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제 九권
제 十八 참괴품(慚愧品)
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묘한 법이 있어서 세상을 잘 옹호한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인가. 이른바 제부끄러움[慚]과 남부끄러움[愧]이 그것이다.
비구들이여, 만일 이 두 가지 법이 없었다면 세상에는 부모, 형제, 처자, 친구, 어른, 노소의 구별이 없이, 곧 돼지, 닭, 개, 소, 양 등의 六축들과 같았을 것이다.
세상에 이 두 가지 법이 있어 세상을 옹호하기 때문에 부모, 형제, 처자, 어른, 노소의 구별이 있어서 六축과 같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끄러워 할 줄을 알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二.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만족할 줄을 모르고 목숨을 마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이른바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사람과 재물을 얻으면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목숨을 마치는 두 종류의 사람’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어떤 비구는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께서 너무 간략히 말씀하시니 저희들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나이다. 어떤 것이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것이며, 어떤 것이 재물을 얻으면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것이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 그 뜻을 설명하리라.”
“예, 그리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 어떤 양가(良家)의 자제가 있다. 그는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되 혹은 농사를 짓고 혹은 문학, 산술, 천문, 지리, 점치기를 배우고, 혹은 사신(使臣)이나 대신이 되어 추위와 더위를 피하지 않고 굶주림과 헐벗음에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경영한다. 그는 이렇게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면 저도 잘 먹지도 않고 처자나 종들이나 친척들에게도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재물은 혹은 왕에게 겁탈 당하거나 도둑에게 빼앗기거나 혹은 불에 타고 물에 떠내려보내는 등 다른 곳에 흩어 버려 큰 손해를 본다. 또는 그 집안 사람이 그 재물을 탕진하여 그것을 보존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런 것을 ‘재물을 얻어 간직하기만 하다가 아주 거덜나는 것이라’하느니라.
어떤 것이 ‘재물을 얻으면 잘 나누어주는 것’인가. 어떤 양가의 자제는 온갖 기술을 배우되 혹은 농사를 짓고 혹은 문학, 산술, 천문, 지리, 점치기를 배우고, 혹은 사신이나 대신이 되어, 더위를 피하지 않고 굶주림과 헐벗음에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경영한다. 그는 이렇게 노력하여 재물을 얻으면 중생들에게 보시한다. 즉, 부모, 종들, 처자를 돌보고, 나아가서는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보시해 많은 공덕을 지어 천상의 복을 심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재물을 얻으면 잘 보시하는 것’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만족할 줄 모르는 두 종류의 사람’이라 한다. 앞의 한 사람은 재물을 모았다가 거덜나는 것이니, 그런 짓은 버리기를 생각하고, 뒤의 사람은 재물을 널리 보시하는 것이니 그런 일은 본받아야 한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三.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언제나 법을 보시하고 음식 보시를 좋아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희들은 지금 과보의 도움이 있어서 내 제자들로 하여금 법을 공경하고 이끗[利養]을 탐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끗을 탐내면 곧 내게 큰 허물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중생들은 법을 분별하지 못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할 것이요,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면 다시는 열반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내게는 곧 부끄러움이 있을 것이다. 그 까닭은 이른바 여래 제자는 이끗을 탐내어 법을 행하지 않고 법을 분별하지 못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고 바른 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요,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면 다시는 열반의 길에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너희 비구들이 법의 보시를 생각하고, 재물의 보시를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이름이 사방에 퍼지게 될 것이요, 법을 공경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으면 거기에는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 제자는 법의 보시를 좋아하고 재물의 보시를 탐내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법의 보시를 생각하고 재물의 보시를 좋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는 그 이치를 말하였다. 그러면 무슨 뜻으로 나는 이 사실을 말하였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자세히 그 이유를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나를 청해 공양하였다. 그래서 내게는 버려야 할 남은 음식이 있었다. 몸은 매우 피로했고 얼굴은 파리하였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남은 음식이 있어 버리려고 한다.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을 면하라’고. 때에 한 비구는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남은 음식이 있어 버리려고 한다.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을 면하라고 하신다. 설사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더라고 그 음식은 깨끗한 땅이나 물에 버려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가져다 먹고 시장을 면하고 기운을 얻자’고.
