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八권
안반품(安般品) 2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이 이 두 사람인가. 이른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가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요, 전륜성왕이 세상에 나타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이 이 두 사람인가. 이른바 벽지불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요, 여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일러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법이 세상에 있어서 매우 괴롭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온갖 악의 근본을 만들어 여러 가지 원망과 미움을 일으키는 것이 그 한 법이요, 착한 행의 여러 가지 덕의 근본을 짓지 않는 것이 다른 한 법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이른바 ‘두 가지 법은 매우 괴롭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이 괴로운 법을 깨달아 알고 괴롭지 않은 법을 깨달아 알아서 괴로운 법은 끊기로 생각하고 괴롭지 않은 법은 닦기를 생각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삿된 소견을 가진 중생이 생각하고 행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행은 귀하게 여길 것이 못 되어 세상 사람들이 탐내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삿된 소견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저 쓴 과일 종자와 같다. 이른바 쓴 과일이란 쓴 삼(蔘) 종자, 쓴 정력 종자, 필지반지(畢地槃持) 종자 및 그 밖의 쓴 종자다. 그것들은 아무리 좋은 땅에 심어도 싹이 나면 그대로 쓰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종자가 본래부터 쓰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저 삿된 소견을 가진 중생은 그가 행하는 몸의 행과, 입과 뜻의 행과,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악행은 귀하게 여길 것이 못 되어 세상 사람들이 탐내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삿된 소견은 나빠서 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삿된 소견을 버리고 바른 소견을 익혀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소견을 가진 중생이 생각하고 행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행은 다 귀하게 여기고 공경할 만하여 세상 사람들이 탐내고 즐길 만한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 바른 소견은 좋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저 단 과일, 즉 감자나 포도나 그 밖의 달고 맛난 과일과 같다. 어떤 사람이 좋은 땅을 다루어 그 종자를 뿌리면, 거기서 나는 열매는 모두 달고 맛나 사람들이 탐내고 즐긴다. 왜 그러냐 하면 그 과일 종자는 본래부터 달고 맛나기 때문이다.
저 바른 소견을 가진 중생도 그와 같아서 생각하고 행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행은 다 탐내고 즐길 만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한다. 왜 그러냐 하면 그 바른 소견은 좋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바른 소견을 익혀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한적한 곳에서 홀로 있다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애욕에 대한 생각을 내고 곧 거기에 집착하여 밤낮으로 그것을 익히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해질녘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아까 한적한 곳에 홀로 있다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모든 중생들은 애욕에 대한 생각을 내고 곧 거기에 집착하여 오랫동안 그것을 익히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아난다야, 네 말과 같다. 모든 사람들은 애욕에 대한 생각을 내고 그 생각을 더욱 키워 오랫동안 익히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 까닭을 말하리라. 아아난다여, 지나간 세상에 정생(頂生)이라는 전륜성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서 다스리고 교화하여 간사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으며, 일곱 가지 보배를 성취하였다. 이른바 윤보(輪寶), 상보(象寶), 마보(馬寶), 주보(珠寶), 옥녀보(玉女寶), 거사보(居士寶), 전병보(典兵寶)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보배라 한다.
그에게는 또 一천 명 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건장하여 모든 악을 항복 받고 네 천하를 통솔하면서도 칼이나 막대기를 쓰지 않았다.
아아난다야, 알라. 그 때에 그 정생 성왕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온 남섬부주[閻浮提] 땅을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다. 나는 전에 노인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 서쪽에 서우화주[瞿耶尼]라는 나라가 있는데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하였으니 나는 지금 거기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하리라’고.
아아난다야,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이 남섬부주에서 사라져 곧 서우화주에 나타났다. 그 때에 그 나라 백성들은 이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나와 맞이하여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이 서우화주 나라는 백성이 번성합니다. 바라건대 성왕은 여기서 이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아난다야, 그래서 그 정생 성왕은 서우화주에서 백성을 통치하면서 여러 백천 년을 지냈었다.
그 뒤에 정생 성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저 남섬부주를 가지고 있었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다. 또 일곱 가지 보배는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다. 나는 또 이 서우화주를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나는 전에 노인에게 들은 적이 있다. 또 동승신주[弗干逮]라는 나라가 있는데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고. 나는 지금 거기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하리라.’
