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바이샤알리의 나씨 동산에서 五백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시면서 세간에 나와 노닐으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이샤알리를 돌아보시고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금 보는 저 바이샤알리
다시는 보지 못하겠구나
또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리니
이제 하직을 고하고 떠나리라.
이 때에 바이샤알리의 사람들은 이 게송을 듣고 모두 근심에 잠겨 세존님 뒤를 따라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저희끼리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 여래님은 세상을 떠나시리니 이 세상은 광명을 잃겠구나."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근심하지 말라. 부서져야 할 물건은 부서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것은 되지 않느니라. 나는 전에 네 가지 법으로써 깨달음을 얻었고 또 네 가지 무리들에게 그것을 가르쳤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일체의 행은 덧없다.' 이것이 첫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괴롭다.' 이것은 둘째 법이다. '일체의 행은 <나>가 없다.' 이것은 셋째 법이다. '열반은 완전히 사라짐이다.' 이것은 넷째 법의 근본이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날 것이다. 너희들은 이 네 가지 법의 근본을 알고 모든 중생들을 위해 그 뜻을 설명하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이샤알리 사람들을 돌아가게 하려고 곧 큰 구덩이를 신통으로 만들고, 여래님은 비구들을 데리고 저쪽 언덕에 계시고 그 나라 사람들은 이쪽 언덕에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자기 바루를 허공에 던져 저쪽 사람들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바루를 잘 공양하고 또 재주가 많은 법사(法師)를 공양하면 언제나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바루를 주시고 곧 쿠쉬나가라로 가셨다. 그 때에 쿠쉬나가라의 五백여 역사(力士)들은 한 곳에 모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이 어떤 뛰어난 일을 하여 우리가 죽은 뒤에 이름이 멀리 퍼져 자손들에게 전해지도록 하자. 옛날의 쿠쉬나가라 역사들의 힘은 따르기 어려우리라."
조금 뒤에 다시 생각하였다.
'우리는 어떤 공덕을 지을까.'
그 때에 쿠쉬나가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방정한 돌이 있었다. 길이는 백 二十 걸음이요, 넓이는 六十 걸음이었다.
"우리는 함께 이것을 세우자."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세우려 하였으나 세울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데 도저히 들 수는 없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거기 가셔서 말씀하셨다.
"동자(童子)들이여, 무엇 하려 하는가."
동자들은 사뢰었다.
"우리는 아까 이런 이야기를 하였나이다. '이 돌을 옮겨 대대로 이름을 전하자'고. 그러나 이레 동안이나 힘을 썼으나 아직 옮기지 못하였나이다."
"너희들은 나로 하여금 이 돌을 들게 해 보겠는가."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돌을 들어보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오른 손으로 그 돌을 들어 왼 손바닥에 놓았다가 다시 허공에 던졌다. 그 돌은 범천에까지 올라갔다. 그래서 그 역사들은 그 돌을 볼 수 없어 세존께 사뢰었다.
"그 돌은 지금 어디로 갔나이까. 우리는 모두 볼 수 없나이다."
"그 돌은 지금 저 범천 위에 있느니라."
"그 돌은 언제 이 남섬부주로 돌아오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비유로 말하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 알게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범천에 올라가서 그 돌을 들어 이 남섬부주에 던지면 十二년이 걸려야 여기 온다. 그러나 지금 여래는 위신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돌아 올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돌은 곧 돌아와 공중에서 수백 가지 하늘 꽃을 뿌렸다.
그 때에 五백여 명 동자들은 멀리서 그 돌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알아하리라."
세존께서는 왼 손을 펴 그 돌을 잡아 오른 손바닥에 세웠다. 그 때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번 진동하고 허공의 신묘한 하늘들은 온갖 웃팔라 꽃을 흩었다.
그 때에 五백 동자들은 처음 보는 놀랍고 기이한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여래님의 위신은 참으로 따를 수 없다. 이 돌은 길이가 백 二十 걸음이요 넓이가 六十 걸음인데 한 손으로 가만히 있게 하신다."
그들은 사뢰었다.
