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리

연기법(緣起法) (4) 매우 깊고 깊은 것으로서 보통 사람이 능히 밝혀 펼 수 없는 인연법

다르마 러브 2013. 8. 28. 15:28

"지금 인연법을 설명하리니 잘 기억하고 그 행을 닦아 익혀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인연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무명을 인연하여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의식이 있으며, 의식을 인연하여 이름과 물질이 있고 이름과 물질을 인연하여 여섯 감관이 있으며, 여섯 감관을 인연하여 닿임이 있고 닿임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욕망이 있고 욕망을 인연하여 잡음이 있으며, 잡음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생이 있으며 생을 인연하여 늙음, 병, 죽음과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리하여 다섯 쌓임의 몸을 이루었느니라.

무명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고통을 모르고 그 원인과 그 사라짐과 그 사라지는 길을 모르는 것이니 이것을 무명이라 한다. 행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몸의 행, 입의 행, 뜻의 행이니 이것을 행이라 하느니라.

의식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가지 알음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의 알음이다. 이것을 의식이라 한다. 이름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느낌, 상상, 기억, 닿임, 생각이니, 이것을 이름이라 한다. 물질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요소와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이니, 이것을 물질이라 하며 물질과 이름은 각각 다르므로 이름과 물질이라 하느니라.

여섯 감관이란 무엇인가. 안의 여섯 감관이니, 여섯이란 이른바, 눈, 귀, 코, 혀, 몸, 뜻의 감관이다. 이것을 여섯 감관이라 한다. 닿임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섯 닿임의 몸이다. 여섯 닿임이란 즉 눈, 귀, 코, 혀, 몸, 뜻의 닿임이니 이것을 닿임이라 하느니라.

느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느낌이다. 어떤 셋인가. 즉 즐거운 느낌, 괴로움 느낌,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니 이것을 느낌이라 한다. 욕망이라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욕망의 몸이 그것이니, 욕심 세계의 욕망, 형상 세계의 욕망, 무형 세계의 욕망이니라.

잡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네 가지 잡음이 그것이다. 어떤 넷인가. 즉 욕심 세계의 잡음, 소견의 잡음, 계율의 잡음, <나>의 잡음이다. 이것을 네 가지 잡음이라 한다. 존재란 무엇인가. 이른바 세 가지 존재이다. 어떤 셋인가. 욕심 세계의 존재, 형상 세계의 존재, 무형 세계의 존재이니 이것을 존재라 한다. 생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생이란 어느 집에 태이어 갖가지 존재를 받아 다섯 쌓임을 얻고 여섯 감관을 받는 것이니 이것을 생이라 하느니라.

늙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중생들의 몸에서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세며 기력이 쇠하고 감관이 무르녹으며, 수명이 날로 줄어들어 본래의 정신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중생들이 받은 몸의 온기가 없어지면서 덧없고 변하여 다섯 친척이 각기 흩어지며 다섯 쌓임의 몸을 버리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니, 이것을 죽음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그러므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라 하느니라.

이것이 인연법으로서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모든 부처 여래가 큰 자비를 일으켜 수행해야 할 일을 나는 이제 마쳤다. 너희들은 나무 밑이나 한데서나 혹은 무덤 사이에서 이것을 생각하고 좌선하면서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지금 부지런히 힘쓰지 않으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으리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인연법을 설명하셨나이다. 그러하오나 제가 관찰하오매 그다지 깊은 이치가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그런 생각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이 十二 인연법은 매우 깊고 깊어 보통 사람으로서 능히 밝게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옛날 이 인연법을 깨닫기 전에는 생, 사에 흘러 다니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아아난다야, 이 인연법이 그다지 깊지 않다고 말한 것은 비단 오늘 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말하리라.

지나간 세상에 수염이라는 아수라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바다 밖으로 나가 해와 달을 붙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변화시킨 몸이 아주 커서 바다 물이 허리와 가지런하였다.

그 때에 그 아수라왕의 아들 구나라는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나도 지금 바다 물에 목욕하고 싶습니다.'

수염은 말하였다.

'바다에 들어가 목욕하려고 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바다 물은 매우 깊고 또 넓어 결코 거기서 목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나라는 아뢰었다.

'나는 지금 그 물이 대왕의 허리와 가지런한 것을 보는데 왜 매우 깊다고 말하십니까.'

그래서 아수라왕은 곧 아들을 붙잡아 바다에 넣었다. 아들은 그 발이 물 밑에 닿지 않자 매우 겁이 났다. 때에 수염은 아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 바다 물이 매우 깊다고 너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였거니와 오직 나만이 바다에 목욕을 할 수 있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때에 수염 아수라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달리 생각하지 말라. 그는 곧 나이니라. 그리고 그 때의 그 아들은 바로 너이니라. 그 때에 내가 바다 물이 매우 깊다고 할 때 너는 두려울 것 없다고 말하더니, 지금 또 매우 깊은 十二 인연법을 너는 그다지 깊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구나. 모든 중생들은 十二 인연법을 알지 못하고 생, 사에 헤매면서 거기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 행의 근본을 알지 못하여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고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면서 영원히 다섯 가지 번뇌 속에 있으니 벗어나기를 구하지마는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나도 처음에 불도를 이루었을 때 十二 인연을 깊이 생각하였기 때문에, 악마의 권속들을 항복 받고 무명을 없애어 지혜의 밝음을 얻어 온갖 어두움이 아주 없어지고 티끌과 때가 없어졌느니라.

또 아아난다야, 나는 네 가지 진리를 세 번 설명하고 이 十二 인연법을 말하여 곧 도를 깨닫게 하였다. 이 사실로서도 十二 인연법은 매우 깊고 깊은 것으로서 보통 사람이 능히 밝혀 펼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매우 깊은 이 十二 인연법을 생각하여 받들어 행하고 그와 같이 공부하기를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대정장 2/797 중~798 상 ;『한글 증일아함경』2, pp. 397~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