아아난다야,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서우화주에서 사라져 곧 동승신주에 나타났다. 그 나라 백성들은 이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나와 맞이하여 예배하고 꿇어앉아 똑 같은 말로 문안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동승신주는 백성이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은 여기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아난다야, 그래서 그 정생 성왕은 동승신주에서 백성들을 통치하면서 백천만 년을 지냈다.
그 뒤에 정생 성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남섬부주를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으며, 또 일곱 가지 보배가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다. 나는 또 서우화주를 가졌었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이제는 이 동승신주를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나는 또 전에 노인에게 또 북구로주가 있는데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으며 하는 일이 자유로와 걸리는 것이 없고, 일찍 죽는 일이 없어 일정한 수명은 천 년이며 그 수명을 마치면 반드시 천상에 나고 다른 나쁜 곳에는 떨어지지 않으며 무명옷을 입고 저절로 나는 쌀을 먹는다는 말을 들었으니 나는 지금 거기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하되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리라.’
아아난다야,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동승신주에서 사라져 곧 북구로주에 나타났다. 그는 멀리서 그 나라의 울창한 푸른빛을 보고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땅의 울창한 푸른빛을 보는가.’
신하들은 대답했다.
‘예, 봅니다.’
‘이것은 부드러운 풀이다. 부드럽기는 하늘 옷과 다름이 없다. 여기 사람들은 여기에 앉느니라.’
정생 성왕은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다가 멀리서 그 땅의 찬란한 누른빛을 보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땅의 찬란한 누른빛을 보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다 봅니다.’
‘이것은 저절로 나는 쌀이다. 여기 사람들은 늘 이 쌀을 먹는다. 그대들도 이 쌀을 먹으리라.’
그 성왕은 조금 더 나아가다가 다시 그 땅의 편편한 것과 높은 누각들이 우뚝 솟은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땅의 편편한 것을 보는가.’
‘그렇습니다, 다 봅니다.’
‘이것은 무명 나무 옷이다. 너희들도 이 나무 옷을 입을 것이다.’
아아난다야, 그 때에 그 나라 백성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여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하면서 똑 같은 소리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북구로주는 백성이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은 여기서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아난다야, 그래서 그 정생 성왕은 북구로주에서 백성들을 통치하면서 백천만 년을 지냈었다.
그 뒤 에 정생 성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남섬부주를 가졌었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으며 일곱 가지 보배는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다. 나는 또 서우화주와 동승신주와 북구로주를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나는 또 전에 노인에게서 三十三천이 있는데, 쾌락은 견줄 데 없고 수명은 매우 길며 옷과 밥은 절로 생기고 모시는 옥녀들은 헤아릴 수 없다고 들었다. 나는 지금 가서 그 하늘 궁전을 통치하되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리라.’
아아난다야,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네 가지 군사를 거느리고 북구로주에서 사라져 三十三천에 나타났다. 그 때에 제석 천왕은 정생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자리에 앉으십시오.’
아아난다야, 정생 성왕은 곧 제석 천왕과 한 자리애 앉았다. 두 사람이 같이 앉으매 분별할 수 없었다. 얼굴이나 행동이나 말소리가 똑 같아 다르지 않았다.
아아난다야, 정생 성왕은 거기서 수천백 년을 지냈다.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남섬부주를 가졌었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으며 또 일곱 가지 보배는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다. 그리고 또 서우화주와 동승신주와 북구로주를 가졌다. 백성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 나는 지금 이 三十三천에 왔다. 나는 이 제석 천왕을 죽이고 여기서 나 혼자 이 하늘들의 왕이 되리라.’
아아난다야, 정생 성왕이 이렇게 생각하자, 이내 자리에서 떨어져 남섬부주로 가게 되었고, 네 가지 군사들도 모두 타락하였다. 그리고 윤보는 사라져 있는 곳을 모르며 상보와 마보는 한꺼번에 죽고, 주보는 스스로 사라지고 옥녀보, 거사보, 전병보도 다 목숨을 마쳤다.
그 때에 정생 성왕은 병이 위중하였다. 친척들은 모두 모여 와 문병하고 물었다.
‘만일 대왕이 세상을 떠나신 뒤에 어떤 사람이 정생 성왕은 임종 때에 무슨 말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리까.’
정생 성왕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와서 묻거든 정생 성왕은 이 네 천하를 통치하면서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다시 三十三천에 가서 수백천 년을 지내었다. 거기서 탐욕을 내어 제석천을 해치려 하다가 곧 인간에 떨어져 목숨을 마쳤다고 대답하라.’
