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記 4. 이러한 여러 견해에 대하여 왜 말씀하시지 않는가
그 때 출가한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께서는 이런 견해에 대해서 어떤 잘못을 보셨기에 이러한 여러 견해에 대하여 전혀 말씀하시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출가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이러한 견해, 즉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견해이고, 이것은 곧 관찰한다는 견해이며, 이것은 곧 흔들리는 견해이고, 이것은 곧 더러운 견해이며, 이것은 곧 결박하는 견해이다. 이것은 괴로움이고, 이것은 걸리는 것이며, 이것은 번뇌이고, 이것은 열(熱)로서 견해가 얽매이는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고 들은 게 없는 무식한 범부는 미래 세상에서 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의 번민이 생기느니라.
바차 종족아, 만약 '세간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끝이 있다, 끝이 없다,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목숨은 곧 몸이다, 목숨과 몸은 다르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견해이며,……(내지)…… 근심․슬픔․괴로움의 번민이 생기느니라.
출가한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출가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미 다 보았다. 출가한 바차 종족아, 여래의 견해는 이른바 '이것은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다,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거룩한 진리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사라짐에 대한 거룩한 진리이다, 이것은 괴로움이 사라지는 길에 대한 거룩한 진리이다'라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았기 때문에, 일체의 견해․일체의 감정․일체의 출생․일체의 나․내 것이라는 견해․잘난 체하는 거만 등으로 인해 얽매이고 집착하는 번뇌를 끊고, 그것들을 고요하고 시원하고 진실하게 한다. 이와 같이 해탈한 비구에게는 태어난다고 해도 옳지 않고, 태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옳지 않다.
바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어째서 태어난다고 해도 옳지 않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네 생각나는 대로 대답하라. 바차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네 앞에서 불을 사르는 것과 같다. 너는 그 때 그 불이 타는 것을 보겠느냐? 또 네 앞에서 불이 꺼지면 너는 불이 꺼지는 것을 보겠느냐?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묻기를 '아까는 불이 탔었는데 지금은 그 불이 어디에 있는가? 동쪽으로 갔는가, 아니면 서쪽․남쪽․북쪽으로 갔는가?'라고 한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만일 누가 저에게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내 앞에서 불이 탄 것은 섶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섶을 계속해서 대주지 않으면 불은 곧 아주 꺼져버리고 다시는 타지 않을 것이다. 동쪽이나 서쪽․남쪽․북쪽으로 갔다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말했다. 즉 '색(色)이 이미 끊어진 줄을 벌써 알았고, 수(受)․상(想)․행(行)․식(識)도 이미 끊어진 줄을 벌써부터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근본을 끊는 것이 마치 다라나무 밑동을 끊은 것과 같아서 다시는 움이 틀 거리가 없으니, 앞으로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동쪽․서쪽․남쪽․북쪽으로 갔다고 하면 그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니라.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비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바차 종족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적절한 때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바차 종족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비유하면 여기에서 가까운 성읍(城邑)의 어느 마을에 좋고 깨끗한 땅이 있고 거기에 견고림(堅固林)이 있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견고나무가 한 그루가 나서 수천 년의 오랜 세월 동안 지내오면서 가지와 잎은 말라 떨어졌고 껍질은 썩었지만, 오직 줄기만은 홀로 서 있는 것과 같이 구담이시여, 여래의 법과 율은 모든 가지와 잎은 떠나고 오직 빈 줄기만 굳건히 혼자 서 있나이다.
(見經 대정장 2/245 하~246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369~1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