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고독장자 3) 부처님께서 급고독 장자의 며느리를 교화함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며느리를 보았는데 이름을 선생(善生)이라 하였다. 그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은 도화색 같았다. 프라세나짓 왕 대신의 딸로서 그 성받이를 기대고 뛰어난 종족을 믿어,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불, 법, 승을 섬기지 않으며 또 거룩한 세 분을 공손히 받들지 않았다.
때에 아나아타핀디카 장자는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근자에 며느리를 보았사온데, 그는 프라세나짓 왕의 첫째 대신의 딸로서 그 성받이를 믿고, 거룩한 세 분과 장로와 존, 비를 받들어 섬기지 않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기쁘게 하시면, 그 마음은 열리고 뜻은 풀릴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장자의 말을 허락하셨다.
때에 장자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비구 중과 함께 저의 초청을 받아 주소서."
장자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좋은 자리를 편 뒤에 때가 된 것을 알리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청을 받아 주소서. 음식은 이미 갖추어졌나이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앞, 뒤로 둘러싸이어 장자 집에 이르러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장자는 따로 작은 자리를 가져다 여래님 앞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선생에게 말씀하셨다.
"장자 며느리야, 알아야 한다. 대개 부인으로서 네 가지 법이 있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 있고 친척과 같은 부인이 있으며 도적과 같은 부인이 있고 종과 같은 부인이 있느니라.
너는 지금 알아야 한다. 어머니와 같은 부인은, 때를 따라 남편을 보살펴 모자람이 없게 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한다. 그 때에 모든 하늘은 보호하고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것들은 그 틈을 타지 못하며 죽으면 곧 천상에 난다. 장자 며느리야, 이것을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그 어떤 이를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 하는가. 장자 며느리야, 남편을 보고는 마음에 변동이 없어, 고, 락을 같이하는 것이니, 이것을 친척과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 하는가. 장자 며느리야, 그는 남편을 보면 곧 성을 내고 남편을 미워하며, 받들어 섬기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지 않고, 남편을 보면 곧 해치려 한다. 그리하여 마음이 딴 곳에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친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과 친하지 않으며,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여러 하늘이 보호하지 않으며 나쁜 귀신이 침해한다. 그리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들어간다. 그것을 도적과 같은 부인이라 하느니라.
어떤 이가 종과 같은 부인인가. 그 현명하고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때를 따라 보살피고 말을 참아 끝내 갚지 않으며 추위와 고통을 참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거룩한 세 분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존재하여 내가 존재하고 이것이 쇠하면 나도 쇠한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이 옹호하고 사람이면서 사람 아닌 것들도 모두 사랑하고 생각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다.
장자 며느리야, 이것이 이른바 네 종류 부인이 있다는 것인데 지금 너는 그 어디에 속하는가."
때에 그 여자는 세존님의 이 말씀을 듣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나이다. 지금부터는 항상 예법을 행하여 종과 같이 되겠나이다."
때에 선생 부인은 그 남편에게 돌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말하였다.
"원컨대 보살피기를 종과 같이 하겠습니다."
선생 여인은 다시 세존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차례로 설법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요 음행은 큰 더러움이다.'하셨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 여자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린 줄을 알으시고 그를 위해 모든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두 말씀하셨다. 그 여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 옷은 쉽게 물들어 빛깔을 이루는 것처럼, 그도 그와 같아서 온갖 법을 분별하고 깊고 묘한 이치를 잘 이해하였다. 그리고 거룩한 세 분에게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선생 여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820 하~821 상 ;『한글 증일아함경』2, pp. 485~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