아아난다야,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 때의 정생 성왕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때의 정생 성왕은 바로 이 몸이었느니라.
그 때 나는 네 천하를 차지하고 또 三十三천에 가서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면서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아아난다야, 이런 사실을 거울 삼아 자기가 나아갈 바를 깨달아 알아야 한다. 만일 탐욕을 일으키면 그 생각은 더욱 자라 애욕에 빠져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니, 만일 만족할 줄 알기를 구하려고 하거든 성현의 지혜 가운데서 그것을 구해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욕이란 때맞추어 오는 비처럼
그 욕심 자꾸 자라 만족할 줄 모른다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거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 떨어버린다.
비록 하늘의 즐거움 받아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더라도
그것은 저 애욕을 끊어 버린
부처님 제자 됨만 못하느니라.
탐욕으로 여러 억 겁 오래 살아
복이 다하면 지옥에 떨어지네
향락을 누리는 것 얼마이던가
이내 곧 지옥의 고통받나니
“그러므로 아아난다야, 이런 이치로써 탐욕을 알고 탐욕을 버리어 다시는 그 생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생루(生漏)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나쁜 벗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달을 보듯이 보라.”
“좋은 벗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이까.”
“달을 보듯이 모라.”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지금 그 요령만 간단히 말씀하셨으므로 저는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할 수 없나이다. 바라건대 고오타마께서는 그 뜻을 자세히 말씀하시어 이해하지 못하는 이를 이해하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너를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리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문이, 마치 뒷보름 달은 밤낮 돌아가도 다만 줄어가는 일만 있고 커 가는 일은 없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자꾸 줄어가다가 마지막에는 나타나지 않아 보는 사람이 없다. 바라문이여, 그와 같이 만일 나쁜 벗은 시일이 갈수록 믿음이 없고 계율과 지식과 보시와 지혜가 없어지면 그는 믿음과 계율과 지식과 보시와 지혜가 없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나는 지금 나쁜 벗을 뒷보름 달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라문이여, 초승달은 밤낮을 지낼수록 광명이 점점 더하고 커 가서 보름달이 되면 둥글게 되어 중생들이 모두 다 본다. 그와 같이 바라문이여, 만일 착한 벗이 밤낮을 지낼수록 믿음이 더하고 계율과 지식과 보시와 지혜가 더하면 그는 믿음, 계율, 지식, 보시, 지혜가 더하므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의 좋은 곳에 난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나는 지금 착한 벗에게 나아가는 것은 마치 달이 둥글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만일 탐욕이 있고
성냄과 어리석음 다하지 않으면
착한 일이 차츰 줄어드는 것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 같다.
사람이 만일 탐욕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 모두 다하면
착한 일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마치 달이 둥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초승달이 되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생루 바라문이 세존께 사뢰었다.
“거룩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곱추의 등을 펴고 소경에게 눈을 주고 헤매는 이에게 길을 보이고 어둠 속에 등불을 켠 것처럼 이제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수없는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나이다. 지금부터 저의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시면 저는 목숨을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겠나이다.”
그 때에 생루 바라문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착한 벗과 악한 벗의 법에 대하여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쁜 벗이 하는 짓은 어떤 것인가. 비구들이여,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호화로운 종족의 집에서 나와 도를 배우고 다른 비구는 빈천한 집에서 나와 도를 배운다’고. 이렇게 자기의 성씨와 명망을 믿고 남을 헐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의 하는 짓이라고 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몹시 노력하여 여러 가지 바른 법을 받드는데 다른 비구들은 정진하지 않고 계율을 가지지 않는다’고. 그는 이런 생각으로 남을 헐고 나무라며 스스로 뽐낸다. 이것을 나쁜 벗의 하는 짓이라 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삼매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삼매가 없어 마음이 어지러워 고요하지 않다’고. 그는 이 삼매을 믿고 항상 스스로 뽐내면서 남을 헐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의 하는 짓이라 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혜가 제일인데 다른 비구들은 지혜가 없다’고. 그는 이 지혜를 믿고 스스로 뽐내면서 남을 헐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의 하는 짓이라 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항상 음식과 앉을 평상과 침구와 약을 받는데 다른 비구들은 그런 공양을 받지 못한다’고. 그는 이런 물질의 공양을 믿고 남을 헐고 나무란다. 이것이 나쁜 벗의 하는 일이다. 비구들이여, 나쁜 벗은 이런 그릇된 행동을 하느니라.