그 때에 비구는 다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법의 보시를 행하고 재물 보시를 행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보시 가운데에는 재물 보시보다 나은 것은 없지마는 그 중에도 법의 보시가 최상이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종일 먹지 않더라도 견딜 수 있다. 구태여 시주(施主)의 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그 비구는 곧 단념하고 그 밥을 먹지 않았으므로 몸이 매우 고달팠으나 목숨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에 둘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남은 음식이 있어서 버리려고 하신다. 만일 우리가 그것을 가져다 먹지 않으면 매우 곤란을 당할 것이다. 이제 저것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운을 얻으면 이 밤을 편히 지낼 것이다’고. 그래서 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기운을 차리고 밤을 편히 지냈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둘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운을 얻었지마는, 먼저 비구의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며 매우 존중할 만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비구는 오래도록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고 만족할 줄 아는 계율을 성취하였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법의 보시를 배우고 재물 보시를 배우지 말라. 내가 앞에서 말한 이유는 이런 사실에 있는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그 요령만 간략히 말씀하실 뿐 널리 해설하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셨다. 지금 이 대중 가운데는 누가 그 간단한 뜻을 널리 해설할 수 있겠는가’고.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저 존자 샤아리푸트라는 세존의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우리는 저 샤아리푸트라에게로 가자’고.
그들은 곧 샤아리푸트라에게로 가서 서로 인사하고 한쪽에 앉아 세존에게서 들은 일을 모두 샤아리푸트라에게 말하였다. 이 때에 샤아리푸트라는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이끗에 탐착하여 법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며,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법을 수행하기를 탐내고 이끗을 탐내지 않는 것인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우리들은 먼데서 와서 그 뜻을 묻고 수행하려 합니다. 존자 샤아리푸트라님은 그 일을 감강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우리들에게 그 뜻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그대들을 위해 그 뜻을 널리 설명하리라.”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배워야 할 것은, 고요하고 생각이 편안한 것인데, 성문 제자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는다. 세존의 가르치심은 없애야 할 법인데, 비구들은 그것을 없애지 못한다. 그래서 그 가운데서 게으름을 피우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하여야 할 일은 즐겨 행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곧 익혀 행한다.
그래서 여러 장로 비구는 세 가지 일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은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여러분, 중년(中年)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은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그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중년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여러분, 젊은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 제자는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그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이것이 이른바 여러분이 재물에 탐착하고 법을 탐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구들은 샤아리푸트라에게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법에 탐착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는 것입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 하고,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하시면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앤다. 그래서 게으르지 않고, 어지럽지 않으며, 행하여야 할 일은 곧 닦아 행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은 곧 행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 장로 비구는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 한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전일하면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중년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 한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전일하면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젊은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 한다.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전일하면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탐욕은 병이요, 큰 재앙이다. 성내는 것도 또한 그렇다. 탐욕과 음심과 성냄을 없애면 곧 중도(中道)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모든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간탐과 질투도 매우 큰 병으로서 그 번뇌는 사람을 불사르고 볶으며 교만이 끈덕지게 따른다. 허환하여 참답지 않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은 바른 마음을 해치는 음욕을 버리지 못하고 난 체와 제 잘난 체를 버리지 못한다. 만일 이 난 체와 제 잘난 체를 버리면 곧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존자 샤아리푸트라님, 어떻게 하면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됩니까.”
샤아리푸트라는 대답하였다.
“여러분,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삼매이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성현의 중도로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에 비구들은 존자 샤아리푸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四.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세존께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들고 라아자그리하에 가셔서 걸식하시면서 어떤 골목에 계셨다. 그 때에 그 골목에 어떤 바라문 아내는 바라문에게 밥을 주려고 문을 나왔다가 멀리서 세존을 보고 곧 나아가 사뢰었다.
“혹 바라문을 보셨나이까.”
그 때에 존자 마하아 카아샤파는 그 골목에 먼저부터 있었다. 세존께서는 손으로 그를 가르키셨다.
“저이가 바라문이다.”
