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장아함경 제二권
제一분(分) 유행경(遊行經) 제二초
이렇게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라아자그리하 기사굴산에서 큰 비구의 무리 천 二백 五十인과 함께 계셨다.
때에 마가다[摩竭]국의 왕 아사세는 발지(跋祗)국을 치고자 했다. 왕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비록 저 나라 사람이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많고 강하다 하더라도 나로서 저들을 쳐 빼앗기는 어려울 것 없다’고 생각했다. 때에 아사세왕은 바라문으로 대신인 우사(禹舍)에게 명령했다.
“너는 기사굴산에 계시는 세존께 나아가 내 이름으로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 세존의 기거(起居)가 가볍고 편하시며 걸음 걸으시기도 건강하신 가고 문안 드려라. 그리고 다시 세존께 여쭈어 보아라. ‘발지국 사람들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건장하며 부강한 것을 믿고 내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나는 그것을 치고자 하오니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가르침이 있으신가’고. 무슨 가르치는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그것을 기억해 잊지 말고 들은 그대로 내게 와 말하라. 여래의 말씀은 허망하지 않느니라.”
대신 우사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수레를 타고 기사굴산으로 갔다. 수레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세존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마가다의 왕 아사세는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다시 은근히 문안을 드립니다. 기거가 가볍고 편리하시며 걸음 걸으시기도 건강하십니까.”
또 세존께 여쭈었다.
“발지국 사람들은 스스로 용맹스럽고 건장하고 부강한 것을 믿고 제게 순종하지 않으므로 저는 그것을 치고자 하오니 혹시 세존께서는 무슨 가르침이라도 있으시옵나이까.”
그 때 아난(阿難)은 세존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자주 자주 모임을 가져 서로 바른 일을 의논한다고 들었는가.”
아난은 대답을 사뢰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和順)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아무도 침노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의 임금과 신하는 서로 화순하고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한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어 금기(禁忌)할 바를 알고 예도(禮度)를 어기지 않는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발지국 사람들은 부모를 효도로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여 순종한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은 종묘(宗廟)를 공경하여 귀신에게 정성 드린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의 가정의 여자들이 바르고 참되며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어 비록 웃고 농담하는 데 있어서도 그 말이 음란한 데 미치지 않는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너는 발지국 사람들은 사문을 높여 섬기고 계(戒)를 가지는 사람을 존경하여 보호하고 공양하기를 일찍 게으른 일이 없다고 들었는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난아, 만일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갈수록 더 왕성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는 언제나 안온하여 누구의 침노도 받지 않을 것이다.”
때에 대신 우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나라 백성들이 비록 한 가지 법을 행하더라도 오히려 도모할 수 없겠거늘 하물며 일곱 가지를 맞춤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저는 나라 일이 많기 때문에 우선 하직을 사뢰고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마땅히 때를 알라.”
때에 우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공손히 읍(揖)하고 물러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라아자그리하의 좌우에 있는 모든 비구들을 강당에 모이게 하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아난은 나열기성으로 가서 모든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했다. 그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모든 비구들은 다 강당에 모였습니다. 오직 부처님은 때를 아소서.”
그 때에 부처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가셨다. 자리에 앉자 곧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七 불퇴법(不退法)을 연설하리라. 자세히 들어 잘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예, 세존이시여 즐겨 듣기를 원하나이다.”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七 불퇴법이란 무엇인가. 一은 자주자주 서로 모여 정의(正義)를 강론(講論)하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그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二는 위, 아래가 화동(和同)하여 서로 공경하고 순종해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三은 법을 받들어 금기할 바를 알고 그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四는 만일 비구들이 힘써 많은 스승과 벗들을 보호하고 그것을 존경해 섬기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五는 바른 생각을 지켜 가지고 효도와 공경을 으뜸으로 삼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六은 음욕을 떠난 깨끗한 행(行)을 닦고 본능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七은 남은 먼저로 하고 나를 뒤로하여 이름과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 화순 하여 법을 부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은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一은 일이 적은 것을 즐겨 하고 일을 많이 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곧 법은 더하고 자라나, 줄거나 닳아지지 않을 것이다. 二는 침묵하기를 즐겨 하고많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三은 잠을 적게 자고 잠의 쾌락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四는 패거리를 만들어 쓸데없는 일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五는 아무 덕이 없으면서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것이다. 六은 악한 사람과 짝하지 않는 것이다. 七은 산이나 숲 속의 한적한 곳에서 혼자 있기를 즐기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렇게 하면 법은 더하고 자라 줄거나 닳아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이라고 하는가. 一은 믿음을 가져라. 여래의 지진(至眞), 정각(正覺) 등의 十호(號)의 두루 갖추었음을 믿어라. 二는 부끄러움[慙]을 알라. 자기가 지은 죄를 스스로 부끄러워하라. 三은 부끄러워[愧]할 줄을 알라. 자기의 지은 죄를 남에게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라. 四는 많이 듣는 것이니 자기의 들은 바 상선, 중선, 하선(上, 中, 下善)의 의미가 맑고 조촐해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행(行)을 갖추어라. 五는 고행(苦行)을 부지런히 힘써 악을 없애고 선을 닦아서 부지런히 익혀 버리지 말라. 六은 옛날에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여 잊지 말라. 七은 지혜를 닦아 익히어 나고 멸하는 법을 알고 성현(聖賢)의 도(道)에 나아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어라. 이러한 것이 일곱 가지 법이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다른 七법이 있으니 법으로 하여금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이라 하는가 一은 부처님은 존경하는 것이다. 二는 법을 존경하는 것이다. 三은 스님을 존경하는 것이다. 四는 계율을 존경하는 것이다. 五는 정(定)을 존경하는 것이다. 六은 부모를 존경하고 거기에 순종하는 것이다. 七은 방일하지 않는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七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나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법이라고 하는가. 一은 내 몸의 깨끗하지 못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二는 음식의 깨끗하지 못함을 관찰하는 것이다. 三은 세상을 즐겨 하지 않는 것이다. 四는 항상 죽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五는 무상(無常)하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六은 무상은 괴로움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七은 괴로움은 <나>가 없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七법이다. 이것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七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七법이라고 하는가. 一은 염각의(念覺意)를 닦는 것이니 한가하고 고요해 욕심이 없어 뛰어 나는 길을 닦아 인연을 짓지 않는 것이다. 二는 법각의(法覺意)를 닦는 것이다. 三은 정진각의(精進覺意)를 닦는 것이다. 四는 희각의(喜覺意)를 닦는 것이다. 五는 의각의를 닦는 것이다. 七은 호각의(護覺意)를 닦는 것이다. 이러한 七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六 불퇴법(不退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六이라 하는가. 一은 몸은 항상 자비를 행하여 중생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二는 입은 인자한 말을 하고 악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三은 뜻은 자비로운 마음을 생각해 파괴하고 손해 지우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이다. 四는 깨끗한 재물을 얻어 여럿과 함께 나누어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이다. 五는 성현의 훈계를 받아 빠뜨림이 없고 또 때묻고 더러움이 없이 굳게 믿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六은 성현의 도(道)를 알아 그것으로써 괴로움을 아주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六법은 곧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六 불퇴법이 있다. 이것은 법을 더하고 자라게 하여 줄거나 닳음이 없게 하는 것이다. 一은 부처님을 생각[念]하는 것이다. 二는 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三은 스님네를 생각하는 것이다. 四는 계율을 생각하는 것이다. 五는 보시(布施)를 생각하는 것이다. 六은 하늘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六념(念)을 닦으면 법은 더하고 자라나 줄거나 닳음이 없을 것이다.”
그때 세존은 라아자그리하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죽원(竹園)으로 가고자 한다.”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옷과 바루를 챙겨 여러 대중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마가다를 둘러 죽원에 도착하셨다. 세존은 당상(堂上)에 올라 자리에 앉으사 모든 비구들에게 계, 정, 혜(戒,定,慧)에 대해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정을 얻음으로써 큰 과보(果報)를 얻는다. 정을 닦아 지혜를 얻음으로써 큰 과보를 얻는다.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져 등해탈(等解脫)을 얻는다. 그래서 三루(누) 곧 욕(慾)의 누, 유(有)의 누, 무명(無明)의 누를 멸해 다하고 해탈을 얻어 해탈의 지혜가 생긴다. 거기는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行)이 이미 서로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다시는 다음의 생(生)을 받지 않는다.”
그 때 세존은 죽원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파아탈리푸트라[巴陸弗城]로 가고자 한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여러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마가다를 둘러 파아탈리푸트라에 이르러 파아탈리나무 밑에 앉으셨다. 때에 많은 남자 신도들은 부처님이 대중과 함께 멀리서 이 파아탈리나무 밑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성에서 나와 파아탈리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六근(根)이 고요하기 제일이었다. 마치 큰 용(龍)이 물이 맑기 때문에 티끌이나 때가 없는 것 같았다. 三十二 상(相)과 八十 종호(種好)는 그 몸을 장엄했다. 신도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에 기쁨이 넘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은 그들을 위하여 점차로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들을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모든 신도들은 설법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歸依)하고자 합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허락하시어 우바새로 삼아 주소서. 지금부터는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 계(戒)를 받들어 가지겠나이다. 내일은 공양하고자 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과 함께 자비를 베풀어 돌보아 주소서.”
그 때 세존은 침묵으로써 허가하셨다.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침묵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들은 곧 여래를 위하여 큰 강당을 지어 계실 곳을 마련하고 물 뿌려 소제하고 향을 사르며 자리를 깔아 모든 공양의 준비가 끝났다. 그들은 곧 세존께 나아가 여쭈었다.
“모든 준비는 다 갖추어졌습니다. 오직 성자(聖者)는 때를 알으소서.”
그 때 세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드시고 대중들과 함께 강당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손발을 씻으시고 그 복판에 앉으셨다. 때에 모든 비구들은 왼쪽에 앉고 모든 신도들은 오른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모든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이 계를 범함으로써 다섯 가지 손해가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하는가. 一은 재물을 구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二는 비록 얻은 것이 있더라도 날로 점점 없어진다. 三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한다. 四는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퍼진다. 五는 목숨을 마쳐 죽은 뒤에는 지옥에 들어간다.”
부처님은 또 모든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사람이 계를 가짐으로써 다섯 가지 공덕이 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하는가. 一은 모든 구하는 것은 뜻대로 된다. 二는 자기가 가진 재산은 더욱 불어 손해 되는 일이 없다. 三은 가는 곳마다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四는 좋은 이름과 착한 칭찬이 천하에 두루 퍼진다. 五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때에 밤은 벌써 반이 되었다. 부처님은 여러 신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
모든 신도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그 발에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때 부처님은 이른 새벽에 고요하고 한가한 곳으로 나아가셨다. 거기서 하늘눈[天眼]이 맑고 트이어 모든 큰 하늘신[天神]들이 각각 영토를 차지하는 것을 보시고 가운데 신과 아래 신들도 각각 영토를 차지하는 것을 보셨다. 그 때 부처님은 곧 강당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셨다. 세존은 때를 아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누가 이 파아탈리푸트라성을 지었는가.”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것은 우사 대신이 쌓았습니다. 이것으로써 발지국을 막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을 쌓은 사람은 바로 하늘 뜻을 얻었다. 내가 새벽에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나가 하늘 눈으로써 보매 모든 큰 하늘 신은 각각 영토를 차지하고 중간 신과 아래신도 각각 영토를 차지했다. 아난아, 마땅히 알라. 모든 큰 하늘 신이 차지한 영토에는 사람이 거기 살면 크게 안락하고 불꽃처럼 성하리라. 중간 신이 차지한 곳은 중간 사람이 살 곳이요, 아래신이 차지한 곳은 아랫사람이 살 곳이다. 공덕이 많고 적음을 따라 각각 그 사는 곳이 다를 것이다. 아난아, 여기는 현인(賢人)이 사는 곳, 여기는 상인(商人)이 모이는 곳, 이렇게 나라의 법은 진실하여 속임이 없는 것이다. 이 성은 가장 훌륭하여 모든 나라들이 높이는 바로서 아무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뒤에 이 성이 파괴되려 할 때에는 반드시 三사(事)가 있을 것이다. 一은 큰 물, 二는 큰 불, 三은 나라 안의 사람이 나라 밖의 사람과 서로 음모할 것이다. 그 때에는 이 성이 부서질 것이다.”
때에 파아탈리푸트라성의 모든 신도들은 밤을 새워 공양을 준비했다. 그래서 때가 되자 부처님께 여쭈었다.
“음식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성자께서는 때를 아소서.”
신도들은 곧 공양을 차리고 손수 이바지했다. 공양이 끝나자 물을 돌리고 따로 작은 방석을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들이 있는 여기는 현인과 지자(智者)의 사는 곳으로서 계를 가지는 자도 많아 깨끗한 행(行)을 깨끗이 닦으므로 모든 착한 신(神)들은 기뻐하여 곧 주원(呪願)을 행하여 준다. 존경할 만한 것은 존경할 줄 알고 섬길 만한 것은 섬길 줄 알며 널리 베풀고 두루 사랑해 자비로운 마음이 있다. 모든 하늘이 칭찬하는 바다. 항상 선(善)을 향하고 악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이다.”
세존은 이렇게 설법해 미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대중들은 둘러싸 모시고 돌아갔다. 대신 우사는 부처님의 뒤를 따르다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문 고오타마는 이 성을 나가신다. 이 문을 <고오타마 문>이라 이름하자. 또 여래가 건너시는 강은 <고오타마 강>이라 하자.’ 그때에 세존은 파아탈리푸트라성을 나가 강가에 이르렀다. 언덕 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 중에는 배를 타고 건너가는 사람도 있고 혹은 뗏목을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으며 떼 배를 타고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그 때 세존은 대중들과 함께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세존은 이 뜻을 관찰해 마치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바다의 사공이시요
법의 다리는 나루를 건네주네
그리고 대승도(大乘道)의 큰 수레는
일체의 천상 인간 건져 주시네.
또한 스스로 번뇌를 끊어
저 언덕에 이르러 신선이 되고
또 그 모든 제자들로 하여금
결박을 풀어 열반을 얻게 하네.
그 때 부처님은 발지를 돌아다니시다가 구리(拘利)촌에 이르렀다. 어느 나무 밑에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네 가지 깊은 법이 있다. 一은 거룩한 계(戒)다. 二는 거룩한 정(定)이다. 三은 거룩한 지혜다. 四는 거룩한 해탈(解脫)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알기 어렵다. 나나 또 너희들은 이것을 밝게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나고 죽음 속에서 끝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 때 세존은 이 뜻을 관찰해 마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계, 정, 혜 및 해탈은
오직 부처님만이 분별하시고
괴로움을 떠나 중생을 교화해
나고 죽음의 번뇌 끊게 하시네.
그 때 세존은 구리 촌에서 자유로이 계시다가 아난에게 나아디카아[那陀]촌으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들어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나아디카아촌에 이르러 벽돌집 휴게소에서 쉬시었다.
그 때 아난은 혼자 한적한 곳에서 잠자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나아디카아에는 十二 거사(居士)가 있다. 一은 카쿠다[伽伽羅] 二는 카알링가[伽陸伽] 三은 니카타[毘伽陀] 四는 리슈[利輸] 五는 사아로오[遮樓] 六은 바야로오[婆耶樓] 七은 밧다[婆頭樓] 八은 수밧다[藪頭樓] 九는 툿타 十은 산툿타 十一은 야쇼오[耶輸] 十二는 야쇼오다로오[耶輸多樓]다. 이 모든 사람들은 이제 목숨을 마치고 어디 가서 태어났는가. 또 목숨을 마친 자 五十인이 있다. 또 목숨을 마친 자 五백인이 있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태어났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갔다. 머리로써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잠자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나아디카아에는 十二 거사 카쿠다들이 목숨을 마쳤다. 또 五十인의 목숨을 마친 자가 있다. 또 五백인의 목숨을 마친 자가 있다. 이들은 어디 가서 태어났을까’고. 원컨대 부처님은 설명해 주소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카쿠다들 十二인은 五하분결(下分結)을 끊고 목숨을 마친 뒤에 하늘에 태어났다. 그들은 거기서 완전히 반열반(般涅槃)을 얻어 다시는 이 땅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五十인의 목숨을 마친 자는 三결(結)을 끊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어 사다함(斯陀含)을 얻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다. 또 五백인의 목숨을 마친 자는 三결을 끊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정코 악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고 도(道)를 이루어 七생(生)을 이 세상에 오간 뒤에는 괴로움의 근본을 다할 것이다. 아난아, 대개 한 번 나서 죽는 것은 이 세상의 떳떳한 일이다. 그것이야 무엇이 이상할 것 있겠는가. 만일 낱낱 사람이 죽을 때마다 내게 와서 묻는다면 그것은 어지럽고 귀찮은 일이 아니겠는가.”
아난은 대답해 여쭈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실로 시끄럽고 귀찮은 일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 너를 위해 법의 거울을 설명하리라.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가 날 곳을 알아 三악도(惡徒)를 끊어 수다원을 얻으며 七생을 지나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리라. 또 아난아, 법의 거울이란 곧 성인의 제자들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는 것을 말한다.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서 여래, 아라한, 등정각(等正覺)의 十호(號)를 구족(具足)한 것을 믿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법은 바르고 참되고 미묘하여 마음대로 말하여 때가 없고 열반의 도를 보이어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는 것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즐거워하고 기뻐하면서 스님들은 잘 화합하여 행하는 바는 순박하고 곧아 아첨하는 일이 없고, 도(道)의 결과를 성취하고 위, 아래가 화순하며 법의 몸을 갖추어 수다원을 향해서는 수다원을 얻고, 사다함을 향해서는 사다함을 얻으며, 아나함(阿那含)을 향해서는 아나함을 얻고, 아라한을 향해서는 아라한을 얻는 사쌍팔배(四雙八輩) 이것을 성현의 무리라고 하고, 이들은 존경할 만한 복밭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또 성현의 계(戒)는 맑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이지러지거나 빠짐이 없어 명철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행하여 선정(禪定)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아난아, 이것을 법의 거울이라 한다. 나는 성인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 난 곳을 알아 악도를 끊어 수다원을 얻고 七생을 지내지 않아 반드시 괴로움의 근본을 끊게 하리라. 그들도 또한 남을 위하여 이 일을 설명해 주리라.”