어떤 것이 착한 벗인가. 비구들이여, 착한 벗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훌륭한 종족으로 태어났는데 다른 비구들은 훌륭한 종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몸은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이것을 착한 벗의 하는 일이라 한다.
또 착한 벗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계율을 가지는데 다른 비구들은 계율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내 몸은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그래서 그는 이 계율로써 스스로 뽐내지 않고 남을 헐지도 않는다. 이것을 착한 벗의 하는 일이라 한다.
다시 비구들이여, 착한 벗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삼매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뜻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 몸은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그래서 그는 이 삼매로써 스스로 뽐내지 않고 또 남을 헐거나 나무라지도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착한 벗의 하는 일이라 한다.
다시 비구들이여, 착한 벗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혜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지혜가 없다. 그러나 내 몸은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그래서 그는 이 지혜로써 스스로 뽐내지도 않고 또 남을 헐지도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착한 벗의 하는 일이라 한다.
다시 비구들이여, 착한 벗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의복, 음식, 앉을 평상, 침구, 약을 받는데 다른 비구들은 그런 것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내 몸은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그래서 그는 이 이끗[利養]으로써 스스로 뽐내지 않고 또 남을 헐지도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착한 벗의 하는 일이라 하느니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나쁜 벗의 하는 짓과 착한 벗의 하는 일을 분별해 말하였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나쁜 벗의 하는 짓은 멀리 떠나고, 착한 벗의 하는 일은 늘 생각하고 그와 함께 수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 냐그로오다[釋翅尼拘留]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그 나라 안의 五백 여 호귀(豪貴)한 큰 석가 종족들은 의논할 일이 있어 보의(普義)강당에 모여 있었다.
그 때에 세전(世典) 바라문은 그 석가 종족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어떤가, 여러분. 이 가운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혹은 세속 사람으로서 나와 변론할 사람이 있는가.”
그 때에 여러 석가 종족들은 세전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우리 가운데 재주가 많고 학식이 많은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지금 카필라바스투에 살고 있다. 그 두 사람이란 한 사람은 추우다판타카[周利槃特]요, 한 사람은 고오타마 석씨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시다. 이 대중 가운데서 아는 것이 적고 들은 것이 없으며, 또 지혜가 없고 말은 추잡하며, 나아가고 물러날 줄을 분별하지 못하는 이는 저 추우다판타카 같은 사람이다. 또 이 카필라바스투에서 아는 것도 없고 들은 것도 없으며 또 영리한 지혜도 없고, 사람됨이 추하고 더러운 이는 저 고오타마 같은 사람이다. 너는 지금 가서 저들과 변론해 보라. 저들과 변론하여 네가 이기면 우리는 때를 따라 쓸 수 있는 것을 너에게 공양하고 또 천 냥어치의 순금을 너에게 주리라.”
그 때에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카필라바스투의 석씨들은 모두 총명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간사하고 거짓이 많아 바른 행동이 없다. 비록 내가 저들과 변론해 이긴다 하더라도 그리 대단할 것이 없을 것이요, 만일 저들이 내게 이기면 나는 저 어리석은 자에게 항복한 것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치를 생각하면 나는 저들과 변론할 수 없다’고.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는 이내 떠났다.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때가 되어 바루를 가지고 카필라바스투에 가서 걸식하였다. 때에 세전 바라문은 멀리서 추우다판타카가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저 사람에게 가서 이치를 물어 보리라’고. 그는 곧 추우다판타카 비구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사문의 이름은 무엇인가.”
추우다판타카는 대답하였다.
“그만 두라, 바라문이여. 이름은 무엇 하러 묻는가. 어떤 이치를 물으러 왔으면 곧 그것이나 물으라.”
바라문은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와 변론하겠는가.”
추우다판타카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저 범천과도 변론할 수 있는데, 하물며 너 같은 눈 없는 장님은 말할 것도 없다.”
“장님이면 곧 눈 없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눈이 없으면 곧 장님이 아닌가. 그것은 같은 뜻인데 어찌 번거롭게 겹말을 쓰는가.”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곧 공중에 솟아 올아 열 여덟 가지로 변화를 부렸다. 바라문은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신통은 있지마는 변론은 모른다. 만일 나와 같은 이치를 안다면 나는 그 제자가 되겠다.’
