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六권
제 十三 이양품(利養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의 이끗을 받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사람을 함이 없는 곳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저 수라타(修羅陀) 비구가 이끗을 탐내지 않았더라면 마침내 내 법안에서 세 가지 법옷을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수라타 비구는 본디 아라냐 행을 닦을 때에 때가 되면 걸식하였고 한 곳에 한 번 앉았으며 한낮에만 먹었고 나무 밑에 그냥 앉고 한적한 곳을 즐겨 하였으며 다섯 가지 누더기 옷을 입고 세 가지 옷을 가졌으며 무덤 사이를 즐기어 부지런히 고행을 닦는 등 이런 두타행을 행하였다.
그런데 그 때에 수라타 비구는 포호국왕(蒲呼國王)이 날마다 가지고 와서 이바지하는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의 공양을 받았다. 그 때에 그 비구는 그 음식에 맛을 붙여 차차 아라냐 행을 버리게 되었다. 즉 때가 되어 걸식하는 것, 한 곳에 한 번 앉는 것, 한낮에만 먹는 것, 나무 밑에 그냥 앉는 것, 한적한 곳을 즐기는 것, 다섯 가지 누더기 옷을 입는 것, 세 가지 옷을 가지는 것, 무덤 사이에서 부지런히 고행하는 것 등, 이런 일들을 다 버리고 세 가지 옷을 버리고 속인으로 돌아가 백정 노릇으로 수없이 살생하였다. 그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 사실로써 이끗이란 매우 무거워 사람을 바르고 참된 위없는 도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끗을 탐내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거든 그것을 제어하여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겼거든 방편을 구해 그것을 없애야 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한 가지 법을 없애라. 나는 너희들이 ‘신통을 얻어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될 것이다’고 증명하리라. 어떤 것이 한 가지 법인가. 이른바 맛에 대한 욕심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 맛에 대한 욕심을 없애면 나는 너희들이 ‘신통을 얻어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될 것이다’고 증명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들 만일 그 맛에 집착하면
죽어서 나쁜 곳에 떨어지리니
이제 마땅히 그 탐욕을 버려라
그는 이내 곧 아라한이 되리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맛에 집착하는 생각을 버려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의 어떤 장자는 마침 못내 사랑하여 잠깐도 놓지 않던 외동아들을 잃었다. 그는 아들이 죽자 그만 미쳐 두루 돌아다니면서 한 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였다. 그는 사람을 보면 곧 이렇게 말하였다.
“혹 내 아들을 보았는가.”
그는 돌아다니다, 제타숲 절에 이르러 세존에게 나아가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혹 내 아들을 보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왜 얼굴이 좋지 못하고 모든 감관이 어지러운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어떻게 그리 되지 않겠나이까. 왜 그러냐 하오면, 내게는 외동아들이 있었사온데 나를 버리고 죽었나이다. 나는 못내 사랑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었나이다. 그 아들을 슬퍼하는 생각에 나는 미쳤나이다. 나는 이제 사문에게 여쭙나이다. 혹 내 아들을 보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여. 너의 물음과 같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세상의 떳떳한 법이다. 사랑하는 이와 떠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요, 미운 이와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아들이 너를 버리고 죽었으니 어찌 생각나지 않겠는가.”
그 때에 장자는 세존의 말씀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 버리고 물러갔다.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즐거움이다고 말하였다. 이 말은 옳은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그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도박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남자들은 총명하고 지혜로와 모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저들에게 이 뜻을 물어 보리라’고. 그는 곧 놀이터로 가서 그들에게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는 내게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요, 미운 이와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고 하지마는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고 말하였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박꾼들은 대답하였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즐겁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들은 곧 생각하였다. ‘여래 말씀은 절대로 거짓이 아닌 줄을 우리는 잘 안다. 어떻게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데 즐거움이 있겠는가.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그 때에 그들은 슈라아바스티이에 가서 궁문(宮門)밖에 이르러 외쳤다.