세존은 자유로이 계시기를 마치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와 함께 바이샤알리(毘舍利)국으로 가자.”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옷을 입고 바루를 들고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바이샤알리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어느 나무 밑에 앉으셨다. 때에 한 음녀(淫女)가 있어 이름을 암바바리(菴婆婆梨)라고 했다. 그녀는 부처님의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바아샤알리국에 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곧 보배 수레를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했다. 아직 가까이 가지전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특이하며 상호(相好)를 갖추어 마치 별 가운데에 달과 같았다. 그녀는 바라보고 기뻐하면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갔다. 차츰 부처님께 가까이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은 점차로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그녀를 이롭고 기쁘게 했다. 그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을 내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나는 오늘부터 三존(尊)에게 귀의합니다. 원컨대 허락해 주소서. 바른 법에 살면서 우바이가 되어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邪淫)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또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와 제자들은 내일 저의 공양을 들어주소서. 그리고 오늘밤에는 우리 동산에서 쉬시도록 하소서.”
그 때 세존은 잠자코 그 청을 들어 주셨다. 그녀는 부처님이 잠자코 허가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부처님을 돌고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간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저 동산으로 가리라.”
“예.”
하고 대답을 사뢰었다. 부처님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바루를 챙기신 뒤 천 二백 五十인의 제자들과 함께 저 동산으로 가셨다.
때에 바이샤알리국에 있는 여러 예차(隸車) 사람들은 부처님이 암바바리 동산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곧 五색(色)의 수레를 엄하게 장식했다. 어떤 사람은 푸른 수레에 푸른 말을 탔는데 옷과 일산과 깃발과 하인들도 다 푸른빛이었다. 五색의 수레와 말도 다 그러했다. 五색의 예차 사람들은 다 꼭 같은 빛깔의 옷을 입고 나아가 부처님을 뵈옵고자 했다.
암바바리는 부처님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예차 사람들은 만났다. 수레를 빨리 몰아 가는 바람에 저들의 수레와 충돌하여 저들의 깃발과 일산을 부러뜨리고 그녀는 길을 비키지 않았다. 예차 사람들은 꾸짖으며 말했다.
“너는 누구 힘을 믿기에 가면서 길을 비키지 않고 우리 차를 들이받아 깃발과 일산을 다 부러뜨리는가.”
그녀는 말했다.
“여러분, 나는 내일 부처님을 초대하게 되어 그것을 준비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수레를 빨리 몰았기 때문에 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모든 예차 사람들은 곧 그녀에게 말했다.
“너의 초대는 아직 그만 두라.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양보하라. 그러면 우리는 너에게 백천량의 금을 주리라.”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먼저 초대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예차 사람들은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백천량의 금의 十六배를 주리라. 부디 우리를 먼저 하게 해다고.”
그러나 그녀는 듣지 않았다.
“내 초대는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예차 사람들은 다시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너에게 우리 나라 재산의 반을 주리라. 우리에게 양보하라.”
“비록 나라 재산의 전부를 준다 해도 나는 그것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우리 동산에 계시고 내 초대를 먼저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 일은 이미 결정해 마쳤으니 끝내 상대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예차 사람들은 손을 휘두르면서 탄식했다.
“이제 우리는 저 여자 때문에 우리의 첫 복을 빼앗겼다.”
그리고 길을 재촉하여 저 동산을 향해 나아갔다. 그때 세존은 五백명 예차 사람의 수만의 수레와 말이 길을 메우고 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도리천 그 동산에서 유희할 때의 위의(威儀)와 장식을 알고자 하거든 저것을 보라. 그것은 이것과 다름이 없다. 너희들 비구여,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걷어잡아 모든 위의를 갖추어야 한다. 비구여, 어떤 것을 스스로 그 마음을 거둬잡는다고 하는가. 이에 비구여, 안몸[內身]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다시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버리는 것이다. 수(受)나 의(義)나 법(法)의 관찰도 또한 그러한 것이다. 어떤 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 하는가. 이에 비구들아, 행해야 할 것은 행할 줄 알고 그쳐야 할 것은 그칠 줄 알며 좌우를 돌아보기와 몸을 펴고 굽히기와 굽어보고 쳐다보기와 옷을 입고 바루를 챙기기와 음식을 먹고 약을 쓰기에 법칙을 어기지 않고 좋은 방편을 써서 번뇌를 덜어 버리며 다니거나 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깨었거나 잠자거나 말하거나 잠자코 있거나 항상 마음을 걷어잡아 산란하지 않는다. 이것을 비구가 모든 위의를 갖추었다고 한다.”
그 때 五백의 예차 사람들은 암바바리 동산에 이르러 부처님 가까이 가려고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여래는 자리에 앉아 빛나는 모습이 홀로 드러나 모든 대중을 무색케 하는 것이 마치 가을 달 같았다. 또 천지가 청명하고 깨끗해 가리움이 없을 때 해가 허공에 있어 그 광명이 홀로 비추는 것과 같았다. 그 때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부처님을 에워싸고 앉았다. 부처님은 대중 속에서 빛나는 모습이 홀로 밝았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손을 깍지끼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했다.
마가다의 앙가(鴦伽)왕은
유쾌하게 좋은 이익 얻기 위하여
몸에는 보주(寶珠)의 갑옷을 입었다.
세존이 이 땅에 나타나시자
그 위덕(威德)은 三천 세계 뒤흔들고
이름은 나타나기 히말라야 같도다.
또 마치 연꽃이 피어
그 향기 매우 미묘함과 같도다.
이제 부처님의 광명을 보면
마치 처음 오르는 아침 해 같고
마치 밝은 달이 허공에 놀아
흐린 기운 한점 없는 것 같네.
세존도 또한 이와 같아서
그 광명은 세간을 비추네.
이제 여래의 지혜를 보면
어둠 속에 등불을 보는 것 같네.
밝은 눈을 중생에게 베풀어주고
모든 의혹을 풀어 주시네.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병기에게 말했다.
“너는 그 게송을 또 한 번 읊으라.”
때에 병기는 부처님 앞에서 두 번 세 번이나 되풀이해 읊었다. 예차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각각 보배의 옷을 벗어 병기에게 선물했다. 병기는 그 옷을 여래에게 바쳤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곧 그 옷을 받으셨다.
그 때에 세존은 바이샤알리의 모든 예차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는 다섯 가지 보배가 있다. 그것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무엇을 五보(寶)라는 하는가. 一은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시는 것이니 그것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二는 여래의 바른 법을 연설하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三은 여래가 연설한 법을 믿어 아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四는 여래가 연설한 법을 능히 성취하는 사람이니 그 사람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五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그 재앙에서 구원하기를 되풀이하는 사람이니 그 삶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五보로써 그것은 얻기 어려운 것이다.”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부처님이 가르쳐 보이시어 이롭게 하고 기뻐하게 하심을 받고 매우 기뻐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과 및 모든 제자들은 내일 저희들의 공양을 들어주소서.”
부처님은 곧 예차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청하여 나는 이제 곧 그것으로 공양을 받았다. 암바바리 여자가 이미 먼저 나를 청했노라.”
때에 五백명 예차 사람들은 암바바리 여자가 이미 먼저 부처님에게 청했다는 말을 듣고 각각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희들이 여래에게 공양하려 했었는데 이제 이 여자가 이미 우리 앞을 빼앗았습니다.” 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부처님께 예배한 뒤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각각 돌아갔다.
때에 암바바리는 그 날 밤으로 여러 가지 공양을 준비하였다. 이튿날 세존은 천 二백 五十명의 비구들에게 각각 옷과 바루를 챙기게 한 뒤 비구들에게 둘러싸이어 그녀의 집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으셨다. 암바바리는 곧 맛난 공양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네들에게 바쳤다. 공양를 마치자 바루를 거두고 상을 치웠다. 때에 그녀는 손으로 황금 병을 들어 손 씻는 물을 돌려 마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이 바이샤알리국에 있는 동산 중에서 우리 동산이 가장 훌륭합니다. 저는 이 동산을 여래에게 바치겠습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이것을 받아 주소서.”
부처님은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산을 나와 및 이 승단(僧團)에 보시하라. 왜냐하면 여래가 가지는 동산, 숲, 방, 집, 옷, 바루의 六물(物)은 진실로 모든 악마도 하늘도 범천(梵天)도 대신력천(大神力天)도 이런 공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때에 그녀는 분부를 받잡고 곧 그 동산을 부처님과 및 승단에 보시했다. 부처님은 그녀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우고 절을 짓고
동산의 과일로 시원함을 보시하고
다리와 배로써 사람을 건네주고
광야에서 물과 풀을 보시하고
또 집들을 지어 보시하면
그 복은 밤낮으로 불어나고
계를 갖추어 맑고 또 깨끗하여
그는 반드시 죽어 좋은 곳에 나리라.
때에 암바바리는 낮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녀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즉 시론(施論), 계론(戒論)과 생천론(生天論)과 애욕은 큰 우환 덩어리요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상루(上漏)는 장애가 되며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라 하셨다.
그 때에 세존은 그녀의 뜻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며 五온(蘊)의 장애가 엷어져 교화하기 쉬운 것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법대로 그녀를 위하여 고성제, 고집성제, 고멸성제, 고출요성제를 설명하셨다.
암바바리는 믿는 마음이 맑고 깨끗해져 마치 흰 천이 빛깔을 받기 쉬운 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눈이 생기어 법을 보고는 법을 얻고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두려움이 없음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네에게 귀의합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시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이가 되는 것을 허가해 주소서.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라고 맹세했다. 그래서 그녀는 부처님에게 五계(戒)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습관을 버리고 더러움과 때가 없어졌다. 그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 때 세존은 바이샤알리국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다 위의를 갖추어라. 나는 이제 죽림총(竹林叢)으로 가고자 한다.”
아난은
“예.”하고,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저 죽림에 이르렀다. 그대 비사타야(毘沙陀耶)라는 바라문은 부처님이 대중들과 함께 죽림으로 오셨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을 생각했다. ‘저 사문 고오타마는 그 이름과 덕망이 사방에 널리 퍼지고 十호(號)를 구족했다. 그래서 모든 하늘과 제석과 범천(梵天) 그리고 악마와 사문과 바라문 가운데서 스스로 지혜를 체험하고 남을 위해 설법하신다. 상, 중, 하의 모든 하시는 말씀은 다 바르고 참되며 그 뜻이 깊고 또 깨끗한 행(行)을 구족하셨다. 이런 참 사람을 나는 마땅히 가서 뵈오리라.’ 그는 죽림을 나와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세존은 그를 위해 점차로 설법하여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바라문은 설법을 듣고 못내 기뻐해 곧 세존과 및 모든 대중에게 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서 공양을 받으시고 쉬소서.”
부처님은 침묵으로 그 청을 들어 주셨다. 바라문은 이미 허가하신 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 날 밤으로 음식을 준비했다. 이튿날 때가 되어
“오직 성자는 때를 아소서.” 하였다. 세존은 옷을 입고 바루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이어 그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바라문은 온갖 맛난 음식을 갖추어 부처님과 스님네들에게 공양하고 공양이 끝나자 바루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렸다. 그는 낮은 평상을 가져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세존은 그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음식과
의복과 침구로써
계를 지키는 사람에게 보시하면
그는 곧 큰 갚음을 얻을 것이다.
그것은 오직 참된 짝으로
언제나 그 사람 따르기
가는 곳마다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착한 종자 심는 것은
뒷세상의 양식이 되는 것이니
복은 그 뿌리와 기초가 되어
중생은 그것으로 안락하니라.
복은 하늘의 보호받는 것
어디로 가나 위험이 없고
한 평생 어려움 만나지 않으며
죽으면 곧 천상에 오르리라.
세존은 그 바라문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하시어 그를 가르쳐 이롭고 기쁘게 하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 그 나라에는 흉년이 들고 곡식이 귀하여 구걸하기가 어려웠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 안에 현재에 있는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라.”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하고 곧 사방에 영을 내려 모두 강당에 모았다. 나라 안의 대중들은 다 모였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은 다 모였습니다. 오직 성자는 때를 아소서.”
그 때 세존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는 흉년이 들어 구걸하기가 매우 어렵다. 너희들은 각각 떼를 나누어 아는 곳을 따라 바이샤알리나 발지로 가서 거기서 안거(安居)하라. 그러면 군색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난과 함께 여기서 안거하리라.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군색을 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분부를 받아 곧 떠나고 부처님은 아난과 함께 거기 머무셨다. 그 뒤 여름 안거 동안에 부처님은 병이 나시어 온 몸이 몹시 아프셨다. 부처님은 가만히 생각하셨다. ‘나는 지금 병이 나서 온 몸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제자들은 모두 흩어져 없는데 내가 만일 열반에 든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나는 정근(精勤)하면서 스스로 힘써 내 목숨을 이어야 한다.’ 그 때 세존은 고요한 방에서 나와 시원한 곳에 앉으셨다. 아난은 이것을 보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이제 존안(尊顔)을 뵈오니 병이 좀 덜린 것 같습니다.”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세존께서 병이 나시매 제 마음은 황송하고 두려우며 걱정과 근심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가만히 생각하오니 여래께서는 아직 열반에 드시지 않았습니다. 세간의 눈은 아직 멸하지 않았습니다. 큰 법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왜 지금 모든 제자들에게 가르침과 시키심이 없나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 내게 기대할 바가 있는가. 만일 스스로 ‘나는 여러 스님들을 가지고 여러 스님들을 껴잡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대중에게 가르침과 시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나는 대중을 가지고 나는 대중을 껴잡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대중에게 가르침과 시킴이 있겠는가. 아난아 내가 말한 법은 안팎으로 구별이 없이 이미 다 설명해 마쳤다. 그러나 본 바가 다 통달했다고 스스로 일컫지 않고 나는 이미 늙었다. 나이는 八十, 마치 낡은 수레를 방편으로 수리하여 좀 더 가고자 하는 것과 같이 내 몸도 또한 그렇다. 방편의 힘으로써 잠깐 목숨을 머물게 하리라. 그리고 스스로 힘써 정진하면서 이 고통을 참으리라. 일체의 사물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이 없는 정(定)에 들어갈 때 내 몸은 안온하여 번민도 고통도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 어떤 것을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남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남에게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가. 아난아, 비구는 안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하여 게으르지 않고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또 바깥 몸을 관찰하고 안팎의 몸을 관찰하기를 부지런히하여 게으르지 않고 잘 기억하여 잊지 않음으로써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수(受)와 의(意)와 법의 관찰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이것을 아난아,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 부디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말라. 자기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부디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능히 이 법대로 수행하는 자 있으면 그는 곧 나의 참 제자요, 또 제일가는 학자일 것이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차바라(遮婆羅)탑으로 가자.”
아난은
“예.” 하고 대답했다. 여래는 곧 일어나 옷을 바루를 들고 어떤 나무 밑으로 가셨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자리를 깔라. 나는 등병을 앓는다.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아난은
“예.” 하고 곧 자리를 깔았다. 여래는 앉으셨다. 아난은 작은 자리를 깔고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四신족(神足)을 닦아 그것을 많이 익혀 행하고 또 항상 그것을 생각해 잊지 않으면 제가 생각만 있다면 죽지 않고 一겁(劫)을 더 넘길 수 있다. 아난아, 부처님은 四신족을 이미 많이 닦아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생각만 있으면 一겁이 넘도록 더 살아 세상을 위하여 어두움을 없애고 이롭게 하는 일이 많아 하늘과 사람은 안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아난은 잠자코 있어 대답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세 번이나 되풀이해 말씀하셨다. 아난은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아난은 악마에 붙잡혀 정신이 아득하여 깨닫지 못했다. 부처님은 세 번이나 상(相)을 나타내시었으나 아난은 여전히 아무 것도 청할 줄을 몰랐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마땅히 알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거기서 떠났다. 부처님은 떠나기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고요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 동안이 오래지 않았을 때 악마 파순(波旬)은 부처님께 와 여쭈었다.
“부처님은 뜻에 아무 욕심이 없으시니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반열반에 드십시오.”
부처님은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잠깐 그쳐라. 잠깐 그쳐라. 나는 스스로 그 때를 안다. 여래는 아직 반열반을 취하지 않으리라. 나는 모든 비구들이 모이기를 기다리리라. 또 나는 능히 내 마음을 잘 다루어 용맹스럽고 겁이 없이 안온한 곳에 이르리라. 나는 나의 이익을 몸소 얻어 남의 도사(導師)가 되리라. 경(經)의 이치를 연설해 펴어 글귀의 뜻을 나타내고 만일 다른 주장이 있으면 바른 법으로써 그것을 꺾어 항복 받으리라. 또 신통으로써 내 자신이 증명해 보이리라. 제자들은 이렇게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들도 이렇게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 지금은 마땅히 깨끗 한 행을 선전하고 각의(覺意)를 연설해야 할 때다. 모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두루 신통을 보게 하리라.”
때에 악마 파순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의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구율(阿遊波俱律)나무 밑에서 부처님이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셨을 때 저는 세존께 나아가 여래의 반열반에 드실 것을 권해 청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滅度)하시라’고. 그때 여래께서는 곧 내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만두라. 나는 스스로 그 때를 안다. 여래는 지금 아직은 반열반을 취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제자들이 모이고 또 하늘과 사람들이 신통과 변화를 보기를 기다려 멸도하리라’고. 부처님이시여, 이제 제자들은 이미 모이고 또 하늘과 사람들이 신통 변화를 보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왜 멸도 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안다.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三개월 뒤에 나는 말라족(末羅族)의 발생지(發生地)인 쿠쉬나가라[拘尸邪竭]의 사알라원[娑羅園]의 쌍수(雙樹) 사이에서 멸도 할 것이다.”
때에 악마는 곧 생각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 반드시 멸도 하시리라.’ 그래서 기뻐 날뛰면서 갑자기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은 곧 차바라탑에서 의삼매(意三昧)의 정(定)에 들어 명(命)을 버리고 수(壽)에 머물러 계셨다. 이 때에 땅은 크게 진동하여 온 나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해 털이 꼿꼿이 서지 않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이 큰 광명을 놓으시자 두루 비치어 끝이 없고 어두운 지옥도 모두 광명을 받아 각각 서로 볼 수 있었다. 그 때 세존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있음>과 <없음>의 두 행(行) 중에서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렸나니
마음에 삼매(三昧)를 오로지하기
새가 알에서 나오는 것 같네.
