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왕사성에 사라보(舍羅步)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수마갈타(須摩竭陀) 못 가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자기 대중들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나는 사문 석자(釋子)의 법을 다 알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그의 법(法)과 율(律)에 대하여 다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 버렸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거기에서 사라보라고 하는 출가 외도가 왕사성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는데, 그는 자기 제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사문 석자(釋子)의 법과 율을 이미 다 알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그 법과 율을 알고 있었지만 그 뒤로는 그것을 다 버렸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듣고서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정사(精舍 : 절)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는 한 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왕사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때 거기에서 사라보라는 출가 외도가 왕사성 수마갈타 못 가에 살고 있는데, 그는 자기 대중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사문 석자의 법을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그 법과 율에 대해 다 알고 있지만 다 버렸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저 수마갈타 못 가로 직접 찾아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 사라보 외도가 살고 있는 수마갈타 못 가로 가셨다.
그 때 사라보 출가 외도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를 펴놓고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곧 자리에 앉으시어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나는 사문 석자의 법과 율을 다 알고 있다. 그 법과 율을 이미 다 알고 나서는 모두 버렸다'라고 말한 것이 사실인가?
그러자 사라보는 잠자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대답해 보라. 왜 잠자코 있는가? 그대가 알고 있는 것이 만족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가 그대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사라보는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사라보에게는 범행(梵行)을 하는 한 제자가 있었는데, 그가 사라보에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 사문 구담(瞿曇)에게 가서 아시고 있는 것을 설명했어도 좋을 터인데 지금은 사문 구담이 직접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사문 구담은 스승님에게 '만일 만족스러우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스럽지 못하면 내가 그대를 만족시켜 주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라보의 범행하는 제자가 권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사라보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이가 '사문 구담은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을 것이다.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을 때에 그가 엉뚱하게 다른 일을 얘기하거나, 혹은 성내고 교만하게 굴면서 차마 마주 상대할 수 없어서 능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끄러워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스스로 반성하리니 지금 그대 사라보도 그와 같다. 또 누가 '사문 구담에게는 바른 법과 율이 없다'고 그렇게 말할 때에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으면, 그도 지금의 그대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또 누가 '사문 구담의 성문들은 바른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때에 내가 좋은 말로 충고하고 좋은 말로 물으면 그도 또한 지금의 그대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수마갈타 못 가에서 사자처럼 외치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 사라보의 범행(梵行) 제자가 사라보에게 말했다.
비유하면 어떤 소가 두 뿔을 잘리고 빈 외양간에 들어가 땅에 꿇어 앉아 크게 외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비유하면 여자가 사내 소리를 흉내내려 하지만 정작 소리를 내면 곧 여자 소리가 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또 비유하면 야간(野干)이 여우 소리를 흉내내려 하다가 정작 소리를 내면 도로 승냥이 소리가 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구담이 없는 제자들 앞에서만 사자처럼 외치려고 하셨습니다.
그 때 사라보의 범행 제자는 사라보의 면전에서 꾸짖고 빈정댄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舍羅步經 대정장 2/250 상~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393~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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