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화여(火與)라고 하는 바라문의 집으로 갔다. 화여 바라문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온갖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 발우에 가득히 채워드렸다.
이와 같이 이틀, 사흘 동안 걸식하시면서 또 그 집에 이르셨다. 화여 바라문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까까머리 사문이 왜 자주 와서 맛있는 음식만을 탐하는 걸까?'
그러자 세존께서 화여 바라문의 마음을 아시고 곧 게송을 설하셨다.
하늘은 날마다 비를 내려야
농부가 밤낮으로 밭을 갈아서
자주자주 그 밭에 씨를 뿌려
그 밭에서 자주 곡식을 거두리라.
사람은 자주 아기를 배고
젖소는 자주 새끼를 배네.
자주 구하는 사람 있다면
은혜를 베풀어 자주 보시하라.
은혜 베풀어 자주 보시하므로
항상 큰 명성을 얻게 되리라.
죽은 시체를 자주 버릴 때
자꾸만 울면서 슬퍼하고 그리워하나니
자주 태어났다 죽었다 하면
자주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자주 불에 시체가 태워지고
자주 온갖 벌레에게 시체가 먹힌다.
만일 저 성현의 도를 얻으면
온갖 몸 자주 받지 않고
또한 자주 나고 죽지 않으며
자주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않고
불에 자주 태워지지 않으며
자주 벌레에게 먹히지도 않는다.
그 때 화여 바라문은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신심이 다시 생겨, 곧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발우에 가득 채워드렸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게송 때문에 주는 것이라 하여 그것을 받지 않으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그를 위해 게송을 읊었다 하여
보시하는 그 음식은 받지 않는다.
마땅히 스스로 법을 보아 살피고
설법으로 인해 음식을 받지 않나니
바라문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런 것이 깨끗한 생활이니라.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더러운 법을 이미 다 끊은
순수하고 깨끗한 큰 선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여라.
음식을 공양하여
저 좋은 복 밭에서
복과 덕을 구하려고 한다면
내 밭이 곧 가장 좋으리.
화여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음식을 어디에 두오리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하늘이나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천신과 세상 사람 중에 이 보시를 먹고 그 몸이 안락해질 수 있는 이를 보지 못하겠다. 너는 이 음식을 가져다 벌레가 없는 물 속이나 풀이 잘 나지 않는 땅에다 버려라."
그 때 바라문이 곧 그 음식을 가져다 벌레 없는 물 속에 버리자 물에서 곧 연기가 일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났다. 마치 벌겋게 단 쇠 구슬을 물 속에 넣었을 때 물 속에서 곧 연기가 일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바라문이 그 음식을 가져다 물 속에 넣었을 때 물 속에서 곧 연기가 일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난 것도 그와 같았다.
그러자 화여 바라문이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구담의 큰 덕과 힘이 능히 이 음식으로 하여금 신비스런 변화를 나타내게 하셨습니다."
그 때 화여 바라문은 이 음식의 신비스런 변화로 말미암아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이 바른 법에서 비구가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범행을 닦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우리 바른 법에서 비구가 되어 구족계를 받을 수 있으리라."
그는 곧 출가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족성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까닭은……(내지)……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잘 해탈하는 데 있다.'
대정장 2/308 상~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39~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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