그 때 현자(賢者) 아난은 마음이 놀라 털이 거꾸로 섰다. 빨리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괴상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땅이 크게 진동합니다. 이것은 무슨 인연이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이 세상에 땅이 진동하는 것에는 여덟 가지 인연이 있다. 어떤 것을 여덟이라 하는가. 저 땅은 물위에 있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공중에 의지한다. 공중에 큰바람이 있어 때로 스스로 일어나면 곧 큰물이 어지럽고 큰물이 어지러우면 곧 땅이 두루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一이다. 다시 아난아, 가끔 도를 얻은 비구 비구니나 및 큰 위신력이 있는 하늘이 물의 성질의 많은 것을 관찰하고 땅의 성질의 적은 것을 관찰하여 그것을 알려고 스스로 힘을 시험해 보고자 하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二다. 다시 아난아, 만일 처음에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 태에 들어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으면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三이다. 다시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어머니 태에서 오른 쪽 옆구리로 나와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으면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四다. 또 아난아, 보살이 처음으로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면 그 때에는 큰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그 五다. 다시 아난아, 부처님이 처음으로 도를 이루어 악마나 혹은 악마의 하늘이나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으로는 능히 굴릴 수 없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리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六이다. 다시 아난아, 부처님의 교화가 장차 끝나려 할 때 생각을 오로지해 산란하지 않고 생명을 버리고자 하면 곧 땅이 널리 진동한다. 이것이 그 七이다. 다시 아난아, 여래가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에 반열반(般涅槃)할 때에는 땅이 크게 진동한다. 이것이 그 八이다. 이 여덟 가지 인연은 땅을 크게 진동시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위없는 양족존(兩足尊)은
세상 비추는 큰 사문이라
아난은 하늘 스승께 청하나니
땅이 움직이는 것은 무슨 인연인가고.
여래는 자비로운 말로 연설하실 때
그 소리는 기비릉새 소리와 같네,
나는 말하리니 너희들은 들어라
땅의 움직임이 말미암아 오는 곳을.
땅은 물을 인해 의지하고
물은 바람을 인해 의지한다.
만일 허공의 바람이 일어나면
곧 땅은 크게 진동하나니.
만일 도를 얻은 비구 비구니들이
신족(神足)의 힘을 시험하고자 하면
산과 바다와 온갖 초목과
큰 땅덩이가 모두 진동하나니.
제석이나 범천 모든 높은 하늘이
생각에 땅을 움직이고자 하면
산과 바다의 모든 귀신과
큰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보살 양족존
백복(百福)의 상(相)을 이미 갖추어
처음으로 모태에 들어갈 때에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十개월 동안 모태에 있을 때는
마치 용(龍)이 요 위에 누운 것 같다가
비로소 오른 쪽 옆구리로 나올 때
땅은 곧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부처님이 동자가 되었을 때에
번뇌와 인연과 속박이 사라졌네.
도를 이룬 것은 한량없이 훌륭하여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승선(昇仙)이 녹야원에 있어
법의 수레바퀴를 처음으로 굴려
도의 힘으로 악마 항복 받으면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악마가 자주 와 못 견디게 청해
부처님에게 반열반을 권하여
부처님이 드디어 생명을 버리면
땅은 그 때문에 진동하나니.
사람 중에 높은 이 큰 도사(導師)
신선이 후세 생명 다시 받지 않으며
움직일 수 없이 열반을 취할 때
땅은 그 때문에 크게 진동하나니.
깨끗한 눈으로 모든 인연 알아 말했나니
땅이 움직이는 데 여덟 가지 일 있다고.
이런 일 있거나 또 다른 인연으로
땅은 크게 진동하나니.
불설장아함경 제三권
유행경 제二중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八중(衆)이 있다. 무엇을 여덟이라 하는가. 一은 찰제리중 二는 바라문중 三은 거사(居士)중 四는 사문중 五는 四천왕중 六은 도리천중 七은 악마중 八은 범천중이다.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옛날에 내가 왕래하며 도리천 무리들과 함께 앉고 일어나기와 서로 말한 수는 이루 셀 수가 없다. 정진하는 정(定)의 힘으로써 모든 것을 마음대로 잘 나타내어 그들에게 좋은 빛깔이 있으면 내 빛깔은 그들보다 훌륭하게 나타냈고, 그들에게 묘한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는 그들보다 나았다. 그들은 나를 피해 물러갔지마는 나는 그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능히 말하는 것을 나도 능히 말하였고, 그들이 능히 말하지 못한 것까지 나는 능히 말하였다. 아난아,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가르치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거기서 사라지매 그들은 내가 하늘인가 사람인가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하여 범천 무리들에게 수없이 오고 가면서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지마는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였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매우 기특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일찍 없었던 일입니다. 능히 그런 일을 성취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미묘하고 희한한 법은 아난아, 매우 이상하고 특별하고 일찍 없었던 일이다. 다만 여래만이 능히 이 법을 성취하였다.”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능히 수(受)의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상(想)의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관(觀)의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을 안다. 이것은 곧 여래의 매우 기특하여 일찍 없었던 법이다. 너는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한다.”
그 때에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향탑(香塔)으로 가자.”
곧 어느 나무 밑에 이르러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향탑의 좌우에 있는 비구들에게 두루 알려 강당에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두루 모이게 하였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은 이미 모였습니다. 성자는 때를 아소서.”
그 때에 부처님은 곧 강당에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 법으로써 몸소 체험하여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이른바 四념처(念處), 四의단(義斷), 四신족(神足), 四선(禪), 五근(根), 六력(力), 七각의(覺意), 성현팔도(聖賢八道)가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법 가운데서 살면서 서로 화합하고 존경하고 순종하여 다투어 송사를 일으키지 말라. 한 스승에게 배운 것은 젖에 물처럼 같이 혼합된다. 내 법 가운데서 힘써 공부하면서 서로 등불이 되고 함께 즐기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라. 나는 이 법에서 몸소 체험하여 중생들에게 그것을 널리 펴고 있다. 이른바 관경(貫經) 기야경(祇夜經) 수기경(受記經) 게경(偈經) 법구경(法句經) 상응경(相應經) 본연경(本緣經) 천본경(天本經) 광경(廣經) 미증유경(未曾有經) 증유경(證喩經) 대교경(大敎經)이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잘 받아 가지고 헤아리고 분별하여 일을 따라 수행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오래지 않아 지금부터 三개월 뒤에는 마땅히 반열반에 들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하여 땅에 쓰러져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다지도 빠른가, 부처님의 멸도 하심은! 얼마나 슬픈가, 세간에 눈이 없어지는 것은! 우리들은 이에 아주 망하리라.”
또 어떤 비구는 슬피 울면서 가슴을 치고 뛰고 몸을 틀면서 부르짖어,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뱀을 베면 꿈틀거리면서 헤매어 갈 곳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이 때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우선 그쳐라.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하늘이나 땅이나 사람이나 한 번 나서 끝나지 않는 것은 없느니라. 모든 있는 것으로 하여금 변역(變易)하지 않게 하려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말했지마는 은혜와 사람은 떳떳함이 없는 것이요 한 번 모인 것은 떠나는 것이니라. 이 몸은 내 소유가 아니요 이 목숨은 오래가지 않는 것이다.”
그 때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자유로워서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리라
대중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뜻을 말하노라.
나는 이미 늙은 나이라
남은 목숨이 얼마 안되리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이제 마땅히 목숨 버리리.
생각에 방일(放逸)이 없고
비구의 계율은 갖추어졌다
스스로 뜻을 거두어 잡아
그 마음을 지키어 보호하라.
만일 내가 가르친 법에 있어서
방일하지 않는 사람은
능히 괴로움의 근본을 끊어
나고 늙고 죽는 것을 뛰어나리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타이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늘의 악마 파순이 내게 와서 청하기를 ‘부처님은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은 바로 그 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부처는 스스로 그 때를 아노라. 나는 모든 비구들이 모이고 또 모든 하늘들이 두루 신통을 보기를 기다리노라 했다. 파순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은 옛날 우루빌라의 니련선하 가에 있는 아자파알라니그로오다 나무 밑에서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습니다. 저는 그 때 부처님께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라고. 그때 부처님은, 그만 두라. 그만 두라, 파순아, 나는 스스로 때를 아노라. 여래는 아직 멸도를 취하지 않으리라. 나는 모든 제자가 모이고 또 하늘 사람들이 신통을 보기를 기다려 그제야 멸도 하리라고 제게 대답하셨습니다. 이제 여래의 제자들은 이미 모였고 또 하늘 사람들은 신통 변화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멸도 하십시오’라고 하였다. 나는 말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 때를 아신다. 나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三개월 뒤에는 나는 마땅히 반열반에 들것이다.’ 때에 악마 파순은 생각했다. ‘부처님은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이제 반드시 멸도 하리라.’ 그래서 기뻐 날뛰며 곧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나는 차바라 탑에서 정의 삼매(定意三昧)에 들어 명(命)을 버리고 수(壽)에 머물렀었다. 그 때에 땅덩어리는 진동하여,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놀라 털이 꼿꼿이 섰다. 부처는 큰 광명을 놓자 어디까지나 비치어 끝이 없고 어두운 지옥까지 그 광명을 받아 각각 서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때 게송으로 말했다.”
있음과 없음의 두 행(行) 중에서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렸나니
마음에 삼매정(三昧定)을 오로지하여
새가 알에서 나오는 것 같네.
그때 현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여 길게 꿇어앉아 손을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一겁(劫) 동안만 더 머물러 계시어 멸도를 취하지 말으소서.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사람과 하늘을 이익 되게 하소서.”
그 때 부처님은 잠자코 답이 없었다. 아난은 이렇게 세 번 청했다. 이에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정각(正覺)의 도를 믿는가.”
아난은 여쭈었다.
“예, 저는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네가 만일 믿는다면 너는 왜 세 번이나 내게 청해 나를 귀찮게 하느냐. 너는 직접 내게서 들었고 너는 직접 내게서 받았다. 즉 ‘능히 四신족을 많이 닦아 익혀 항상 생각하여 잊지 않는 자 있으면 그는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一겁을 더 넘겨 살 수 있을 것이다. 부처는 四신족을 많이 닦아 익히어 생각을 오로지 해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만일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죽지 않고 一겁을 더 넘겨 여기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위해 어두움을 없애어 이익 되게 하는 바 많고 하늘과 사람은 안락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그때에 너는 왜 멸도 하지 말라고 내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 청하지 않았는가. 내 말을 두 번만 들었으면 모르지마는 세 번이나 듣고도 一겁이나 혹을 一겁 이상을 이 세상에 머물러 계시어 세상을 위하여 어두움을 없애어 이익 되게 하는 바가 많고 하늘과 사람은 안락을 얻도록 하라’고 왜 내게 권해 청하지 않았는가. 너는 이제야 비로소 말하는구나. 어찌 그것을 어리석다 않으랴. 나는 그 때 세 번이나 상(相)을 나타내었다. 그런데 너는 세 번이나 잠자코 있었다. 너는 그 때 왜 내게 청하기를 여래는 一겁이나 혹은 一겁 이상을 더 머물러 있어 세상을 위해 어두움을 없애고 이익 되게 해 주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쳐라. 아난아 나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 이미 버렸고 이미 토했다. 여래로 하여금 자기의 한 말을 어기게 한다면 그럴 수은 없는 것이다. 비유하면 부귀한 장자(長者)가 음식을 땅에 뱉았다가 다시 즐거이 그것을 도로 집어먹을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여래도 또한 그렇다. 이미 버리고 이미 토했다. 어떻게 그 말을 다시 집어먹겠는가.”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암바라(菴婆羅)촌으로 가자.”
아난은 곧 가사와 바루를 챙기어 모든 대중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암바라촌에 이르러 어느 숲에 머무르셨다. 그 때 세존은 모든 대중을 위해 계, 정, 혜(戒,定,慧)를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정을 얻음으로써 큰 과보(果報)를 얻고, 정을 닦아 지혜를 얻음으로써 큰 과보를 얻고,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짐으로써 등해탈(等解脫)을 얻는다. 그래서 욕루(慾漏), 무명루(無明漏)를 다하였으며 해탈을 얻어 해탈지(智)가 생기어 남과 죽음을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은 이미 서로 해야 할 일은 이미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
그 때 세존은 암바라촌에서 자유로이 계셨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를 차려라. 나는 장차 첨바(瞻婆)촌 건다촌 바리바(婆梨婆)촌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부미(負彌)성으로 가리라.”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발지를 둘러 다른 성으로 갔다가, 부미성 북쪽에 있는 싱사파아[尸舍婆]숲에 도착했다. 부처님은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너희들에게 四대교법(大敎法)을 설명하리라.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라.”
모든 비구들은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즐겨 듣기를 원하나이다.”
“무엇을 四라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여러분, 나는 어떤 촌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직접 부처님에게 들었고 직접 이런 계율과 이런 가르침을 받았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그것을 헐 수도 없는 것이다’ 하거든,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虛實)을 참고하고 계율에 의하고 법에 의하여 그 본말(本末)을 연구해 보라. 그래서 그의 한 말이 경전도 아니요 계율도 아니요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것은 네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난다. 현사(賢士)여, 너는 그것을 받아 가지지 말라 또 남을 위해서도 말하지 말라. 너는 마땅히 그것을 버려라’고.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네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의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다. 현사여, 너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가지고 또 남을 위하여 그것을 널리 펴라. 부디 삼가 그것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제 一의 큰 교법이다.
다시 어떤 비구가 말하기를
‘여러분, 나는 어떤 촌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화합한 스님네들과 많이 들은 장로(長老)들에게서 직접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으면 안되고 또 그것을 헐 수도 없는 것이다.’ 한다면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참고하고 법과 계율에 대조하여 그 본말을 연구해 보아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도 아니요 율도 아니요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너는 그 스님네와 장로들에게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왜 그러냐 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틀린다. 현사여, 너는 그것을 받아 가지지 말라. 그리고 남을 위하여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리라.’ 만일 그의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네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의 하신 말씀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는다. 현사여, 너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가지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펴라. 부디 삼가 버리지 말라.’ 이것이 제 二의 큰 교법이다.
다시 비구가 말하기를 ‘나는 어떤 촌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가지고 율을 가지고 율의(律儀)를 가진 많은 비구들에게서 그에게 직접 이러한 법 이러한 율 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것을 들은 자는 그것을 믿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을 헐 자도 없는 것이다’한다면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의 허실을 참고해 보고 법과 율에 대조해 그것을 연구해 보아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도 아니요 계율도 아니요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너는 그 많은 비구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왜 그러냐 하면 우리는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틀린다. 현사여, 너는 그것을 받아 가지지 말고 또 남을 위하여 말하지도 말라. 부디 그것을 버리라.’ 만일 그의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네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의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는다. 너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가지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펴라. 부디 그것을 버리지 말라’고. 이것이 제 三의 큰 교법이다.
다시 비구가 말하기를 ‘나는 어떤 촌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가지고 율을 가지고 율의를 가진 어떤 비구에게서 친히 그에게서 듣고 친히 이러한 법 이러한 율 이러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것을 들은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그것을 헐 수도 없는 것이다’ 하거든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참고하고 법과 율에 대조해 그 본말을 연구해 보아 만일 그가 한 말이 경도 아니요 율도 아니요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 너는 그 어떤 비구에게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왜 그러냐 하면 우리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틀린다. 현사여, 너는 그것을 받아 가지지 말고 또 남을 위하여 말하지도 말라. 마땅히 그것을 버리라.’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네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의 하신 말씀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가 모든 경전과 법과 계율에 대조해 보매 네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다. 현사여, 마땅히 힘써 그것을 맡아 가지고 남을 위하여 널리 펴라. 부디 버리지 말라.’ 이것이 제 四의 큰 교법이다.”
그 때 부처님은 부미성에서 자유로이 계시면서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파바[婆婆]성으로 가자.”
“예” 하고 아난은 대답하고 곧 옷과 바루를 챙기어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길은 말라유(末羅由)를 둘러 파바성의 사두원에 이르렀다. 때에 대장장이 아들 춘다(純陀)는 부처님이 말매(末買)를 거쳐 그 성에 오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곧 옷을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어 교화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춘다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해 곧 부처님께 청했다.
“내일은 우리 집의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은 잠자코 그것을 허가하셨다. 춘다는 부처님의 허가하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그 밤으로 공양을 준비했다. 이튿날 시간이 되자 오직 성자는 그 때를 아시었다.
그 때 세존은 법복을 입으시고 바루를 드시고 대중들에 둘러싸이어 그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 때 춘다는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네에게 바치고 따로 전단 나무 버섯을 지졌다. 그것은 아주 진귀한 것으로 홀로 세존께만 드리었다. 부처님은 춘다에게 분부하셨다.
“이 버섯은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말라.”
춘다는 그 분부를 받고 감히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못하였다. 때에 그 대중 가운데에는 한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늙바탕에 중이 된 자로써, 그 자리에서 다른 그릇에다 그 음식을 조금 얻어먹었다. 그 때 춘다는 대중의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 바루를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려 마셨다.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써 부처님께 여쭈었다.
감히 여쭙노니 큰 거룩한 지혜를 가지신 이
바르게 깨달은 이, 사람 중에 높으신 이
마음을 잘 다루어 항복 받은 이
이 세상에는 몇 가지의 사문이 있는가.
그 때, 세존은 게송으로써 대답하였다.
네가 묻는 바를 말할 것 같으면
사문에는 무릇 네 가지 있다.
그들의 뜻과 취미 각각 다르나니
너는 그것을 분별해 알라.
一은 도를 행함이 특별히 뛰어나고
二는 도의 뜻을 잘 설명하며
三은 도를 의지해 생활해 가고
四는 도를 위하여 악을 짓는다.
어떤 것을 도가 특히 뛰어났다고 하고
도의 뜻을 잘 설명한다고 하며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하고
도를 위해 악을 짓는다 하는가.
능히 은혜와 사랑의 가시밭 건너
열반에 들어감에 의심이 없고
하늘과 사람의 길을 뛰어나니
이것을 도가 특히 뛰어났다고 한다.
제일의 진리 뜻을 잘 알아
도의 더러움과 때 없음을 설명하고
어질고 자비스럽게 사람의 의심 깨쳐 주나니
이것을 도를 잘 설명한다고 한다.
