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은 사위국 동원에 있는 녹자모 강당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저녁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일어나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라. 왜냐하면, 내가 항상 모든 비구들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훈계하였기 때문이다. 너도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존자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요즘 비구들은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만일 설법하면 그들은 끈기 있게 듣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마하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인연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마하 가섭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비구가 모든 착한 법에 대해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는데, 그에게 설법하면 그는 곧 물러나고 말 것입니다. 만일 나쁜 지혜를 가진 사람이 모든 착한 법에 대해 정진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지혜도 없는데, 그런 사람이 설법을 들으면 그는 곧 물러나고 말 것입니다. 만일 사람이 탐욕․성냄․수면(睡眠)․들뜸[掉悔]․의혹이 있고, 몸으로 거만한 행동을 하거나 사나운 짓을 하며, 분한(忿恨)을 품거나 기억을 상실하고 안정되지 못하며 지혜가 없는데, 그런 사람이 설법을 들으면 그는 곧 물러나고 말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런 악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마음을 착한 법에 머무르게 할 수도 없는데 하물며 더욱 증진(增進)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무리들은 밤낮으로 착한 법은 점점 줄어들고 더 이상 자라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착한 법에 대해 믿는 마음이 청정하면 그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착한 법에 대해 열심히 정진(精進)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며, 지혜가 있으면 그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탐욕이 없고 성내지 않으며, 수면(睡眠)․들뜸[掉悔]․의혹이 없으면 그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몸으로 사나운 짓을 하지 않고 마음이 더럽게 물들지 않으며, 분하게 여기지 않고 원한을 품지 않으며, 마음이 안정되고 바른 기억과 지혜가 있으면 그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은 착한 법이 밤낮으로 자꾸만 자라날 터인데 더구나 마음이 머물러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밤낮으로 항상 더 좋은 데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끝내 물러나거나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모든 착한 법에 대해 믿는 마음이 없으면 그는 곧 물러나거나 줄어들 것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가섭이 차례대로 조목조목 자세히 말한 내용과 같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無信經 대정장 2/300 하~301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98~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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