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미묘한 법을 설명하리라. 그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마지막도 좋아, 뜻은 깊고 멀며 범행을 두루 갖추어 닦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 이름은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니 너희들은 잘 명심하라.
모든 번뇌를 깨끗이 하는 법이란 무엇인가. 어떤 번뇌는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친근하므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즐김으로 말미암아 끊어지고 어떤 번뇌는 위의로 말미암아 끊어지며, 어떤 번뇌는 생각하므로 말미암아 끊어지느니라. 어떤 번뇌가 봄으로 말미암아 끊어지는가. 이른바 범부는 성인을 보지 못하고 여래님 법을 순종하지 않으며 성현의 법을 옹호하지 않고 선지식을 친근하지 않으며 선지식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을 듣고는 생각해야 할 것은 분별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은 생각한다. 거기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이것이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을 생각한다는 것이니라.
그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하지 않는가. 이른바 생각할 법이란,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없애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니라.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떻게 먼 과거가 있는가. 내게 먼 과거나 있었을 것이다'고. 혹은 또 생각한다. '먼 과거는 없다. 어떻게 먼 과거가 있을 것인가. 누가 먼 과거를 가지고 있는가. 어떻게 먼 미래가 있는가. 내게 장차 먼 미래가 있을 것이다'고. 혹은 또 말한다. '먼 미래는 없다. 어떻게 먼 미래가 있을 것인가. 누가 먼 미래를 가졌는가. 어떻게 중생의 영원이 있는가. 중생의 영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서 날 것인가'고,
그는 이 나쁜 생각을 내어 곧 여섯 가지 소견을 일으키고 계속해서 삿된 소견을 낸다. 즉 '<나>가 있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고 '<나>가 없다'는 소견을 확실히 가지며 '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중간 소견을 확실히 가지고, 또 그 몸을 관찰해 소견을 가지고 '자기에게서 자기를 보지 않는다'는 소견을 가지고 '<나>가 없는데서 <나>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는 중간 소견을 가진다.
그 때에 그는 또 이런 삿된 소견을 일으킨다. '<나>란 곧 이승에도 있고 저승에도 있다.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여 없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으며 옮기지도 않는다'고. 이것이 이른바 삿된 소견의 무더기로서 삿된 소견의 재앙, 근심, 슬픔, 괴로움, 번민은 모두 이것으로 말미암아 생겨 고칠 수 없고 또 버릴 수도 없어 괴로움의 근본을 더욱 더해 간다. 그래서 사문이 행과 열반의 길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또 비구들이여, 성현의 제자는 그 법을 닦되 차례를 잃지 않고 잘 옹호하며 선지식과 더불어 함께 일한다. 그는 능히 분별하여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도 잘 알고 생각해야 할 법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은 생각하지 않고 생각해야 할 법은 생각하느니라.
그는 어떤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을 생각하지 않는가. 이른바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더욱 많아지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더욱 많아진다. 이런 법은 생각하지 않아야 할 법이다.
그는 어떤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하는가. 모든 법에 있어서 생기지 않은 탐욕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탐욕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생존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생존의 번뇌는 없애며 생기지 않은 무명의 번뇌는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무명의 번뇌는 없앤다. 이것이 이른바 생각해야 할 법을 생각한다는 것이니라.
그는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생각해야 할 것은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여 곧 세 가지 법을 없앤다. 어떤 것이 세 가지 법인가. 몸이 있다는 소견과 그릇된 계율에 대한 집착과 그리고 의심이다. 이것을 바로 알고 보지 못하면 번뇌의 행이 더할 것이요, 만일 잘 보고 듣고 생각하고 알면 번뇌의 행이 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보면 번뇌가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번뇌의 소견이 끊어진 것이라 하느니라.
그 어떤 것이 공경으로 번뇌가 끊어지는 것인가. 이른바 비구는 굶주림과 추위를 참고 바람, 비, 모기, 등에와 욕설과 꾸짖음에 괴로워하며 몸에 병이 생겨 고통이 심해 곧 죽게 되어도 그것을 능히 참는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곧 괴로움이 생기고 만일 그것을 참으면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공경으로 번뇌가 끊어진 것이라 하느니라.
그 어떤 것이 친근으로 번뇌가 끊어지는 것인가. 이른바 비구는 조심해서 옷을 받아도 그것을 호사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그것으로 몸을 지탱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바람과 비를 피하고 몸을 가리어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또 조심해 때때로 밥을 빌어도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다만 몸을 지탱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세 병은 나지 않게 하며 온갖 행을 잘 단속하여 범하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안온하게 범행을 닦으면서 세상에 오래 살려고 한다.
또 조심해 침구를 친하고 호사로운 옷을 입지 않는다. 다만 굶주림과 추위, 바람과 비, 모기와 등에를 막으며 그 몸을 지탱해 도법을 행하려 한다.
또 조심해 의약을 친해도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다만 그 의약으로 병을 고치고 몸을 안온하게 하려 한다. 그래서 만일 친근하지 못하면 곧 번뇌의 근심이 생기고 만일 친근하면 번뇌의 근심이 없어진다. 이것이 이른바 친근으로 번뇌가 끊어진 것이라 하느니라.
그 어떤 것이 멀리 떠남으로 번뇌가 끊어지는 것인가. 이른바 비구로서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마치 나쁜 코끼리, 낙타, 소, 말, 호랑이, 이리, 개, 뱀, 독사와 깊은 구덩이, 위험한 언덕과 가시덤불, 벼랑, 진창 등을 멀리 피하는 것처럼, 나쁜 벗과 사귀지 않고 또 나쁜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으며 깊이 생각해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만일 잘 단속하지 않으면 곧 번뇌가 생기고 잘 단속하면 번뇌가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멀리 떠남으로써 번뇌가 끊어진다는 것이니라.
어떻게 위의로써 번뇌가 끊어지는가. 이른바 비구로서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빛깔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고 또 더러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서 눈을 온전히 가져 흐림이 없어 눈을 잘 단속하고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알거나 몸으로 닿임을 느끼거나 뜻으로 법을 알아도 전연 더러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또 집착하는 생각을 내지 않는 것이니, 만일 그 위의를 갖추지 않으면 번뇌가 생기고 그 위의를 갖추면 번뇌가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이른바 위의로써 번뇌가 끊어진다는 것이니라.
또 비구들이여, 비구로서 모든 번뇌에 있어서 소견으로 끊을 것은 소견으로 끊고, 공경으로 끊을 것은 공경하여 끊으며, 친근으로 끊을 것은 친근하여 끊고 멀리 떠남으로 끊을 것은 멀리 떠나 끊으며, 위의로 끊을 것은 위의로 끊고, 생각으로 끊을 것은 생각하여 끊으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로서 일체 위의를 완전히 갖추어 결박을 끊고 탐애를 떠나 네 가지 흐름을 건너 점점 괴로움을 벗어난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모든 번뇌를 없애고 모든 부처 세존님들이 늘 행하시는 바 일체 형상이 있는 중생들을 자비스레 생각하는 것을 나는 이제 다해 마쳤다. 너희들은 고요한 곳이나 나무 밑을 즐겨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을리 하지 마라. 지금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느니라. 이것이 내 교훈이니라."
그 때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대정장 2/740 상~741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18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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