법의 글귀를 자세히 늘어놓아
도를 의지해 스스로 살고
멀리 때 없는 장소를 바라나니
이것을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한다.
속으로는 간사와 사특을 품고
겉으로는 청백한 듯 모양 꾸미며
거짓과 속임으로 성실이 없나니
이것을 도를 위해 악을 짓는다 한다.
어찌하여 선과 악이 함께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이 한데 섞이어
서로 비슷하게 겉치레 잘 나타나
마치 구리쇠에 금칠한 것 같은가.
속인들은 드디어 그것을 보고
모두 성지(聖智)의 제자라 부르는구나
그러나 모두 다 그런 것 아니거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어떤 사람이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자취 당장은 덮더라도
실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보고
한 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덮더라도
실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느니라.
그 때 춘다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점차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그리고 대중들은 둘러싸고 모시어 돌아갔다.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등병을 않는다. 너는 자리를 깔라.”
아난은
“예.” 하고 곧 자리를 깔았다. 부처님은 거기서 쉬시었다. 때에 아난은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춘다는 뉘우치는 마음이 없었는가. 만일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이었던가.”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춘다가 비록 공양을 바쳤지만 그것은 아무 복도 이익도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께서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공양을 받으시고 곧 반열반을 취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그런 말 말라. 이제 춘다는 큰 이익을 거둘 것이다. 수명을 얻고 빛깔을 얻고 힘을 얻고 좋은 명예를 얻고 살아서는 많은 재보(財寶)를 얻고 죽으면 하늘에 태어나 하고자 하는 것은 저절로 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이루었을 때 공양을 베푼 자와, 부처님이 멸도할 때에 다달아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 같아서 다름이 없는 것이다. 너는 지금 가서 그에게 말하라. ‘춘다여, 나는 친히 부처님에게서 듣고 나는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춘다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에게 나아가 말했다. ‘나는 친히 부처님에게서 들었고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춘다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이 처음으로 도를 얻었을 때에 공양을 베푼 자와 또 멸도 하실 때에 다달아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다.’
춘다는 공양을 베풀어 마치고
비로소 이런 말 처음 들었다.
여래의 병환은 매우 위독해
그 목숨은 이제 장차 끝나려 하네.
비록 전단 버섯을 먹고
그 병세 더욱 더했다 하지만
병을 안은 채 여행길을 걸어
구이성(拘夷城)으로 향해 가신다.
때에 세존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앞으로 걸아 가시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등병의 고통이 아주 심하다. 자리를 깔아 다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자리를 깔았다. 여래는 거기서 쉬시었다.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때에 아라한 제자 복귀(福貴)는 구이성에서 파바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도중에서 나무 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오매,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고요하며 의(意)를 잘 다루기 최상이며 제 一의 적멸(寂滅)을 얻으셨었다. 그것은 마치 큰 용(龍)과 같고 물이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곧 즐겁고 기뻐 착한 마음이 생겼다.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한 뒤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집을 떠나 수행하는 사람은 맑고 깨끗한 곳에 있으면서 한가히 있는 것을 즐거워하여 매우 기특하다. 五백채의 수레가 있어 그 곁을 지나가도 그것을 듣거나 보지 않는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어느 때 제 스승은 구이성과 파바성 중간쯤 되는 길 가 나무 밑에서 고요히 앉아 있었습니다. 때에 五백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지마는 그는 깨어 있으면서 그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 때에 어떤 사람은 내 스승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저기 지나가는 수레들을 보지 못하는가.’ 대답하기를 ‘보지 않았다.’ 또 묻기를 ‘들었는가.’ 대답하기를 ‘듣지 않았다.’ 또 묻기를 ‘당신은 여기 있었는가 다른 곳에 있었는가.’ 대답하기를 ‘여기 있었다.’ 또 묻기를 ‘정신이 있는가.’ 대답하기를 ‘정신이 있다.’ 또 묻기를 ‘당신은 깨어 있는가 자고 있는가.’ 대답하기를 ‘자지 않고 있다.’ 그 때에 그 사람은 ‘이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집을 나와 수행하는 사람은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정진함으로써 저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리지마는 깨어 있으면서 그것을 듣지 못하다’하고 곧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五백대 수레가 이 길을 따라 지나갔다. 수레 소리가 우루루 하고 울리지마는 그래도 듣지 못한다.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듣겠는가.’하면서 곧 스승에게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은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뭇 수레가 진동하지마는 깨어 있으면서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지마는 깨어 있으면서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어느 것을 어렵다고 하겠는가.”
복귀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천만 대의 수레 소리인들 어찌 우뢰소리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뢰가 천지를 진동해도 깨어 있으면서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것입니다.”
부처님은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어느 때 아월(阿越)촌에 노닐면서 어떤 초막에 있었다. 때에 검은 구름이 사납게 일어나면서 뇌성과 함께 벼락을 쳐서 네 마리 황소와 두 농부 형제를 죽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때에 나는 초막에서 나와 거닐고 있었다. 그 대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내게 와 머리로써 내 발에 예배한 뒤 나를 따라 거닐었다. 나는 내 곁에 어떤 사람이 온 것을 알고 그에게 물었다. ‘저 대중들은 저렇게 모여 무엇 하는가,’ 그 사람은 내게 물었다. ‘아까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깨어 있었습니까. 자고 있었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나는 여기 있으면서 자지 않았다.’ 그 때에 그 사람은 희한한 말을 듣고 찬탄하면서 ‘정(定)을 얻으면 부처님과 같이 되는 것이다. 뇌성 벽력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지마는 그러나 혼자 고요히 정(定)에 들어 깨어 있으면서 듣지 못하였구나’하고 이내 내게 말했다. ‘아까 검은 구름이 사납게 일어나 뇌성과 벼락이 있어 네 마리 황소와 농부 형제 두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저 대중들이 모인 것입니다. 하고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곧 법의 기쁨을 얻어 내게 예배하고 떠나갔느니라.”
그 때 복귀는 백천량의 가치가 있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두 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손을 깍지 끼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 옷을 세존께 바칩니다. 원컨대 받아 주소서.”
부처님은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옷 한 벌을 내게 주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라.”
그 때 복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한 벌은 여래에게 바치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주셨다. 때에 복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그를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셨다. 시론(施論), 계론(戒論), 생천론(生天論)을 설명하시고, ‘탐욕은 큰 재앙으로서 깨끗하지 못한 더러운 것이요 상루(上漏)는 수행의 장애가 되고 번뇌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찾는 것은 제일이 된다’고 하시었다.
부처님은 복귀의 마음이 기쁨에 차고 부드러워져 모든 개전(盖纏)이 없어지고 쉽게 교화될 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떳떳한 법과 같이, 곧 그를 위하여 <고성제> <고집> <고멸> <고출요제>를 연설하셨다. 때에 복귀의 신심(信心)은 맑고 깨끗하기, 마치 흰 천이 빛깔을 쉽게 받는 것과 같았다. 그는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법눈[法眼]이 생겼다. 그래서 법을 알고 법을 얻고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고 두려움이 없음을 성취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가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가해 주소서.”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세존께서 노닐으시면서 교화하시는 걸음이 파바성에 오시게 되거든 원하옵건대 뜻을 굽히시어 저희 촌락에도 들려주소서. 왜냐 하오면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음식 의복과 와상(臥牀)과 탕약을 세존께 바치고자 하나이다. 만일 세존께서 받아 주신다면 우리 집안은 안락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네 말은 좋다.”
그 때, 세존은 복귀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기뻐하면서 거기서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아난은 곧 황금빛으로 빛나는 옷을 여래에게 올렸다. 여래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입으셨다.
그 때 세존의 용모는 조용하여 위엄의 광명은 불꽃처럼 빛나며 모든 근(根)은 청정하고 얼굴빛은 화열(和悅)하시었다. 아난은 그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부처님을 모신지 二十 五년, 아직까지 부처님 얼굴이 저토록 광택이 있어 황금처럼 빛을 내는 것을 뵈온 적이 없다’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은 모신지 二十 五년, 아직까지 부처님의 얼굴의 광명이 황금처럼 빛나는 것을 뵈옵지 못했습니다.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나이다. 원하옵건대 그 까닭을 들려주소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인연이 있어 여래의 얼굴빛이 보통 때보다 다르다. 一은 부처님이 처음으로 도를 얻어 위없는 정진의 깨달음을 이룬 때요, 二는 멸도 하려고 하여 생명을 버리고 반열반에 드는 때다. 아난아, 이 두 가지 인연으로써 여래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르다.”
그 때 부처님은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황금빛 옷은 빛나고 느긋하며
부드럽고 아름답고 곱고 깨끗하여라.
복귀는 이것을 나에게 바쳤나니
눈처럼 백호(白毫)의 광명이 있네.
부처님은 아난에게 명령하셨다.
“나는 목이 마르다. 물을 먹고 싶다. 너는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은 여쭈었다.
“저기 상류(上流)에서 五백대 수레가 물을 건너고 있습니다. 그래서 흐려진 물이 아직 맑아지지 않아 발은 씻을 수 있어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세 번이나 명령하셨다.
“아난아,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은 여쭈었다.
“구손강(拘孫江)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해 마실 수도 있고 목욕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에 어떤 귀신이 설산(雪山)에 살면서 불도를 독실히 믿었다. 그는 곧 바루에다 여덟 가지 맑은 물을 떠다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은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여덟 가지 음성으로써
아난에게 물을 가져오라 하셨다.
나는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다.
물을 마시고는 구이성으로 가자.
부드럽고 연하고 평화롭고 맑은 소리
그것은 사람 마음 즐겁게 한다.
아난은 부처님 좌우에 모셔
이내 부처님께 여쭈었나니.
저기 五백대 수레가 있어
흐름을 끊고 저쪽으로 건너네.
그것이 이 물을 흐리어 놓아
마시면 몸에 이롭지 않으리다.
구손강은 여기서 멀지 않다네.
그 물은 아름답고 맑고 시원하니
거기 가면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또 몸소 목욕도 할 수 있으리.
설산에 사는 귀신이 있어
여래에게 여덟 가지 물을 바치다.
그 물을 마신 뒤에 씩씩한 위세
여러 대중 앞에서 사자 걸음 하시다.
그 물에는 용(龍)이 있어
맑고 트이어 더러움 없었나니
부처님 얼굴은 설산과 같아
조용하고 편안하게 구손을 건너다.
그 때 세존은 곧 구손강으로 가시어 물을 마시고 또 목욕도 하신 뒤 대중들과 함께 거기서 떠나셨다.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쉬고 계셨다. 거기서 부처님은 춘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승가리(僧伽梨)를 네 겹으로 접어 여기 깔아라. 나는 등병이 아파 잠깐 쉬고 싶구나.”
춘다는 분부를 받고 그대로 깔았다. 부처님은 거기 앉으셨다. 춘다는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이 때인 줄을 알라.”
여기서 춘다는 곧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때에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구손강에 가니
강물은 맑고 시원해 더러움 없고
사람 중에 높은 이 물에 들어가
목욕한 뒤 저 언덕에 건넜다.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 되는
춘다에게 명령하였다.
나는 이제 몸이 못내 지치었나니
너는 빨리 여기 자리 깔아라.
춘다는 이내 분부를 받고
옷을 네겹해 자리 깔았다.
나는 이내 거기 쉬었다.
춘다는 앞에 나와 앉아
곧 나에게 물었나니
나는 멸도에 들고자 한다.
사랑도 없고 또 미움도 없는 곳
나는 이제 무량한 공덕의 바다
저기 저쪽으로 가고자 한다.
가장 훌륭한 내 그에게 이르기를
너는 너의 할 일을 이미 다했다.
이제 마땅히 이 때인 줄 알라.
내가 이미 허가함을 보고
춘다는 몇 곱으로 정진을 더해
멸도(滅度)로 들어갈 행(行) 남음이 없어
기름이 다한 등불 꺼지듯 했다.
때에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멸도 하신 뒤에 장례(葬禮)의 법은 어떻게 하리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잠자코 있어 너의 할 일이나 생각하라. 모든 신도들이 스스로 원해 처리할 것이다.”
때에 아난은 다시
“부처님이 돌아가신 뒤 장례의 법은 어떻게 하리이까.”고 이렇게 세 번 여쭈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장례의 법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전륜성왕의 장례 법은 어떠합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의 장례 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 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五백겹으로 차례대로 감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쏟아라.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제 二의 큰 쇠곽(鐵槨)에 넣고 전단 향나무 곽으로 겉에 겹치고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다비(茶毘)에 붙여라. 다비를 마친 뒤에는 사리(舍利)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워 거기에 넣고 탑 표면에는 비단을 걸어 전국의 길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 법왕(法王)의 탑을 보고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 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五백겹으로 차례대로 감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쏟아라.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제 一의 큰 쇠곽에 두고 전단 향나무 곽으로 겉에 겹치고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다비에 붙여라. 다비를 마친 뒤에는 사리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워 거기에 넣고 탑 표면에는 비단을 걸어 전국의 길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 부처님의 탑을 보고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때에 세존은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세존께 여쭈었다
여래께서 이제 멸도 하신 뒤에는
마땅히 어떤 법으로 장사하리까.
아난아, 너는 우선 잠자코 있어
너의 행할 일이나 잘 생각하라.
이 나라의 모든 신도들
스스로 즐거이 처리하리라.
아난이 이렇게 세 번 청하자
부처는 전륜왕의 장법을 말했다
여래의 몸을 장사하려 하거든
천으로 싸고 관곽(棺槨)에 넣고
네거리에는 탑묘(塔廟)를 세워
중생을 이익 되게 하라
그것을 예배하는 모든 사람은
무량한 복을 모두 얻으리.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에는 탑을 세울 만한 이가 넷이 있다.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의 공양을 할 것이다. 어떤 것을 넷이라 하는가. 一은 여래로써 마땅히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울 것이다. 二는 벽지불이요, 三은 성문(聲聞)들이요, 四는 전륜왕이다. 이 네 가지 사람은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의 공양을 받을 것이다.”
그 때 세존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마땅히 제 一탑을 세울 것이며
벽지불과 성문(聲聞)과 또 전륜성왕
그리고 또 四역(域)을 다스리는 임금
이 넷은 마땅히 공양하여라.
그것은 여래의 말씀하신 바
부처님과 벽지불 그리고 성문
그 다음은 전륜왕의 탑이니라.
그 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함께 구이성 말라유의 쌍수(雙樹)사이로 가자.”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곧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둘러싸고 길을 걸어갔다. 때에 어떤 바라문이 있어 구이 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는 도중,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고요하였다. 그는 곧 기쁨에 넘쳐 착한 마음이 일어났다.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 쪽에 서서 여쭈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옵건대 고오타마시여, 저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소서,”
부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너는 이제 내게 이미 공양해 마쳤다.”
때에 바라문은 세 번이나 간청했다. 부처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다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아난에게 나아가 인사를 마친 뒤 한 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내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고오타마께서 저기 가서 쉬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마치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은 대답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바라문이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해 마쳤다.”
바라문은 세 번이나 간청했다. 아난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저 마을은 너무 멀다. 그리고 부처님은 너무 피로해 계신다. 수고롭게 할 필요가 없다.”
그 때 부처님은 이 사정을 판단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눈은 나그네길을 떠나
못내 지치어 쌍수로 향하였다.
바라문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곧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가깝나니
가엾이 여겨 한 밤만 쉬사이다
이른 아침에 공양을 올리리니
그것 받으시고 저 성으로 향하시라.
바라문이여 내 몸은 피로했다
길은 멀어서 돌 수 없구나
저 시봉하는 자 내 뒤에 있으니
너는 거기 가 네 뜻을 말하라.
바라문은 부처님의 시키심 받고
곧 아난의 처소로 갔다.
오직 원컨대 우리 집에 쉬시고
내일 아침에 공양 받고 떠나라.
아난은,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지금은 날이 더워 갈 수 없노라.
세 번을 청했으나 원을 풀지 못하고
바라문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했다.
아아 이 세계의 모든 유위법(有爲法)
그것은 흘러 변해 항상 있지 않나니
이제 나는 저 두 나무 사이에서
번뇌가 없어진 몸 아주 없애리.
부처와 벽지불 그리고 성문들
일체는 모두 반열반에 들어간다.
무상은 선택함이 없기
마치 불이 산 숲을 태우듯 하네.
그 때 세존은 구이성으로 들어가 말라유족의 본생처(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 그러냐 하면 내 법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무를 것이다.”
아난은
“예.” 하고 대답한 뒤 자리를 깔되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했다. 그 때에 부처님은 스스로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 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때에 쌍수 사이에 있는 모든 귀신들로서 부처님을 독실히 믿는 자들은 때아닌 꽃으로써 땅에 뿌렸다. 그때에 세존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아닌 꽃으로써 내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은 여쭈었다.
“그러면 어떤 것을 일러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하나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잘 법을 받아 그 법을 잘 행하면 그것을 일러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은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쌍수 사이에 있어
고요한 마음으로 누워 계시다.
나무 신(神)들은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님 위에 꽃을 뿌리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나니
어떤 것을 일러 공양이라 하는가.
법을 받으면 능히 잘 행해
깨달음의 꽃을 일러 공양이라 하니라.
수레바퀴 같은 자금(紫金)의 꽃을
부처님께 뿌려도 공양되지 못하고
五온(蘊), 六입, 十八계는 <나>없는 것
그것이 첫째가는 공양이 되느니라.
그 때, 범마나(梵摩那)는 부처님 앞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는 물러가라. 내 앞에 있지 말라.”