“사문 고오타마는 이렇게 가르친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고.”
그 때에 그 말은 슈라아바스티이와 궁중에 두루 돌아 퍼졌다. 때에 왕 프라세나짓[波斯匿王]과 말리카[末利] 부인은 높은 다락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가 프라세나짓왕은 말리카 부인에게 말하였다.
“여보, 사문 고오타마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다 하오.”
부인은 대답하였다.
“저는 여래에게서 그런 말씀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혹 여래께서 그렇게 가르치셨더라도 거기에는 반드시 그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프라세나짓 왕은 말하였다.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이것은 하라. 이것은 버려라’고 가르칠 때에 그 제자가 ‘그리하겠습니다. 스승님’하고 대답하는 것처럼, 지금 그대 말리카도 또한 그와 같구려. 저 사문 고오타마가 비록 그런 말을 하였더라도 그대는 ‘그러하여 틀림이 없고 허망하지 않다’고 하오. 그대는 빨리 떠나오. 잠시도 내 앞에 섰지 마오.”
말리카 부인은 죽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제타숲 절에 계시는 여래에게 가서 내 이름으로 여래 발에 예배하고, 다시 이 뜻을 부처님께 자세히 사뢰어라. 즉 ‘슈라아바스티이의 안과 궁중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문 고오타마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것은 모두 즐겁다니, 그 뜻을 알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과연 그렇게 가르치셨나이까’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거든 너는 받들고 돌아와 내게 말하라.”
때에 죽부 바라문은 부인의 분부를 받고 곧 제타숲 절에 계시는 세존께 나아가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마리카 부인은 세존께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문안 드리나이다. ‘여래께서는 기거가 편안하시고 나들이에 건강하시며 어리석은 이들을 교화하시기에 얼마나 수고하시나이까’고.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슈라아바스티이에는 이런 말이 퍼졌나이다. 사문 고오타마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가르친다 하옵니다. 알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과연 그렇게 가르치셨나이까’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사는 어떤 장자는 외동아들을 잃었다. 그는 그 아들 생각으로 정신 이상이 생겨 동, 서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면 곧 묻는다. ‘누가 내 아들을 보았느냐’고. 그런데 바라문이여,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요, 미운 이와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거기는 아무 즐거움이 없다.
옛날 이 슈라아바스티이에 어떤 늙은 어머니가 죽었다. 그 아들은 미쳐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였다. 또 어떤 늙은 아버지가 죽고 또 형, 제, 자, 매가 모두 죽었다. 저들은 그 죽은 변을 보고 모두 정신에 이상이 생겨 동, 서를 분별하지 못하였다.
바라문이여, 옛날 이 슈라아바스티이의 어떤 사람은 얼굴이 매우 단정한 아내를 새로 맞았다. 그 때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구차해졌다. 그 장인 장모는 그 사람의 가난함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딸을 빼앗아다 다른 이에게 시집보내자’고.
그는 장인 장모가 제 아내를 빼앗아 다른 이에게 주려고 한다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는 날카로운 칼을 옷속에 감추고 곧 처가로 갔다. 그 때에 그 아내는 담 밖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그는 장인과 장모에게 가서 물었다.
‘제 아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장모는 대답했다.
‘자네 아내는 담 밖의 그늘에서 베를 짜고 있네.’
그는 곧 그 아내에게로 가서 물었다.
‘그대 부모는 그대를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려고 하는가.’
아내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런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그는 날카로운 칼을 빼어 아내를 찔러 죽이고 다시 그 칼로 자기의 배를 찌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둘은 함께 죽는다.’
바라문이여, 이 사실로써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것은 괴로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 걱정, 근심은 실로 말할 수 없느니라.”