그 바라문 아내는 세존을 물끄러미 보고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 버리고 지혜 있어서
온갖 번뇌 다 버린 아라한이면
그런 이야말로 바라문이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 버리고 지혜 있어서
결박과 부림[使]의 무더기 버린
그런 이야말로 바라문이다.
욕심이 없고 성냄 없으며
어리석음 버리고 지혜 있어서
<나>라는 잘난 체 버린 이
그런 이야말로 바라문이다.
만일 바른 법 알고자 하면
그것은 부처님이 말하셨나니
지극한 정성으로 그에게 귀의하라
그는 위없이 높은 이시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마하아 카아샤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바라문 아내를 위해 몸을 나타내어 묵은 죄를 면하게 하라.”
카아샤파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바라문 아내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 때에 그 바라문 아내는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해 카아샤파에게 바쳤다. 카아샤파는 그 음식을 받고 그를 제도하기 위해 다음 게송으로 법의 보시를 하였다.
제사에는 불이 으뜸이 되고
여러 글에서는 게송[頌]이 제일이며
사람 중에서는 임금이 높고
모든 물에서는 바다가 제일이다.
뭇 별에서는 달이 우두머리요
밝은 것에는 해가 첫째가 되며
모든 방위의 경계에서는
동, 서, 남, 북의 상, 하가 있다.
천상이나 인간의 사람 중에는
부처님이 가장 높으시나니
그 복을 구하려 하는 사람은
부처님에게 돌아가 의지하라.
그 때에 바라문 아내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카아샤파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범지님, 제 청을 받아 우리 집에서 공양하소서.”
카아샤파는 그 청을 받아들여 그 집에서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 바라문 아내는 낮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카아샤파 앞에 앉았다. 카아샤파는 미묘한 법을 차례로 말하였다. 이른바 그 ‘논(論)이란,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데 대한 논(論)이요,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번뇌를 끊는 것이 제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때에 존자 마하아 카아샤파는 바라문 아내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못내 기뻐하는 줄을 알고 모든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고(苦), 집(集), 멸(滅), 도(道)를 설명하였다. 바라문 아내는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때가 없어서 빛깔에 물들기 쉬운 것처럼 바라문 아내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법을 얻어 법을 보고 법을 분별하여 의심이 없었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세 거룩한 불, 법, 승에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를 받아 가졌다.
마하아 카아샤파는 바라문 아내를 위해 미묘한 법을 거듭 설명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카아샤파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그 남편은 집에 돌아왔다. 그 아내의 얼굴빛이 매우 빛나고 부드러워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을 보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그 동안의 사실을 그 남편에게 자세히 말하였다. 바라문은 곧 그 아내를 데리고 절에 계신 세존에게로 갔다. 바라문은 세존께 문안 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 아내도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은 세존께 사뢰었다.
“아까 어떤 바라문이 저의 집에 오셨다는 데 지금 어디 계시나이까.”
그 때에 존자 마하아 카아샤파는 세존 계신 데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묘한 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멀리 카아샤파를 가리키셨다.
“저이가 존자 바라문이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고오타마시여, 어찌하여 사문을 바라문이라 하나이까. 사문과 바라문은 다르지 않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사문을 말하려면 내가 바로 사문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사문으로서 사문이 받들어 가지는 모든 계율을 나는 이미 다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또 바라문을 말하려면 내가 바로 바라문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곧 바라문으로서, 과거 바라문들이 가졌던 법과 행을 아는 이미 다 알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문을 말하려면 마하아 카아샤파가 바로 그이다. 왜 그러냐 하면 사문의 모든 계율을 카아샤파 비구는 다 거두어 지니기 때문이다. 만일 바라문을 말하려면 카아샤파 비구가 바로 그이다. 왜 그러냐 하면 모든 바라문들이 받들어 가지는 계율을 카아샤파 비구는 다 환히 알기 때문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저 바라문을
주술(呪術)을 아는 이라 말하지 않는다.
범천에 난다고 외치지마는
아직 결박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박도 없고 태어날 곳도 없고
일체의 번뇌를 능히 벗어나
천상의 복을 일컫지 않으면
그것이 사문, 바라문이니라.