때에 아난은 잠자코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 범마나는 항상 부처님의 좌우에 있어서, 부처님의 시중을 들고 있다. 그는 반드시 여래를 존경하여 보고 보아도 싫증이 없을 것이다. 이제 부처님은 최후에 다달으셨다. 그러므로 그로 하여금 지켜보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를 물러가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래서 아난은 곧 옷을 바루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범마나는 언제나 부처님 곁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뵈옵기 싫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은 최후이십니다. 마땅히 부처님을 지켜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하온데 명령하여 물러가라 하시니 그것은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구이성 밖 十二유순은 다 큰 신천(神天)들이 사는 집으로서 빈틈이 조금도 없다. 이 모든 대신(大神)들은 다 이 비구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무슨 까닭인가. ‘지금은 부처님의 최후로서 곧 멸도에 드시려 하고 있다. 우리들 모든 신은 부처님을 한 번 뵈옵기를 원하고 있지마는 이 비구는 큰 위엄과 덕이 있어 광명이 눈부시어 우리들로 하여금 부처님께 친근하고 예배하고 공양하지 못하게 한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아난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명령하여 물러가라고 한 것이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거룩한 비구는 원래 어떠한 덕을 쌓고 어떠한 행을 닦았기에, 지금 그 위엄과 덕이 이러하나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九十 一겁 전에 이 세상에 부처님이 있어 비바시라고 이름했다. 때에 이 비구는 환희심을 가지고 손에 풀 횃불을 잡아 그의 탑을 비추었다. 이 인연으로써 지금 그 위엄의 광명은 위로 二十 八천(天)에 사무쳐 모든 하늘 신의 광명으로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성 거칠고 허물어진 땅에서 멸도 하시지 마소서. 왜 그러냐 하오면 보다 큰 나라들이 있습니다. 즉 첨파(瞻婆)대곡 비사리국 왕사성(王舍城) 밧지[婆祗]국 사위(舍衛)국 가비라[迦維羅衛]국 바라나 국들이 그것입니다. 그 땅에는 백성들이 많고 불법을 즐거이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 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 사리를 잘 공경하고 공양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땅을 일러 보잘 곳 없다고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옛날 이 나라에 왕이 있어 이름을 대선견(大善見)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때는 이 성을 구사바제(拘舍婆提)라 하여 그 대왕의 도성(都城)이었다. 길이 四백 八十리, 넓이는 二백 八十리. 그 때에 쌀과 곡식은 풍성해 천하고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하였었다. 그 성은 七겹이요 성을 둘러싼 난간도 또한 七겹이었다. 무늬를 아로새기고 각(刻)하고 사이사이에 보배 방울을 달았었다. 그 성의 길이는 일곱 길이요, 높이는 열두 길이었다. 성위의 다락집은 높이 열두 길, 기둥 둘레는 세 길이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 은성에는 금문, 유리성에는 수정문, 수정성에는 유리문이었다. 그 성 주위에는 四보(寶)로 장엄하고 사이사이의 난간도 또한 四보로 했었다. 금다락에는 은방울이요 은다락에는 금방울이었다. 보배 참호[寶塹]는 일곱 겹으로서 그 가운데에는 연꽃, 우발라꽃, 발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이 피어 있었다. 밑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길 양쪽에 다린(多隣)나무가 났다. 그 금나무는 은잎과 은꽃과 은열매요, 그 은나무는 금잎과 금꽃과 금열매였다. 수정 나무는 유리꽃 유리 열매요 유리 나무는 수정꽃 수정 열매였다. 다린 나무 사이에는 여러 욕지(浴池)가 있어 그 물은 맑고 깊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었고 四보(寶)의 벽돌로써 그 가장자리에 섬돌로 놓았었다. 금사다리에는 은발판, 은사다리에는 금발판이요, 유리 사다리의 층계는 수정으로 발판을 만들고 수정 사다리의 층계는 유리로 발판을 만들었었다. 에워싼 난간은 빙 둘러 서로 있고 그 성의 곳곳에는 다라(多羅)나무가 서 있었다.
그 금나무는 은잎 은꽃 은열매요, 그 은나무는 금잎 금꽃 금열매요, 수정 나무는 유리꽃 유리 열매요, 유리 나무는 수정꽃 수정 열매였다. 나무 사이에는 또 네 가지의 보배 못이 있어 네 가지의 꽃이 피어 있었다. 거리와 골목은 잘 정돈되어 줄이 서로 맞고 바람은 온갖 꽃을 불어 길가에 요란스러웠다. 실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모든 보배 나무를 불면 거기서 나는 부드러운 소리는 마치 하늘 음악 같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더불어 그 나무 사이에서 놀면서 스스로 즐기었다. 그 나라에는 언제나 열 가지 소리가 있다. 고동소리, 북소리, 소고소리, 노래소리, 춤소리, 악기소리, 코끼리소리, 말소리, 수레소리, 음식을 먹으면서 장난하고 웃는 소리가 그것이다. 그 때에 대선견왕에게는 七보(寶)가 갖추어 있었고 또 왕은 四덕(德)이 있어 四천하(天下)의 주인이었다. 어떤 것을 七보라 하는가. 一은 금륜보(金輪寶) 二는 백상보(白象寶) 三은 감마보(紺馬寶) 四는 신주보(神珠寶) 五는 옥녀보(玉女寶) 六은 거사보(居士寶) 七은 주병보(主兵寶)이다.
어떻게 선견 대왕은 금륜보를 성취했던가. 왕은 언제나 보름달이 밝을 때에는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를 둘러싸고 저절로 윤보(輪寶)가 갑자기 나타나 앞에 있다. 바퀴에는 천개의 바퀴살이 있어 광택이 구족하다. 그것은 하늘장색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요, 순금으로 되어 바퀴의 직경은 十四척이다. 대선견왕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일찍 덕이 높은 노장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머리에 물을 부어 새로이 왕이 된 찰제족(族)의 왕이 보름달이 밝을 때 향탕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러싸고 금수레가 스스로 갑자기 나타나 앞에 있다. 바퀴에는 천개의 바퀴살이 있어 광택이 난다. 그것은 하늘장색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이 가진 것이 아니다. 순금으로 되었고 바퀴의 직경은 十四척이다. 그 왕을 전륜성왕이라 한다. 이제 이 수레가 나타나는 것도 그런 일이 아닌가. 이제 나는 이 <윤보>를 시험해 보리라.’
때에 대선견왕은 곧 四병(兵)을 모으고, <금륜보>를 향해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오른 손으로 금수레 바퀴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굴러 떳떳한 법칙을 어기지 말라.’ 수레는 곧 동으로 굴렀다. 때에 선견왕은 곧 四병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 금륜보가 앞으로 나아갈 때에는 그 앞에 四신(神)이 있어 인도했다. 수레가 멈출 때에는 왕도 곧 멈추었다. 그 때에 동방의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바루에는 은곡식을 담고 은바루에는 금곡식을 담아 왕에게 와서 머리로 절하고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방의 토지는 살찌고 풍성하며 백성들은 불꽃같이 왕성합니다. 그들은 성질이 어질고 화하며 사랑하고 효도하며 충성되고 유순합니다. 원컨대 대왕은 여기서 정치를 행하십시오. 우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셔 명령을 받겠습니다’고 했다.
때에 선견 대왕은 그들 소왕들에게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해 마쳤다. 다만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라.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라. 온 나라 안에 법 아닌 것이 행하지 않게 하라. 이것이 곧 <내가 다스리는 것>이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소왕들은 이 가르침을 받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고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남방 서방 북방으로 수레바퀴가 가는 곳마다 모든 국왕들이 각각 그 국토를 바치는 것은 동방의 모든 작은 왕들과 같았다. 이 때에 선견왕은 금수레 바퀴를 따라 四해(海)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다시 본국 구사파제성으로 돌아왔다. 때에 금륜보는 궁문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을 금륜보의 성취라 한다.
다음에는 어떻게 선견왕은 <백상보>를 성취했던가. 때에 선견왕은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에 올라가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상보(象寶)가 갑자기 나타나 앞에 있었다. 그 털은 하얗고 七처(處)는 편편하며 힘으로 능히 날아다녔다. 그 머리는 잡색으로서 여섯 어금니는 가늘고 순금으로 사이를 메웠다. 때에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코끼리는 훌륭하다. 만일 잘 다루면 내가 타기에 적당할 것이다.’ 곧 시험해 다루어 보매 모든 능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때에 선견왕은 스스로 코끼리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四해(海)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아침때에 돌아왔다. 때에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흰 코끼리는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을 백상보의 성취라 한다.
다시 어떤 것이 선견왕의 <마보>(馬寶)의 성취인가. 때에 선견왕이 맑은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마보가 갑자기 나타나 앞에 있었다. 몸은 검푸른 빛으로 갈기와 꼬리는 붉었다.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고 힘으로 능히 날아다녔다. 때에 선견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말은 훌륭하다. 만일 잘 다루면 내가 타기에 알맞을 것이다.’ 곧 시험해 다루어 보매 모든 능력을 구비해 있었다. 때에 선견왕은 그것을 시험하고자 했다. 곧 그 위에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가 四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아침때에 돌아왔다. 때에 왕은 기뻐 뛰면서 ‘이 검푸른 말은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고 했다. 이것을 감마보의 성취라 한다.
다시 어떤 것이 선견왕의 신주보(神珠寶)의 성취인가. 때에 선견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신주보가 갑자기 나타나 앞에 있었다. 바탕과 빛은 맑고 트이어 흠도 티도 없었다. 때에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구슬은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이 있으면 이 궁전 안을 비추리라.’ 때에 왕은 이 구슬을 시험하고자 했다. 곧 四병을 불러 이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두었다. 밤의 어두움 속에서 깃대를 들고 성을 나가매 그 구슬의 광명은 모든 군사 무리들을 비추기 마치 낮과 같았다. 군사들 바깥으로도 두루 뻗치어 一 유순을 비추었다. 그 때 성중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일을 시작하면서 낮이라고 했다. 때에 왕은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이제 이 구슬은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고 했다. 이것을 신주보의 성취라 한다.
다시, 어떤 것이 선견왕의 옥녀보(玉女寶)의 성취인가. 그때 옥녀보가 갑자기 나타났다. 안색은 조용하고 얼굴은 단정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고 굵지도 가늘지도 않으며 검지도 희지도 않고 억세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스고 여름에는 몸이 시원했다. 온 몸의 털구멍으로는 전단의 향기를 내고 입으로는 우발라(優鉢羅)꽃의 향기를 내었다.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며 거동은 편안하고 상냥하였다. 먼저 일어나고 나중 앉기에 그 마땅함과 법칙을 잃지 않았다. 때에 선견왕은 맑고 깨끗해 집착이 없어 마음으로 잠깐도 생각하지 않았거늘 하물며 다시 친근하려 했겠는가. 때에 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옥녀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진실로 전륜성왕이 된 것이다.’ 이것을 옥녀보의 성취라 한다.
다시, 어떤 것이 선견 대왕의 <거사보>(居士寶)의 성취인가. 때에 거사 장부가 갑자기 스스로 나타났다. 보물 창고에는 저절로 재보(財寶)가 무량했다. 거사가 과거에 지은 복으로 얻은 눈은 능히 땅속에 묻혀 있는 보물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주인이 있는 것인지 주인이 없는 것인지 다 보아 알았다.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그것을 가져다 왕의 쓰임새에 이바지했다. 때에 거사보는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재물이 필요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마련하겠습니다.’ 때에 선견왕은 거사보를 시험하고자 했다. 곧 명령해 배를 준비하고 뱃놀이를 시작했다. 왕은 거사에게 말했다. ‘나는 황금이 필요하다. 너는 빨리 내게 바쳐라.’ 거사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언덕에 갈 때까지 잠깐 기다리소서.’ 왕은 이내 재촉했다. ‘나는 여기서 쓸데가 있다. 지금 곧 가지고 오라.’
때에 거사보는 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곧 배 위에 꿇어앉아 오른 손으로 물 속을 더듬었다. 물 속에서 보물이 든 병이 손을 따라 나왔다. 마치 벌레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같이 그 거사보도 역시 그러하여 손을 물 속에 넣으면 보물은 손을 따라 올라 와 어느 새 배에 가득했다. 그래서 왕에게 아뢰었다. ‘아까는 쓸 재물을 요구하시더니 지금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왕은 거사에게 말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나는 이제 필요 없다. 아까는 그저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너는 이제 내게 공양해 마쳤다.’ 때에 거사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모든 보물을 물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거사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을 거사보의 성취라한다.
다시 어떤 것이 선견대왕의 <주병보>(主兵寶)의 성취인가. 그때 주병보는 갑자기 나타났다. 지혜롭고 꾀있고 웅장하고 용맹스럽고 영웅의 도략으로 혼자 결단하였다. 그는 곧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어떤 토벌(討罰)할 일이 있으면 걱정하지 마소서. 제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선견왕은 주병보를 시험하고자 했다. 곧 四병을 모아 놓고 그에게 명령했다. ‘너는 지금이 군사를 써 보라.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라. 아직 계엄(戒嚴)하지 않은 자는 엄숙하게 하고 이미 계엄하던 자는 풀어 주라.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머무르게 하라.’ 주병보는 왕의 말을 듣고 곧 四병을 부렸다.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었다. 아직 계엄하지 않은 자는 계엄하게 하고 이미 계엄하게 된 자는 풀어 주었다.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머무르게 하였다. 때에 선견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주병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아난아 이것을 선견전륜성왕이 성취한 七보라 한다.
아난아. 어떤 것을 <四신덕>(神德)이라 하는가. 一은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아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二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어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三은 얼굴 모양이 단정하여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四는 보물 창고가 가득 차 아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왕이 성취한 七보와 四공덕이라 한다. 아난아, 그때에 선견왕은 오랜만에 수레를 타고 뒷동산으로 놀러 나가 곧 시자(侍者)에게 말했다.
‘너는 마땅히 수레를 고이 몰아 편안하고 조용하게 하라. 무슨 까닭인가, 나는 국토와 인민이 안락하여 근심이 없는가를 자세히 관찰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길에서 왕의 행차를 보고 다시 시자에게 말했다. ‘너는 잠깐 천천히 가라. 우리는 거룩한 왕의 높은 모습을 뵈옵고자 한다.’ 아난아, 그 때에 선견왕은 백성들을 사랑해 기르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 같고, 국민들이 왕을 사모하기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바 보물을 모조리 왕에게 바치면서 ‘원컨대 받아 주시어 마음대로 써 주소서’라고 했다. 그 때에 왕은 대답했다. ‘그만두어라, 여러분 내게는 보물이 있다. 그대들이 써라.’
또 어느 때 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제 궁전을 짓자.’ 마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백성들은 왕에게 와서 각각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제 왕을 위하여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은 대답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의 공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보물이 있어 넉넉히 집을 지을 수 있다.’ 때에 백성들은 되풀이해 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은 왕과 함께 궁전들 짓겠습니다’ 왕은 백성들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들 뜻에 따르리라.’
그때 백성들은 왕의 허락을 얻어 곧 八만 四천대의 수레에 금을 싣고 와서 구사파제성에 법전(法殿)을 지었다. 도리천의 제 二의 묘장천자(妙匠天子)는 생각했다. ‘오직 나만이 능히 선견왕과 함께 정법전(正法殿)을 세울 수 있다.’ 아난아, 그래서 묘장천은 정법전을 세웠다. 길이는 六十리 넓이는 三十리, 四보(寶)로 장엄했다. 그 기초는 평평하고 바르고 일곱 겹의 보배 벽돌로 그 계단을 쌓았다. 그 법전의 기둥은 八만 四천이었다. 금기둥에는 은주두(銀株頭) 은기둥에는 금주두 유리 수정의 기둥과 주두도 또한 그러했다. 법전의 둘레를 둘러싸고 네 난간이 있어 모두 四보(寶)로 되었다. 또 네 개의 섬돌로 되었다. 그 법전의 위에는 八만 四천의 보배 다락이 있다. 금다락에는 은으로 창을 만들고 은다락에는 금으로 창을 만들었다. 수정 유리의 다락과 창도 또한 그러했다. 금다락에는 은평상 은다락에는 금평상이 있어 곱고 부드러운 금실로 짠 자리를 그 위에 깔았다. 수정 유리 다락과 평상도 또한 그러했다. 그 법전의 광명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은 마치 태양이 너무 밝아 바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선견왕은 혼자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이 법전의 좌우에 다린(多隣)동산의 연못을 만드리라.’ 곧 못을 만드는데 길이와 넓이는 一유순이었다. 또 생각했다. ‘이 법전 앞에는 법못을 만드리라.’ 곧 그것을 만드는데 길이와 넓이는 一유순이었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하고 조촐하여 더러움이 없었다. 四보(寶)의 벽돌로 그 밑을 쌓았다. 못 사방에는 난간을 둘렀다. 그것은 모두 황금 백은 수정 유리의 四보로 합해 만들었다. 그 못물 가운데에는 여러 가지 꽃 우발라꽃 발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이 있어 미묘한 향기를 내어 사방에 풍겼다. 그 못 四면의 육지에도 꽃이 났다. 아혜물다(阿醯物多)꽃, 첨복(瞻蔔)꽃, 파라라(波羅羅)꽃, 수만타(須曼陀)꽃, 파사가(波師迦)꽃 단구마리(檀俱摩梨)꽃 들이었다. 사람을 시켜 못을 맡아보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가 목욕하거나 유희하면 물은 맑고 시원하여 사람들이 뜻을 따라, 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장을 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었다. 의복이나 거마나 향화나 재보도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았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에게는 八만 四천의 코끼리가 있었다. 금으로 장식하고 보주(寶珠)를 목에 걸어 재상왕(齋象王)을 제 一로 삼았다. 또 八만 四천의 말이 있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보주를 목에 걸어 역마왕(力馬王)을 제 一로 삼았다. 또 八만 四천의 수레가 있었다. 사자의 가죽 줄에 四보로 장엄하여 금륜보(金輪寶)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구슬이 있어 신주보(神珠寶)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옥녀(玉女)가 있어 옥녀보(玉女寶)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거사(居士)가 있어 거사보(居士寶)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찰제리가 있어 주병보(主兵寶)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성(城)이 있어 구사파제성을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궁전이 있어 정법전(正法殿)을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다락이 있어 대정루(大正樓)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평상이 있어 모두 황금과 백은의 온갖 보배로 된 것이다. 그 위에는 곱고 부드러운 담요와 털 자리를 깔았다. 八만 四천 억의 옷이 있어 초마의(初摩衣), 가시의(迦尸衣), 겁파의(劫波衣)를 제 一로 삼았다. 八만 四천의 음식이 있어, 날마다 차려지는데 그 맛은 각각 달랐다.
