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전법교육

부처님 외도재가자들 전법사례 30.시영범지의 귀의와 시라를 포함한 오백범지의 교화

다르마 러브 2013. 8. 27. 15:28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카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 성안에 범지가 있어 이름을 시라라 하였다. 그는 온갖 주술을 갖추 알고, 외도 이학의 경전에 기록한 천문, 지리에 모두 익숙하였으며 또 五백명 범지 동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그 성안에 이학의 선비가 있어 이름을 시영이라 하였다. 그는 아는 것이 많고 빈비사라왕의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때를 따라 공양하고 범지들이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였다.

그 때에 여래 이름을 멀리 펴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도법으로 어거하는 이, 천상과 인간의 스승, 부처, 중우로서 한량없이 사람을 건지는 이가 세상에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생각하였다.

'여래라는 이름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나는 지금 가서 문안하고 예경하고 친근하리라.'

때에 시영 범지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의 성은 무엇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 성은 크샤트리야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이렇게 말하나이다.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혹은 성이 희[白]다하고 말하고 혹은 검[黑]다고 말하나이다. 그리고 바라문은 스스로 '범천에서 났다.'고 일컫나이다.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은 무엇이라 주장하려 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알라. 사람이 혼인할 때에는 반드시 호귀(豪貴)한 성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바른 법안에서는 높고 낮거나 옳고 그른 이름과 성이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사뢰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타고난 성이 청정하여야 법이 청정하나이까."

"너는 무슨 이유로 법이 청정한 것은 타고난 성이 청정한 때문이라 하는가."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이렇게 주장하나이다.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래서 혹은 성이 희다 하고 혹은 검다고 하나이다. 그리고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서 났다.'고 일컫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크샤트리야 처녀가 바라문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나았다면 그 아니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는 바라문 종족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만일 바라문 처녀가 크샤트리야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그는 바로 바라문 종족이옵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그 아버지의 정기로 말미암아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깊이 생각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지금 너의 말은 앞, 뒤가 서로 맞지 않다. 어떠냐 범지야, 가령 나귀가 말을 따라가 말이 새끼를 낳았다면 그것을 말이라 하겠는가, 나귀라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런 종류는 나귀 말이라 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나귀의 정기로 말미암아 새끼를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깊이 생각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너는 아까 '크샤트리야 처녀가 바라문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 종족이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나귀가 말을 좇아가 새끼를 낳으면 나귀 말'이라고 말하니, 그것은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그리고 또 범지야, 만일 말이 나귀를 좇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말 나귀라고 이름할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떠냐, 범지야. '말 나귀'와 '나귀 말'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은 '보배 한 섬'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섬 보배'라고 말한다면 이 두 가지 뜻에 다름이 있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것은 같은 뜻이옵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보배 한 섬'과 '한 섬 보배'는 그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말 나귀와 나귀 말은 그 뜻이 같느니라."

범지는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마는 바라문들은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스스로 일컫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그 어머니를 칭찬하고 뒤에는 다시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구나. 그러면 만일 그 아버지도 바라문 종족이요 그 어머니도 바라문 종족으로서 그들이 두 아이를 낳았다 하자. 그 중의 한 아이는 온갖 기술이 많고 보지 못한 일이 없으며, 둘째 아들은 아는 것이 없다면, 그 때에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공경하여 대접하겠는가. 지혜로운 아들이겠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이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 부모는 덕이 높고 총명한 이를 경대할 것이요 지혜 없는 이를 경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그 한 아들은 모르는 일이 없고 익숙하지 않는 일이 없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을 경대할 것이요, 무지한 아들은 경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두 아들 중에서 총명한 아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 따위의 열 가지 악한 법을 행하고, 총명하지 않은 아들은 몸과 입과 뜻의 행 따위의 열 가지 선한 법을 잘 지켜 하나도 범하는 일이 없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 부모는 응당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아들을 경대할 것이옵고 불선을 행하는 사람을 경대하여 무엇하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많이 들은 이를 칭찬하고 뒤에는 그 계율을 칭찬하는구나. 어떠냐 범지야, 만일 또 두 아들이 있다 하자.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하며,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데 어머니가 온전하다. 어머니는 온전한데 아버지가 온전하지 못한 그 아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고 경전과 주술을 널리 알며,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널리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다만 열 가지 선만 가졌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는가. 어머니는 깨끗한데 아버지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경대하겠는가, 혹은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경대하겠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응당 어머니가 깨끗한 아들을 경대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경서와 온갖 기술을 널리 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비록 계율은 가졌으나 지혜가 없는데 마침내 어디 쓰겠나이까. 들음이 있으면 반드시 계율이 있는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아버지의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어머니의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더니, 지금은 어머니의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아버지의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으며, 먼저는 들음의 덕을 찬탄하다가 뒤에는 계율의 덕을 찬탄하더니, 다시 이제는 계율을 찬탄하다가 뒤에는 들음을 찬탄하는구나.

