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전사[戰鬪活] 마을의 촌장이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공손히 문안드렸다. 문안을 드리고 나서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래 전에 어떤 늙고 덕 있는 전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만일 전사이라면 몸에 갑옷을 껴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장사(將士)가 되어 선봉에 서서, 수단과 방편을 다해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면 그는 이 업보(業報)가 연(緣)이 되어 전항복천(箭降伏天)에 태어난다.'
이런 이치에 대하여 구담의 법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전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묻자, 부처님께서도 두 번 세 번 그만두게 하셨는데도 오히려 질문을 그만두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을 것이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촌장이여, 그대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전사가 몸에 갑옷을 입고 전사의 선봉이 되어, 수단과 방편을 다하여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어찌 상해(傷害)하려는 마음을 먼저 일으켜, 저들을 결박하고 칼을 씌워 찔러 죽이려는 마음을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싸움을 하게 되면 세 가지 악을 짓게 되나니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악한 인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전항복천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이치가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옛날의 늙고 덕 있는 전사가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만일 전사들이 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적을 향해 선봉에 서서, 수단과 방편을 다하여 원수인 적을 잘 무찌르면, 그 사람은 그 인연 때문에 전항복천에 태어난다'고 그러한 말을 하였다면, 그것은 삿된 견해이니, 이러한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은 틀림없이 지옥이나 축생, 이 두 곳에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저 촌장은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었다.
부처님께서 마을 주인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아까 그대에게 두 번 세 번 '그만두어라. 너를 위해 말하지 않으리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구담의 말씀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여러 늙고 덕 있는 전사들이 어리석고 미련하며, 착하지도 못하고 분별하지도 못해서, 오랜 세월 동안 저를 속여 이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만일 군인으로서 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는 예리한 무기를 들고 적을 향해 선봉에 서서……(내지)……전항복천에 태어난다.'
그래서 저는 슬피 우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분명히 생각하나이다.
'저 전사들이 악한 업의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전항복천에 난다는 것은 그럴 이치가 없다.'
구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온갖 악업(惡業)을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그 때 촌장인 전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하고 떠나갔다.
戰鬪活經 대정장 2/227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268~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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