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복지

죽음 (3) 존자 천타가 모든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병으로 자살함.

다르마 러브 2013. 9. 5. 13:43

그 때 존자 천타(闡陀)는 나라(那羅)라고 하는 마을에 있는 호의암라(好衣菴羅)라는 숲 속에 있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은 존자 천타가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존자 마하 구치라(拘?羅)에게 말하였다.

"존자는 아시는가? 천타 비구가 지금 나라라는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 있는데 질병에 걸려 위중하다고 하오. 우리 함께 가 봅시다."

마하 구치라는 아무 말이 없이 허락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마하 구치라와 함께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 이르러 존자 천타가 있는 방으로 갔다. 존자 천타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오는 것을 보고 평상을 부여잡고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자 존자 사리불이 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일어나지 마시오."

존자 사리불과 존자 마하 구치라가 다른 평상에 앉아 존자 천타에게 물었다.

"어떠하신가? 존자 천타여, 앓고 있는 질환은 어떻게 견딜 만하신가? 더한가, 덜한가?……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 나온 차마수다라에서 말한 내용과 같다.)."

존자 천타가 말하였다.

"나는 지금 몸에 병이 매우 위중하여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질병은 점점 더해지기만 하고 조금도 차도가 없습니다. 그저 칼을 잡아 자살하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고통스러운 삶을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말하였다.

"존자 천타여, 그대는 부디 노력해서 제 자신을 스스로 해치지 마시오. 그대가 만일 세상에 살아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서로 오가면서 주선할 것이오. 그대가 만일 가난하면 나는 그대에게 약을 대줄 것이고, 그대에게 간호할 사람이 없으면 나는 그대를 간호해줄 사람을 구해주되 그대의 마음에 꼭 맞는 사람을 주선해줄 것이며, 마음에 들지 않게 하지 않을 것이오."

천타가 대답하였다.

"내게는 공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라 마을의 여러 바라문과 장자들이 모두 나를 보살펴주어서, 의복․음식․침구․약 같은 물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범행(梵行)을 닦는 내 제자는 내 마음을 잘 맞추어가며 병을 간호하고, 마음에 들지 않게 하는 일이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나는 질병의 고통이 몸을 핍박하여 견디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그저 자살하고 싶은 마음만 듭니다. 고통스러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묻겠소. 마음 내키는 대로 대답하시오. 천타여, 눈과 안식(眼識)과 또 눈에 인식되는 물질,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또 물었다.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意識)과 의식에 인식되는 법, 이런 것들은 과연 나라고 하겠습니까,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다른 것입니까? 둘 다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까?"

천타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또 물었다.

"그대는 눈과 안식과 물질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나는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이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눈과 안식과 또 물질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었다.

"그대는 귀․코․혀․몸도 그러하며, 뜻과 의식과 법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분별하고 무엇을 알았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물질은 나라는 것이 아니고,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가?"

천타가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나는 뜻과 의식과 법은 없어지는 것임을 보고 없어지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뜻과 의식과 또 법은 나가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둘이 함께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러나 나는 오늘 몸에 생긴 질병의 고통을 더 이상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칼로 자살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괴로운 삶은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마하 구치라가 존자 천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스승의 가름침대로 바른 생각을 닦아 익혀야 한다. 스승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所依 : 몸)이 있으면 동요(動搖)하게 되고, 동요하게 되면 취향(趣向)하는 것이 있으며, 취향하는 것이 있으면 쉬지 않고, 쉬지 않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면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고, 미래의 나고 죽음이 있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出沒]이 있으며,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있기 때문에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모이는 것이다'라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한다.

또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글귀처럼 '의지하는 것이 없으면 동요하지 않고, 동요하지 않으면 취향하는 것이 없으며, 취향하는 것이 없으면 곧 쉼이 있고, 쉼이 있으면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며, 그 곳을 따라 왕래하지 않으면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고, 미래에 나타나고 사라짐이 없으면 곧 남․늙음․병․죽음과 근심․슬픔․고통․번민이 없다. 이리하여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사라진다'고 하신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천타가 말하였다.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도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질병의 고통을 견디기에 너무도 어렵습니다. 그저 칼로 자살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괴로운 삶을 더 이상 바라지 않습니다."

그 때 존자 천타는 곧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라는 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존자 천타의 사리에 공양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 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천타는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세존이시여, 그 존자 천타는 어느 세계로 갔습니까, 어떤 생을 받고 후세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존자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스스로 '존자 마하 구치라여, 내가 세존께 공양하는 일은 이제 끝났습니다. 선서를 수순(隨順)하는 일도 이제 이미 끝났습니다. 마음에 맞든지 마음에 맞지 않든지 간에 제자로서 할 일을 이제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른 제자가 스승님께 공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마땅히 이와 같이 공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에 맞게 하고 마음에 맞지 않게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존자 천타는 이전에 진진니(鎭珍尼)라고 하는 바라문의 마을에 있을 때 공양을 하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사리불아, 바른 지혜로 잘 해탈한 선남자에게는 공양을 해주던 집, 극히 친하고 후하게 지내던 집, 서로 이야기를 잘 하고 지내던 집이 있다. 사리불아,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그 몸을 버리고 다른 몸을 받아 계속한다면, 나는 그들에게는 허물이 있다고 말하리라. 만일 이 몸을 버린 뒤에 다른 몸이 계속하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 큰 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큰 허물이 없기 때문에 나라 마을의 호의암라숲 속에서 칼로 자살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그 존자 천타를 위해 제일기(第一記)를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闡陀經 대정장 2/347 중~348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972~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