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사리불존자 6) 사리불의 사자후

다르마 러브 2013. 9. 4. 14:3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지금 슈라아바스티이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나이다. 이제는 세상에 나가 놀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샤아리푸트라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떠났다.

샤아리푸트라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는 샤아리푸트라를 비방하려고 세존께 사뢰었다.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과 다투고도 참회하지 않고 지금 세상에 나가 놀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샤아리푸트라를 부른다고 일러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와 아아난다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이리 모이게 하라.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는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모여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여래께서 보고자 하십니다."

샤아리푸트라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는 내게 와서 말하였다.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다른 비구들과 다투고도 참회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 놀려 하나이다'라고 했으니 과연 그런가."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여래님 생각에 맡기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은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한 것을 알려야 할 것이다."

샤아리푸트라는 사뢰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나이 八十이 가까웠나이다. 그러나 늘 생각하나이다. 일찍 살생한 일이 없고 거짓말한 일이 없나이다. 장난으로도 거짓말하지 않았고 또 남들과 다투지 않았나이다. 비록 마음이 온전하지 않은 때라도 늘 이런 행이 있었을 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나는 지금 마음이 깨끗 하온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나이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고 더러운 것도 받으며 똥, 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으며, 고름, 피, 침, 가래 따위도 거절하지 않으면서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그것은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이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하오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르나이다.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저 물은 좋은 물건도 깨끗이하고 나쁜 물건도 깨끗이 하면서 '나는 이것은 깨끗이하고 이것은 그만 둔다'고 말하지 않나이다. 저도 그와 같이 다른 생각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 수 있겠나이까.

또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모두 태우면서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다른 생각이 없나이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나이까. 또 소제할 때에는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고 닦아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소는 두 뿔이 없으면 매우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서 잘 다루어지고 마음대로 따르므로 아무 어려움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내 마음도 그와 같아서 해칠 생각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놀겠나이까.

또 찬다알라 여자는 헤어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 아무 거리낌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남과 다투고 멀리 나가 놀 생각은 없나이까. 또 기름 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으면 눈 가진 사람은 군데군데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모두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에서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오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서로 다투겠나이까.

또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그것을 괴로워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괴로워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나이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서로 다투고 멀리 나가 놀겠나이까. 그것은 그럴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알으소서. 그 비구도 그런 줄 알 것이옵니다. 만일 제가 그런 일이 있사오면 그 비구는 제 참회를 받아야 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네가 참회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일어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는 이제 샤아리푸트라님께 잘못한 줄 알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샤아리푸트라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 비구는 곧 샤아리푸트라에게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샤아리푸트라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저는 미련하여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샤아리푸트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비구의 참회를 받고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라.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샤아리푸트라는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들어주오.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 같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곧 뉘우칠 줄 알았소. 장하오. 나는 이제 그대 참회를 받소.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마시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허물 범하지 마시오. 왜 그러냐 하면 여섯 가지 법이 있어서 지옥에 나게 하기도 하고 천상에 나게 하기도 하며 열반에 이르게 하기도 하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지옥에 들게 하는가. 남을 해치려 하고 그 마음을 내면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모르오. 다른 사람을 시켜 남을 해치려 하고 거기서 해칠 마음을 내어 남을 해치면 못내 기뻐하오. 대답하지 못할 것을 물으리라 하여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사람을 좋은 곳에 나게 하는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며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목숨이 청정하여, 해칠 마음이 없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좋은 곳에 나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어떤 여섯 가지 법이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고,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익을 얻으면 남과 고루 나누어 아까워하지 않으며 계율을 받들어 가져 흠이 없는 것이니 지혜로운 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오.

이러한 계행을 완전히 갖추고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성현의 해탈로써 괴로움의 근본을 없애고, 그런 소견을 분명히 알면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오.

비구여,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비구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오."

그 때에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샤아리푸트라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참회합니다. 미련하고 미혹하여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샤아리푸트라님은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그대의 참회를 들어주오.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 때에 그 비구는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12 하~713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