죽부 바라문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온갖 번뇌는 실로 괴롭고 즐겁지 않나이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나이다. 옛날 내 외동아들이 나를 버리고 죽었나이다. 나는 밤, 낮으로 생각하며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나이다. 그 때에 나는 아이 생각에 정신 이상이 생겨 동, 서로 돌아다니면서 누구나 만나면 물었나이다. ‘누가 내 아들을 보았느냐’고. 지금 사문 고오타마가 하신 말씀은 참으로 옳았나이다. 나라 일이 많아 이만 돌아가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좋을 대로하라.”
그 때에 죽부 바라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말리카 부인에게로 가서 그 동안의 경위를 자세히 아뢰었다.
그 때에 말리카 부인은 다시 프라세나짓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지금 여쭐 일이 있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묻는 대로 대답하소서. 어떠합니까. 대왕은 유리(琉璃) 왕자를 사랑합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못내 사랑하고 생각하여 한시도 잊을 수 없소.”
“만일 왕자에게 무슨 변이 생기면 대왕은 근심하겠습니까.”
“그렇소. 부인이여, 그대 말과 같소.”
“대왕이여, 아셔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데는 근심이 생길 뿐입니다. 어떠합니까, 대왕이여, 이라(伊羅) 왕자를 사랑합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매우 사랑하오.”
“대왕이여, 만일 그 왕자에게 무슨 변이 생기면 대왕은 근심하겠습니까.”
“몹시 근심할 것이오.”
부인은 말하였다.
“이런 까닭으로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데는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은 크샤트리야 종족의 살라타(薩羅陀) 부인을 사랑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몹시 사랑하고 생각하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만일 살라타 부인에게 무슨 변이 생기면 대왕은 근심하시겠습니까.”
“나는 근심할 것이오.”
부인은 말하였다.
“그러므로 대왕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인은 다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저를 사랑하십니까.”
왕은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진실로 사랑하오.”
“만일 제 몸에 무슨 변이 생기면 대왕은 근심하시겠습니까.”
“만일 그대 몸에 무슨 변이 생기면 나는 진실로 근심할 것이오.”
“대왕이여, 이 사실로써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운 이와 만나는 데에는 즐거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으셔야 합니다.”
부인은 다시 말하였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카아시[迦尸]와 코오샬라의 백성들을 사랑하십니까.”
왕은 말하였다.
“나는 카아시와 코오샬라 백성들을 매우 사랑하고 생각하오.”
“그 나라 백성들에게 혹 무슨 변이 생기면 대왕은 걱정하시겠습니까.”
“그 나라 백성들에게 무슨 변이 생기면 내 목숨도 보존될 수 없겠거늘 하물며 걱정이 없겠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그 백성들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나는 알고 있소. 목숨도 보존하지 못하겠거늘 어찌 근심하지 않겠오.”
부인은 말하였다.
“이로써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데는 모두 그런 고통이 있고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에 프라세나짓 왕은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세존 계신 곳을 향해 말하였다.
“참으로 장하고 장하십니다. 세존께서는 그런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사문 고오타마께서 여기 오시면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겠나이다.”
다시 부인에게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전날보다 당신을 더 훌륭하고 어여쁘게 볼 것이요. 입는 옷도 나와 다름이 없게 하겠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리카 부인이 대왕을 위해 그와 이런 이론의 원리를 따졌다는 말을 듣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말리카 부인은 매우 총명하다. 설사 프라세나짓 왕이 내게 그 말을 물었더라도 나는 그의 말대로 왕에게 말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부인이 왕에게 말한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다시 말씀하셨다.
“내 성문 중에서 첫째로 도를 깨달은 우바이로서 믿음이 독실하고 견고한 이는 바로 저 말리카 부인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밧지[拔祗]의 수마아라[尸牧摩羅] 산 귀신숲[鬼林]의 사슴 동산[鹿園]에 계셨다.
