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쇄신안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는 첫 번째 좌담회. 주제는 ‘재정투명성 확립’이었다.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일감스님,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장 성직스님, 류승무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지난 14일 불교신문사 사장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패널들은 1시간30분 동안 재정 관련 쇄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종단의 내실을 다지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재정투명성 확립 원칙엔 모두 공감했다. 다만 외부 회계감사 도입은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재가자의 재정관리가 투명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눈에 띄었다. 내부 구성원의 합심을 통한 공평한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는 결론이다.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
일감스님 : 조직의 근간인 재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고 집행하겠다는 종단 차원의 의지가 반영됐다. 재가불자가 참여하는 사찰운영위원회의 정상화도 고무적이다. 전체적으로 바람직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부족하거나 이견이 있는 부분은 보완하고 설득해 나가겠다.
성직스님 : 승풍실추 행위를 계기로 한 자정(自淨) 작업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공개’ 위주로 가는 점은 우려된다. 변화하되 그것은 불교계 내부 구성원의 주체적인 변화여야지, 밖으로 보여주거나 생색내기에 치우치면 곤란하다.
그런 맥락에서 외부 회계감사 도입은 재검토해봐야 한다. 물론 종단의 내실을 다지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재정투명성 확립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그 방식은 종교 교단만의 특수성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조계종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장 성직스님 |
공평하게 걷어 종단의 이름으로 쓰자
감시·제재만큼 지원·배려에도 힘써야
류승무 교수 : 최근 불미스러운 현안은 침소봉대된 면이 없지 않다. 언론의 무분별한 선정보도로 몇몇 개인들의 잘못이 종단 전체의 부패인 양 호도됐다. 다만 이제 더 이상 자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종단 차원의 여론을 형성한 점은 유의미한 반면교사다.
만약 한국불교가 위기라면 극단적인 자본주의 논리로 점철된 세상의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좇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소유의 극대화가 아닌 참다운 행복의 길을 제시한 부처님의 관점에서도, 재정 투명화는 이뤄져야 한다. 단, 투명화의 절차는 승가 내부에서만 공유해야 한다. 교단의 재산현황이 외부에 가감 없이 노출될 경우 더 심각한 낭패를 만날 수 있다.
일감스님 : 재정투명성 확립의 골자인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이 총무원 발의로 입법된다. 공찰과 사설사암을 총망라해 재정상황을 기준으로 등급을 세밀하게 매길 것이다. 분담금을 공평하게 징수하기 위한 방편이다. 1년 예산이 2억 원 이상인 사찰에는 반드시 경리를 전담하는 종무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도 삽입될 전망이다.
또한 사찰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사찰의 주요 사안을 의무적으로 논의토록 하는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재가불자의 참여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부대중 공동체 정신의 복원이라는 본래 명분엔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사찰의 모든 수입에 대한 영수증 발급, 문화재구역입장료 사찰의 전자발권 시스템도 올해 안에 구축될 예정이다.
성직스님 : 분담금은 세간의 세금과 같고, 곧 공평과세는 상식이다. 사찰 등급화 작업에는 반드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실사가 선행돼야 한다. 공찰은 전체의 60%, 사설사암은 30% 남짓만 총무원에 예결산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담금을 제대로 걷으려면 어느 사찰의 수입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기본 전제다. 예결산 보고가 무성의할 경우 독촉하고, 정 안 되면 처벌 조치까지 단행해야 한다.
일감스님 : ‘예결산을 성실히 보고하면 오히려 분담금만 올릴 것’이란 불신이 일선 사찰에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 않다. 예산이 늘었다는 건 곧 사찰을 원만하게 운영했다는 증거이며 주지 스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근거다. 곧 현 집행부가 시행하고 있는 주지인사고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역량과 전문성이 인사의 주요 기준이라는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집행부를 믿어도 된다.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일감스님 |
사찰예산회계법 발의 등 법제화 진행
책임감 갖도록 스님들 권한 존중해야
류승무 교수 : 사찰운영위원회법의 개정으로 재가불자도 재정 관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심해야 할 점은 단순히 재가자의 참여가 재정투명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스님과 재가자 간의 관계 설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더욱 큰 폐단을 불러올 수 있다. 예컨대 주지 스님과 몇몇 재가자가 공모 또는 담합하거나, 재가자가 책임 전가의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구나 스님에겐 기본적으로 ‘계율’이란 제어장치가 있어서, 어찌 됐든 일상에서 늘 도덕성을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재가자는 욕심대로 살기 쉽다. 금전출납을 재가 종무원에게 일임하는 일도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스님과 재가자란 개인이 아니라 사찰운영위원회라는 공동체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성직스님 : 최근 현안 때문에 많은 불자들이 상처를 받았다. 대다수의 사찰이 굉장한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시켰다. 그러나 자격지심은 버리자. 수많은 익명의 스님들이 폐사나 다름없던 절을 피땀으로 복원하며 오늘날 한국불교의 외형을 이룩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스님과 신도가 협의를 통해 사찰을 원만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로 존경하고 존중받는다.
