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선업님. 병환은 좀 덜하십니까. 지금 그 병은 어디서 났습니까. 몸에서 났습니까. 마음에서 났습니까.”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코오시카[拘翼=석제환인의 다른 이름]여. 모든 법은 스스로 나고 스스로 멸하며, 모든 법은 스스로 서로 움직이고 스스로 쉬는 것이다. 코오시카여, 마치 독약이 있으면 다시 그 독을 제하는 약이 있는 것처럼,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히고 법과 법은 스스로 고요해진다. 법은 법을 낸다. 검은 법은 흰 법으로써 다스리고 흰 법은 검은 법으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탐욕의 병은 더럽다는 생각으로 다스리고 성내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며 어리석은 병은 지혜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이와 같이 모든 소유(所有)는 다 공(空)으로 돌아간다. 즉 나도 없고 남도 없으며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으며 선비[士]도 없고 지아비[夫]도 없으며 얼굴[形]도 없고 모양[像]도 없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이다.
석제환이여, 마치 바람이 큰 나무를 넘어뜨리면 가지와 잎사귀는 말라 떨어지고 눈과 우박이 곡식을 때리면 꽃과 열매가 처음에는 무성하였으나 물이 없으면 스스로 시들다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시들었던 싹이 다시 나서 사는 것처럼 석제환이여, 그와 같이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혔다가 법과 법은 서로 안정시킨다. 내가 전에 앓던 아픔과 고통은 지금은 다 사라져 다시는 근심과 괴로움이 없다.”
석제환인은 아뢰었다.
“나도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이 있었는데 이제 그 법을 듣고 나니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실없이 많아 이제 천상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전에도 일이 있었지마는 여러 하늘 일이 실없이 많습니다.”
수부우티는 말하였다.
“이제 갈 때가 되었으니 가도록 하라.”
때에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부우티 앞으로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났다.
대정장 2/575 하;『한글 증일아함경』1, pp. 1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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