그 때에 나쿨라 장자[那憂羅公]는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나는 지금 나이도 늙고 또 병도 있어 온갖 근심과 괴로움이 많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따라 훈교하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긴 밤 동안에 안온케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이 몸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많다. 믿어 할 것이 없다. 다만 엷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었을 뿐이다. 장자여, 알라. 그 몸을 의지하는 이는 실로 잠시 동안의 즐거움은 있을지라도 그것은 어리석은 마음으로서 지혜로운 사람이 귀히 여기는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장자여, 비록 몸에는 병이 있더라도 마음에는 병이 없게 하라. 장자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장자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존자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이 이치를 물으리라’고. 이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나쿨라 장자는 샤아리푸트라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샤아리푸트라는 장자에게 물었다.
“얼굴에 기쁜 빛이 있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니 반드시 그럴 이유가 있겠구나. 장자여, 그대는 부처님에게서 법을 들었는가.”
장자는 아뢰었다.
“존자 샤아라푸트라님, 어떻게 내 얼굴에 기쁜 빛이 없겠습니까. 왜 그러냐 하면 아까 세존께서는 단 이슬 법을 내 가슴에 쏟아 주셨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장자여, 어떤 단 이슬 법을 그대 가슴에 쏟으셨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샤아리푸트라님, 나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습니다. ‘나는 나이 많아 노쇠하고 병이 있어 그 많은 고통은 헤아릴 수 없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몸에 대해 설명하여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안온을 얻게 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내게 말씀하셨습니다.‘그렇다, 장자여. 이 몸에는 온갖 두려움과 고통이 많다. 그것은 다만 엷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었을 뿐이다. 장자여, 알라. 이 몸을 믿어 하는 이는 실로 잠깐 동안에 즐거움은 있지마는 긴 밤 동안에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 일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장자여, 몸에는 비록 근심이 있더라도 그 마음에는 근심이 없게 하라. 장자여, 이와 같이 공부하라’고. 세존께서는 이런 단 이슬 법을 내게 쏟아 주셨습니다.”
샤아리프트라는 말하였다.
“장자여, 왜 여래에게 그 뜻을 다시 묻지 않았는가. ‘어떤 것이 몸에는 근심이 있는데 마음에는 근심이 없는 것이며 몸에는 병이 있는데 마음에는 병이 없는 것인가’고 묻지 않았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실로 세존께 그 뜻을 거듭 묻지 않았습니다. 몸에도 근심이 있고 마음에도 근심이 있는 것과 몸에는 근심이 있는데 마음에는 근심이 없는 이치를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은 반드시 아시리니 원컨대 자세히 분별하여 주십시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너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리라.”
“그리하겠습니다. 샤아리푸트라님.”
그는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장자여, 범부들은 성인을 보지 않고 성인의 가르침을 받지도 않으며 그 교훈을 따르지 않고 착한 벗을 보지 않고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육체[色]는 <나>다. 육체는 <내 것>이요 나는 육체의 것이다. 육체 안에 내가 있고 나 안에 육체가 있으며 저 육체와 내 육체가 한 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육체와 내 육체가 한 곳에 모여 있다가 육체가 자꾸 무너지고 변하여 그대로 있지 않으므로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킨다.
또 느낌[受], 생각[想], 지어감[行]에 대해서도 그와 같이 관찰하고, 의식[識]을 관찰하여 ‘내게는 의식이 있다. 의식 안에 내가 있고 나 안에 의식이 있으며 저 의식과 내 의식은 한 곳에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 의식과 내 의식이 한 곳에 모여 있다가 의식이 자꾸 사라지고 변하여 머무르지 않으므로 거기서 다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킨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몸에도 근심이 있고 마음에도 근심이 있다’는 것이니라.”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장자여, 성현의 제자는 성현을 받들어 섬기고 계율을 닦아 행하며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고 착한 벗을 친한다. 그러므로 그는 ‘내게는 육체가 있다’고 관찰하지 않고 ‘육체 안에 내가 있고 나 안에 육체가 있다’고 보지 않으며 ‘육체는 내 것이요 나는 육체의 것이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육체가 자꾸 변해 그대로 있지 않아도 그것으로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 안에 내가 있고 나 안에 의식이 있다’고 보지 않고 ‘의식은 내 것이요 나는 의식의 것이요 저 의식과 내 의식이 한 곳에 모여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의식이 곧 사라져도 거기서 근심, 걱정, 고통, 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몸에는 근심이 있어도 마음에는 근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여, 이와 같이 익혀서 몸을 잊고 마음을 버리어 집착하지 말라. 장자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나쿨라 장자는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수천만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설법하고 계셨다.