그 때에 바라문은 세존께 사뢰었다.
“결박이란 어떤 것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애욕이 곧 결박이요, 성냄과 어리석음이 곧 결박이다. 나는 이 애욕이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도 또한 그렇다. 나는 그런 결박이 다시는 없느니라.”
바라문은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깊고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다시는 내게 그런 결박이 없게 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을 위해 미묘한 논(論)을 차례로 말씀하셨다. 이른바 ‘보시와 계율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요,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 번뇌를 끊는 것이 제일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의 세존께서는 그 바라문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매우 기뻐하는 줄을 아셨다. 그래서 옛날의 여러 부처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고, 집, 멸, 도의 법을 설명하셨다. 세존께서 그 바라문 위해 설법하시자 바라문은 곧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빛깔에 쉽게 물드는 것처럼 그 바라문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곧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법을 얻어 법을 보고 그 법을 분별하여 의심이 없었고, 두려움이 없게 되어 세 거룩한 불, 법, 승에 귀의하고 다섯 가지 계를 받아 가져 여래의 참다운 제자가 되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 때에 그 바라문 부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가졌다.
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에게는 나라기리(那羅祇梨)라는 코끼리가 있었다. 그 코끼리는 흉하고 사나우며 모질고 용감하여 바깥 도둑을 항복 받았다. 그 코끼리 힘으로 마가다의 온 나라는 모두 항복 받았다.
그 때에 데바닷타는 아자아타샤트루 왕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그 코끼리는 사나워 모든 원수를 항복 받습니다. 독한 술을 먹여 그 코끼리를 취하게 한 뒤에, 내일 아침이면 사문 고오타마는 반드시 성에 들어와 걸식할 것이니 그 때에 그 취한 코끼리를 놓아 그를 밟아 죽이게 하시오.”
때에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데바닷타의 말을 듣고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내일 아침에는 술에 취한 코끼리를 내놓을 것이니 아무도 길에 나와 다니지 말라.”
데바닷타는 아자아타샤트루 왕에게 말하였다.
“만일 사문 고오타마가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어 닥쳐 올 일을 미리 안다면, 내일은 반드시 성에 들어와 걸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존자 말씀과 같이 만일 그가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다면 내일 아침에는 반드시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 안에 사는 남, 녀, 노, 소로서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아자아타샤트루 왕이 이른 아침에 취한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 걱정하면서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내일 아침에는 성에 들어가지 마소서. 왜 그러냐 하오면,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영을 내려 ‘성 안 사람들은 내일 아침에 거리에 나와 다니지 말라. 나는 취한 코끼리를 놓아 사문 고오타마를 죽이려 한다. 만일 저 사문이 일체를 아는 지혜가 있으면 내일 아침에는 성에 들어와 걸식하지 않을 것이다’고 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성에 들어가지 마소서. 만일 세존께서 다치시면 세상 사람들은 눈을 잃고 다시는 구호할 이가 없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그대 우바새들은 걱정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여래 몸은 세속 무리들의 몸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우바새들이여, 이 남섬부주 땅은 동서의 넓이가 七천 요오자나요, 남북의 길이는 二十一천 요오자나다. 또 서우화주는 길이와 넓이가 八천 요오자나인데 반달 모양과 같다. 또 동승신주[東弗婆提]는 길이와 넓이가 九천 요오자나인데 지형은 방정하다. 또 북구로주는 길이와 넓이가 十천 요오자나인데 땅이 둥글기는 보름달과 같다. 이러한 네 천하에 마치 벼나 삼대나 나무숲처럼 많은 취한 코끼리를 채우더라도 여래의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여래를 해칠 수 있겠느냐.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네 천하는 고사하고, 다시 천 개의 천하, 천 개의 해와 달, 천 개의 수미 산, 천 개의 네 바다, 천 개의 남섬부주, 천 개의 서우화주, 천 개의 동승신주, 천 개의 북구로주와 一천의 염천, 一천의 화자재천(化自在天), 一천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이것을 천 세계라 하고, 내지 二천 세계를 중천세계(中千世界)라 하며, 三천 세계를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 한다. 이 삼천대천세계에 이라발(伊羅鉢) 용왕을 가득 채우더라도, 여래의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저 코끼리가 여래를 해치겠는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의 신력(神力)은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여래는 세상에 나와 결코 남의 해침을 받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가라. 여래가 스스로 알아서 그 일을 처리하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네 가지 무리를 위해 미묘한 법을 두루 설명하셨다. 때에 우바새와 우바이들은 바른 법을 듣고는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에 가셔서 걸식하려 하셨다. 이 때에 제두뢰타 천왕은 건달바 무리들을 거느리고 동방에서 와서 세존을 모시었고, 비류륵 왕(毘留勒王)은 구반다 무리들을 거느리고 남방에서 와서 세존을 모시었으며, 서방의 비류바차(毘留婆叉)는 모든 용 무리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을 모시었고, 북방 천왕 구비라(拘毘羅)는 나찰귀(羅刹鬼) 무리들을 거느리고 와서 세존을 모시었다.