"여래께서는 어떤 힘으로 그 돌을 움직이시나이까. 신통의 힘이십니까, 지혜의 힘이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신통의 힘도 쓰지 않고 지혜의 힘도 쓰지 않는다. 나는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가만히 있게 하였느니라."
"이상하나이다, 부모의 힘은 어떠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비유로 말하리라. 지혜로운 이는 비유를 들면 스스로 아느니라. 동자들이여, 알라. 열 마리 낙타 힘은 한 마리 보통 코끼리 힘보다 못하고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 힘은 한 마리 가라륵 코끼리 힘보다 못하며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 가라륵 코끼리 힘은 한 마리 구타연 코끼리 힘보다 못하니라.
또 열 마리 낙타와 한 마리 보통 코끼리와 내지 구타연 코끼리 힘도 한 마리 바마나 코끼리 힘보다 못하고, 또 그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가니류 코끼리 힘보다 못하며 또 그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우발 코끼리 힘보다 못하고 또 그런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발두마 코끼리 힘보다 못하며 또 그런 코끼리들의 힘을 합해도 한 마리 구무타 코끼리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분타리 코끼리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향 코끼리 힘보다 못하니라.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마리 마가나극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사람 나라연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사람 전륜성왕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사람 아유월치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사람 보처(補處) 보살의 힘보다 못하고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보리수 밑에 앉은 한 보살의 힘보다 못하며 또 그것을 합해 비교해도 한 사람 여래가 부모에게 받은 몸의 힘보다 못하다. 나는 이제 부모의 힘으로 이 돌을 가만히 있게 하였느니라."
五백 동자들은 다시 사뢰었다.
"여래님의 신통 힘은 어떠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내 제자에 모옥갈라아나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신통이 제일이었다. 어느 때 그와 나는 비라야 대숲 동산에 있었다. 그 때에 그 나라에 흉년이 들어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고 흰 뼈가 길에 가득하였었다. 그래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은 구걸해도 얻기 어려웠다. 제자들은 파리하게 여위어 기운이 빠졌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굶은 빛으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는 내게 와서 말하였다.
'지금 이 비라야는 흉년이 들어 구걸할 곳이 없고 백성들은 굶주려 살 길이 없나이다. 저는 여래님께 직접 들었나이다. '이 땅 밑에는 저절로 된 지비(地肥)가 있어 매우 향기롭고 맛나다'고.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에게 허락하시어 그 지비를 끄집어내어 사람에게 먹게 하고 제자들도 기운을 얻게 하소서.'
나는 그 때에 모옥갈라아나에게 말하였다.
'땅 속의 고물 거리는 벌레들은 어디다 두려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한 손을 변화시켜 땅 모양으로 만들고 한 손으로 지비를 뒤집어 내면 그 고물 거리는 벌레들은 다 제 자리에서 편안할 것입니다.'
'너는 무슨 신통으로 이 땅을 뒤집으려 하는가.'
'제가 이 땅을 뒤집기는 마치 어른이 한 개 나뭇잎 뒤집는 것 같아서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 말하였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모옥갈라아나야, 구태여 지비를 뒤집을 필요가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중생들이 그것을 보면 모두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일어 설 것이요, 또 모든 부처님 절이 무너질 것이다.'
그 때에 그는 말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 제자들이 북구로주로 가서 걸식하는 것을 허락하소서.'
나는 그에게 말하였다.
'이 대중 가운데 신통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거기까지 가서 걸식하겠는가.'
그는 말하였다.
'신통이 없는 사람은 제가 데리고 가겠나이다.'
나는 말하였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모옥갈라아나야, 제자들이 거기까지 가서 걸식할 것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미래 세상에도 이렇게 흉년이 들어 구걸해도 얻기 어렵고 사람들은 제 얼굴빛이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장자나 바라문들은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왜 북구로주로 가서 걸식하지 않느냐. 옛날의 석씨 제자들은 큰 신통이 있어 이런 흉년을 만나 모두 북구로주로 가서 걸식하여 스스로 구제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의 석가 제자는 신통도 없고 사문의 위신의 행도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비구들은 가벼이 여김으로서 그 장자 거사들로 하여금 모두 교만한 마음을 가져 한량없는 죄를 받게 할 것이다. 모옥갈라아나야, 알라. 이런 이유로 저 비구들이 모두 저기 가서 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자들이여, 알라. 모옥갈라아나의 신통은 그 덕이 이와 같다. 그의 신통의 힘을 계산하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차서 빈틈이 없더라도 여래의 신통의 힘보다 못하기는 백 배, 천 배, 수억만 배나 되어 비유로써 견줄 수라 없느니라."
