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숲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라. 나는 세존님을 뵈오러 가리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보배깃 수레를 준비하고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수레 준비는 다 되었나이다. 왕은 때를 알아하소서."
때에 왕은 보배깃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내 청을 들어주시어 라아자그리하에서 九十일 동안 여름 안거를 지내소서."
세존께서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왕은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들어주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왕은 때를 따라 의복, 음식, 침구, 의약을 공양하였다.
그 때에 바이샤알리 성에는 귀신이 일어나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었고 하루 동안에도 죽는 사람이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귀신 나찰에 걸려 얼굴과 눈이 누렇게 되어 三, 四일 만에 죽는 자도 있었다. 그래서 그 성 사람들은 매우 두려워해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이 성은 크고 번성해 사람이 많고 풍족하고 즐겁기 저 제석천왕이 사는 궁전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귀신의 해침을 받아 많은 사람이 죽고 쓸쓸하기는 산이나 들과 같다. 누가 신덕이 있어 이 재앙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그 때에 그들은 저희끼리 말하였다.
"우리는 듣건대 저 사문 고오타마님은 가는 곳마다 온갖 삿된 귀신이 침범하지 못한다고. 만일 그 여래님이 여기 오시면 이 귀신들은 모두 스스로 도망쳐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 여래께서는 지금 라아자그리하에서 아자아타샤트루 왕의 공양을 받고 계시므로, 아마 여기 와서 교화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큰 자비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일체를 두루 살펴보아도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신다. 또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듯 하신다. 그러므로 만일 누가 청하면 곧 오실 것이요, 아자아타샤트루 왕도 만류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저 아자아타샤트루 왕 나라에 가서 세존님께 '지금 우리 성은 큰 곤액을 받고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돌보아 주소서'라고 사뢸 수 있겠는가."
그 때에 최대(最大)라는 장자는 그 대중 가운데 있었다. 대중들은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들었다. 사문 고오타마님은 가는 곳마다 어떤 나쁜 귀신도 해치지 못한다고. 만일 그 여래께서 여기 오시기만 한다면 이 재앙을 능히 없앨 것이다. 그대는 저 세존님께 가서 이런 사정을 자세히 사뢰어 이 성을 영구히 보존하게 하라."
장자는 잠자코 대중들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집으로 가서 여행 도구를 챙겨 가지고 하인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바이샤알리 성 사람들은 큰 재앙을 만나 죽는 사람이 매우 많나이다. 하루 동안에도 시체를 실은 수레가 잇대어 백이 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고 돌보시어 저 남아 있는 사람들을 편안한 곳에서 안온하게 살게 하소서. 또 듣자오니 세존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들도 감히 침범하지 못한다 하나이다. 원컨대 돌보아 우리 성에 오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안온히 살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라아자그리하의 아자아타샤트루 왕의 청을 받았다. 모든 부처 세존은 두 가지 말이 없다. 만일 저 아자아타샤트루 왕이 들어준다면 나는 갈 수 있다."
최대 장자는 사뢰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결코 여래님을 우리 나라에 오시도록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오면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우리 나라에 대해서 털끝만큼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우리 나라 백성들을 해치려고 하나이다. 만일 그가 나를 본다면 곧 잡아죽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정을 말할 수 있겠나이까. 그는 우리 나라 백성들이 귀신에게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한량없이 기뻐할 것입니다."
"너는 두려워 말고 지금 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하라. '여래님은 전에 왕의 신상에 대해서 예언하셨소.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고 두 가지 말씀이 없소. 즉 왕은 죄없는 부왕을 죽였으니 장차 지옥에 나 거기서 한 겁을 지낼 것이오. 그런데 지금은 허물을 뉘우치고 그 죄를 떠나 여래 법안에서 믿음 뿌리를 성취하였으니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그 죄는 남음 없이 없어졌소. 그래서 지금 왕은 목숨을 마치면 박구 지옥에 날 것이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네천왕천에 날 것이며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야마천에 날 것이요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도솔천, 화자재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 와 네천왕천에 날 것이오. 대왕은 알아야 하오. 그렇게 二十겁 동안에는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 세상에 태어나 최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제악(除惡)이라는 벽지불이 될 것이오.' 그 왕은 이 말을 들으면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며 너에게 말하리라. '네 소원은 무엇인가? 나는 어김없이 들어주리라'고"
장자는 사뢰었다.