이 때에 석제환인(釋帝桓因)은 하늘사람 수천만을 거느리고 도솔천에서 내려와 세존에게로 왔고, 범천왕은 범천의 수천만을 거느리고 범천에서 세존에게로 왔다. 제석천, 범천, 네 천왕과 또 二十八천과 큰 귀신 왕들은 서로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저 용과 코끼리와 두 신(神)의 싸움을 구경하자,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가.’
때에 라아자그리하의 네 가지 무리들은 부처님께서 비구들을 데리고 성에 들어와 걸식하시려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그리고 성 안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내어 외쳤다. 아자아타샤트루 왕은 그 소리를 듣고 좌우 신하들에게 물었다.
“저 소리는 무슨 소리기에 여기까지 들리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저 소리는 여래가 성에 들어와 걸식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지르는 소리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도 성인의 도가 없다. 사람의 마음과 닥쳐오는 변고의 징조를 알지 못하는구나.”
왕은 곧 상사(象師)에게 명령했다.
“너는 빨리 코끼리에게 독한 술을 먹이고, 그 코에는 날카로운 칼을 매어 곧 놓아 달리게 하라.”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데리고 성문에 이르러, 발을 막 성문에 들여놓으려 할 때에, 천지는 크게 진동하고 모든 귀신들과 하늘들은 허공에서 갖가지 꽃을 뿌렸다. 때에 五백 비구들은 취한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제각기 달리면서 갈 바를 몰랐다. 때에 그 사나운 코끼리는 멀리서 세존이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달려 왔다. 시자(侍者) 아아난다는 취한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세존 뒤에서 마음이 불안하여 세존께 사뢰었다.
“저 코끼리는 매우 사납습니다. 장차 해칠까 두렵사오니 곧 피해야 하겠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아아난다야,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이제 여래의 신력으로 저 코끼리를 항복 받으리라.”
세존께서는 사나운 코끼리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을 잘 관찰하시고, 곧 좌우 사람을 변화시켜 사자 왕을 만들고 그 코끼리 뒤에다 큰 불구덩이를 만들었다. 때에 그 사나운 코끼리는 좌우의 사자 왕과 또 불구덩이를 보고 그만 오줌, 똥을 싸고 말았다. 그러나 달아날 곳이 없으매, 여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 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는 이 용을 해치지 말라.
용을 만나 보기는 매우 어렵다
만일 이 용을 해치지 않으면
그로써 좋은 곳에 태어나리라.
그 때에 사나운 코끼리는 세존의 이 게송을 듣고 불에 타는 듯이 곧 스스로 칼을 풀고, 여래를 향해 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코로 여래 발을 핥았다. 때에 세존께서는 오른 손을 펴 코끼리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성내거나 분해하면 지옥에 나고
그리고 뱀이나 독사 몸 받나니
그러므로 마땅히 성냄 버리어
다시는 이런 몸 받지 말아라.
