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존자 파구나(巴求那)가 동쪽 동산에 있는 녹모(鹿母)강당에 있었는데 병에 걸려 매우 위독한 지경이었다. 존자 아난(阿難)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파구나가 동쪽 동산 녹자모 강당에 있사온데 병에 걸려 지금 몹시 위독합니다. 이런 병으로 인하여 비구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그를 가엾게 여기시어 동쪽 동산 녹자모 강당의 존자 파구나의 처소를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고,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시어 동쪽 동산의 녹자모 강당으로 가셨다. 그리고 존자 파구나의 방으로 들어가시어 자리를 펴고 앉아 존자 파구나를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시어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셨고,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존자 파구나는 세존께서 떠나신 뒤에 이내 목숨을 마쳤는데, 임종에 다다랐을 때 모든 감관이 기쁨에 차고 얼굴 모습도 청정해졌으며 살빛도 희고 고왔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파구나의 사리를 공양한 뒤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한쪽으로 물러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파구나는 세존께서 오신 뒤에 이내 목숨을 마쳤습니다. 임종 때 모든 감관은 기쁨에 차 있었고 살빛은 맑고 고와 빛났었습니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어느 세계에 태어나서 어떤 생을 받고, 그의 후세는 어떠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비구가 병이 들기 전에는 5하분결(下分結)을 아직 끊지 못하였더라도 만약 병이 든 것을 깨닫고서 그 몸이 괴롭고 마음이 언짢으며, 회생할 기운이 미약할 때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갖가지 설법을 듣게 되면, 그는 그 법을 듣고 나서 5하분결이 끊어질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큰 스승이 가르치고 설법한 복덕이며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아직 병이 들기 전에 5하분결을 끊지 못하고, 그 뒤에 병이 들어 몸이 괴롭고 회생할 기운이 자꾸 미약해질 그 때,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듣지 못했을지라도, 많이 아는 다른 큰 스승이나 범행을 닦는 사람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듣게 되면, 그는 그 설법을 듣고 나서 5하분결이 끊어질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가르침과 훈계와 법을 들은 복덕과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다시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아직 병이 들기 전에는 5하분결을 끊지 못하고, ……(내지)……회생할 기운이 미약할 때 큰 스승이나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듣지 못했더라도 그가 일찍이 들은 법을 혼자 고요히 생각하고 헤아리고 관찰하면, 5하분결이 끊어지게 될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일찍이 들은 법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얻는 복덕과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아직 병이 들기 전에 5하분결은 끊고, 탐애(貪愛)가 다한 최상의 해탈은 얻지 못했으나,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는 않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었다. 그러다가 병이 들어 몸이 괴롭고 회생할 기운이 미약해졌더라도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들으면, 탐애가 다한 최상의 해탈을 얻고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며, 욕심을 여읜 해탈을 얻게 된다. 아난아, 이것을 큰 스승이 설법한 복덕과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아직 병이 들기 전에 5하분결은 끊고, 탐애가 다한 최상의 해탈은 얻지 못했으나, 모든 번뇌를 깨닫고 지독히 괴로워할 때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듣지 못했더라도, 다른 많이 아는 덕 높은 스님이나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들으면, 탐애가 다한 최상의 해탈을 얻고,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며, 욕심을 여읜 해탈을 얻게 된다. 아난아, 이것을 가르침과 훈계와 법을 들은 복덕과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난아, 만일 어떤 비구가 아직 병이 들기 전에 5하분결은 끊었고, 탐애가 다한 최상의 해탈은 얻지 못했으나,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는 않고 욕심을 여읜 해탈을 얻었었다. 그러다가 몸에 병이 들어 지독히 괴로워할 그 때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도 듣지 못하고 다른 많이 아는 덕 높은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도 듣지 못했더라도, 일찍이 들었던 법을 혼자 고요한 곳에서 생각하고 헤아리고 관찰하면, 탐애가 다한 최상의 해탈을 얻고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며, 욕심을 여읜 해탈을 얻게 된다. 아난아, 이것을 일찍이 들은 법을 생각함으로써 얻는 복덕과 이익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니 무슨 이유로 파구나 비구의 모든 감관이 기쁨에 차고 얼굴은 청정하며 피부가 곱고 빛나지 않았겠는가? 파구나 비구는 아직 병들기 전에는 5하분결을 끊지 못했으나 그는 직접 큰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와 설법을 듣고 5하분결을 끊었느니라.
세존께서는 그 존자 파구나가 아나함(阿那含)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叵求那經 대정장 2/266 하~267 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493~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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