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나바탑타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세 가지 밝음과 여섯 가지 신통이 자유로와 마음에 두려움이 없었다. 오직 한 비구가 그렇지 않았으니 그이는 아아난다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일곱 가지 보배로 줄기가 된 금련화에 앉으시고 五백 비구들도 각각 보배 연꽃에 앉았다.
그 때에 아나바탑타 용왕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거룩한 대중들을 둘러보고는 사뢰었다.
"나는 지금 이 대중을 보오매 빠진 이가 있나이다.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이 보이지 않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한 비구를 보내어 샤아리푸트라님을 불러오게 하소서."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제타숲 절에서 낡은 옷을 깁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말하라. '아나바탑타 용왕이 보고 싶어한다'고."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제타숲 절에 가서 샤아리푸트라에게 말하였다.
"여래님의 분부가 있소. '아나바탑타 용왕이 보고 싶어한다'고 하시었소."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당신은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여러 대중들과 아나바탑타 용왕은 오래 동안 존안(尊顔)을 못 뵈었으므로 지금 뵈옵고 싶어하오. 원컨대 곧 갑시다. 시간을 보내지 마시오."
"당신은 먼저 가시오, 나는 뒤에 가리다."
"어떻소, 샤아리푸트라님. 신통으로 나를 이길 수 있겠소. 그러면서 나를 먼저 가라 하는가요. 만일 샤아리푸트라님이 곧 일어나지 않으면 나는 당신 팔을 붙잡고 저 아나바탑타로 가겠소."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생각하였다. '지금 모옥갈라아나는 일부러 나를 시험해 놀리는 것이다'고. 그는 몸소 갈지띠를 풀어 땅에 두고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신통이 제일이거든 이 띠를 들어 땅에서 떨어지게 하시오. 그런 뒤에 내 팔을 붙잡고 저 아나바탑타로 데리고 가시오."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생각하였다. '지금 샤아리푸트라는 나를 놀린다. 서로 겨뤄 보자는 것인가. 지금 띠를 풀어 땅에 두고 이것을 든 뒤에 내 팔을 붙잡고 저 우물로 데려 가라고 한다'고.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라. 그러나 어려울 것이 없다'고.
그는 곧 팔을 펴 띠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털끝만큼도 그 띠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힘을 다해 띠를 들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그 띠를 집어 잠부 나뭇가지에 매어 두었다.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그 실력을 다해 들려 하였으나 마침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막 그 띠를 들려 할 때에 남섬부주가 크게 진동하였다.
샤아리푸트라는 생각하였다. '모옥갈라아나 비구는 이 남섬부주도 진동시키는데 하물며 이 띠를 못하겠는가. 나는 이제 이 띠를 두 천하에 매어 두리라'고. 그러나 모옥갈라아나는 곧 그것을 들었다. 다시 세 천하, 네 천하에 매어 두었으나 마치 가벼운 옷을 들 듯이 들었다.
이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생각하였다. '모옥갈라아나 비구가 네 천하를 넉넉히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제 이 띠를 저 수미산 중턱에 매어 두리라'고.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저 수미산과 四천왕 궁전과 三十三천 궁전까지 모두 흔들었다.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그 띠를 천 세계에 매어 두었다. 모옥갈라아나는 또 그것을 움직였다.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그 띠를 二천 세계, 三천 세계에 매었다. 모옥갈라아나는 또 그것을 움직였다.
그 때에 온 천지가 진동하였다. 그러나 오직 여래께서 앉아 계시는 아나바탑타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장사가 나뭇잎을 희롱하면서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과 같았다.
그 때에 아나바탑타 용왕은 세존님께 사뢰었다.
"지금 이 천지가 왜 진동하나이까."
세존께서는 용왕을 위해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용왕은 사뢰었다.
"그 두 사람의 신력은 어느 편이 낫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샤아리푸트라 비구의 신력이 크니라."