"나는 지금 세존님의 위력을 받들어 저 왕에게 가겠나이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그 왕에게로 갔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여러 신하들과 높은 궁전 위에서 강론하고 있다가 이 장자가 오는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만일 저 사람이 여기 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이는 말하였다.
"우리는 그를 잡아 다섯 동강을 내겠습니다."
어떤 이는 말하였다.
"목을 베어 나무에 달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죽여 나를 보지 못하도록 하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이내 높은 소리로 외쳤다.
"나는 부처님 심부름꾼이다."
왕은 부처라는 소리를 듣고 곧 자리에서 내려와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여래 계신 곳을 향해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무슨 분부가 계신가."
장자는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전에 왕의 신상에 대해서 예언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결코 거짓이 아니어서 두 가지 말씀이 없습니다.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왕은 부왕을 죽였소. 그 죄로 말미암아 아비 지옥에 들어가 한 겁을 지낼 것이오. 그러나 이내 여래 앞에서 허물을 고쳤으므로 이제는 박구 지옥에 날 것이오.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네천왕천에 나고 계속해서 타화자재천에 났다가 다시 차례로 내려 와 네천왕천에 날 것이오. 그런데 二十겁 동안에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 인간에 돌아다니다가 최후의 몸을 받아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워 제악이라는 벽지불이 되어 세상에 나올 것이다'고."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해 어쩔 줄을 모르며 장자에게 말하리라.
"너는 지금 무엇을 요구하는가. 나는 어김없이 들어주리라."
장자는 사뢰었다.
"바이샤알리 성 백성들은 매우 포악한 나찰 귀신의 해침을 받아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나이다. 원컨대 대왕은 세존님을 놓아주어 세존께서 거기 가시어 그 귀신들을 모두 흩어져 달아나게 하소서. 왜냐 하오면 우리는 듣건대 여래께서 가시는 곳에는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들이 그 틈을 엿보지 못한다고 하나이다. 원컨대 대왕은 허락하여 세존께서 저 나라로 가시게 하소서."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길게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그 원은 매우 크다.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네 가 내게 이 성이나 촌락이나 나라, 재물, 처자를 요구했다면 나는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세존님이 가시기를 청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러나 나는 아까 네 소원을 다 들어준다고 약속하였으니 이제 네 뜻대로 하라."
그 때에 장자는 매우 기뻐하면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세존께서 우리 나라로 가시는 것을 허락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 가라. 나는 때를 보아 가리라."
장자는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이어 카란다 대숲 동산을 나와 바이샤알리 성으로 향해 떠나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한 사람에게 일산을 들리고 높은 다락 위에 있다가 세존께서 저 나라를 향해 떠나시는 것을 보고 탄식하면서 좌우에 말하였다.
"우리는 그 장자에게 속았다. 우리는 저들을 살리기 위해 여래님을 이 나라에서 떠나시게 하였다."
왕은 곧 五백 개 일산을 가지고 세존님을 배웅하였다. 그은 먼지가 세존님 몸을 더럽힐까 걱정해서였다. 라아자그리하 성에서도 또 五백 개 일산을 가지고 여래님 뒤를 따랐다. 그 때에 또 제석천왕도 세존님 마음속의 생각을 알고 먼지가 여래님 몸을 더럽힐까 걱정하여 五백 개 보배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고 여러 강신(江神)들도 五백 개 일산을 들고 허공에 있었다. 또 바이샤알리 성 백성들도 세존께서 성으로 들어오신다는 말을 듣고 또 五백 개 보배 일산을 가지고 세존님을 맞이하였다. 그래서 二천 五백 개 보배 일산이 허공에 달려 있었다.(중략)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바이샤알리에 이르러 성문에 서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여래가 되었으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제일이니라'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는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런 법으로.
열반 세계로 가게 되리라'
이 지성스런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은 재앙 없으리.
'그리고 이 지성스런 중은.
여러 성현 들 중에 제일이니라'
이 지성스런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은 재앙 없으리.
두 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 발 가진 짐승도 그러하리니
길을 가는 이도 행복스럽고
길을 오는 이도 또한 그러리
'밤이나 낮이나 안온을 얻어
귀찮게 구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지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바이샤알리 성의 재앙은 없게 되리.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나찰 귀신들은 제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제각기 달아났다. 그래서 다시는 바이샤알리 성에 들어오지 못했으므로 모든 병자들은 병이 낫게 되었다.
대정장 2/725 중~727 하 ; 『한글 증일아함경』2, pp. 13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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