아난아, 때로 선견왕은 八만 四천의 코끼리 중에서 제 一인 재상(齋象)을 타고 이른 아침에 구사파제성을 나가 천하를 주름잡고 四해를 두루 돌다가 잠깐 사이에 돌아와 성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먹었다. 八만 四천의 말 중에서 제 一인 역마보를 타고 이른 새벽에 나가 놀아 천하를 주름잡고 四해를 두루 돌다가 잠깐 사이에 돌아와 성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먹었다. 八만 四천의 수레 중에 제 一인 금륜보에 역마를 메어 타고 이른 새벽에 나가 놀아 천하를 주름잡고 四해를 두루 돌다가 잠깐 사이에 돌아와 성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먹었다. 八만 四천의 신주(神珠) 중에 제 一인 신주보로써 궁전 안을 비추어 밤낮으로 언제나 환했다. 八만 四천의 옥녀(玉女) 중에 제 一인 옥녀보는 착하고 현명하여 그 좌우에서 시중들었다. 八만 四천의 거사(居士) 중에서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거사보에게 맡겼다. 八만 四천의 찰제리 중에서 토벌할 일이 있으면 주병보에게 맡겼다. 八만 四천의 성중에서 다스리는 서울은 구시나성에 있었다. 八만 四천의 궁전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정법전(正法殿)에 있었다. 八만 四천의 다락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대정루(大正樓)에 있었다. 八만 四천의 자리 중에서 왕이 항상 있는 곳을 파리가(波梨伽)자리에 있었으니 그것은 편안히 선(禪)하기 때문이다. 八만 四천억의 옷 위에는 묘한 보배로 장식했으니 그것은 마음대로 입는 것은 부끄럽기 때문이다. 八만 四천의 음식 중에서 왕이 항상 먹는 것은 자연반(自然飯)이었으니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때에 八만 四천의 코끼리가 와서 왕에게 나타날 때에 뛰고 밟으며 서로 충돌해 중생을 다치게 하는 것이 이루 셀 수 없었다. 때에 왕은 생각했다. ‘이 코끼리들이 자주 와서 손상되는 일이 많다. 지금부터는 백년만에 한 마리씩 나타나는 것만을 허락한다.’ 이렇게 차례로 백년 만에 한 번 돌면 다시 시작했다.”
불설장아함경 제四 권
유행경 제二 후
그 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선견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원래 어떤 공덕을 쌓고 어떤 선본(善本)을 닦았기에, 지금 이렇게 높고 큰 과보(果報)를 얻었는가.’ 또 스스로 생각했다.
‘세 가지 인연으로 이 복의 과보를 가지고 왔다. 어떤 것을 셋이라 하는가. 一은 보시(布施)요 二는 지계(持戒)요 三은 선사(禪思)다. 이 인연으로써 이제 이 큰 과보를 얻었다.’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業)을 닦자.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이 살고 한가히 있음으로써 도술(道術)을 숭상하자.’ 때에 왕은 곧 선현보녀(善賢寶女)에게 명령하여 말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의 과보를 받았다. 마땅히 더 나아가 하늘의 복을 받을 업을 닦으리라.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억누르고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떠나 그윽이 살고 한가히 있어 도술을 숭상하리라.’ 그녀는 ‘예’하고 대답한 뒤 대왕의 분부대로 곧 안팎에 명령하여 가까이 모시거나 문안 인사 드리는 것을 금했다.
때에 왕은 곧 법전(法殿)에 올라 금루관(金樓觀)으로 들어가 은평상에 앉았다. 거기서 탐욕 음욕의 악(惡)과 불선(不善)을 깊이 생각하여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어 이생희락[離生喜樂-욕계악(欲界惡)을 떠남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 一선(禪)을 얻었다. 각(覺)과 관(觀)을 덜어 없애고 속마음의 믿음으로써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마음을 오로지 거두어 잡아 각도 없고 관도 없이 정생희락[定生喜樂-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의 제 二선을 얻었다. 기쁨을 버리고 마음을 지켜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알아 성현(聖賢)들이 구하는 바의 호념락행[護念樂行-생각을 보호해 맑고 깨끗함]의 제 四선을 얻었다.
때에 선견왕은 은평상에서 일어나 금루관을 나왔다. 다시 대정루로 나아가 유리 평상에 앉을 때 자심(慈心)을 닦아 한 세계에 두루 차고 나머지 다른 세계도 또한 그러하여 두루 두루 하고 넓고 넓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모든 원한을 없애어 마음에 미워함이 없고 고요하고 잠잠하고 사랑하고 부드러움으로써 스스로 즐거워했다. 비심(悲心), 희심(喜心), 사심(捨心)도 또한 그러했다. 때에 옥녀보는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왕의 얼굴을 떠났다. 이제 모셔 뵈옵자. 대왕에게 가자.’ 그래서 선현 보녀는 八만 四천의 채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의복을 엄하게 꾸며라. 무슨 까닭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왕의 안색을 떠났다. 마땅히 한 번 뵈와야 하겠다.’
모든 여자들은 이 말을 듣고 옷을 정돈하고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였다. ‘四병(兵)을 모아라. 우리는 오랫동안 왕을 뵈옵지 못했다. 마땅히 한 번 뵈와야 하겠다.’ 주병보는 신하는 곧 四병을 모으고 보녀에게 말했다. ‘四병은 이미 다 모였다. 마땅히 그때 인줄 알라.’
이에 보녀는 八만 四천의 채녀를 거느리고 四병의 인도를 받아 황금의 동산으로 갈 때 대중의 진동하는 소리가 왕에게 들렸다.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창으로 보았다. 보녀는 곧 앞으로 나아가 창 곁에 섰다. 때에 왕은 보고 곧 말했다. ‘너는 멈추어라. 앞으로 나아 오지 말라. 나는 이제 동산으로 나가려 한다’. 때에 선견왕은 곧 파리좌(頗梨座)에서 일어나 대정루로 나와 정법전으로 내려갔다. 거기서 보녀와 함께 다린 동산으로 나가 자리에 앉았다. 때에 선견왕의 얼굴에는 광택이 나서 보통 때와 달랐다. 선현보녀는 스스로 생각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은 보통 때에 넘는다. 이것은 무슨 이상한 상서인가’고. 때에 그녀는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대왕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릅니다. 장차 이 이상한 상서는 목숨을 버리려 하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이 八만 四천의 코끼리 중에서 백상보(白象寶)가 제일입니다. 금은으로 장식하고 목에 보주를 걸었는데 저절로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리어 함께 서로 즐기소서,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소서. 또 八만 四천의 말 중에는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수레 중에는 윤보(輪寶)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구슬 중에는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여자 중에는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거사 중에는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찰제리 중에는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성(城) 중에는 구시성(拘尸城)이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궁전 중에는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다락 중에는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자리 중에는 보식좌(寶飾座)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의 옷 중에는 유연의(柔軟衣)가 제일입니다. 八만 四천가지의 음식은 맛맛이 진귀합니다. 무릇 이런 온갖 보배는 다 왕의 소유입니다. 원컨대 잠깐 생각을 돌려 이들과 함께 서로 즐기시고 부디 목숨을 버리어 만백성을 외롭게 하시지 마소서.’
때에 선견왕은 보녀에게 대답했다. ‘너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받들어 섬겨 오면서 사랑스럽고 부드러우며 공경하고 순종하여 하는 말에 실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그녀은 왕에게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제 말씀이 무엇이 불순하옵니까.’ 왕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아까 말한 코끼리, 말, 보배, 수레, 금바퀴, 궁전, 기이한 옷, 맛난 음식 이런 것은 다 항상 됨이 없어 길이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하거늘 내게 그치라고 권하더라도 어찌 따르겠는냐.’ 그녀는 왕에게 아뢰었다. ‘알 수 없습니다. 만일 순종한다면 마땅히 무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까.’ 왕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만일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 금바퀴와 궁전과 기이한 의복과 맛난 음식 이런 것들은 다 항상 됨이 없어 길이 가질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함으로써 높으신 정신을 괴롭게 마소서. 왜 그런가 하오면 왕의 목숨은 얼마 안 되어 반드시 뒷세상으로 갈 것입니다. 대개 삶에는 죽음이 있고 모임에는 떠남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길이 사는 자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베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소서’ 한다면 이것을 일러 공경하고 순종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라고 했다.
아난아, 때에 옥녀보는 왕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고 부르짖다가 눈물을 닦으면서 ‘코끼리, 말, 보배 수레, 금바퀴, 궁전, 기이한 옷, 맛난 음식 이러한 것은 다 항상 됨이 없어 길이 보전할 수 없습니다. 원컨대 그것에 애착하여 높으신 생각을 괴롭게 마소서. 왜 그런가 하오면 왕의 수명은 얼마 안 되어 반드시 뒷세상으로 가실 것입니다. 대개 삶에는 죽음이 있고 모임에는 떠남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세상에 나서 길이 사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은혜와 사랑을 베고 도를 구하는 마음을 가지소서’라고 말했다.
아난아, 저 옥녀보가 이렇게 말할 때, 선견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다. 마치 장사가 맛난 밥을 한 번에 먹는 듯, 아무 괴로움도 번민도 없었다. 그 영혼은 올라가 제 七범천(梵天)에 태어났다. 선견왕이 죽은지 七일 만에 윤보(輪寶)와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상보(象寶), 마보(馬寶), 옥녀보(玉女寶), 거사보(居士寶), 주병보(主兵寶)도 같은 날에 죽었다. 성과 못과 법전과 누각과 보배 장식과 황금 다린 동산도 모두 변해 흙과 나무가 되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인연이 모여 이루어진 법은 다 항상 됨이 없이 변하고 바뀌어 없어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탐욕은 끝이 없어 사람의 목숨을 사라져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은혜와 사랑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곳에는 만족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성인의 지혜를 얻어 밝게 도를 본 자만이 비로소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아난아,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일찍 이곳에서 여섯 번 태어나 전륜성왕이 되어 마침내 뼈를 이 땅에 묻었다. 이제 나는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고 다시 생명을 버려 몸을 이곳에 둔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나고 죽음은 영원히 끊어지리라. 그래서 아무 데도 내 몸을 둘 곳은 없으리라. 이것이 최후로써 다시는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은 말라유족(族)의 발생지인 구이성의 차루동산 안에 있는 쌍수 사이에서 장차 멸도 하려 할 때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구리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유 사람들에게 알려라. 여러분, 마땅히 알라, 여래는 오늘 밤 중에, 차루동산의 쌍수 사이에서 멸도에 드시리라. 너희들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가르쳐 경계하시는 것을 직접 들으라. 이 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지 말라.”
이 때에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어느 비구와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구이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五백의 말라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때에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예배하고 한 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웬 일입니까. 존자(尊者)가 이 성에 들어오는 것은 이렇게 저믄 날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난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내 그대들에게 큰 이익 되는 일을 알리고자 여기 왔노라. 그대들은 마땅히 알라. 여래께서는 오늘 밤중에 반열반에 드시리라. 너희들은 가서 의심되는 것을 묻고 그 교계(敎誡)를 직접 받아라. 이 때를 놓쳐 뒷날에 후회를 남기게 하지 말라.”
그때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소리를 높여 슬피 부르고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그것은 마치 큰 나무가 뿌리가 빠지매 가지들이 부러지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다같이 소리를 높여 말했다. ‘부처님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도 빠른가! 부처님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도 빠른가. 중생들은 길이 쇠하고 세상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이 때에 아난은 모든 말라유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말했다.
“그쳐라, 그쳐라, 슬퍼하지 말라. 천지 만물은 한 번 나서 끝나지 않는 것이 없다. 그것은 모두 인연이 모여 된 것으로서 언제까지나 있게 하고자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모임에는 떠남이 있고 삶에는 반드시 다함이 있다’고.”
때에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각각 서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데리고, 또 흰 천 五백장을 가지고 다같이 쌍수로 가자.’ 모든 말라유 사람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가 그 가족을 이끌고 또 흰 천을 가지고 구리성을 나와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난은 멀리서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스스로 생각했다. ‘저들은 사람이 많다. 만일 낱낱이 부처님을 뵈오려면 다 뵈옵기 전에 부처님이 먼저 멸도 하실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초저녁에 그들로 하여금 동시에 부처님을 뵈옵게 하리라.’ 곧 五백명 말라유 사람과 및 그 가족을 데리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로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섰다. 아난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누구누구의 모든 말라유들과 및 그 가족들은 세존의 기거가 어떠하신가 문안드리나이다.”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너희들은 오느라고 수고했다. 나는 너희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또 병도 고통도 없게 하리라.”
아난은 곧 모든 말라유와 그 가족들을 데리고 가 부처님을 뵈옵게 하였다. 모든 말라유들은 머리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은 그들을 위하여 무상(無常)을 설법하여 가르치시어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때에 모든 말라유들은 법을 듣고 기뻐하면서 곧 五백장의 흰 천을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은 그것을 받으셨다. 모든 말라유들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이 때에 구리성 안에 한 바라문이 있었다. 이름은 수발(須跋)이라고 했다. 나이 백 二十이나 되는 늙은 장로로서 지혜가 많았다. 부처님께서 오늘밤에 쌍수 사이에서 멸도 하신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법에 있어서 의심이 있다. 다만 고오타마만이 내 뜻을 풀어 줄 것이다. 지금 마땅히 때를 놓치지 말고 스스로 힘써서 가리라.’ 그는 곧 그 밤으로 구리성을 나가 쌍수 사이로 가서 아난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인사를 마치고 한 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나는 들었습니다. 오늘밤에 고오타마께서 멸도 하신다는 말을.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 한 번 뵈옵고자 합니다. 나는 법에 있어서 의심이 있습니다. 원컨대 고오타마를 뵈옵고 내 의심을 한 번 풀고 싶습니다. 어떻게 뵈올 틈이 있겠습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수발이여, 부처님은 병을 앓고 계신다. 번거로우시게 하지 말라.’ 수발은 거듭 간청을 했다. ‘나는 들었습니다. 여래가 이 세상에 한 번 나타나시는 것은 마치 우발라꽃이 가끔 한 번씩 피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여기 와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의심을 풀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뵈올 틈이 있겠습니까.’ 아난은 먼저와 같이 대답했다. ‘부처님은 병을 앓고 계신다. 번거로우시게 하지 말라.’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를 막지 말라. 들어오기를 허락하라, 의심을 풀려 하는 것이니 조금도 귀찮을 것 없다. 만일 내 법을 들으면 그는 반드시 깨달아 알 것이다.”
아난은 곧 수발에게 ‘그대가 부처님을 뵈옵고 싶거든 마땅히 지금이 그 때인 줄 알라’고 말했다. 수발은 곧 들어가 인사를 마치고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법에 있어서 의심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의심을 풀어 주실 틈이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음대로 물어라.”
수발은 곧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여러 다른 무리들이 있어 스스로 스승이라 일컫습니다. 불란가섭(不蘭迦葉), 말가리교사리, 아부타시사금파라(阿浮陀翅舍金坡羅), 파부가전, 살야비야리불(薩若毘耶梨弗), 니건자들입니다. 이 모든 스승들에게는 각각 다른 법이 있습니다. 고오타마께서는 그것을 다 아십니까, 그것을 다 모르십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그것을 논(論)한다면. 나는 그것을 다 알고 있다. 이제 나는 그대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이것을 생각하라.”
수발은 가르침을 받았다. 부처님은 그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법 가운데서 八성도(聖道)가 없으면 곧 제 一의 사문의 과(果), 제 二, 제 三, 제 四의 사문의 과가 없으리라. 수발이여, 곧 모든 법 중에서 八성도가 있기 때문에 제 一의 사문과 제 二, 제 三, 제 四의 사문과가 있다. 수발이여, 이제 내 법 중에는 八성도가 있다. 그러므로 제 一의 사문과 제 二, 제 三, 제 四의 사문과가 있다. 외도(外道)의 무리들은 사문과가 없느니라.”
그 때 세존은 수발을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나이 스물 아홉에
집을 떠나 착한 도(道)를 구했다.
수발아, 나는 부처가 된지
이제 벌써 五十년이다.
계(戒)와 정(定)과 지혜의 행(行)
혼자 있으며 깊이 생각했나니
이제 법의 종요로움 말했노라
이 밖에는 사문이 없다.
부처님은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비구가 다 능히 자기를 잘 거두어 잡는다면, 곧 이 세간은 아라한이 비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수발은 아난에게 말했다.
“사문 고오타마를 따라 이미 범행(梵行)을 행했고 지금도 행하고 장차도 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여래를 모시고 범행을 닦아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나도 한 번 여래를 뵈옵고 의심되는 바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여래께서 곧 제자의 가별로써 내게 수기(授記)해 주셨습니다.”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제 여래의 법 가운데서 집을 나와 중이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은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다른 종교의 바라문만이 내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으려 하는 자는 四개월 동안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펴 보아야 한다. 모든 위의(威儀)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내 법에서 구족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발아, 마땅히 알라. 그러나 오직 그 사람의 행(行)에 있을 뿐이다.“
수발은 다시 여쭈었다.
“외도 이학(外道異學)은 부처님 법 가운데서 四개월 동안 시험삼아 그 사람의 행과 그 뜻과 성질을 살펴보아서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가 없는 자라야 구족계를 받을 수 있다면 이제 저는 四년 동안 부처님의 바른 법 가운데서 심부름해서 모든 위의를 갖추어 빠지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고서야 이에 구족계를 받고자 하나이다.”
부처님은 수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오직 사람의 행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발은 곧 그 밤으로 집을 나와 계를 받았다. 그래서 범행을 깨끗이 닦고 현재에서 자기 자신 스스로 지혜를 체험해 얻었다.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해야 할 일을 이미 해 마치고 실(實)다운 지혜를 얻어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밤이 아직 깊지 않아 아라한이 되었다. 그를 여래의 최후의 제자라 한다. 수발은 곧 먼저 멸도하고 부처님은 뒤가 되셨다.
이 때에 아난은 부처님 뒤에 서서 평상을 만지면서 슬피 울어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흐느끼면서 말하기를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큰 법이 빠지고 흐림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에는 있지마는 아직 공부를 이루지 못했는데 부처님은 그만 멸도 하시는구나’고 하였다.
그 때에 세존은 그것을 아시고 일부러 물으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여러 비구들은 여래에게 여쭈었다.
“아난 비구는 지금 부처님 뒤에 서서, 평상을 어루만지면서 슬피 울어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흐느끼면서 말하기를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큰 법이 빠지고 흐림은 어이 이리 빠르십니까.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무슨 까닭인가.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미 학지(學地)에는 있지마는 아직 공부를 이루지 못했는데 부처님은 그만 멸도 하시는구나’고 합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그쳐라, 그만 그쳐라. 걱정하지 말라. 슬피 울지 말라. 네가 나를 섬긴 뒤로부터 지금까지 몸의 행(行)에는 사랑[慈]이 있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말의 행에도 사랑이 있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뜻의 행에도 사랑이 있어 둘도 없고 한량도 없었다. 아난아, 너는 내게 공양했다. 그 공덕은 매우 크다. 비록 모든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사문이나 바라문들도 공양한 일이 있지마는 아무도 너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너는 그저 정진(精進)하라. 머지 않아 도를 이루리라.”
