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불과 다른 제자들 1) 사리불과 만원자의 변론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만원자(滿願子)는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고향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라아자그리하에서 九十일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세간에 노닐면서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오셨다. 다른 비구들도 제각기 흩어져 세간에서 노닐다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어디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저희들은 고향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나이다."
"너희들 고향 비구 중에는 누가 능히 스스로도 아라냐를 향하고 또 아라냐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도 걸식하고 남도 걸식하게 하되 때를 어기지 않으며 스스로도 누더기 옷을 입고 남도 누더기 옷을 입게 하며 스스로도 만족할 줄 아는 행을 닦고 또 만족할 줄 아는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도 욕심이 적은 행을 칭찬하였는가.
또 스스로 한적한 곳을 즐겨 하고 남도 한적한 곳을 즐기게 하며 스스로 자기 행을 지키고 남도 그의 행을 지키게 하며 스스로 계행이 청정하고 남도 계행을 닦게 하며 스스로 삼매를 성취하고 남도 삼매를 닦게 하며 스스로 지혜를 성취하고 남도 지혜를 닦게 하며 스스로 해탈을 성취하고 남도 해탈을 성취하게 하며 스스로 해탈지견을 성취하고 남도 그 법을 성취하게 하며 몸소 교화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만원자는 비구는 여러 비구들 중에서 능히 교할할 수 있나이다. 스스로 아라냐를 행하고 또 아라냐 행을 칭찬하며 스스로 누더기옷을 입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며 용맹하게 정진하고 걸식하며 한적한 곳을 즐겨 하고 계율, 삼매, 지혜, 해탈, 해탈지견을 성취하였으며, 또 남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하고 스스로 능히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싫어하지 않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그 곁에 조금 있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님에게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다가 생각하였다. '만원자는 지금 좋은 이익을 한껏 얻었다. 왜 그러냐 하면 여러 범행 닦는 비구들도 그 덕을 칭찬하고 또 세존께서도 그 말에 옳다고 하시면서 거슬리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그를 만나 서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때에 만원자는 고향의 교화를 마치고 세간에 노닐다가 세존님께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만원자는 그 설법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안다 동산으로 갔다.
그 때에 어떤 비구는 만원자가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동산으로 가는 것을 보고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항상 칭찬하시는 만원자는 지금 막 여래님의 설법을 듣고 동산으로 갔습니다. 존자는 때를 알아하십시오."
샤아리푸트라는 이 비구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쉬이다나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갔다.
그 때에 만원자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있었다. 샤아리푸트라도 어떤 나무 밑에서 단정히 앉아 생각하고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만원자에게로 가서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만원자에게 물었다.
"어떻소, 만원자님. 세존님을 의지해 범행을 닦으면 제자가 될 수 있는가."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소."
"세존님을 인해 청정한 계율을 닦게 되는가."
"아니오."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소견이 청정하기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망설임이 없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행이 청정하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러면 도 안에서 지혜가 청정하여야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그러면 지견이 청정하기 때문에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
"아니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내가 이제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내가 '지혜와 마음의 청정과 도와 지견의 청정으로 범행을 닦을 수 있는가'고 물었을 때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하였소. 그러면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여래님 밑에서 도를 닦고 있는가."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는 소견을 청정하게 하며 소견이 청정한 이치는 망설임 없음을 청정하게 하고 망설임 없음이 청정한 이치는 행을 청정하게 하며 행이 청정한 이치는 도를 청정하게 하고 도가 청정한 이치는 지견을 청정하게 하며 지견이 청정한 이치는 열반으로 들어가게 하오. 이것이 이른바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게 된다는 것이오."
"당신이 지금 말한 그 뜻을 무엇이오."
"나는 지금 비유를 들어 그 뜻을 설명하겠소.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그 뜻을 이해하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오.
마치 지금 프라세나짓 왕이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밧지국으로 가는 그 중간에 수레 일곱 대를 벌려 놓았소. 그 왕은 슈라아바스티이를 나와 먼저 첫째 수레를 타고 둘째 수레로 가서 둘째 수레를 타고는 첫째 수레는 버리오. 조금 나아가 셋째 수레를 타고는 둘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더 나아가 넷째 수레를 타고는 셋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더 나아가 다섯째 수레를 타고는 넷째 수레는 버리오. 더 나아가 여섯째 수레를 타고는 다섯째 수레는 버리오. 다시 나아가 일곱째 수레를 타고는 여섯째 수레는 버리고 밧지국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오.