어떠냐 범지야, 만일 그 범지의 두 아들 중에 한 아들은 널리 배우고 들음이 많은데 겸하여 열 가지 선을 가졌고, 그 둘째 아들은 지혜는 있으되 겸하여 열 가지 악을 행한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경대하겠느냐."

범지는 사뢰었다.

"아버지가 깨끗하고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아들을 경대할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그는 온갖 경전을 널리 보고 온갖 기술에 밝으며 아버지의 깨끗함으로 말미암아 그런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오며, 또 겸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해 범하는 일이 없고 모든 덕의 근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옵니다."

"너는 처음에는 그 성을 말하다가 다음에는 들음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고 다음에는 다시 계율을 말하면서 들음을 말하지 않다가 뒤에는 다시 들음을 말하면서 계율을 말하지 않더니 이제는 다시 부모와 들음과 계율을 찬탄하니 어찌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마는 바라문들은 스스로 일컬어 '우리 성은 가장 뛰어나 그 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혼인하는 집에서는 성을 논하지마는 우리 법안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너는 혹 변두리의 먼 나라와 그 변두리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나라 사람에는 두 가지 종성(種姓)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첫째는 사람이요 둘째는 노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도 일정하지 않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어떻게 일정하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는 사람이 되었다가 뒤에는 노예가 되고 혹은 먼저는 노예가 되었다가 뒤에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중생 무리는 모두 동일한 종류로서 여러 가지가 없느니라.

범지야, 만일 천지가 무너지고 세상이 모두 비면, 그 때에는 산하와 석벽과 초목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고, 사람도 또한 다 죽고 만다. 그러다가 천지가 다시 이루어지려 할 때에는 아직 날과 달과 해의 한정이 없다.

그 때에 광음천이 이 세상에 온다. 그러나 그 광음천의 복덕이 차츰 다해 순수한 광명이 없어지면 그들은 서로 바라보다가 곧 욕심을 일으킨다. 그래서 욕심이 치우쳐 많은 이는 곧 여자가 되고 욕심이 적은 이는 남자가 되어 서로 서로 정을 통해 곧 아이를 배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최초로 사람이 있게 되었고, 계속해서 네 종류의 성이 생겨 천하에 퍼졌다. 이런 사실로 보아 사람은 모두 크샤트리야 종족에서 나온 줄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에 범지는 사뢰었다.

"그만 두소서, 그만 두소서. 고오타마시여, 마치 곱추의 등을 펴 주고 장님에게 눈을 주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주는 것처럼 사문 고오타마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를 위해 설법하셨나이다. 나는 지금 사문 고오타마님께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나를 위해 설법하시고 내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때에 범지는 다시 사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내 초청을 받아 주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셔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때에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 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고 온갖 자리를 펴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여래님께서 이 자리에 앉으시리라."

그 때에 시라 범지는 五백 제자를 데리고 시영 범지 집으로 갔다가, 그 집에서 좋은 자리를 펴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자네 집에는 무슨 혼사를 치르려는가, 혹은 마가다국의 빈비사라 왕을 청하고자 하는가."

시영 범지는 대답하였다.

"나는 빈비사라 왕을 청하지도 않고 또 혼사도 없다. 나는 지금 큰복을 지으려 한다."

시라 범지는 물었다.

"어떤 복을 지으려는지 그 생각을 듣고 싶구나."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님께 자기의 성명을 아뢴 일을 말하고 이어서,

"시라여, 알라. 어떤 석종자가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위없는 아라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룬 이가 있으니 나는 이제 그 부처님과 비구 중을 청하였다. 그래서 갖가지 자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때에 시라 범지는 물었다.

"자네는 지금 '부처님'이라고 말하였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을 말하였다."

또 물었다.

"참으로 희한하고 놀라운 일이다. 지금 '부처님'이라는 말을 듣겠구나. 그 여래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나는 그 분을 뵈옵고 싶다."

시영은 대답하였다.

"지금 라아자그리하 성밖의 대숲 동산에 계시면서 五백 제자들을 데리고 즐거이 노신다. 가서 뵈옵고 싶으면 때를 알아하라."

때에 시라 범지는 곧 五백 제자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매우 단정하고 몸은 황금빛이구나. 그리고 우리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여래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다. 그것은 우트팔라꽃이 오랜만에 라야 피는 것과 같다. 그가 만일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 가지 특별한 모양을 성취하였으면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다. 즉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일곱 가지 보배를 완전히 갖출 것이요, 만일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이루어 三계의 복이 되리라.> 나는 지금 부처님의 서른 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살펴보리라.'

그러나 그 때에 그 범지는 다만 서른 가지 모습만 보았고 두 가지 모습은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의심을 일으켰더니 그것은 넓고 긴 혀와 음마장(陰馬藏)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대에 시라 범지는 곧 다음 게송을 읊었다.

