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동쪽 동산에서 큰 비구들 五백인과 함께 계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七월 보름날, 한데다 자리를 펴고 앉으시고 비구들은 앞뒤로 둘러쌌다. 부처님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한데서 빨리 간타아를 쳐라. 왜냐하면 오늘 七월 보름날은 수세(受歲)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곧 이 게송을 외웠다.
깨끗한 눈은 짝할 이 없고
일로서 단련하지 않은 것 없으며
지혜 있고 집착이 없는 이시여
무엇을 수세(受歲)라 부르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수세는 세 가지 업 깨끗이 하나니
몸과 입과 뜻의 행한 일이다
비구들은 서로 서로 마주 대하여
제각기 제 잘못을 고백하는 것.
오늘은 대중들이 수세하려고
제각기 제 이름을 스스로 일컫나니
나도 맑은 뜻으로 수세하련다
원컨대 내 허물을 들추어내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다시 게송으로 뜻을 여쭈었다.
강가의 모래 같은 과거 부처와
벽지불과 그리고 모든 성문들
그들도 모두 이 부처 법인가
오직 이 석가모니만 그러한가.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강가 모래 같은 과거 부처와
그 제자들의 맑고 깨끗한 마음
그것은 모두 다 부처 법이다
지금의 석가모니만이 아니다.
그러나 벽지불은 이 법이 없고
수세도 없고 또 제자도 없고
짝 되는 동무 없이 홀로 가면서
남을 위해서 설법하지 않았다.
미래에 있을 부처 세존님
강가 모래 같아 셀 수 없지만
그들도 모두 다 수세하리니
마치 지금의 고오타마 법 같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강당에 올라가 간타아를 들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여래의 믿음 북[信鼓]을 치리니 모든 여래 제자들은 다 모여라.”
그리고 다시 이 게송을 외웠다.
모든 악마 원수의 힘 항복 받고
모든 결박 없애어 남음이 없다
지금 이 한데서 간타아 치리니
비구들은 소리 듣고 모두 모여라.
나고 죽음의 바다 건너는
이 법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
이 묘한 울림의 소리 듣고는
모두 다 구름처럼 여래 모여라.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간타아를 치고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여쭈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무엇을 시키시겠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다음 자리에 앉아라. 내가 때를 알아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풀 자리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다 풀 자리에 앉아라.”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때에 비구들은 각각 풀 자리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비구들을 바라보시다가 곧 분부하셨다.
“나는 지금 수세하고자 한다. 나는 대중에 대해 허물이 없는가. 또 몸과 입과 뜻으로 범한 일은 없는가.”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나 비구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는 두 번 세 번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수세하고자 한다. 그런데 내가 대중에 대한 허물이 없는가.”
그 때에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비구들은 여래의 몸과 입과 뜻에 허물이 없다고 보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세존께서는 오늘까지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고 벗어나지 못한 이를 벗어나게 하며 열반하지 못한 이를 열반하게 하고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하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고 병자를 위해서는 큰 의사가 되었나이다.
세 세계에서 홀로 높아 미칠 이가 없으며 가장 높고 제일이어서, 도(道)의 뜻을 내지 않은 이는 도의 뜻을 내게 하고 깨닫지 못한 대중을 세존께서는 깨닫게 하며 법을 듣지 못한 이는 법을 듣게 하고, 헤매는 이를 위해서는 바른 법으로써 길을 만드셨나이다. 이런 일로 말미암아 여래께서는 대중에 대해 허물이 없으며 그리고 몸과 입과 뜻의 허물이 없나이다.”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께 여쭈었다.
“나는 지금 여래에게 내 자신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나이다. 그런데 나는 여래와 비구 중에 대하여 허물이 없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샤아리푸트라는 몸과 입과 뜻의 좋지 못한 행위가 전연 없다. 왜 그러냐 하면 그대의 지혜는 아무도 따라갈 이가 없다. 즉 갖가지 지혜, 한량없는 지혜, 끝없는 지혜, 짝할 이 없는 지혜, 빠른 지혜, 민첩한 지혜, 매우 깊은 지혜, 평등한 지혜다. 그리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을 알며 고요한 곳을 즐겨 하고 온갖 방편이 많으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아 모두 가지는 삼매의 근원을 완전히 갖추었으며, 계율과 삼매와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을 성취하였으며, 용맹스럽고 억세어 제가 한 말을 착실히 믿으며, 나쁜 짓이 없고 법이 아닌 것을 행하지 않으며, 심정이 조용하여 사납지 않아서 전륜성왕의 태자가 왕위를 이어받아 법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샤아리푸트라도 그와 같아서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고 있다. 그 법바퀴는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용, 귀신, 악마나 혹은 악마 하늘로서는 애초에 굴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너의 말은 언제나 법다워 이치에 어긋난 일이 없느니라.”
그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 五백 비구들도 다 수세하여야 하옵는데, 그들도 다 여래에 대하여 허물이 없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五백 비구들의 몸과 입과 뜻의 행에 대해서도 꾸짖지 않는다. 왜 그러냐 하면, 샤아리푸트라는 대중 가운데서 극히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다. 그리고 이 대중 중에서 가장 작고 낮은 사람도 수다원을 얻어 반드시 나아가 물러나지 않는 법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대중을 나무라지 않는 것이다.”
그 때에 반기이사는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나는 지금 할 말이 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곧 말하라.”
반기이사는 곧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과 비구 중을 찬탄하여 이 게송을 외웠다.
맑고 깨끗한 이 보름달에
五백 비구들 모이었나니
모든 결박을 모두 다 풀고
애욕이 없어 다시는 나지 않네.
비퀴굴리는 큰 거룩한 왕은
모든 신하에게 둘러싸이어
천상과 또 이 세상의
모든 세계를 두루 통솔하나니.
대장(大將)은 사람 중의 높은 이로서
사람들의 길잡이 스승이 되고
제자들은 따르기 즐겨 하나니
세 가지 환함과 여섯 신통 트였네.
그들은 다 부처님 참 제자로
티끌이나 때를 가진 이 없고
애욕의 가시를 넉넉히 끊고
오늘에 스스로 귀의하나니.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반기이사의 말을 옳다 하셨다. 반기이사는 ‘여래께서는 오늘 내 말을 옳다 하신다’고 생각하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제자 중에서 게송을 제일 잘 짓는 제자는 반기이사 비구다. 또 그 말에 의심이 없는 이도 또한 반기이시다.”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676 하~677 중 ;『한글 증일아함경』1, pp. 47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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