그 왕이 궁중에 들어갔을 때 만일 누가 '대왕은 오늘 어떤 수레를 타고 이 궁전으로 왔느냐'고 묻는다면 그 왕은 무어라고 대답하겠는가."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 나는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나와 먼저 첫째 수레를 타고 둘째 수레로 왔고, 둘째 수레는 버리고 셋째 수레에 탔으며 셋째 수레는 버리고 넷째 수레를 탔고, 넷째 수레는 버리고 다섯째 수레를 탔으며, 다섯째 수레는 버리고 여섯째 수레를 탔고 여섯째 수레는 버리고 일곱째 수레를 타고 밧지국에 도착하였다'고 대답하겠소. 왜 그러냐 하면 앞 수레로 말미암아 둘째 수레로 왔고 이렇게 계속해 서로 말미암아 그 나라고 갔기 때문이오. 만일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만원자는 말하였다.
"계율의 청정한 이치도 그와 같소. 마음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소견이 청정해지고 소견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을 버려 청정하게 되며 망설임의 없음으로 말미암아 행이 청정하게 되고 행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도가 청정하게 되며, 도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지견이 청정하게 되고 지견의 청정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오, 그래서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 것이오.
왜 그러냐 하면 계율의 청정한 이치는 즉 받아들이는 모양이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그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마음의 청정한 이치도 즉 받아들이는 모양이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그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내지 지견의 이치도 또한 받아들임이니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소. 그리고 열반은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는 것이오.
만일 계율이 청정하면 여래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을 것이오. 범부도 또한 열반을 얻을 수 있소. 왜 그러냐 하면 범부도 또한 계법이 있기 때문이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차례를 따라 도를 이루어 열반 세계에 이른다는 것이오. 그러므로 오직 계율의 청정만으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아니오.
마치 七층 다락 위에 오르려고 하면 반드시 차례를 따라야 오르게 되는 것처럼, 계율이 청정하다는 이치도 그와 같아서, 거기서 마음에 이르고 마음으로 말미암아 소견에 이르며 소견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이 없는 데에 이르고 망설임의 없음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행에 이르며, 깨끗한 행으로 말미암아 도에 이르고 깨끗한 도로 말미암아 지견에 이르며 지견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샤아리푸트라는 곧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오. 그 이치를 잘 설명하였소. 당신 이름은 무엇이오. 여러 범행 비구들은 당신을 누구라고 부르오."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만원자요. 어머니 성은 만타아니오."
"장하고 장하오. 만원자님은 우리 성현의 법 중에서는 아무도 짝할 이가 없소. 마음에는 단 이슬을 품고 있어 끝없이 펴서 설명하였소. 나는 지금 매우 깊은 이치를 물었는데 당신은 모두 연설하였소. 모든 범행인들이 당신을 머리에 이고 세상을 돌아다니더라도 그 은혜는 갚지 못할 것이오. 누구라도 와서 친하고 문안하는 이가 있으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이오. 나는 지금 그 가르침을 받고 좋은 이익을 얻었소."
"장하고 장하오. 당신 말과 같소. 당신 이름은 무엇이며 여러 비구들은 무엇이라 부르오."
"내 이름은 우파팃사요 어머니 이름은 샤아리며 비구들은 나를 샤아리푸트라라고 부르오."
만원자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어르신네[大人]와 변론하였습니다. 아까는 법의 큰 주인이 여기 오신 줄을 몰랐습니다. 만일 존자 샤아리푸트라님께서 여기 오신 줄 알았다면 그런 변론으로 서로 문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자는 그런 깊은 이치를 물었고 나는 곧 대답하였습니다. 장합니다. 샤아리푸트라님은 부처님 제자 중에서 가장 우두머리로서 언제나 단 이슬 법으로서 스스로 즐겨 하십니다.
여러 범행인들이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해 동안 세상을 다니더라도 그 잠깐 동안의 은혜를 갚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존자님에게 와서 문안하고 친근하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나도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 때에 이 두 현자는 그 동산에서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 두 사람은 각각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34 상~735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162~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