동자들은 사뢰었다.
"여래님 지혜의 힘은 어떠하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내게는 샤아리푸트라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지혜가 제일이었다. 세로와 가로가 八만 四천 요오자나나 되는 바다에 물이 가득 차 있고 또 높이가 八만 四천 요오자나가 되는 수미 산은 물에 들어간 것도 그와 같다. 또 남섬부주는 남, 북이 二만 一천 요오자나요, 동, 서가 七천 요오자나다. 이제 비교할 때에 그 네 바닷물을 먹으로 하고 그 수미산을 나무 껍질로 하고 남섬부주에 있는 초목을 붓으로 하여 삼천대천세계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샤아리푸트라 비구의 지혜를 쓰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동자여, 알라. 그 네 바다 물의 먹이 다하고 붓이 다하고 사람들이 모두 다 죽도록 써도 샤아리푸트라 비구의 지혜는 다 쓸 수가 없느니라.
동자들이여, 이와 같이 그는 내 제자 중에서 지혜가 제일이어서 그 보다 뛰어 나는 이가 없었다. 그 샤아리푸트라 비구를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워 빈틈이 없더라도 여래의 지혜에 비하면 백 배, 천 배, 수억만 배나 못해 비유로써 견줄 수 없다. 여래의 지혜는 이와 갔느니라."
그 때에 동자들은 다시 사뢰었다.
"혹 그 힘보다 더 큰 힘이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힘은 그 모든 힘보다 뛰어 난다. 그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무상(無常)의 힘이다. 오늘 밤중에 여래는 사알라 나무 밑에서 무상의 힘으로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 때에 동자들은 모두들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말하였다.
"여래님의 돌아가심은 어찌 그리 빠르시나이까. 세상은 눈을 잃게 되었구나."
그 때에 바라타 장자의 딸 군다라계두 비구니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나신다는 말을 들은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나는 세존님께 나아가 친히 뵈옵고 문안 드리리라.'
그 비구니는 곧 바이샤알리에서 나와 세존님께로 가다가 세존님께서 길에서 비구들과 五백 동자들을 데리고 막사알라 나무 사이로 가시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세존님 앞에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사뢰었다.
"저는 세존님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라고 들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바로 오늘 밤중에 열반에 들것이다."
비구니는 사뢰었다.
"저는 집을 나와 도를 배우면서도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였사온데 세존께서는 저를 버리고 열반에 드시려 하나이다. 원컨대 세존님께서는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저의 소원을 이루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괴로움의 근원을 생각하라."
"실로 괴롭나이다, 세존이시여. 실로 괴롭나이다, 여래시여."
"너는 무슨 이치를 알았기에 괴롭다고 말하는가."
비구니는 사뢰었다.
"나는 괴로움, 늙는 괴로움, 앓는 괴로움, 죽는 괴로움과 근심, 슬픔, 번민의 괴로움과 사랑을 떠나는 괴로움과 원수를 만나는 괴로움, 통틀어 말하오면 다섯 쌓임의 괴로움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는 이런 이치를 알았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나이다."
그 때에 비구니는 이 이치를 생각하고는 그 자리에서 세 가지 트인 지혜를 얻었다.
비구니는 사뢰었다.
"저는 차마 세존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뵈올 수 없나이다. 원컨대 제가 먼저 죽는 것을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 때에 비구니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이내 그 앞에서 허공을 날으면서 열 여덟 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다니기도 하고 앉기도 하며 거닐기도 하였다. 혹은 몸에서 연기를 내면서 자유로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여 걸림이 없었다. 혹은 물과 불을 내어 공중에 가득 채웠다.
