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제자

수보리존자 (2) 위중한 병환중에도 모든 감관이 공(空)하다는 선정을 즐긴 수보리존자

다르마 러브 2013. 9. 5. 10:4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須菩提]도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 곁에서 따로 초막을 짓고 선정을 닦고 있었다.

그 때에 그는 병이 들어 매우 위태로웠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이 고통은 무엇을 좇아 생기고 무엇을 좇아 멸하며 또 어디로 가는가’고. 그는 곧 한데에다 앉을 방석을 펴고 몸을 곧게 하고 뜻을 바루어 알뜰한 한 마음으로 가부하고 앉아 모든 감관의 욕심과 해로움과 고통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의 생각을 알고 곧 파차순(波遮旬)에게 명령하였다.

 

선업[善業=수부우티]께서는 모든 결박 벗어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머무시더니

이제 매우 위중한 병환을 얻어

감관이 공(空)하다는 선정을 즐기신다.

 

너는 빨리 가서 병 문안하고

높은 이의 그 얼굴 친히 뵈어라

그러면 큰복을 얻을 것이요

덕 심기 이보다 지남 없으리.

 

파차순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존자여.”

그 때에 석제환인은 五백명 하늘 사람과 파차순을 데리고 장정이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곧 삼십 삼천에서 사라져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내려와 존자 수부우티와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게송으로 파차순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선정의 삼매를 즐기시는

저 선업님을 깨울 수 있겠는가

부드럽고 맑고 깨끗한 소리로

저를 선정에서 깨게 하여라.

 

파차순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그 때에 파차순은 석제환인의 말을 듣고 곧 유리 거문고를 고루어 수부우티 앞으로 가서 게송으로 수부우티를 찬탄하였다.

 

번뇌가 아주 다해 남음이 없고

생각을 고요해 어지럽지 않으며

온갖 때와 티끌은 없어졌나니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마음은 쉬어 생, 사 간을 건넜고

악마를 항복 받고 모든 결박을 끊고

그 공덕은 저 큰 바다 같나니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깨끗한 그 눈은 연꽃과 같아

더러운 때 다시는 붙지 못하여

귀의할 곳 없는 이의 귀의할 곳 되나니

그 공(空)의 선정에서 빨리 일어나라.

 

네 흐름 건너 함[爲]이 없고

늙음, 병 없음을 잘 깨달아

함이 있는[有爲] 재앙에서 벗어 났나니

존자는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라.

 

지금 五백 하늘 사람 저 위에 있고

석제환인도 몸소 오려 하나니

그 거룩한 얼굴 뵈옵고자 하거든

해공(解空=수부우티)님 빨리 선정에서 일어나라.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파차순을 찬탄하였다.

“장하다, 파차순이여. 지금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합하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합하여 다름이 없구나. 그래서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를 떠나지 않고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를 떠나지 않아, 두 소리가 서로 어울려 이에 묘한 소리를 이루었구나.”

그 때에 석제환인은 존자 수부우티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선업님. 병환은 좀 덜하십니까. 지금 그 병은 어디서 났습니까. 몸에서 났습니까. 마음에서 났습니까.”

그 때에 존자 수부우티는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코오시카[拘翼=석제환인의 다른 이름]여. 모든 법은 스스로 나고 스스로 멸하며, 모든 법은 스스로 서로 움직이고 스스로 쉬는 것이다. 코오시카여, 마치 독약이 있으면 다시 그 독을 제하는 약이 있는 것처럼,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히고 법과 법은 스스로 고요해진다. 법은 법을 낸다. 검은 법은 흰 법으로써 다스리고 흰 법은 검은 법으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탐욕의 병은 더럽다는 생각으로 다스리고 성내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며 어리석은 병은 지혜로써 다스린다. 석제환인이여, 이와 같이 모든 소유(所有)는 다 공(空)으로 돌아간다. 즉 나도 없고 남도 없으며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으며 선비[士]도 없고 지아비[夫]도 없으며 얼굴[形]도 없고 모양[像]도 없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이다.

석제환이여, 마치 바람이 큰 나무를 넘어뜨리면 가지와 잎사귀는 말라 떨어지고 눈과 우박이 곡식을 때리면 꽃과 열매가 처음에는 무성하였으나 물이 없으면 스스로 시들다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시들었던 싹이 다시 나서 사는 것처럼 석제환이여, 그와 같이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혔다가 법과 법은 서로 안정시킨다. 내가 전에 앓던 아픔과 고통은 지금은 다 사라져 다시는 근심과 괴로움이 없다.”

석제환인은 아뢰었다.

“나도 근심과 걱정과 고통과 번민이 있었는데 이제 그 법을 듣고 나니 다시는 근심,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실없이 많아 이제 천상으로 돌아가려 하나이다. 전에도 일이 있었지마는 여러 하늘 일이 실없이 많습니다.”

수부우티는 말하였다.

“이제 갈 때가 되었으니 가도록 하라.”

때에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부우티 앞으로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떠났다.

 

대정장 2/575 중-하 ;『한글 증일아함경』6권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