그 때에 모든 신과 하늘 사람들은 허공에서 백천 가지 꽃을 여래 위에 뿌렸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네 가지 무리와 하늘과 용과 귀신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 때에 코끼리를 항복 받는 것을 본 남녀 六만 여명은 번뇌의 때가 없어지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고, 또 하늘 사람 八만 여명도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취한 코끼리는 몸에 칼바람[刀風]을 일으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네 천왕의 궁전에 태어났다.
그 때에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와 하늘, 용, 귀신들은 세존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사람 눈이 부시도록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고, 금으로 꾸민 신을 신고, 또 두 눈을 잘 그리고는 바루를 들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걸식하려 하였다.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존자 아아난다가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슈라아바스티이로 들어가 걸식하려는 것을 보고,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가 조금 뒤에 물러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아까 아아난다 비구는 사람 눈이 부시도록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아아난다에게 가서 여래가 그대를 부른다고 일러라.”
그 비구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한 뒤에 아아난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시오.”
아아난다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런 아름다운 옷을 입고 또 금으로 꾸민 신을 신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였느냐.”
존자 아아난다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아난다야. 너는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지 않는가.”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름 있는 집 자제로서 그것은 율행(律行)에 맞지 않는다.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 왜 다시 그런 아름다운 옷을 입고 몸을 다듬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걸식하려 하는가. 저 속인들과 무슨 차별이 있느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언제나 나는 아아난다가
아라냐행을 능히 닦으며
사문의 법을 즐겨 하면서
두타로 저 언덕에 건너는 것 보려나.
“아아난다야, 너는 다시는 그런 행을 하지 말라.”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와 네 가지 무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七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난다[難陀]는 범행 닦기를 견디지 못해 법옷을 벗고 속인의 행을 따르려고 하였다. 때에 여러 비구들은 세존께 나아가 사뢰었다.
“난다 비구는 범행 닦기를 견디지 못하여 법옷을 벗고 속인의 행을 따르려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난다에게 가서 여래가 그대를 부른다고 일러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곧 떠났다. 그는 난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시오.”
“곧 가겠오.”
난다비구는 그 비구를 따라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다야. 너는 과연 범행 닦기를 즐겨 하지 않고, 법옷을 벗고 속인의 행을 따르려 하느냐.”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이냐, 난다야.”
“음욕이 불꽃처럼 일어나 스스로 억제할 수 없나이다.”
“어떠냐, 난다야. 너는 이름 있는 집 자재로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지 않느냐.”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름 있는 집 자제로서 견고한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나이다.”
“이름 있는 집 자제인 너로서는 그런 일은 옳지 않다.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면서 청정한 행을 닦는데, 어찌하여 바른 법을 버리고 더러운 것을 친하려 하느냐.
난다야, 알라. 그 법을 친하면 마침내 만족할 줄을 모를 것이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음욕과 술마시기이니, 이것이 만족할 줄 모르는 두 가지 법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 두 가지 법을 친하면 마침내 만족할 줄을 모르느니라. 따라서 그 행의 결과로 말미암아 또한 함이 없는 곳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난다야, 이 두 가지 법을 버리기를 생각하면 뒤에는 반드시 번뇌 없는 과보를 얻을 것이다. 이제부터 난다야, 범행을 잘 닦아라. 도로 나아가는 결과는 이것으로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붕을 촘촘히 덮지 않으면
비가 내리매 곧 새나니
사람이 범행을 닦지 않으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샌다.
지붕을 여물고 촘촘하게 덮으면
비가 내려도 새지 않나니
사람이 능히 범행 닦으면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없어진다.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이름 있는 자제는 음욕이 매우 많구나. 나는 이제 불로써 불을 끄리라’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신력으로서 손으로 난다를 잡고,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난다를 향산(香山)위로 데리고 갔다. 그 산 위에는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애꾸눈 원숭이가 살고 있었다. 세존은 오른 손으로 난다를 잡고 물으셨다.
“난다야, 너는 이 애꾸눈 원숭이를 보느냐.”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너의 아내 석씨 종족 순다리이[孫陀利]가 아름다우냐, 이 애꾸눈 원숭이가 아름다우냐.”