그는 이렇게 무수한 신통을 나타내고는 곧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가 열반에 드는 날 八만 천자는 청정한 법눈을 얻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 중에서 첫째 비구니로서 지혜가 빠른 이는 이른바 군다라 비구니가 바로 그이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알라 나무 사이에 가서 나를 위해 자리를 펴되 머리를 북쪽으로 두게 하라."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는 세존님 분부를 받고 사알라 나무 사이로 가서 여래님을 위해 자리를 펴고는 세존님께 돌아 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사뢰었다.
"북쪽으로 머리를 두게 하고 자리를 폈나이다. 때를 알아하소서."
세존께서는 그 나무 사이로 가시어 펴놓은 자리로 가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자리를 펴되 북쪽으로 머리를 두게 하라고 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죽은 뒤에 불법은 북천축(北天竺)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리를 펴되 북쪽으로 향하게 하였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세 가지 법복을 제정하셨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무엇 때문에 세존께서는 지금 세 가지 법복을 제정하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장차 오는 세상의 단월 시주를 위하여 이 옷을 제정한다. 그들로 하여금 복을 받게 하기 위해 옷을 제정하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세존께서는 입으로 五색 광명을 내어 사방을 두루 비추었다. 존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무슨 이유로 지금 여래께서는 입으로 五색 광명을 내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아직 성도하기 전에는 오랫동안 지옥에 살면서 뜨거운 쇠탄자를 머금었고 혹은 초목을 먹고 이 네 가지 요소를 길렀다. 혹은 노새, 나귀, 낙타, 코끼리, 말, 돼지, 염소가 되었으며, 혹은 아귀가 되어 이 네 가지 요소를 기르면서 태를 받은 재앙을 겪었고 혹은 천상의 복을 받아 단 이슬을 먹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여래가 되어 뿌리의 힘으로 도를 깨달아 여래의 몸을 이루었다.' 그런 이유로 입에서 五색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또 조금 있다가 입에서 미묘한 광명을 내니 먼저 광명보다 더 훌륭하였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또 무슨 이유로 여래께서는 아까보다 더 훌륭한 광명을 내시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생각하였다. '모든 부처 세존은 열반에 드신 뒤에는 그 끼친 법이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였다.'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무슨 방법으로 내 법을 세상에 오래 존재하게 할까. 내 몸은 금강과 같은 몸이다. 나는 이 몸을 부수어 겨자씨 만큼씩 만들어 세상에 널리 펴 장차 오는 세상으로 하여금 믿고 즐기게 하고 시주로서 내 얼굴을 보지 못한 이로 하여금 그것을 공양하는 인연을 가지게 하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네 가지 성의 집이나 네 천왕의 집이나 三十三천, 야마천, 도솔천, 화자재천, 타와자재천에 날 것이다. 또 그 복으로 말미암아 장차 욕심 세계, 형상 세계, 무형 세계에 날 것이다. 또는 수다원의 도, 사라함, 아나함, 아라한, 벽지불의 도나 혹은 부처의 도를 이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광명을 내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몸소 상가아티이를 네 겹으로 접어 베고 오른쪽으로 누워 다리를 포개었다. 존자 아아난다는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또 스스로 한탄하였다.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고 번뇌에 묶여 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나를 버리고 열반에 드신다. 나는 누구를 의지해야 할까."
세존께서는 그런 줄을 알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아난다 비구는 지금 어디 있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아아난다 비구는 지금 여래님 침대 뒤에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쩔 줄을 모르나이다. 또 스스로 한탄하기를 '나는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고 번뇌를 끊지 못하였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나를 두고 열반하신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쳐라, 그쳐라. 아아난다야, 근심하지 말라. 대개 세상에 있는 물건으로서 없어져야 할 것은 아무리 변하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는 것이다. 부지런히 노력하여 바른 법 닦기를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 번뇌 없는 행을 성취할 것이다.
과거의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에게도 그 시자가 있었고 또 미래의 항하의 모래 알 같은 부처에게도 그 시자가 있어 아아난다와 같을 것이다.
