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이여, 제가 사문 구담을 뵈오니,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미 옷이 입혀져 있고, 옷을 걸치려고 생각하면 이미 옷이 걸쳐지며, 방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방에서 나와 있고, 동산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동산에서 나와 있으며, 길을 걸어 마을에 이르러 마을로 들어갈 마음을 가지면 어느새 마을에 들어가 있으며, 거리에 있다가 집으로 들어갈 마음을 내면 어느새 집으로 들어가 있고, 평상을 바로 잡으려 하면 어느새 평상이 바로 잡혀 있고, 앉으려는 마음을 내면 어느새 앉아 있고, 손을 씻으려 하면 어느새 손이 씻어지고, 음식을 받고자 하면 어느새 음식을 받고, 먹으려 하면 이내 먹으며, 손을 씻고 주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서 나오고자 하면 어느새 집에서 나와 있으며, 거리에서 마을로 나오려 하면 어느새 마을을 나와 있고, 동산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어느새 동산으로 들어가며,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어느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옷을 입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되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하며, 옷이 몸에 달라붙지도 않고, 바람이 불어도 몸에서 옷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언제나 새 옷을 지을 적에는 성인들을 따라 칼로 마름질하여 나쁜 빛깔로 물을 들입니다. 이와 같이 그 성인은 나쁜 빛깔로 물을 들입니다. 그가 옷을 가지는 것은 재물을 위해서도 아니요, 뽐내기 위해서도 아니며, 자신의 몸을 꾸미기 위해서도 아니요, 장엄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모기 등에에게 물리지 않고 바람과 햇볕을 가리기 위해서이며, 또 부끄러워서 그 몸을 가리는 것입니다.
그는 방을 나올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방을 나올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만약 걸어가려 할 때에는 먼저 오른발을 듭니다. 바르게 들어 바르게 놓아 걸어갈 때 요란스럽지 않고, 또한 비틀거리지도 않으며, 복사뼈가 서로 부딪치지도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걸어갈 때 먼지에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원래 잘 걸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동산을 나올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동산을 나올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마을에 이르러서는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관찰하되 마치 용처럼 관찰하며 두루두루 관찰하여 살피고,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도 않으며, 또한 놀라지도 않고 사방을 관찰합니다. 왜냐 하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을로 들어갈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마을로 들어갈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그는 거리에 있을 때에도 굽어보거나 우러러보지 않으며, 오직 곧바로 보아 그 사이에 아는 바와 보는 바에 걸림이 없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모든 감각기관이 언제나 고요합니다. 왜냐 하면 원래 잘 행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집으로 들어갈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집으로 들어갈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몸을 돌려 오른쪽으로 돌아 평상을 바루고 앉습니다. 그는 자리 위에서 온몸에 힘을 주고 앉지도 않고, 또한 손으로 무릎을 괴고 앉지도 않습니다. 그는 자리에 앉은 뒤에는 답답해하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또한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씻을 물을 받을 때에는 높이 들지도 않고 낮게 들지도 않으며, 많이 받지도 않고 적게 받지도 않습니다.
그는 음식을 받을 때에도 그릇을 높이 들지도 않고 낮추지도 않으며, 많이 받지도 않고 적게 받지도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음식을 받을 때 발우에 가득 채우지 않으며, 국도 음식과 비등하게 받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단식을 반듯하게 다듬어서 천천히 입에 넣습니다. 단식( 食)을 입에 넣기 전에는 입을 벌리지 않고, 입에 넣은 뒤에는 세 번 씹은 뒤에 삼키고, 밥이나 국이 없어도 또한 씹으며, 입안에 나머지가 조금 있을 때 다시 단식을 넣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3사(事)가 청정한 음식으로써 맛을 얻고자 하고, 그 맛에 집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가 음식을 얻는 것은 재물로 삼기 위해서도 아니요 뽐내기 위해서도 아니며, 겉치레하기 위해서도 아니요 장엄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다만 몸을 보존하여 오래 살면서 병이 없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으로써 묵은 질병[故疹]을 낫게 하고 새로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목숨을 보존하고 병이 없게 하며, 기운이 있고 쾌락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식사하기를 마치고 손 씻을 물을 받을 때에는 그릇을 높이 들지도 않고 낮게 들지도 않으며, 물을 많이 받지도 않고 적게 받지도 않으며, 발우 물을 받을 때에도 그릇을 높이 들지도 않고 낮게 들지도 않으며, 많이 받지도 않고 적게 받지도 않습니다. 그는 손을 깨끗이 씻은 뒤에 발우도 깨끗이 씻고, 발우를 깨끗이 씻은 뒤에는 또 그 손도 깨끗이 씻으며, 손을 닦은 뒤에는 곧 발우를 닦고 발우를 닦은 뒤에는 곧 손을 닦습니다. 그는 발우를 씻고, 닦은 발우를 한쪽에 가만히 두되 가까이 두지도 않고, 멀리 두지도 않으며, 발우를 자주 살펴보지도 않고, 또 발우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이 음식을 비방하지도 않고, 저 음식을 찬양하지도 않으며, 다만 잠자코 있을 뿐입니다.
그는 모든 거사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합니다. 한량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한 뒤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갑니다.
그는 집을 나갈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시여, 사문 구담은 집을 나갈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그는 거리에 있으면서는 굽어보지도 않고, 우러러보지도 않으며, 오직 곧바로 보는데 그 중간에 알고 보는 바에 장애가 없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모든 감각기관이 언제나 일정합니다. 왜냐 하면 원래 잘 행하여 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을을 나갈 때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마을을 나갈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그는 동산으로 들어갈 때에도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지 않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동산으로 들어갈 때 끝내 몸을 구부리지 않습니다.
그는 점심 뒤에는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고는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걸치고,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세상을 요익하게 하기 위하여 방에 들어가 고요히 앉습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해질 무렵에 연좌(宴坐)에서 일어나면 얼굴에 광택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여덟 가지 음성을 냅니다.
첫째 심심(甚深), 둘째 비마루파(毘摩樓?), 셋째 입심(入心), 넷째 가애 (可愛), 다섯째 극만(極滿), 여섯째 활구(活瞿), 일곱째 분료(分了), 여덟째 지(智)입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즐겨하며 생각하는 것으로서 그 마음의 선정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이 대중을 따라 설법하면 그 음성은 대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오직 대중들에게만 들립니다.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합니다. 한량없는 방편으로써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못내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한 뒤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스승님이여, 사문 구담은 그 형상이 이러하며, 이보다 뛰어난 점들만 있습니다. 어르신이여, 저는 저 사문 구담에게 나아가 그를 따라 범행을 배우고 싶습니다."
범지 범마가 말하였다.
"네 마음대로 하라."
이에 우다라 마납은 범지 범마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 바퀴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을 따라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어 세존을 따라 범행 닦기를 원하나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우다라 마납을 제도하여 도를 배워 구족계를 받게 하시었다. 우타라 마납을 제도하여 도를 배워 구족계를 받게 한 뒤에, 세존께서는 비타제국( 陀提國)에 노니시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점점 앞으로 나아가 미살라의 대천내림(大天林)에 머무르셨다.
대정장 1/686 하~687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186~1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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