“이 원숭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추악한 개 코를 다치고 거기에 다시 독약을 발라 그 개가 갑절이나 흉악한 것 같나이다. 순다리이 색시와 이 애꾸눈 원숭이는 비교가 되지 않나이다. 마치 큰 불 더미가 산과 들을 태울 때에 마른 섶나무를 거기에 보태면 불은 더욱 왕성해지는 것처럼 저는 지금 저 색시를 생각하여 마음에서 떠나지 않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그 산에서 사라져 三十三천으로 가셨다. 그 때에 三十三천의 여러 하늘들은 모두 선법 강당(善法講堂)에 모여 있었다. 선법 강당에서 멀리 않은 곳에 다시 궁전이 있어서 五백 천녀들이 서로 즐겁게 놀고 있었다. 온통 여자 뿐이요, 남자는 없었다. 난다는 멀리서 五백 천녀들이 풍악을 잡히면서 서로 즐겁게 노는 것을 보고 세존께 사뢰었다.
“저것은 어떤 천녀이기에 풍악을 잡히면서 즐겁게 놀고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난다야, 네가 가서 물어 보라.”
존자 난다는 곧 궁전에 들어가 五백 천녀들을 보았다. 여러 백 가지의 좋은 자리를 폈는데 모두 여자 뿐이요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존자 난다는 그 천녀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떤 천녀이기에 이처럼 서로 즐거이 노는가.”
천녀들은 말하였다.
“우리들 五백 명은 모두 청정하여 남편이 없습니다. 우리가 들으매 세존의 제자에 난다라는 이가 있는데 그는 부처님의 이종(姨從)으로써, 여래 밑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는다고 합니다.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장차 여기 태어나 우리들의 남편이 되어 서로 즐길 것입니다.”
존자 난다는 못내 기뻐하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세존의 제자요. 또 그의 이종이다. 이 여러 천녀들은 다 내 아내가 될 것이다’고. 그 때에 난다는 곧 물러 와 세존께 나아갔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난다야, 저 미녀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던가.”
난다는 대답하였다.
“저 천녀들은 각각 이렇게 말하였나이다. ‘우리는 모두 남편이 없습니다. 들으매 세존의 제자로서 범행을 잘 닦는 이가 있는데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는 여기 와서 태어날 것입니다’고 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난다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다는 대답하였다.
“저는 그 때에 곧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세존의 제자요 또 그의 이종이다. 이 여러 천녀들은 장차 다 내 아내가 될 것이다’고.”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매우 유쾌한 일이다. 난다야, 네가 범행을 잘 닦으면 나는 너를 위해 이 五백 여자들로 하여금 다 너를 시봉하게 하여 이를 증명하리라.”
세존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어떠냐, 난다야. 순다리이 색시가 아름다우냐, 저 五백 천녀들이 아름다우냐.”
난다는 대답하였다.
“마치 저 산꼭대기의 애꾸눈 원숭이가 순다리이 앞에서는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처럼 순다리이도 저 천녀들 앞에 있으면 또한 아무 빛깔도 없고 모양도 없을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범행을 잘 닦아라. 나는 너에게 그 五백의 천녀를 얻도록 보증할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불로써 난다의 불을 끄리라’고. 그래서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가 펴는 동안에 오른 손으로 난다의 팔을 잡고 지옥으로 데리고 갔다. 그 때에 지옥 속의 중생들은 여러 가지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지옥에는 빈 큰 가마 하나만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몹시 두려워해 몸의 털이 다 일어서면서 세존께 사뢰었다.
“이 여러 중생들은 모두 고통을 받는데 오직 이 가마는 비어 있고 사람은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기는 아비(阿毘)지옥이라 하는 곳이다.”
때에 난다는 더욱 겁이 나서 온 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그는 세존께 사뢰었다.
“이 아비 지옥만이 비어 있사온데 여기는 죄인이 없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난다야, 제가 가서 물어 보라.”
난다는 곧 가서 물었다.
“옥졸이여, 여기는 무슨 지옥인데 텅 비어 사람이 없는가.”
옥졸은 대답하였다.
“비구여, 알라. 석가모니 제자 난다는 여래 밑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 천상에 태어나서, 천년 동안 살면서 스스로 쾌락을 누릴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이 아비 지옥에 날 것이다. 이 빈 가마는 곧 그의 집이 될 것이다.”