그 때에 강측(江側) 바라문은 무거운 짐을 지고 세존께 나아 와 짐을 내려놓고는 잠자코 한 쪽에 서 있었다. 그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 사문 고오타마는 수천만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있다. 지금 내가 청정하기는 사문 고오타마와 다름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사문 고오타마는 좋은 쌀밥에 갖가지 맛난 반찬을 드시지마는 나는 과일이나 오이 따위를 먹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라문의 생각을 알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어떤 중생은 스물 한 가지의 번뇌로서 마음이 더러워져 있다. 보라. 그 사람은 좋은 곳에 나지 못하고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스물 한 가지인가. 성내는 마음, 해치는 마음, 가라앉은 마음, 들뜬 마음, 의심하는 마음, 화내는 마음, 꺼리는 마음, 번민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제부끄럼이 없는 마음, 남부끄럼이 없는 마음, 허황한 마음, 간사한 마음, 거짓 마음, 다투는 마음, 교만한 마음, 거만한 마음, 질투하는 마음, 뛰어난 체하는 마음, 탐하는 마음 등의 번뇌이니라.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스물 한 가지 번뇌가 있어 마음에 집착하면, 보라. 그는 좋은 곳에 나지 못하고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마치 흰 천으로 만든 새 옷이 낡아 먼지와 때가 많이 묻었기 때문에 그것을 파랑, 노랑, 빨강, 깜장 등 빛으로 물들이려 하여도 마침내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 그러냐하면 먼지와 때가 묻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그 스물 한 가지 번뇌로 마음에 집착하면 보라. 그 사람은 좋은 곳에 나지 못하고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스물 한 가지 번뇌로 마음에 집착하지 않으면 알라. 그 사람은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파랑, 노랑, 빨강, 깜장 등 어떤 빛을 물들이려 하여도 반드시 그 빛이 되어 마침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 까닭은 그것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스물 한 가지 번뇌에 마음의 집착이 없는 사람은 보라. 그 사람은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다.
성현의 제자는 성내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면 그것을 관찰하고는 곧 쉰다. 해치려는 마음, 가라앉는 마음, 들뜨는 마음, 의심하는 마음, 화내는 마음, 꺼리는 마음, 번민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제부끄럼이 없는 마음, 허황한 마음, 간사한 마음, 거짓 마음, 다투는 마음, 교만한 마음, 거만한 마음, 질투하는 마음, 뛰어난 체하는 마음, 탐내는 마음이 일어나면 그것을 보고는 곧 쉰다.
만일 성현의 제자로서 성냄과 분해함과 어리석음과 미혹함이 없으면 마음과 뜻은 부드럽고 즐거워 사랑하는 마음[慈心]을 일방(一方)에 두루 채워 스스로 즐겨 한다. 二방, 三방, 四방, 사유(四維), 상, 하와 일체 가운데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논다. 그래서 이 사랑하는 마음을 그 가운데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은 뒤에는 마음과 뜻은 곧 바르게 된다.