전체 사찰의 85% 정도는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이번 사안을 겨냥해 불교계의 여러 단체가 ‘재정 투명화’를 강변하는데, 마치 모든 주지 스님들이 사적으로 삼보정재를 낭비한다고 비꼬는 투다. 신도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자성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결사추진본부가 사부대중 토론회 ‘야단법석’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반 사찰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
류승무 교수 : 재정 투명화 원칙을 적용할 만한 사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스님이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쇠락한 절이 더 많다. 주지 스님 혼자 밭 매고 행정 보고 신도관리하는 사찰이 부지기수인데, 이런 사찰에서 재정 공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강제적 제도를 만들어 모든 사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감스님 : 사찰운영위원회의 법정 구성원 수는 최소 7명에서 최대 30명인데, 7명도 모을 수 없는 사찰이 태반이라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재정 투명화 원칙은 대형화되어 있는 주요 사찰에만 우선 적용할 것이다. 올해 직영사찰 및 직할교구 공찰을 시작으로 2013년 이후 교구본사 특별분담금 사찰, 문화재구역입장료 사찰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성직스님 : 잘 모으는 것만큼이나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개개 사찰의 수입을 사찰에만 투자하면 안 된다. 종단 차원에서 회향해야만 종단의 사회적 위상과 종도로서의 정체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승가교육 및 승려노후복지기금 등 분담금의 항목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평하게 걷어서 종단의 이름으로 쓰자.
류승무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
재가자 참여가 재정투명성 보장 못 해
자본주의와의 팽팽한 긴장 유지 ‘핵심’
류승무 교수 : 공감한다. 중앙승가대는 종단의 공식적인 승가교육기관인 데도, 시설이 너무나 형편없다. 종단이 교육과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사찰이 관련 기관에 지정기탁을 하면, 분담금을 감면해주는 종책도 검토해볼만 하다. ‘소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면 ‘분배’의 정당성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성직스님 : 1980년대 이전만 해도 대다수의 사찰이 가난했다. 밥만 먹을 수 있어도 다행이라 여기는 절이 많았다. 국가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사찰도 살림이 좋아지고 도심포교가 본격 전개되면서, 새로운 문화들이 유입됐다.
예전에는 수행자로서 소유라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도시의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일은 상상도 못 했다. 스님들은 결국 수행자이므로 스스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끊임없는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스님으로서의 위의와 진정성이 한층 더 성숙될 것이다.
일감스님 : 재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춘다면 재정 관리의 최종권한은 주지 스님이 갖는 게 맞다고 본다. ‘월급쟁이’ 스님이 양산될 경우 사찰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옅어지고 사찰 운영이 되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보는 고스란히 종단 전체가 떠안게 된다.
성직스님 : 종단 집행부에서 ‘사설사암’에 대한 인식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설사암의 대형화를 두고 많이들 비판하지만, 혈혈단신으로 절을 짓는다는 건 정말 녹록치 않은 일이다. 종도가 창건한 대형사찰은 궁극적으로 종단의 위상을 높이고 포교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감시나 제재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도 힘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분담금의 공평하고 균등한 징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행부에 대한 믿음이 쌓여야만, 진심으로 종단을 위해 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류승무 교수 : 관건은 신뢰다. 신뢰에는 대인 신뢰와 기관 신뢰가 있다. 대인 신뢰는 지도자를 향해 있으며, 곧 지도자가 매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기득권층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특권의식과 권위주의를 버려야 한다. 기관 신뢰는 재정투명성과 연계해 민주적 의사결정에 한결 충실해야 한다.
물질자본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이고 이는 곧 신뢰다. 단위 사찰의 종단 중앙에 대한 오래된 불신, ‘내 권리를 빼앗아간다’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총무원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믿어도 된다’는 정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진심어린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재정 투명화 관련 종단 쇄신계획 ·사찰예산회계법 제정: 회계감사제 도입, 금전출납 종무원 배치 ·사찰 재정공개: 올해 직영사찰부터 주요 사찰 순차적 시행. ·문화재구역입장료 사찰 통합발권시스템 구축: 재정의 합리적 운영 및 투명성 강화 ·국고보조금 사용 및 관리감독 강화: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의 편법사용 예방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 재가자 참여로 사부대중 공동체 기반 마련 ·종무행정학교 설치: 사찰관리 분야 전문종무원 양성 |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 2825호/ 6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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