서 놀고 있는가’고, 동, 서, 남, 북, 四유, 상, 하를 두루 찾아 보았으나 신식이 있는 곳은 알 수 없었다. 파아피이야스는 몸만 시달리고 있는 곳은 알지 못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그 절로 갔다.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신식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절 안에서 어떤 큰 소리를 듣는가. 또는 어떤 괴상한 빛을 보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저것은 악마 파아피이야스가 박칼리의 신식이 있는 곳을 알려고 하는 것이다.”
존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박칼리의 신식이 어디 있는가를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박칼리 비구의 신식은 영원히 집착하는 데가 없어졌다. 그 선남자는 이미 열반에 들어 그렇게 계속할 것이다.”
존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그 박칼리 비구는 언제 그 네 가지 진리를 깨달았나이까.”
“오늘 그 진리를 깨달았다.”
“그 비구는 앓은 지 이미 오래 되었나이다. 그는 본래 범인(凡人)이었나이까.”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다만 그 비구는 괴로움을 꺼린 지 이미 오래였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여러 제자 중에서 믿음의 해탈을 얻은 이로서는 내가 제일이다. 그러나 아직 번뇌에서 마음의 해탈을 얻지 못하였다. 나는 이제 칼을 구해 자살한다’고 하였다.
그 비구가 자살하려고 하였을 때에 다섯 가지 쌓임을 생각하였다. 즉 ‘이것은 몸이다, 이것은 몸의 원인이다, 이것은 몸의 아주 사라짐이다’고. 그 비구가 이것을 생각하였을 때에 모든 존재의 원인 되는 법은 아주 다 없어졌다. 그래서 그 비구는 이미 반열반한 것이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642 하~643 상 ;『한글 증일아함경』1, pp. 359~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