이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하늘 귀로 추우다판타카와 세전 바라문이 주고받는 문답을 들었다. 그는 곧 몸을 변해 판타카의 모양이 되고 판타카의 몸은 숨겨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네가 만일 ‘이 사문은 신통만 있고 변론은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이제 자세히 들으라. 나는 아까 물은 뜻에 대답하리라. 그리고 이 문제의 근본에 대해서도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바라문이여, 지금 네 이름은 무엇인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범천이다.”
“너는 장부인가.”
“나는 장부다.”
“어떤가, 바라문이여. 장부는 곧 사람이요, 사람은 곧 장부다. 그것은 같은 뜻인데 어찌 번거롭지 않는가. 그러나 바라문이여, 장님과 눈 없다는 것은 그 뜻이 같지 않느니라.”
바라문은 물었다.
“사문이여, 어떤 것을 장님이라 하는가.”
판타카는 말하였다.
“그것은 마치 금생과 후생의 나는 이와 죽는 이, 좋은 몸과 나쁜 몸, 고운 것과 추한 것이며, 중생의 짓는 업을 보지 못하고 여실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영원히 보는 것이 없으면 그것을 장님이라 한다.”
“어떤 것을 눈이 없는 이라 하는가.”
“눈이란 위없는 지혜의 눈이다. 그 사람은 그 지혜의 눈이 없기 때문에 눈이 없다고 한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사문이여, 나는 이제 그런 쓸데없는 변론은 그만두고 깊은 이치를 물어 보겠다. 어떤가, 사문이여. 혹 법을 의지하지 않고서도 열반을 얻는가.”
판타카는 대답하였다.
“다섯 가지 쌓임을 의지하지 않고 열반을 얻는다.”
“어떤가 사문이여. 그 다섯 가지 쌓임은 어떤 인연이 있어야만 생기는가. 인연이 없어도 생기는가.”
“그 다섯 가지 쌓임은 인연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요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 쌓임의 인연이 되는가.”
“애욕이 그 인연이다.”
“어떤 것이 애욕인가.”
“나[生]는 것이 곧 애욕이다.”
“어떤 것을 나는 것이라 하는가.”
“애욕이 곧 나는 그것이다.”
“애욕에는 어떤 길(방법)이 있는가.”
판타카는 대답하였다.
“거기에는 성인의 여덟 가지 길(방법)이 있다. 즉 바른 소견, 바른 업, 바른 말, 바른 생활, 바른 행,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이다. 이것을 성인의 여덟 가지 길이라 한다.”
그 때에 추우다판타카는 이렇게 널리 설법하였다. 바라문은 이 법을 듣고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져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몸의 도풍(刀風=業風)이 일어나 목숨이 끝났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본디 형상으로 변해 허공을 날아 그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석씨들이 모인 보집강당으로 가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소유(蘇油)와 섶나무를 준비해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하라.”
석씨들은 곧 소유와 섶나무를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한 뒤에 네거리에 탑을 세웠다. 그리고 존자 추우다판타카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게송으로 말하였다.
화장한 뒤에 탑 세웠으니
존자의 분부 어기지 않았도다
이제 우리들은 큰 이익 얻어
이러한 복을 만나게 되었도다.
이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존자는 이제 법바퀴를 굴리어
모든 외도들을 항복 받았으니
그 지혜 마치 큰 바다와 같아
여기 와서 저 바라문 항복 받았네.
과거와 미래와 또 현재에
지은 바 갖가지 선, 악의 행은
억 겁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나니
그러므로 저 복은 지어야 하리.
그 때에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여러 석씨들에게 널리 설법하였다. 여러 석씨들은 판타카에게 아뢰었다.
“만일 존자에게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이 필요하시다면 우리는 낱낱이 다 대어 드리겠습니다. 바라건대 이 청을 받아들여 조그만 정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존자 추우다판타카는 잠자코 허락하였다.