"세존께서는 전에 '모옥갈라아나 비구는 신통이 제일이어서 그 보다 나은 이가 없다'고 말씀하셨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용왕은 알아야 한다. 네 가지 신통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자재삼매신력, 정진삼매신력, 마음삼매신력, 시험삼매신력이다. 용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가지 신통의 힘이니라. 만일 어떤 비구, 비구니로서 이 네 가지 신력을 친하고 수행하여 버리지 않으면 그는 곧 신력 제일이니라."
"모옥갈라아나 비구는 그 네 가지 신통을 얻지 못하였나이까."
"모옥갈라아나 비구도 그 네 가지 신통과 힘을 얻어 그것을 친하고 수행하여 조금도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목숨을 붙잡아 한 겁을 더 살려 하여도 능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샤아리푸트라가 드는 삼매의 이름을 모르느니라."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다시 생각하였다. '저 모옥갈라아나는 이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움직여 고물 거리는 벌레가 헤아릴 수 없이 죽는다. 그러나 나는 직접 들었다. 여래님 자리를 움직일 수 없다고. 나는 이제 이 띠를 여래님 자리에 매어 두리라.'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또 신통으로 그 띠를 들려 하였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모옥갈라아나는 생각하였다. '나는 신통에서 물러난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띠를 들려 하여도 움직일 수 없구나. 나는 이제 세존께 나아가 그 이유를 여쭈어 보리라.'
모옥갈라아나는 그 띠를 버려두고 곧 신통으로 세존께 나아갔다. 그는 멀리서 샤아리푸트라가 여래님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생각하였다. '세존님 제자 중에서 신통으로는 나보다 나은 이가 없다. 그런데 나는 샤아리푸트라 보다 못한가'고.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는 신통에서 물러나지 않았나이까. 왜 그런가 하오면 저는 제타숲 절로 먼저 떠났고, 샤아리푸트라는 뒤에 떠났사온데 지금 샤아리푸트라 비구가 먼저 와서 여래님 앞에 앉아 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신통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다만 샤아리푸트라가 들어간 신통의 삼매 법을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는 지혜가 한량이 없고 마음의 자재를 얻었기 때문에 너는 샤아리푸트라의 마음의 자재를 따르지 못한다. 샤아리푸트라의 마음은 신통의 자재를 얻었다.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법이 곧 자재를 얻었느니라."
모옥갈라아나는 곧 잠자코 있었다.
그 때에 아나바탑타 용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생각하였다. '지금 샤아리푸트라 비구는 신통이 불가사의하여 그가 들어간 삼매의 이름도 모옥갈라아나는 알지 못한다'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나바탑타 용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를 기뻐하게 하시고, 또 계율을 말씀하셨다. 이른 아침에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친히 '내 성문 중에서 신통의 제일로는 바로 모옥갈라아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샤아리푸트라 보다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비구들은 모옥갈라아나에 대해서 업신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이 비구들은 모옥갈라아나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진다. 그 죄가 한량없을 것이다'고. 곧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신력을 나타내어 이 대중들에게 보여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도록 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옥갈라아나는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곧 그 앞에서 사라져 동방으로 일곱 항하 모래알 같은 부처님 나라를 지나갔다. 그 나라에는 기광(奇光)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가 있었다. 모옥갈라아나는 보통 옷으로 그 나라에 가서 그 여래의 바로 가장자리 뒤를 거닐고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몸이 매우 컸었다.
그 때에 그 비구들은 모옥갈라아나를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벌레를 보라. 꼭 사문 같구나."
비구들은 그 벌레를 집어 부처님께 보이면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벌레는 꼭 사문 같나이다."
그 때에 기광 여래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방으로 일곱 항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지나 그 세계에는 석가모니,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부처님이 계시다. 이 이는 바로 그 부처님의 제자로서 신통이 제일이니라."
그리고 그 부처님께서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시었다.