전륜성왕에게는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 있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전륜성왕은 그 궁궐에서 나갈 때에는 보는 사람들로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고 그 때에 전륜성왕의 무슨 명령이 있으면 듣는 사람은 모두 기뻐하였으며 또 그 명령을 듣고는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고 전륜성왕이 침묵하면 백성들은 그 침묵을 보고 또 기뻐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전륜성왕의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지금 아아난다에게도 네 가지 보기 드문 법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만일 아아난다 비구가 잠자코 대중 가운데로 가면 그를 보는 사람은 모두 기뻐한다. 아아난다 비구의 무슨 말이 있으면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모두 기뻐하며, 잠자코 있어도 그러하다.
또 아아난다 비구는 네 가지 무리나 크샤트리야나 바라문에게로 가거나 국왕이나 거사들 가운데로 들어가면 그들은 모두 기뻐하고 공경하며 아무리 보아도 싫어하지 않는다. 만일 아아난다 비구의 무슨 말이 있으면 그 말을 듣고는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아아난다의 보기 드문 네 가지 법이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세존께 사뢰었다.
"여자들과는 어떻게 사귀어야 하나이까. 가령 비구들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고 집집이 걸식하면서 그 복으로 중생들을 제도할 때 말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서로 보지 말고 보더라도 말하지 말며 만일 말하게 되거든 부디 마음을 온전히 가져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여자들과는 사귀지 말고
또 서로들 말하지 말아라
만일 여자를 멀리 떠나면
곧 여덟 가지 어려움 떠나리라.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친다카[車匿]는 어떻게 사뢰어야 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법(梵法)으로 벌주어야 하느니라."
"어떻게 범법으로 벌주어야 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찬다카 비구와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좋다고도 말하지 말고 나쁘다고도 말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도 너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다만 더불어 말하지 말라. 그것이 곧 범법의 벌이다. 그래도 고치지 않거든 여러 사람들에게 데리고 가서 사람들과 함께 꾸짖어 쫓아내라. 그를 위해 계율도 설명하지 말고 법회(法會)도 열지 말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 원수 때문에
그 원수를 갚으려 하거든
언제나 말하지 않기를 생각하라
그 보다 나쁜 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쿠쉬나가라 사람들은 여래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사알라 나무 사이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리라는 말을 이제 들었나이다. 저희들은 어떻게 정성을 표해야 하리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를 돌아보셨다. 아아난다는 곧 생각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몸이 매우 피로하시기 때문에 나를 시켜 그 뜻을 가르치려 하시는 것이리라.'
때에 아아난다는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님께 사뢰었다.
"지금 바아타와 수발타라는 두 종성이 와서 여래님과 성중에게 귀의하면서 말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시어 저희들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지금부터는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또 제사와 우파제사와 불사와 계두의 무리들도 모두 와서 여래님께 귀의하면서 '원컨대 세존께서는 허락하시어 저희들을 우바새가 되게 하소서. 지금부터는 살생하지 않고 다섯 가지 계율을 일심으로 받들어 가지겠나이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시고 돌려보냈다.
이 때에 五백 말라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증명을 받은 제자는 저 쿠쉬나가라의 五백 말라들이니라."
그 때에 수발 범지는 그 나라에서 쿠쉬나가라로 오다가 그 五백인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오는가."
五백인은 대답하였다.
"수발아, 알라. 여래께서는 오늘 사알라 나무 사이에서 열반에 드신다."
수발은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것은 저 우둠바라 꽃이 억 겁만에야 피는 것과 같다. 나는 지금 조금 의심이 있어 모든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저 사문 고오타마님만이 내 의심을 풀어 주실 것이다. 나는 지금 저 고오타마님에게 가서 이 뜻을 여쭈어 보리라.'
수발 범지는 사알라 나무 사이로 가서 아아난다에게 아뢰었다.
"제가 들으니 세존님께서 오늘 열반하신다는 데 사실이옵니까."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사실 그렇소."
"저는 지금 의심이 있습니다. 원컨대 허락하여 세존님께 이 말씀을 여쭈어 주십시오. '다른 사람은 저 여섯 스승의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문 고오타마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고 하여 주십시오."