다음에는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을 一방에 두루 채워 스스로 즐겨 한다. 二방, 三방, 四방, 四유, 상, 하와 일체 가운데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논다. 그래서 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그 가운데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은 뒤에는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다음에는 기뻐하는 마음[喜心]을 一방에 두루 채워 스스로 즐겨 한다. 二방, 三방, 四방, 四유, 상, 하와 일체 가운데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논다. 그래서 이 기뻐하는 마음을 그 가운데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은 뒤에는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다음에는 보호하는 마음[護念]을 一방에 두루 채워 스스로 즐겨 한다. 二방, 三방, 四방, 四유, 상, 하와 일체 가운데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논다. 그래서 이 보호하는 마음을 그 가운데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은 뒤에는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그는 또 여래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성취하여 그 뿌리는 흔들리지 않으며 높이 빛나는 깃대를 세워 움직일 수 없어 모든 하늘, 용, 신, 아수라, 사문, 바라문과 혹은 세상 사람들은 그 안에서 기쁨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그는 또 ‘이 분은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을 다루는 이, 천상 인간의 스승으로서 부처 세존이라 부른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다음에는 법을 성취한다. 여래의 법은 매우 청정하여 움직일 수 없고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이렇게 관찰하고는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고 또 한 승단(僧團)을 이룬다.
그는 다시 ‘여래의 거룩한 제자는 매우 청정하여 성질과 품행이 순수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법을 성취하고 계율, 삼매, 지혜, 해탈, 해탈 지견을 성취한다. 거룩한 제자란 곧 네쌍[四雙], 여덟 무리[八輩]다. 그들은 여래의 거룩한 제자로서 공경한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받들어 섬길 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바르게 된다.
그는 다시 그 삼매로써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티와 더러움이 없고 모든 번뇌가 이내 사라져 더러움이 없으며 성질과 품행이 부드럽고 연하여 신통을 얻는다. 그래서 한량이 없는 전생 일과 그것이 어디서 오는가를 모조리 다 안다.
즉‘一생(生), 二생, 三생, 四생, 五생, 十생, 二十생, 三十생, 四十생, 五十생, 백생, 천생, 백천생과 성패겁[成敗劫], 불성패겁[不成敗劫], 성패불성패겁[成敗不成敗劫]과 무수한 성패 겁과 무수한 불성패겁 동안에 나는 어디서 났고 자(字)와 이름과 성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생(生)을 받았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으며 목숨이 길고 짧음과 여기서 죽어 저기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 났다’고. 이와 같이 수 없는 전생 일을 스스로 안다.
그는 또 그 삼매의 힘으로써 마음이 청정하여 티와 더러움이 없어 중생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안다. 그는 또 하늘 눈으로 중생들의 나는 이와 죽는 이를 본다. 받은 몸의 좋고 나쁨과 사는 곳의 좋고 나쁨과 그 좋거나 나쁜 것은 그 중생들의 지은 업을 따라 받는 갚음을 모조리 안다.
즉 ‘어떤 중생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과 마음으로 악을 행하며 성현을 비방하고 그릇된 소견으로 그릇된 일을 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져 지옥에 난다. 또 어떤 중생은 몸으로 선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며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을 가지고 그릇된 소견이 없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다’고.
이것을 일러 ‘깨끗한 하늘 눈으로 중생들의 나는 이와 죽는 이, 받은 몸의 좋고 나쁨, 사는 곳의 좋고 나쁨과 그 좋거나 나쁜 것을 그 중생들의 짓는 업을 따라 받는 갚음임을 보아 다 아는 것’이라 한다.
그는 또 그 삼매로서 마음이 청정하여 티와 더러움이 없고 번뇌가 없으며 마음과 성질이 부드럽고 연하여 신통을 얻는다. 그는 번뇌 다한 신통[漏盡通]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는 괴로움을 관찰하여 참답게 안다. 괴로움의 쌓임, 괴로움의 사라짐,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관찰하여 참답게 안다. 그는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와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한다. 거기서 해탈하고는 이내 해탈한 지혜를 얻어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는 줄을 참답게 안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성현의 제자로서 마음의 해탈을 얻으면 비록 쌀밥과 갖가지 좋고 맛난 반찬을 수미산만큼 많이 먹더라도 마침내 허물이 없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탐욕이 다해 탐욕이 없고 성냄이 다해 성냄이 없으며 어리석음이 다해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비구 가운데 참 비구는 마음을 아주 깨끗이 씻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강측 바라문은 세존께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손타라 강(孫陀羅江)에 가서 목욕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어찌하여 그 강을 손타라 강이라고 부르는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손타라강 물은 복(福)의 깊은 못이요 세상의 광명이 옵니다. 만일 누구라도 그 강물에 목욕하면 모든 악이 다 없어지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무수한 겁을 지내며
강물에 가서 목욕하였고
또 수없는 작은 연못을
두루 다니며 목욕하였다.