그 때에 여러 석씨들은 존자 추우다판타카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나쁜 사람 데바닷타는 바라류지(婆羅留支) 왕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옛날에는 백성들의 수명이 매우 길었는데 지금 사람들의 수명은 백 년을 지내지 못합니다. 왕자여, 알으시오. 사람의 수명은 덧없습니다. 왕위에 오르기 전에 목숨을 마친다면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왕자여, 지금 곧 부왕(父王)의 목숨을 끊고 이 나라 백성들을 통치하십시오. 나는 이제 사문 고오타마를 죽이고 가장 높은 아라한, 옳게 깨달은 이가 되면 이 마가다의 새 임금과 새 부처가 되리니 어찌 통쾌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해가 구름을 헤치고 비추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고, 구름이 사라진 하늘에 달이 뭇 별 가운데서 밝은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 때에 바라류지 왕자는 곧 부왕을 쇠감옥에 잡아 가두고 대신을 갈아 세워 백성을 다스렸다.
때에 비구들은 라아자그리하에 가서 걸식하다가, 데바닷타가 왕자를 시켜 그 부왕을 쇠감옥에 잡아 가두고 대신을 갈아 세웠다는 말을 들었다. 그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돌아와 가사와 바루를 두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희들은 아침에 라아자그리하에 가서 걸식하다가 저 어리석은 데바닷타는 왕자를 시켜 그 부왕을 감옥에 가두고 대신을 갈아 세웠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그는 다시 왕자에게 ‘당신은 부왕을 죽이고 나는 여래를 죽이면, 이 마가다의 새 임금과 새 부처가 되리니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고 말하였다 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임금으로서 정치와 교화를 바른 도리로 행하지 않으면 그 때에는 대신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대신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하면 그 때에는 왕태자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다. 태자가 법이 아닌 일을 행하면 그 때에는 신하와 관리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신하와 관리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하면 그 때에는 백성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다. 백성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하면 그 때에는 군대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군대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하면 그 때에는 해와 달이 운행(運行)을 잘못해 때를 맞추지 않을 것이다.
해와 달이 때를 맞추지 않으면 곧 절후가 없게 될 것이요, 절후가 없게 되면 해와 달은 자리를 잃고 또 광채가 없어질 것이다. 해와 달이 광채가 없어지면 그 때에는 별들이 변괴를 나타낼 것이요, 별들이 변괴를 나타내면 폭풍이 일어날 것이다. 폭풍이 일어나면 하늘, 땅, 신(新)이 성을 낼 것이요, 하늘, 땅 신이 성을 내면 그 때에는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지 않을 것이니, 그 때에는 곡식이 땅에 있어도 자라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나 날짐승이나 길 벌레들은 형색이 변하고 수명이 매우 짧아질 것이다.
만일 어떤 때에 어떤 왕이 법으로 바르게 다스리면 그 때에는 신하들도 바른 법대로 행할 것이요, 신하들이 바른 법대로 행하면 왕태자도 바른 법대로 행할 것이다. 왕태자가 바른 법대로 행하면 그 때에는 관리들도 바른 법대로 행할 것이요, 관리들이 바른 법대로 행하면 백성들도 바른 법대로 행할 것이다.
그리하여, 해와 달은 제대로 돌아가고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면 재변이 나타나지 않으며 하늘, 땅 신은 기뻐하고 곡식들은 풍성하여 군(君), 신(臣)은 화목하여 형제처럼 서로 보아 마침내 친소(親疎)가 없으며, 중생들은 형색이 광채 나고 먹는 것은 잘 삭아 탈이 없으며, 수명은 매우 길어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처럼
길잡이 소가 바로 가지 못하면
그 소 떼 모두 바로 가지 못하나니
그것은 길잡이 소를 따르기 때문이다.
중생도 또한 그와 같아서
대중에는 반드시 길잡이가 있나니
만일 길잡이가 나쁜 법 행하면
그 뒤를 따르는 이 말할 것 없네.
백성들 모두 괴로움 받는 것은
왕의 법이 바르지 못한 데 있네
그러므로 아나니 나쁜 법 행하면
백성들도 그 따라 그러하리라.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처럼
길잡이 소가 바르게 가면
따르는 소도 모두 다 바르나니
그것은 길잡이 소를 따르기 때문이다.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대중에는 반드시 길잡이가 있나니
만일 길잡이가 바른 법을 행하면
그 뒤를 따르는 이 말할 것 없네.
백성들 모두 즐거움 누리는 것
그것은 왕의 법이 바른 데 있네
그러므로 아나니 바른 법 행하면
백성들도 그 따라 편안하리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나쁜 법을 버리고 바른 법을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렇게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