"그만 두시오, 그만 두시오. 수발이여, 여래님을 번거롭게 마시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 아아난다에게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습니다. 우둠바라 꽃이 모처럼 세상에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는 오랜만에야 세상에 나오십니다. 제가 지금 여래님을 뵈오면 내 의심을 풀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여쭈고 싶은 것은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아아난다님은 저를 위해 세존님께 가서 사뢰지 않겠습니까. 또 들으니 여래께서는 과거의 무궁한 일도 아시고 미래의 무궁한 일도 아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 오늘만은 받아들이지 않으십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귀로 수발이 아아난다에게 하는 말을 들으시고 아아난다를 불러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 두라. 아아난다야, 그 수발 범지를 막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그가 와서 이치를 물으면 많은 이익이 있기 때문이니, 만일 내가 설법하면 그는 곧 제도될 것이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수발에게 말하였다.
"좋소, 좋소. 여래께서는 안에 들어와 법 묻기를 허락하셨소."
수발은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사뢰었다.
"저는 지금 여쭈고 싶은 일이 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 허락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곧 물어라."
수발은 사뢰었다.
"사문 고오타마님과 달리 온갖 산술을 알고 너무 도(度)를 지나치는 사람들, 즉 푸우라나 카아샤파, 아지타, 고오샬리, 쿠다카아탸아야나, 산쟈야, 니르그란타 등 이러한 무리들도 세 세상의 일을 아나이까, 혹은 모르나이까. 그 여섯 스승 중에서 누가 여래님보다 낫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수발아, 그런 일은 묻지 말라. 왜 번거롭게도 누가 여래보다 나으냐고 묻느냐.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위해 설법하리니 잘 명심하라."
수발은 사뢰었다.
"지금 깊은 이치를 듣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곧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도를 배울 때는 二十九 세였고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 三十五 년 동안 외도들 속에서 공부하였다. 그 뒤로는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도 보지 못하였다. 그 대중 속에 여덟 가지 성현의 길이 없으면 곧 사문의 네 가지 결과가 없었다. 수발아, 이것이 이른바 세상은 텅 비어 도를 얻은 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성현의 법안에 성현의 여덟 가지 법이 있으면 곧 사문의 네 가지 과보가 있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문의 네 가지 결과는 다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말미암기 때문이니라.
수발아, 만일 내가 위없는 바른 도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니,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얻었기 때문에 부처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수발아, 부디 방편을 구해 성현의 길을 성취하도록 하라."
수발은 다시 사뢰었다.
"저도 그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듣고자 하나이다. 원컨대 설명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덟 가지 길이란 바른 소견, 바른 다스림, 바른 말, 바른 생활, 바른 업,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삼매이니, 수발아, 이것을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라 하느니라."
이 때에 수발은 그 자리에서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수발은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사문이 되게 하소서."
"그대 스스로 세존님께 나아가 사문이 되기를 청하시오,"
수발은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때에 수발은 사문의 몸이 되어 세 가지 법복을 입고 세존의 얼굴을 우러러 뵈옵자 번뇌에서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내 최후의 제자는 바로 이 수발이니라."
수발은 세존님께 사뢰었다.
"저는 세존께서 밤중에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는 차마 세존님께서 먼저 열반하시는 것을 뵈올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그 까닭은 과거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 세존도 그 최후에 깨달은 제자가 먼저 열반한 뒤에 열반에 들었으니, 이것은 모든 부처 세존의 떳떳한 법으로서 오늘에만 적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발은 세존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여래 앞에서 몸과 뜻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남음 없는 열반 세계에서 열반에 들었다. 그 때에 온 땅은 여섯 번 진동하였다.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그 열반이 가장 즐거우니라.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부한다. 지금부터 비구들은 서로 <그대>라고 부르지 말라. 나이 많은 이는 거룩한 이[尊]라 부르고 나이 적은 이는 어진 이[賢]라고 불러 서로 형제같이 대우하라. 또 지금부터는 부모가 지은 이름은 일컫지 말라."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그러하오면 지금 비구들은 그 이름을 무어라고 불러야 하리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젊은 비구는 늙은 비구를 장로(長老)라 일컫고 늙은 비구는 젊은 비구에 대해 그 성명을 불러라. 또 비구들은 제 이름을 지으려면 불, 법, 승을 의지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훈계이니라."
그 때에 아아난다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49 상~752 하 ;『한글 증일아함경』2, pp. 21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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