"지금 이 비구들은 너를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너는 신통을 나타내어 이 대중에게 보여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옥갈라아나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바루에다 그 五백 비구들을 얽어 담아 가지고 범천으로 갔다. 그는 왼쪽 다리를 수미산에 올려놓고 오른쪽 다리를 범천에 붙이고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언제나 생각하고 정진을 더해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여
마군들의 원한을 항복 받기를
갈구리로 코끼리 다루듯 하라.
만일 능히 이 법안에서
방일하지 않기를 닦아 행하면
그는 이 괴로움을 아주 벗어나
다시는 온갖 번뇌 받지 않으리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의 이 소리는 제타숲 절에까지 두루 울리었다. 비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세존께 사뢰었다.
"모옥갈라아나는 지금 어디서 이 게송을 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모옥갈라아나는 이 부처 세계에서 동방으로 일곱 항하 모래알 같은 세계를 지나 거기 있으면서 노끈으로 그 五백 비구들을 얽어 가지고 왼쪽 다리는 수미산에 올려놓고 오른쪽 다리는 범천에 붙이고 그 게송을 읊었느니라."
비구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놀랍나이다. 모옥갈라아나는 그런 신통이 있었사온데 저희들은 그에 대해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졌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 비구로 하여금 그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이리 오게 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도의 힘을 멀리 나타내어 모옥갈라아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셨다. 모옥갈라아나는 五백 비구들을 데리고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돌아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수천만 대중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모옥갈라아나는 五백 비구를 데리고 세존께로 나아갔다.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들은 그 비구들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동방 세계 비구들은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는가. 누구 제자인가. 도중에서 며칠이나 걸렸는가."
五백 비구들은 사뢰었다.
"저희들은 동방 세계에 있나이다. 그 곳 부처님 이름은 기광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그 제자입니다. 그러하오나 저희들은 오늘 어디로 왔으며 며칠이나 걸렸는지 모르겠나이다."
"너희들은 부처님 세계를 아는가."
"모르나이다, 세존이시여."
"너희들은 지금 그 세계로 가고 싶은가."
"그렇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해 여섯 가지 요소의 법을 설명하리니 잘 명심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요소의 법이라 하는가. 비구들이여, 알라. 여섯 가지 요소로 된 사람은 부모의 정기를 받아 세상에 났다. 그 여섯 가지 요소란 이른바 흙의 요소, 물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 허공의 요소, 의식의 요소이니 비구들이여, 이것을 여섯 가지 요소라 하느니라.
또 사람의 몸은 부모의 정기를 받아 여섯 가지 감관이 생긴다. 여섯 가지 감관이란 이른바 눈의 감관, 귀의 감관, 코의 감관, 혀의 감관, 몸의 감관, 뜻의 감관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이 여섯 가지 감관은 부모로 말미암아 생기게 된다'는 것이니라.
또 여섯 가지 감관을 의지해 곧 여섯 가지 알음이 생긴다. 여섯 가지 알음이란 눈을 의지해 눈의 알음이 있고, 귀의 알음, 코의 알음, 혀의 알음, 몸의 알음, 뜻의 알음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여섯 가지 알음이라 하느니라.
만일 어떤 비구로서 이 여섯 가지 요소, 여섯 가지 감관, 여섯 가지 알음을 알면 그는 여섯 하늘을 건너 다시 몸을 받을 것이요, 만일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여기 와서 나면 총명하고 재주 많아 현재의 몸으로 번뇌를 없애고 열반에 이를 수 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옥갈라아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비구들을 저 부처님 세계로 데려다 주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모옥갈라아나는 다시 그 五백 비구들을 얽어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곧 떠났다. 마치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그 부처님 나라에 이르렀다. 모옥갈라아나는 그 비구들을 거기 두고, 그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 사바세계로 돌아왔다.
그 때에 그 세계 비구들은 그 여섯 가지 요소의 법을 듣고 모든 번뇌가 없어져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제자 중에서 첫째 성문으로서 그 신통을 따를 이 없는 이는 바로 마하아 모옥갈라아나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09 상~710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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