서른 두 가지 대인의 모습을

그는 가졌다고 나는 들었었거니

이제 두 모습은 볼 수가 없네

그것은 마침내 어디 있는가

맑고 깨끗한 그 음마장

그 모양은 진실로 비유하기 어렵나니

과연 넓고도 긴 혀 있어

귀를 핥으며 낯을 덮는가

원컨대 넓고 긴 그 혀를 내어

나로 하여금 의심이 없게 하고

또 그 음마장 내게 보이어

의심 맺힌 그물을 아주 없애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혀를 내어 좌우로 귀를 핥고 도로 움츠려 들이셨다. 그리고 곧 삼매에 드시어 그 범지로 하여금 음마장을 보게 하셨다.

때에 범지는 부처님의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과 八十가지 특별한 모양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때에 시라 범지는 세존께 여쭈었다.

"나는 바라문이요 사문은 크샤트리야이옵니다. 그러나 사문이나 바라문은 다 동일한 도로서 하나의 해탈을 구하나이다. 원컨대 사문은 우리들을 허락하시어 동일한 도를 얻게 하시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그럴 생각이 있는가."

범지는 사뢰었다.

"제게는 그럴 생각이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뜻을 내어 하나의 해탈로 향하여 가라. 그것은 이른바 바른 소견이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바른 소견이 곧 하나의 해탈이옵니까, 혹은 다른 해탈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야, 다시 다른 해탈이 있어 열반 세계를 얻는다. 거기에는 여덟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업,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선정이다. 범지야, 이것이 이른바 여덟 가지 도로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이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여덟 가지 도를 아는 이가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을 아는 이는 한 백천 뿐이 아니다. 범지야, 알라. 수 없는 백천 중생이 이 여덟 가지 도를 아느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여덟 가지 도를 모르는 이가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중생으로서 모르는 이가 한 사람만이 아니니라."

범지는 여쭈었다.

"혹 중생으로서 이 법을 얻지 못하는 이가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도를 얻지 못하는 중생으로서 열 한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열 한 가지 종류란 이른바, 간사하고 거짓되며, 나쁜 말하고, 충고하기 어려우며, 은혜 갚을 줄 모르고, 미워하기 좋아하며, 부모를 해치고, 아라한을 죽이며, 착한 뿌리와 착한 일을 끊고, 악을 갚으며, <나>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쁜 생각으로 여래를 대하는 사람이니, 범지야, 이것이 이른바 '열 한 가지 종류의 사람은 이 여덟 가지 도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이 여덟 가지 도를 설명할 때에 그 범지는 온갖 번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시라 범지는 五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각각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라. 나는 여래님 밑에서 도를 닦으리라."

그 제자들은 아뢰었다.

"저희들도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자 하나이다."

그 때에 범지와 그 五백 제자들은 모두 꿇어앉아 세존님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기를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래 비구(善來比丘)야, 여래 앞에서 범행을 잘 닦으면 차츰 괴로움의 근본이 없어질 것이다."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五백 범지들은 곧 사문으로 변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五백 비구들을 위하여 미묘한 논을 말씀하셨다. 이른바 논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관한 논이요,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여러 부처 세존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그 원인, 그 사라짐, 그 사라지는 길을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여러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실 때 그 五백 인들은 온갖 번뇌가 아주 없어지고 상인(上人)의 법을 얻었다.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사뢰었다.

"때가 되었나이다. 원컨대 왕림하소서."

세존께서는 시라 등 五백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모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져라."

세존께서는 一천 비구들에게 둘러싸이어 성안으로 들어가 범지 집에 이르러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에 시영 범지는 五백 바라문이 모두 사문이 된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장하오 여러분. 도에 나아가는 요점은 이에 지날 것이 없소."

때에 시라 비구는 시영 비구를 위하여 다음 게송을 읊었다.

이 요긴한 길보다 더 훌륭한

그런 법 이 밖에는 다시없나니

이렇게 훌륭하고 좋은 모습들

이 보다 나은 것 어디 있을까.

그 때에 시영 범지는 세존님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조금 참으시고 때를 기다리소서. 그렇게 하시면 음식을 다시 장만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미 장만한 음식을 곧 차려라. 모자랄 것은 걱정하지 말라."

시영 범지는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몸소 음식을 돌려 부처님과 비구 중을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바리를 거두시자, 시영 범지는 여러 가지 꽃으로 부처님과 비구 중위에 흩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남녀, 노소들은 모두 우바새가 되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에 범지 부인은 아이를 베고 있었다. 그 부인은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아이를 배었나이다. 이것이 사내인지 계집애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여래님께 귀의하오니, 허락하시어 우바이가 되게 하소서."

그 때에 여래께서는 대중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고, 그 자리에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유쾌하여라 이 복의 갚음이여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얻어

차츰차츰 안온한 곳에 이르러

근심과 액난이 길이 없으리

죽어서는 천상에 나게 되리니

비록 그 어떤 악마의 하늘들도

능히 이 복을 지은 이로 하여금

다시 죄에 떨어지게 하지 못하리

그들도 또한 온갖 방편을 구해

성현의 거룩한 지혜를 얻어

괴로움의 근본을 모두 없애고

여덟 가지 어려움 길이 떠나리.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마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시영 범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98 중~800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4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