그 때 세존은 또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의 시봉하는 제자들도 모두 아난과 같았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시봉하는 제자들도 또한 아난과 같다. 그런데 과거의 부처님들의 시봉하는 제자는 말한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 지금 내 아난은 눈만 들면 곧 안다. ‘여래는 모름지기 이렇게 하시리라. 세존은 모름지기 이렇게 하시리라.’ 이것은 이 아난만이 가진 과거에 일찍 없었던 법이다. 너희들은 이것을 가져야 한다. 전륜성왕에게는 四종의 기특한 미증유(未曾有)한 법이 있다. 어떤 것을 四라 하는가. 성왕이 행차할 때에는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와서 맞이한다. 그들은 보고는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들은 그 위엄스런 모습을 우러러보고는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전륜성왕이 혹은 머무르고 혹은 앉고 혹은 누울 때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 왕에게 와서 왕을 보고 기뻐하고 가르침을 듣고 또 기뻐한다. 위엄스러운 얼굴을 우러러보고는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이것이 전륜성왕의 四종의 기특한 법이다. 지금 우리 아난에게도 四종의 기특한 법이 있다. 어떤 것을 四라고 하는가. 아난이 잠자코 비구 무리들에게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명하면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지 않는다. 또 아난이 잠자코 비구니 무리, 우바새 무리 우바이 무리 속으로 가면 그들은 모두 함께 기뻐하고 혹은 그들에게 설법해 주면 그들은 그것을 듣고 또 기뻐한다. 그리고 그 거동과 얼굴을 보거나 그 설법을 듣고는 싫증을 내는 일이 없다. 이것이 아난의 四종의 미증유의 기특한 법이다.”
그 때 아난은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현재 사방에 있는 사문으로서 나이 늙고 지혜도 많아 경(經)과 율(律)을 밝게 알고 덕이 맑고 행이 높은 자들이 와서 세존을 뵈오려 하므로 나는 친히 나가 만나고 예경하고 또 안부를 물었습니다. 부처님이 멸도 하신 뒤에는 그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므로 우러러 볼 데가 없을 것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모든 족성(族姓)의 자제들에게는 항상 四념(念)이 있다. 어떤 것을 四라고 하는가. 一은 부처님의 나신 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二는 부처님이 처음으로 도를 얻은 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三은 부처님이 법바퀴를 굴리신 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四는 부처님이 반열반하신 곳을 생각하고 기뻐하여 보고자하며 기억해 잊지 않고 아쉬워하고 사모하는 생각을 내는 것이다. 아난아, 내가 반열반에 든 뒤에 모든 족성의 남녀들은 ‘부처님의 나신 때의 공덕은 어떠하고 부처님이 도를 얻은 때의 신력(神力)은 어떠하며 부처님이 법바퀴를 굴린 때에 사람을 구제한 것은 어떠하고 멸도에 다다른 때에 남긴 법은 어떠하다’는 것을 생각하여 각각 그곳으로 나가 돌아다니면서 모든 탑사(塔寺)를 예경하면 그들은 죽어 다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 도를 얻는 자는 제외한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열반한 뒤에 모든 석종(釋種)들이 와서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구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집을 떠나기를 허락해 구족계(具足戒)를 주고 지체하고 시험을 하지 말라. 모든 이학(異學) 바라문들이 와서, 수도하는 자가 되기를 구하는 자에게도 또한 집을 떠나기를 허락하고 구족계를 주되 四개월을 시험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다른 주장을 가졌으므로 조금만 지체하면 곧 저의 주장이 나올 것이다.”
그 때 아난은 길게 꿇어앉아 손을 깍지끼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천노(闡怒) 비구니는 노예 무리로서 처음부터 제 고집대로 부리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멸도 하신 뒤에는 어떻게 하리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에 만일 저 천노가 위의(威儀)에 따르지 않고 교계(敎誡)를 받지 않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함께 범단벌(梵檀罰)을 행하라. 모든 비구들에게 명령하여 더불어 말하지 말고 서로 오고가기와 가르치기와 일하기를 함께 하지 말라.”
이 때 아난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 멸도 하신 뒤에 모든 여자로서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는 어떻게 하리이까.”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서로 보지 말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서로 본다면 어떻게 하리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더불어 말하지 말라.”
아난은 또 여쭈었다.
“만일 더불어 말한다면 어떻게 하리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걷어잡아라. 아난아, 너는 여래가 멸도한 뒤에는 다시 보호할 이가 없어 닦아 오던 것을 잃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 내가 부처가 된 뒤로 지금까지 말한 경(經)과 계(戒)는 곧 너를 보호하고 네가 가져야 할 것이다. 아난아, 오늘부터 비로소 모든 비구들에게 ‘소소(小小)한 계는 버리고 위아래는 서로 화(和)해 마땅히 예도(禮度)를 따르라’고 일러라. 이것이 집을 떠난 자의 공경하고 순종하는 법이다.”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중(衆)에 대해서 의심이 있고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으라. 이 때를 놓쳐 훗일에 뉘우치지 말라.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들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부처와 법과 중에 대해서 의심이 있고 도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든 마땅히 빨리 물으라. 마땅히 이 때를 놓쳐 훗일에 뉘우치지 말라. 내가 현재 살아 있는 동안에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라.”
모든 비구는 또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감히 묻지 못하겠으면 마땅히 친한 벗을 통해 빨리 와서 물으라. 마땅히 이 때를 놓쳐 훗일에 뉘우치지 말라.”
때에 모든 비구는 또 잠자코 있었다.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믿습니다. 이 무리들은 모두 깨끗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비구도 부처와 법과 중을 의심하거나 도를 의심하는 자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그런 줄 안다. 이 무리들 가운데 가장 어린 비구도 다 도의 자취를 보아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을 오가고 나면 반드시 괴로움의 끝을 다할 것이다.”
그 때 세존은 곧 천 二백의 제자들에게 그들이 얻을 바의 도의 과(果)를 기별하셨다. 때에 세존은 울다라승(鬱多羅僧)을 헤치고 금빛 팔을 내어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생각하라. 여래가 때때로 세상에 나오는 것은 마치 우발라꽃이 가끔 한 번씩 피는 것과 같다.”
그 때 세존은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른 팔은 자금(紫金)의 빛깔
부처의 나타나심 영서(靈瑞)화와 같다.
오고가는 행(行)은 항상됨 없나니
멸(滅)을 나타냄에 있어 방일(放逸)이 없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일하지 말라. 나는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정각(正覺)을 이루었다. 한량없는 온갖 착함도 또한 방일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이다. 일체 만물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말씀이다.”
이에 세존은 곧 초선정(初禪定)에 들어갔다. 초선정에서 일어나 제 二선에 들어가고 제 二선에서 일어나 제 三선에 들어가고 제 三선에서 일어나 제 四선에 들어갔다. 제 四선에서 일어나 공처정(空處定)에 들어가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식처정(識處定)에 들어가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불용정(不用定)에 들어갔다. 불용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有想無想定)에 들어가고 유상부상정에서 일어나 멸상정(滅想定)에 들어갔다.
이 때에 아난은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세존은 이미 반열반에 들으셨습니까.”
아나율은 말했다.
“아직 들지 않았습니다. 아난이여, 세존은 지금 멸상정(滅想定)에 있습니다. 나는 옛날 부처님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四선에서 일어나 곧 반열반한다고.”
세존은 <멸상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정>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정>에서 일어나 <불용정>에 들어가고 <불용정>에서 일어나 <식처정>에 들어가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공처정>에 들어가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제 四선에 들어갔다. 제 四에서 일어나 제 三선에 들어가고 제 三선에서 일어나 제 二선에 들어가고 제 二선에서 일어나 제 一선에 들어갔다. 제 一선에서 일어나 제 二선에 들어가고 二선에서 일어나 제 三선에 들어가고 三선에서 일어나 제 四선에 들어가고 四선에서 일어나 부처님은 반열반하셨다. 마침 그 때에 땅은 크게 진동하여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다 놀랐다. 어둡고 그윽하여 해와 달이 비치지 않는 모든 곳도 다 큰 광명을 입어 각각 서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들 ‘저 사람은 여기서 태어났고 저 사람은 여기서 태어났구나’고 말했다. 그 광명은 두루 비치어 모든 하늘의 광명보다 더했다. 도리천은 허공 중에서 만타라(曼陀羅)꽃, 우발라꽃, 발두마꽃, 구물두꽃, 분타리꽃을 여래 위에 흩고, 또 여러 사람에게 흩었다. 또 하늘의 전단가루향을 부처님 위에 흩고 또 여러 대중들에게 흩었다. 그 때 부처님은 돌아가셨다. 때에 범천왕은 허공 중에서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중생의 무리들은
다 마땅히 모든 음(陰)을 버려라
부처님은 위없는 높은 어른이거니
이 세간에는 그를 짝할 이 없네.
여래는 큰 성웅(聖雄)이시라
두려움 없는 신통력 있네
세존은 응당히 오래 사실 걸
그런데 이제 멸도 하시네.
그 때 제석천은 또 게송으로 말했다.
인연의 모인 행(行)은 항상됨 없어
다만 흥하고 쇠하는 법일 뿐이다
한 번 난 자는 죽지 않는 법 없나니
부처님의 멸도는 즐거운 것이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복나무의 큰 수풀
위없는 복의 사라
공양을 받는 좋은 밭이시여
쌍수 사이에서 멸도 하셨네.
아나율도 또 게송으로 지어 말했다.
부처님은 무위(無爲)로서 머무르시고
나고 드는 숨길을 쓰지 않는다
본래 적멸(寂滅)에서 와
그 태양은 이제 여기서 빠지셨네.
범마나 비구도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게으르고 교만한 마음이 없고
자기를 단속하여 높은 지혜 닦네
집착도 없고 물들음 없어
애욕을 떠난 위없는 높은 이네.
아난 비구도 또 게송으로 말했다.
하늘과 사람들 두려움 품어
그 때문에 몸의 털을 꼿꼿이 서네
일체를 모두 성취했나니
정각(正覺)은 멸도를 취하셨도다.
금비라신(金毘羅神)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세간은 모두 보호자 잃고
중생은 길이 눈멀었도다
정각(正覺)으로서 사람 중의 영웅[雄]인
석가의 사자(獅子)를 뵐 수 없구나.
밀적역사(密迹力士)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세상이나 또 뒷세상에
범천(梵天) 세계의 모든 하늘 사람도
다시는 또 사람의 영웅인
석가의 사자(獅子)를 뵈올 수 없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摩耶)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 룸비동산에서 나
그 도는 널리 흘러 펴졌네
돌아와 본래 난 곳에 이르러
무상한 몸을 길이 버렸네.
쌍수의 나무신(神)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어느 때에 또 다시 때아닌
꽃으로 부처님께 흩으리
十력(力)의 공덕을 두루 갖추신
여래는 멸도를 취하셨도다.
그 때 사라 동산 수풀신(林神)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기는 가장 묘하고 즐거운 땅
부처님은 여기서 생장하시고
곧 여기서 법바퀴 굴리시고
또 여기서 반열반 멸도 하셨네.
四천왕(天王)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래는 위없는 지혜를 가지시어
언제나 무상을 말씀하시네
중생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으시고
필경에는 적멸(寂滅)에 들으셨나니.
도리천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여러 억천만겁(劫)동안을
위없는 도를 구해 이루셨나니
중생들의 괴로움의 결박을 풀으시고
필경에는 적멸에 드시었도다.
염천왕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것은 부처님 최후의 옷
지금까지 여래의 몸 싸고 있었네
부처님은 이미 멸도했나니
이 옷은 장차 어디에 줄까.
도솔천왕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것은 이 최후의 몸
음(陰)과 계(界)는 여기서 멸하였나니
걱정도 없고 기쁨도 없고
다시 늙고 죽음의 근심도 없느니라.
화자재천왕(化自在天王)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부처님은 오늘 한밤중 지나
오른 쪽 옆구리를 깔고 누우시네
이 사라 동산에 있어
석가의 사자(獅子)는 멸도 하셨네.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세간은 길이 쇠하고 어두워라
큰 별과 달은 갑자기 떨어졌네
무상이 덮치자 큰 지혜의 태양 길이 덮였네.
모든 비구들도 또 게송을 지어 말했다.
이 몸은 물거품 위태롭고 약하거니
또 누가 마땅히 이것을 즐겨 하리
부처님의 금강(金剛)의 몸 이미 얻었었건만
그래도 무상(無常)으로 무너지시네.
모든 부처님의 금강의 몸도
모두 또한 무상(無常)으로 돌아 가도다
빨리 없어지기 작은 눈(雪) 같나니
그 나머지야 또 무엇이 다르랴!
부처님께서 멸도 하시고 나자 모든 비구들은 슬피 곡하고 기운을 잃어 몸을 땅에 던져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흐느끼면서 말했다.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큰 법이 빠지고 가리워짐은 어이 그리 속하신가.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그것은 마치 큰 나무가 뿌리가 뽑히매 가지들이 꺾인 것 같고, 또 끊어진 뱀이 뒹굴고 헤매면서 어쩔 바를 모르는 것처럼 모든 비구들도 역시 이와 같이 슬피 울고 기운이 막혀 몸을 땅에 던지고 뒹굴고 부르짖으면서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한 숨 쉬면서 말했다.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큰 법이 빠지고 가리워짐은 어이 그리 속하신가. 중생들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그 때 아나율 장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쳐라, 그쳐라, 슬퍼하지 말라. 모든 하늘은 위에 있어 혹 괴이히 여겨 꾸짖으리라.’
모든 비구는 아나율에게 물었다. ‘위에는 얼마만한 하늘이 있습니까.’ ‘허공에 충만해 있다. 어떻게 다 계량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모두 공중에서 헤매고 떠들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큰 법이 빠지고 가리워짐은 어이 그리 속하신가.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고. 그것은 마치 큰 나무가 뿌리가 뽑히매 가지들이 꺾이는 것 같고 또 끊어진 뱀이 뒹굴고 헤매어 어쩔 바를 모르는 것 같이, 이 때에 모든 하늘은 또 공중에서 헤매고 떠들며 슬피 부르짖고 가슴을 치고 뛰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세존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큰 법이 빠지고 가리워짐은 어이 그리 속한가.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때에 모든 비구들은 밤이 새도록 법어(法語)를 강(講)하고 나서 아나율은 아난에게 말했다.
‘그대는 성(城)에 들어가 모든 말라유들에게 말하라. 부처님은 이미 멸도 하셨다.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 때를 놓치지 말라고.”
아난은 곧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비구를 데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성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五백명의 말라유들이 무슨 일이 있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말라유들도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면서 그 발에 예배하고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어찌 이렇게 일찍 오십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큰 이익을 주고자 하여 이 새벽에 여기 온 것이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라. 여래는 어젯밤에 이미 멸도 하셨다. 그대들은 보시하고 공양하고자 하거든 이 때를 놓치지 말라.”
모든 말라유들은 이 말을 듣고 비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눈물을 닦으면서 ‘부처님의 멸도는 어이 그리 빠르신가. 세간의 눈이 없어짐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고 외쳤다. 아난은 대답했다.
“그만 그쳐라. 그만 그쳐라. 슬피 울지 말라. 유위(有爲)로 하여금 변역(變易)하지 않게 하고자 해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도 일찍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나는 자에게는 죽음이 있고, 모임에는 떠남이 있다. 일체의 은혜와 사랑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모든 말라유들은 각각 서로 말했다. ‘우리는 각각 돌아가서 모든 향과 꽃과 또 음악을 마련해 빨리 쌍수로 가서 사리(舍利)를 공양하자. 그리고 하루가 지나거든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놓고 말라유의 동자(童子)들로 하여금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가지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아뢰어 공양하자.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거리를 둘러 백성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고 거기서 서쪽 성문으로 나와 높고 드러난 장소에 가서 다비(茶毘)에 붙이자.’ 때에 모든 말라유들은 이 말을 마치고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향과 꽃과 음악을 마련해 쌍수로 나아가 사리를 공양했다.
하루가 지난 뒤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놓고 모든 말라유들이 와서 평상을 함께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들려지지 않았다. 아나율은 모든 말라유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우선 그만 두라. 부질없이 애쓰지 말라. 지금 모든 하늘이 와서 그 평상을 들고자 한다.”
모든 말라유들은 말했다.
“하늘은 무슨 뜻으로 이 평상을 들고자 하는가.”
아나율은 말했다.
“그대들은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를 공양하고 하루를 지낸 뒤 부처님의 몸을 평상 위에 두고 말라유의 동자들을 시켜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가지고 향을 사르고 꽃을 흩고 음악을 아뢰어 공양하고 그리고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거리를 둘러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공양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높고 드러난 곳에서 사유에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모든 하늘의 생각에는 사리를 七일 동안 받들어 두고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예경하고 공양한 다음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두고 말라유의 동자들로 하여금 평상의 네 귀를 들게 하고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가지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뭇 음악으로써 자리를 공양하고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모든 거리를 둘러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공양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서쪽 성문으로 나가 희련선하(熙蓮禪河)를 건너 천관사(天冠寺)에 가서 다비에 붙이고자 한다. 이것이 위의 하늘들의 뜻으로서 평상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말라유들은
“유쾌하구나 그 말이여, 하늘의 뜻을 따르리라.”
모든 말라유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들은 먼저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닦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사루자. 그리고 여기 돌아와 七일 동안 사리를 공양하자.’
모든 말라유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거리와 골목길을 닦고 물을 뿌려 쓸고 향을 살랐다. 그리고 성을 나와 쌍수 사이에서 향과 꽃과 음악으로써 사리를 공양했다. 七일을 마치자 해가 저물 때에 부처님 몸을 평상 위에 두고 말라유 동자들은 네 귀를 받들어 들었다.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가지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뭇 음악을 잡히면서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라 편안하고 조용하게 행진했다. 때에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만다라꽃, 우발라꽃, 발두마꽃, 구두마꽃, 분타리꽃과 하늘의 전단가루향을 사리 위에 흩어 거리에 가득 찼다. 모든 하늘은 음악을 아뢰고 귀신들은 노래를 불렀다. 때에 모든 말라유들은 서로 이야기했다. ‘우선 사람의 음악은 두고 하늘의 음악을 청해 사리를 공양하자.’ 이에 말라유들은 평상을 받들고 차츰 나아갔다. 동쪽 성문으로 들어가 여러 거리와 골목에 멈추어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아뢰어 공양했다.
