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9) 병으로 삼매에 들지 못해 번민하는 비구를 깨우쳐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습파서(阿濕波誓)는 동쪽 동산에 있는 녹모 강당에 있었는데 그는 몸에 중병이 걸려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다. 존자 부린니(富隣尼 : 富樓那)가 그를 간호해주고 있었다.……(이 사이에 세 가지 느낌에 대한 말에서부터 고통이 점점 심해질 뿐 조금도 차도가 없다고 한 데까지는 앞의 발가리경[跋迦梨修多羅]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을 고쳐먹거나 후회하지 말라.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실로 마음이 바뀌어 후회가 됩니다.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계율을 깨뜨린 적이 없는가?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계율을 깨뜨린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계율을 깨뜨리지 않았는데 왜 마음을 고쳐먹고 후회하느냐?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병이 들기 전에는 몸이 편하고 즐거워 정수(正受:禪定)를 많이 닦아 익혔으나, 이제 저는 다시는 그 삼매에 들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이제 삼매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겠는가?'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아습파서야, 너는 '색(色)은 곧 나[我]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느냐?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으셨다.
너는 '수(受)․상(想)․행(行)․식(識)은 곧 나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느냐?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미 '색은 곧 나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지 않았고, '수․상․행․식은 곧 나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지 않았는데 왜 마음을 고쳐먹고 후회하느냐?
아습파서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바르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습파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 삼매가 견고하고 삼매가 평등하며, 만약 그 삼매에 들지 못하더라도 그는 '나는 삼매에서 타락하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제자로서 '색(色)은 곧 나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지 않고, '수․상․행․식은 곧 나이다, 나와 다르다, 둘이 합쳐진 것이다'라고 보지 않으며, 다만 다음과 같이 깨달아 알아야 한다.
탐욕이 영원히 다하여 남은 것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도 영원히 다하여 남은 것이 없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영원히 다하여 남은 것이 없으면,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고 번뇌 없이 심해탈(心解脫)․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안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습파서는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을 얻게 되어 기뻐 뛰면서 좋아하였다. 그는 그렇게 기뻐하고 좋아서 뛰었기 때문에 몸의 병이 곧 완쾌되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어 존자 아습파서를 기쁘게 해주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阿濕波誓經 대정장 2/267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495~1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