존자 난다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겁이 나서 온 몸의 털이 다 일어섰다.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빈 가마는 바로 내 집이구나’고. 그는 세존께 돌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저는 죄의 인연으로 범행을 닦지 않고 여래를 괴롭혔나이다.”
때에 존자 난다는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의 삶이란 귀할 것 없고
하늘 목숨도 다하면 죽나니
지옥은 아프고 쓰라리고 괴로운 것
오직 열반의 즐거움만이 있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네 말과 같다. 열반만이 가장 즐거운 것이다. 난다야, 너의 참회를 받아 주노라. 너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제 내 앞에서 스스로 그 허물을 알았구나. 나는 이제 네 참회를 들어준다. 뒤에는 다시 범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에 손으로 난다를 붙들고 지옥에서 사라져,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으로 돌아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난다야, 너는 지금부터 두 가지 법을 닦아라.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지(止)와 관(觀)이다. 다시 두 가지 법을 닦아라.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나고 죽는 것은 즐거워 할 것이 아니요, 열반이 즐거움을 아는 것이다. 다시 두 가지 법을 닦아라.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지혜와 변재이다.”
세존께서는 이런 여러 가지 법을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존자 난다는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발에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곧 안타동산[安陀園]으로 가서 한 나무 밑에서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여래의 그런 가르침을 생각하였다.
이 때에 존자 난다는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언제나 여래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잠시도 버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름 있는 집 자제로서 굳센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그 때에 존자 난다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아라한이 되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세존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 쪽에 앉아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전에 五백 천녀를 저에게 허락하여 증명하셨지마는 저는 이제 다 버렸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성취되었구나. 나도 곧 너를 버리겠노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난다를 보매
사문의 법을 닦아 행하여
그 어떤 악도 모두 그치고
두타행에 이지러짐 없구나.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이 된 사람은 바로 난다 비구요,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는 이도 바로 난다 비구이니라.”
그 때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八.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수 카필라바스투의 냐그로오다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대애도(大愛道) 고오타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언제나 어리석은 이를 교화하시고 항상 생명을 보호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고오타미여, 여래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말라. 여래는 오래 살기 끝이 없을 것이요, 언제나 그 목숨을 보호하느니라.”
그 때에 대애도 고오타미는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가장 높은 이께 어떻게 예배하리
이 세상에서 견줄 데 없고
일체의 의심을 끊으셨나니
그러므로 그런 말씀 능히 하시네.
세존께서도 게송으로써 고오타미에게 대답하였다.
정진하여 그 뜻의 이지러짐 없고
언제나 용맹스런 마음 가지어
평등하게 저 성문(聲聞) 제자들 보면
그것 곧 여래께 예배하는 것이다.
이 때에 대애도는 세존께 사뢰었다.
“지금부터는 세존께 예배하겠나이다. 여래께서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이, 모든 중생들에게 예배하되 마음에 차별을 두지 않겠나이다. 그러하오나 천상이나 인간이나 아수라 가운데서 여래께서 가장 높으시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애도의 말이 옳다 하셨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가운데 첫째 제자로서 널리 듣고 많이 아는 이는 바로 저 대애도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九.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두 사람은 여래 제자들을 비방한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법이 아닌 것을 법이라고 하는 사람과 바른 법을 법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두 사람이 여래를 비방하는 것’이라 한다.
다시 어떤 두 사람은 여래를 비방하지 않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법이 아닌 것은 법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과 ‘참된 법은 참된 법이라’고 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두 사람은 여래를 비방하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법이 아닌 것은 법이 아니라 하고 참된 법은 참된 법이라고 말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두 사람은 한량없는 복을 받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칭찬할 만한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과 칭찬하지 못할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것을 ‘두 사람은 한량없는 복을 받는 것’이라 한다.
다시 어떤 두 사람은 한량없는 죄를 받는다. 어떤 이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칭찬할 만한 사람을 도리어 비방하는 사람과 칭찬하지 못할 사람을 도리어 칭찬하는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그렇게 배우지 말지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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