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다툼과 참회ㆍ계율

포살과 자자 (5) 만일 여래가 부정한 자가 있는 데서 종해탈을 설하면……

다르마 러브 2013. 8. 29. 06:49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국을 유행하실 적에 항하못[恒伽池] 가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보름날에 종해탈(從解脫)을 설하실 때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자, 곧 선정에 드셔서 타심지(他心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신 뒤에 초야(初夜)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앉아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이미 지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 침묵은 중야(中夜)가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지났고 중야도 끝나려 합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또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 침묵은 다시 후야(後夜)가 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세 번째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는 벌써 지났고, 중야도 또한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뜰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들 중에 부정(不淨)한 비구가 있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도 그 대중들 가운데 함께 있었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 때문에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하시는가? 내가 지금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之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해보리라.'

존자는 곧 여기상정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였다. 존자 대목건련은 세존께서 어느 비구를 두고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지를 알아냈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 앞으로 가서 팔을 잡아끌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이 미련한 사람아, 멀리 가거라. 여기서 머물지 말라. 다시는 비구들과 만나지 말라. 지금부터 너는 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대중 가운데 있던 한 비구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기에 제가 그 비구를 이미 쫓아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벌써 지났고 중야도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목건련아, 저 미련한 사람은 세존과 비구 스님을 희롱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큰 죄를 받을 것이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여래가 부정한 자가 있는 데서 종해탈을 설하면, 그는 곧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대목건련아,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종해탈을 설하라. 여래는 다시는 종해탈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瞻波經 대정장 1/478 중~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261~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