어리석은 이 목욕 즐기지만
남몰래 더러운 짓 저지르나니
묵은 죄 온 몸에 가득 찼으니
어떻게 저 강물이 그를 구(求)하리.
깨끗한 이는 언제나 즐겁고
계율이 맑으매 시원하여라
맑은 사람은 맑은 행을 행하나니
그의 소원을 반드시 이루리라.
주지 않는 것 가지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으며
진실을 지켜 거짓말이 없으면
마음은 평등하며 더, 덞 없으리.
너는 지금 이 계율에 목욕하면
반드시 편하고 아늑한 곳 얻으리라
구태여 강물로 갈 것 없나니
장님을 어둠 속에 던진 것 같다.
그 때에 바라문은 사뢰었다.
“이제 그만두소서, 고오타마시여. 마치 곱추가 등을 펴고, 어둠 속에서 빛을 보이며, 헤매는 이에게 길을 가리키고,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며, 장님에게 눈을 주는 듯,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그 묘한 법을 말씀하셨나이다. 원컨대 저에게도 도 닦기를 허락하소서.”
그 때에 강측 바라문은 곧 중이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그는 이름 있는 종족의 아들로서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참답게 알았다. 그래서 손타라제리(孫陀羅提利 = 강측)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존자 손타라제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해질녘에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게송으로 여쭈었다.
잘 연설하시고 잘 펴시며
흐름을 건너고 무루(無漏)를 이루어
나고 죽음의 깊은 바다 건너신
고오타마님에게 이 뜻을 묻노라.
나는 이제 이 모든 중생들
그들의 그 짓는 복의 업을 보나니
그들의 짓는 여러 가지 가운데
뉘에게 베푸는 복 가장 높은가.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계시는 세존
원컨대 그 이치 말씀하시어
부처님의 원하심 알게 하시고
보시하는 이 위해 말씀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네 갈래[四趣]의 중생들 복 지음 없다
네 가지 결과[四果]를 완전히 이뤄
도의 자취 얻어 공부하는 이거든
마땅히 그의 법을 믿어 받들라.
탐욕도 없고 성냄도 또한 없고
어리석음도 다해 무루 이루어
일체의 깊은 바다 모두 건넌 이
그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 있다.
이 모든 중생계의 갖가지 무리
그들의 짓는 바 복덕의 업도
지어서 행하는 여러 가지 있지만
중에게 보시하면 많은 복 얻으리라.
그들은 한량없는 중생 건지네
바닷속에 많은 보물 있는 것처럼
거룩한 중들도 그와 같아서
지혜의 광명을 널리 펴나니.
고오타마 말하는 좋은 곳이란
여러 중에게 잘 보시하는 것이요
헬 수 없는 복을 얻는다는 말
가장 훌륭한 이의 말한 바이니라.
석제환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는 이내 거기서 물러났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須菩提]도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 곁에서 따로 초막을 짓고 선정을 닦고 있었다.
그 때에 그는 병이 들어 매우 위태로웠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이 고통은 무엇을 좇아 생기고 무엇을 좇아 멸하며 또 어디로 가는가’고. 그는 곧 한데에다 앉을 방석을 펴고 몸을 곧게 하고 뜻을 바루어 알뜰한 한 마음으로 가부하고 앉아 모든 감관의 욕심과 해로움과 고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의 생각을 알고 곧 파차순(波遮旬)에게 명령하였다.
선업[善業=수부우티]께서는 모든 결박 벗어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머무시더니
이제 매우 위중한 병환을 얻어
감관이 공(空)하다는 선정을 즐기신다.