그때 말라유의 대신 로이(露夷)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불도를 독실히 믿고 있었다. 손에 수레바퀴 만한 황금 꽃을 받들어 사리에 공양했다. 어떤 노파가 있어 소리를 높여 칭찬했다. ‘이 모든 말라유들은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여래는 마지막에는 여기서 멸도 하셨다. 온 나라의 선비와 백성들은 유쾌하게 공양하는구나.’
모든 말라유들은 공양을 베풀어 마치고 다시 북문으로 나가 회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이르렀다. 평상을 땅에 두고 아난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마땅히 다시 무엇으로서 공양하리까.”
아난은 대답했다.
“나는 직접 부처님에게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사리를 장사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의 장례 법과 같이 하라고.”
모든 말라유들은 또 아난에게 물었다.
“전륜성왕의 장례 법은 어떻습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부처님의 말씀에, 장례 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써 그 몸을 씻고 새 겁파의로써 두루 몸을 싸되 五백겹으로 차례대로 몸을 싼 뒤 황금 관에 넣고 기름을 거기에 쏟는다. 다시 황금 관을 들어 제 二의 쇠곽 속에 두고 전단향나무곽으로 그 겉을 겹싸고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터이 덮고 다비에 붙인다. 다시 사리를 주워 네거리에 탑을 세워 거기에 넣고 겉에는 비단을 걸어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 왕의 탑을 보고 그 바른 교화를 사모하여 많은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이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하고자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써 목욕시키고 새 겁파의로 두루 몸을 싸되 五백겹으로 차례대로 싸고 몸을 황금 관 안에 넣고 깨 기름을 쏟아라. 다시 황금 관을 들어 제 二의 쇠곽 속에 두고 전단향나무곽으로 겉을 겹싸고 온갖 기이한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터이 덮고 그리고 그것을 다비에 붙여라. 다시 사리를 주워 네거리에 탑을 세워 그 안에 넣고 겉에는 비단을 걸어 모든 길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 그 불탑을 보고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게 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도를 얻은 자는 제외한다고.’ 때에 모든 말라유들은 서로 말했다.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 장구(葬具), 향화(香花), 겁파의, 관(棺), 곽(槨), 향유(香油)와 및 흰 천을 마련하자.’ 말라유들은 곧 함께 성으로 들어가 장구들을 마련했다. 천관사로 돌아와 깨끗한 향탕으로써 부처님 몸을 씻고 새 겁파의로 두루 몸을 감되 五백겹으로 차례대로 몸을 싸고 몸을 금관에 넣어 깨 기름을 쏟았다. 다시 금관을 들어 제 二의 큰 쇠곽 속에 두고 전단향나무곽으로 겉을 겹싸고 뭇 기이한 향을 그 위에 쌓았다. 때에 <로이>라는 말라유 대신이 있었다. 그는 큰 횃불로 불적을 태우려 했다. 그러나 불이 붙지 않았다. 다른 말라 대신이 잇달아 불을 붙였지마는 역시 불은 붙지 않았다.
아나율은 여러 말라유들에게 말했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여러분 그것은 당신들이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불이 자꾸 꺼지고 붙지 않는 것은 다 모든 하늘의 뜻입니다.”
말라유들은 또 물었다.
“모든 하늘은 무슨 뜻으로 불을 붙지 못하게 합니까.”
아나율은 말했다.
“큰 가섭이 그 제자 五백명을 거느리고 지금 파바국에서 오는 도중에 있다. 아직 다비를 붙이기 전에 부처님 몸을 뵈옵고자 하므로 하늘은 그 뜻을 알고 불을 붙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말라유는 또 말했다. ‘원컨대 그 뜻을 이루도록 하리라.’ 그 때 가섭은 五백명 제자를 데리고 파바국에서 오는 도중에 있었다. 길에서 한 니건타를 만났다. 그는 손에 만다라 꽃을 쥐고 있었다. 큰 가섭은 멀리서 니건타를 보고 가까이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는가,”
그는 대답했다.
“나는 구리성에서 옵니다.”
가섭은 또 물었다.
“너는 우리 스승님을 아는가.”
그는 답했다.
“압니다.”
또 물었다.
“우리 스승님은 살아 계시는가.”
그는 대답했다.
“멸도하신지 벌써 七일이 지났습니다. 나는 거기서 오는데 이 하늘 꽃을 얻었습니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슬퍼했다. 그때 五백의 비구들도 부처님이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슬피 울면서 뒹굴고 부르짖어 스스로 억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여래의 멸도 하심은 어이 그리 빠르신가. 큰 법이 빠지고 가리워짐은 어이 그리 속하신가. 중생은 길이 쇠하고 세간에는 눈이 없어졌구나.’ 마치 큰 나무가 뿌리째 뽑히매 가지들이 꺾인 것 같고 또 끊어진 뱀이 뒹굴며 헤매어 나아갈 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대중 가운데 발난타(跋難陀)라는 석가 족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비구들을 만류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라. 세존이 멸도 하였으므로 우리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 그 늙은이는 항상 말했다. ‘이것은 마땅히 행하라. 이것은 마땅히 행하지 말라’고. 지금부터는 나는 내 마음대로 하리라.”
가섭은 이 말을 듣고 슬픈 마음에 더욱 불쾌했다. 곧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빨리 옷과 바루를 단속하라. 곧 쌍수로 가서 아직 다비에 붙이기 전에 부처님을 뵈옵자.”
그 때 모든 비구들은 큰 가섭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섭을 모시고 따랐다. 구리성으로 들어가 니련선하를 건너 천관사에 도착했다. 아난에게 가서 인사를 마치고 한 쪽에 앉아 아난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아직 다비에 붙이기 전에 사리를 뵈올 수 있겠습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아직 다비에는 붙이지 않았지마는 다시 뵈옵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부처님 몸은 벌써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겁파의로 감되 五백겹으로 싸고 금관에 넣어 철곽에 두고 전단향나무곽으로 그 겉을 겹싸 덮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 몸을 다시 뵈옵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섭은 세 번이나 청했지마는 아난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그러므로 부처님 몸을 뵈옵기는 어렵습니다.’고. 때에 가섭은 마침 향더미로 향해 갔다. 때에 부처님은 겹곽 속에서 두 발을 나란히 내었다. 발에는 이상한 빛이 있었다. 가섭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난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몸은 금빛인데 지금 발은 왜 이상합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아까 어떤 노파가 있어 못내 슬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부처님 발을 어루만졌습니다. 그 때 눈물이 그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그 빛이 이상합니다.”
가섭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불쾌했다. 곧 향더미를 향해 부처님의 사리에 예배했다. 때에 四부중(部衆)과 및 위의 모든 하늘도 동시에 예배했다. 이에 부처님의 발은 갑자기 사라졌다. 큰 가섭은 향더미를 세 번 돌고 게송을 지어 말했다.
모든 부처님 짝할 데 없는 분의
거룩한 그 지혜는 이루 헬 수 없나니
짝할 데 없는 거룩한 지혜
나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옵네.
짝할 데 없는 높은 사문은
가장 높아서 더러움 없네.
모니(牟尼)는 사랑의 가지를 끊은
큰 신선으로서 천인(天人)에서 높은 이
사람 중에서 제일의 영웅
나는 이제 머리 조아려 예배하옵네.
고행(苦行)에는 짝할 이 없고
집착을 떠나 사람을 가르치며
물듦도 없고 티끌도 때[垢]도 없는
위없는 어른에게 머리 조아립니다.
세 가지 때는 이미 다하여
공(空)하고 고요한 행을 즐기며
둘도 없고 또 견줄 데 없는
十력(力)의 어른에게 머리를 조아리네.
선서(善逝)는 가장 위되는 어른
양족(足) 중에 높은 이 그 중에 높으니
四제(諦)와 지식(止息)을 깨달은 사람
안온한 지혜에게 머리를 조아리네.
모든 사문 중에서 가장 위되어
사(邪)를 돌이켜 바름에 들게 하던
세존께서 적멸(寂滅)을 보여주시니
고요한 그 자취에 머리를 조아리네.
더움도 없고 티도 큼도 없으매
그 마음은 항상 적정(寂定)하여라
모든 티끌과 더러움을 없애어
때 없는 어른에게 머리를 조아리네.
지혜의 눈은 한량이 없고
단 이슬은 온갖 명칭을 멸하네
과거에 일찍 없고 사의(思議)하기 어려운
짝할 이 없는 이께 머리를 조아리네.
외치는 소리는 사자가
숲에 있어서 두려움 없음 같고
악마를 항복 받고 四성(姓)을 뛰어났네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경례하옵네.
큰 가섭에게는 큰 위엄과 덕이 있고 네 가지 변재를 갖추어 게송으로 말했다. 때에 그 화장 더미는 불을 붙이지 않아도 스스로 탔다. 모든 말라유들은 각각 서로 말했다. ‘지금 불은 왕성하게 붙어 그칠 줄을 몰라 다비에 붙인 사리가 혹시 녹아 버릴 것이니 어디서 물을 구해 저 불을 끄겠는가’고. 때에 화장 더미 곁에 사라원 나무신(神)이 있어 불도를 독실히 믿었다. 조금 후에 신력(神力)으로써 화장 더미의 불을 껐다. 그 때 모든 말라유들은 또 서로 말했다. 이 구리성 좌우 十二 유순에 있는 모든 향과 꽃을 다 채취(採取)해다 가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자고. 그래서 곧 성곁으로 나아가 모든 향과 꽃을 가져와 공양에 썼다. 때에 파바국에 있던 말라유 백성들은 부처님이 쌍수 사이에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다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우리들은 가서 사리의 분배를 얻어 우리 본토에 탑을 세우고 그것을 공양하자.’ 파바국의 모든 말라유들은 나라에 명령을 내려 四종의 군사 곧 코끼리 군사, 말 군사, 수레 군사, 걷는 군사를 단속하여 구리성에 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말했다.
“부처님은 모든 도움을 받아 여기 와서 멸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우리는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으로 여기 와서 그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 우리 본토에 탑을 세워 그것을 공양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구리왕은 대답했다.
“그렇다. 진실로 그 말이 옳다. 그러나 세존은 이 땅에 오셔서 여기서 멸도 하셨다. 그러므로 이 국내의 선비나 백성들도 마땅히 스스로 공양해야 할 것이다. 그대들이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마는 사리의 분배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때에 차라파(遮羅頗)국의 모든 발리(跋離)족의 민중과 나마가(羅摩伽)국의 구리(拘利) 민중, 그리고 비이제(毘爾提)국의 바라문들, 가비라국의 석가족의 민중, 비사리국의 리차(離車) 민중 및 마가타국의 아사세왕들도 여래가 구시성의 쌍수 사이에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듣고 다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 우리도 마땅히 가서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자’고, 때에 모든 국왕과 아사세왕은 곧 나라에 명령을 내려 四종의 군사 곧, 상병, 마병, 차병, 보병을 단속해 나아가 항하수를 건너 곧 바라문 향성(香姓)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우리 이름을 가지고 구리성에 들어가 모든 말라유들에게 문안하라. ‘기거(起居)가 경리(輕利)하고 행보[遊步]가 건강한가. 우리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이웃에 있으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해 아직 다툰 일이 없다. 우리는 여래가 그대들의 나라에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오직 위없는 높은 어른은 우리가 하늘처럼 받드는 어른이다. 그러므로 멀리 와서 그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한다. 만일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우리는 온 나라의 온갖 보배를 그대와 나누리라’고,”
향성 바라문은 왕의 명령을 받고 곧 그 성으로 가서 모든 말라유들에게 말했다.
“마가타 대왕은 한량없는 성의로 문안하다. ‘기거가 경리하고 행보가 건강한가. 나는 여러분들을 늘 존경하고 있다. 우리는 이웃에 살면서 의리를 지키고 서로 화목해 아직 다툰 일이 없다. 우리는 여래가 그대들 나라 안에서 멸도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오직 위없는 높은 어른은 진실로 우리가 하늘처럼 받드는 어른이시다. 그러므로 멀리 와서 그 사리의 분배를 요구하는 바 우리는 본토에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에 그것을 우리에게 준다면 우리 나라의 온 나라의 온갖 보배를 그대와 나누리라’고.”
모든 말라유들은 향성에게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다. 진실로 그대의 말이 옳다. 그러나 세존은 우리 나라에 오셔서 여기서 멸도 하셨다. 우리 나라 선비와 백성들이 마땅히 스스로 공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수고롭게도 멀리서 왔지마는 사리의 분배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든 국왕은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함께 의논하고 게송으로 말했다.
우리들은 화의(和議)로써
멀리서 와서 머리 숙여 절하면서
겸손한 말로 분배를 청했는데
만일 주지 않는다면
四병(兵)이 여기 있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리라
만일 정의로써 얻지 못하면
마땅히 힘으로써 앗을 것이다.
구리국에서도 곧 모든 신하를 모아 의논하고 게송으로 대답했다.
그대들 수고로이 멀리서 와
욕되게도 머리 숙여 절하지만
여래의 남기신 이 사리는
감히 허여(許與)할 수 없노라.
너희들 만일 군사를 낸다면
우리도 여기 군사가 있다
목숨을 바쳐 항거하리니
두려울 것 없다 하노라.
향성 바라문을 여러 사람에게 타일렀다.
“여러분, 여러분은 오랫동안 부처님의 교계(敎誡)를 받았다. 입으로 법의 말을 외우고 마음으로는 자비의 교화에 감복하며 모든 중생을 항상 안락하게 하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제 부처님의 사리를 다투어 서로 죽이랴. 여래의 끼치신 사리는 널리 이익 되게 하고자 함이니 사리 있는 대로 마땅히 나누어 가져야 한다.”
모두들 좋다고 칭찬했다. 이내 다시 의논했다. ‘누가 이것을 잘 가를 수 있겠는가.’ 모두 말했다. ‘향성 바라문은 인자하고 지혜로와 그를 시켜 평균하게 나눌 것이다.’
모든 국왕은 곧 향성에게 명령했다.
“너는 우리를 위하여 부처님의 사리를 八분으로 고르게 나누어라.”
향성은 모든 왕의 말을 듣고 사리 있는 곳으로 나아가 머리로 절하고 천천히 나아가 부처님의 윗 어금니를 집어 따로 한 쪽에 두었다. 그리고 사자를 시켜 부처님의 윗 어금니를 가지고 아사세왕에게 가게 했다.
사자에게 말했다.
“너는 내 이름으로 여쭈어라. ‘대왕이여 기거가 경리하고 행보는 건강하십니까. 사리가 아직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렸습니까. 이제 사자에게 여래의 윗 어금니를 부칩니다. 그것을 공양하시어 바라던 마음을 위로하소서. 샛별이 나타날 때에는 사리의 분배를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고.”
그때에 저 사자는 향성의 분부를 받고 곧 아사세왕에게 가서 사뢰었다. 향성 바라문은 수없이 문안 드립니다. 기거는 경리하고 행보는 건강하십니까. 사리가 아직 오지 않아 얼마나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이제 사자에게 여래의 윗어금니를 부칩니다. 그것을 공양하시어 바라던 마음을 위로하소서. 샛별이 나타날 때에는 사리의 분배를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받들어 보내겠습니다.“
그 때에 향성은 한 병에 사리를 한 섬쯤 받아 곧 고르게 八분으로 갈랐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원컨대 이 병을 여러분이 의논해서 내게 주면 집에서 탑을 세워 공양 하오리라.”
여러 사람들은 말했다. ‘참으로 지혜롭구나. 그 때를 아는구나.’ 곧 모두 주는 것을 승낙했다.
필발촌에 어떤 사람이 있어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땅에 있는 잿더미를 얻어 탑을 세워 공양하리라.”
모두들 그것을 주자고 말했다.
구리성 사람들은 분배된 사리를 얻어 곧 그 땅에 탑을 세워 공양했다. 파바국 사람, 차라국, 라마가국, 비이제국, 가비라국, 비사리국, 마가타국의 아사세왕들도 다 사리의 분배를 얻어 각각 그 나라로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했다. 향성 바라문도 사리병을 가지고 돌아가 탑묘(塔廟)를 세웠다. 필발촌 사람은 잿더미를 가지고 돌아가 탑묘를 세웠다. 그래서 여래의 사리로 八탑을 세우고 제 九의 병탑, 재 十의 잿탑, 제 十一의 생시의 털 탑을 세웠다.
부처님은 어느 때 나시고, 어느 때 도를 이루시고, 어느 때 멸도 하셨는가. 비성(沸星)이 날 때 나시고, 비성이 날 때 집을 나오시고, 비성이 날 때 도를 이루시고, 비성이 날 때 멸도 하셨다.
어느 때 양족존(兩足尊) 나시고
어느 때 고통에서 총림(叢林)에 나오시고
어느 때 최상의 도 얻으시고
어느 때 열반성(涅槃城)에 들어가셨나.
비성(沸星)에 양족존 나시고
비성에 최상의 도 얻으시고
비성에 열반성에 드셨느니라.
八일에 여래 나시고
八일에 부처님 집 떠나시고
八일에 보리를 이루시고
八일에 멸도를 취하시니라.
八일에 양족존 나시고
八일에 고통에서 총림에 나오시고
八일에 최상의 도 이루시고
八일에 니원성(泥洹城)에 드셨느니라.
二월에 여래 나시고
二월에 부처님 집 떠나시고
二월에 보리 이루시고
二월에 열반 취하시니라.
二월에 양족존 나시고
二월에 고통에서 총림에 나오시고
二월에 최상의 도 얻으시고
二월에 열반성에 드셨느니라.
바라꽃 불꽃처럼 피어
온갖 광명이 서로 비치네
그 본래 나신 곳에서
여래는 멸도를 취하시니라.
큰 자비님 열반을 취하시자
많은 사람들 칭찬해 경배하네
온갖 두려움 모두 벗어나시고
결정코 멸도를 취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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