너는 빨리 가서 병 문안하고
높은 이의 그 얼굴 친히 뵈어라
그러면 큰복을 얻을 것이요
덕 심기 이보다 지남 없으리.
파차순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존자여.”
그 때에 석제환인은 五백명 하늘 사람과 파차순을 데리고 장정이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곧 삼십 삼천에서 사라져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내려와 존자 수부우티와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게송으로 파차순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선정의 삼매를 즐기시는
저 선업님을 깨울 수 있겠는가
부드럽고 맑고 깨끗한 소리로
저를 선정에서 깨게 하여라.
파차순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그 때에 파차순은 석제환인의 말을 듣고 곧 유리 거문고를 고루어 수부우티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수부우티를 찬탄하였다.
번뇌가 아주 다해 남음이 없고
생각을 고요해 어지럽지 않으며
온갖 때와 티끌은 없어졌나니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마음은 쉬어 생, 사 간을 건넜고
악마를 항복 받고 모든 결박을 끊고
그 공덕은 저 큰 바다 같나니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깨끗한 그 눈은 연꽃과 같아
더러운 때 다시는 붙지 못하여
귀의할 곳 없는 이의 귀의할 곳 되나니
그 공(空)의 선정에서 빨리 일어나라.
네 흐름 건너 함[爲]이 없고
늙음, 병 없음을 잘 깨달아
함이 있는[有爲] 재앙에서 벗어 났나니
존자는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지금 五백 하늘 사람 저 위에 있고
석제환인도 몸소 오려 하나니
그 거룩한 얼굴 뵈옵고자 하거든
해공(解空=수부우티)님 빨리 선정에서 일어나라.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파차순을 찬탄하였다.
“장하다, 파차순이여. 지금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합하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합하여 다름이 없구나. 그래서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를 떠나지 않고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를 떠나지 않아, 두 소리가 서로 어울려 이에 묘한 소리를 이루었구나.”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선업님. 병환은 좀 덜하십니까. 지금 그 병은 어디서 났습니까. 몸에서 났습니까. 마음에서 났습니까.”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코오시카[拘翼=석제환인의 다른 이름]여. 모든 법은 스스로 나고 스스로 멸하며, 모든 법은 스스로 서로 움직이고 스스로 쉬는 것이다. 코오시카여, 마치 독약이 있으면 다시 그 독을 제하는 약이 있는 것처럼,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히고 법과 법은 스스로 고요해진다. 법은 법을 낸다. 검은 법은 흰 법으로써 다스리고 흰 법은 검은 법으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탐욕의 병은 더럽다는 생각으로 다스리고 성내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며 어리석은 병은 지혜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이와 같이 모든 소유(所有)는 다 공(空)으로 돌아간다. 즉 나도 없고 남도 없으며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으며 선비[士]도 없고 지아비[夫]도 없으며 얼굴[形]도 없고 모양[像]도 없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이다.
석제환이여, 마치 바람이 큰 나무를 넘어뜨리면 가지와 잎사귀는 말라 떨어지고 눈과 우박이 곡식을 때리면 꽃과 열매가 처음에는 무성하였으나 물이 없으면 스스로 시들다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시들었던 싹이 다시 나서 사는 것처럼 석제환이여, 그와 같이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혔다가 법과 법은 서로 안정시킨다. 내가 전에 앓던 아픔과 고통은 지금은 다 사라져 다시는 근심과 괴로움이 없다.”
석제환인은 아뢰었다.
“나도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이 있었는데 이제 그 법을 듣고 나니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실없이 많아 이제 천상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전에도 일이 있었지마는 여러 하늘 일이 실없이 많습니다.”
수부우티는 말하였다.
“이제 갈 때가 되었으니 가도록 하라.”
때에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부우티 앞으로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능인(能仁)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근본 완전히 갖추었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안온을 얻고
법을 듣고는 모든 병 낫는다고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데바닷타와 두 가지 경과
가죽과 수라타와
죽부와 손타리와
선업과 석제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