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다툼과 참회ㆍ계율

코삼비 비구들의 다툼 (3) 구사미비구들이 다투지 말라는 부처님의 충고를 듣지 않자 부처님께서는……

다르마 러브 2013. 8. 28. 22:36

(…부처님께서는 위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구사라국과 가사국의 싸움, 그리고 장수왕이 얼마나 인욕을 했는가를 예를 들며, 싸우지 않도록 만류한다. 그리고,)

"비구들아, 그는 국왕 찰리(刹利) 정생왕(頂生王)으로서 큰 나라의 주인이 되어 천하를 바르게 다스리고, 스스로 욕됨을 참아 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가 욕됨을 참는 것을 보면 칭찬하였으며,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보면 칭찬하였으며, 스스로 은혜를 베풀었을 뿐만 아니라, 또 남이 은혜를 베푸는 것을 보면 칭찬하였다.

비구들아, 너희들도 마땅히 이렇게 하라.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가정이 없이 도를 배우되 마땅히 욕됨을 참고 또 다른 이가 욕됨을 참는 것을 보거든 칭찬하며,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고 다른 이가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거든 또 칭찬하며, 스스로 은혜를 베풀고 다른 이가 은혜를 베풀거든 그 또한 칭찬해야 하느니라."

이에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세존 법주(法主)께서는 이제 잠깐만 계시옵소서. 세존께서는 우리를 인도해 말씀하셨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저들을 인도하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이에 세존께서는 구사미의 모든 비구들의 소행, 곧 위의 예절 배운 바 익힌 것에 대하여 기뻐하지 않으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약간의 말로써

가장 높은 무리를 파괴하네.

거룩한 무리를 파괴할 때에

능히 꾸짖어 말리는 이 없구나.

 

몸을 부수고 목숨을 끊고

코끼리 소 말 재물을 빼앗고

나라를 부수어 다 멸망시켜도

그는 오히려 일부러 화해하였네.

 

하물며 너는 작은 말로 꾸짖어

능히 화합을 이루지 못함이랴.

만일 참 이치를 생각하지 않으면

맺힌 원한이 어찌 끝나리.

 

꾸짖고 욕하며 탓하기 자주해도

능히 화합을 이루나니,

만일 진실한 이치를 생각하면

원한의 맺힘은 반드시 끝나게 되리.

 

만일 다툼으로써 다툼을 그치게 하려 하면

끝끝내 다툼은 쉬지 않는다.

오직 참음만이 다툼을 쉬게 하나니

이 법만이 존귀할 뿐이니라.

 

지혜 있는 진인(眞人) 향해 성내고

입으로 불량한 말을 하면서

모니(牟尼) 성인을 비방하는 것

이것은 가장 천하고 지혜롭지 못한 일이네.

 

다른 사람은 이런 이치 모르고

오직 나만이 혼자 아나니,

만일 능히 이치를 아는 자이면

그는 성냄을 곧 그치게 되리.

 

만일 결정코 친구가 되어

슬기로운 사람과 함께 선(善)을 닦으면,

본래 고집하던 생각 버리고

기뻐하며 항상 서로 따르리.

 

만일 결정코 친구를 얻지 못해

지혜로운 사람이 혼자 선을 닦으면,

왕이 가혹하게 나라를 다스리는 것 같고

코끼리가 홀로 들에 있는 것 같네.

 

혼자 다니더라도 악은 짓지 말라

코끼리가 홀로 들에 있는 것처럼

혼자 다니더라도 착한 일 하고

악한 사람과 서로 어울리지 말라.

 

수행할 때 좋은 벗 얻지 못하고

자기와 같은 사람 함께하지 못하거든

마땅히 마음먹고 혼자 살면서

악한 사람과 서로 어울리지 말라.

 

그 때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신 뒤에 곧 여의족(如意足)으로써 허공을 타고 가서, 바라루라(婆羅樓羅)라는 마을에 이르셨다. 이 때에 바라루라 마을에는 존자 바구(婆咎)라는 석씨 집안의 아들이 있었다. 낮이나 밤이나 자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 도를 닦으며, 마음과 행동이 늘 고요해 도품(道品 : 37助道品)의 법에 머물러 있었다. 존자 석씨 가문의 아들은 멀리서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는 가서 맞이하여,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를 받들고 부처님을 위해 자리를 펴고 물을 길어다 발을 씻어 드렸다. 부처님께서 발을 씻으신 뒤에 존자 석씨 가문의 아들인 바구의 자리에 앉으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바구 비구야, 너는 늘 안온하며 부족한 것은 없느냐?"

존자 바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늘 안온하며 부족한 것도 없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바구 비구야, 어떻게 안온하며 또한 부족한 것도 없느냐?"

존자 바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낮이나 밤이나 자지 않고 부지런히 힘써 도를 행하며, 마음과 행동이 늘 고요해 도품의 법에 머물러 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저는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도 없나이다."

세존께서 다시 생각하셨다.

'이 족성자는 안락하게 유행(遊行)하는구나. 나는 이제 그를 위하여 설법하리라.'

이렇게 생각하신 뒤에 곧 존자 바구를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었다. 한량없는 방편으로써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호사림(護寺林)으로 가셨다. 호사림에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를 맺고 앉으셨다. 세존께서 다시 생각하셨다.

'나는 이미 저 구사미(拘舍彌)의 모든 비구들에게서 벗어나게 되었다. 저들은 자주 서로 싸우고 서로 헐뜯으며, 서로 미워하고 서로 성내어 언쟁을 벌인다. 나는 저쪽 구사미의 비구들이 사는 곳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마침 그 때에 어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코끼리들의 왕이 되었다. 그 코끼리는 코끼리 떼를 떠나 혼자 노닐다가 그 또한 호사림으로 왔다. 호사림에 들어와 현사라(賢娑羅)나무 밑에 이르러 그 나무에 기대섰다. 그 때에 큰 코끼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저 많은 코끼리떼의 암코끼리 수코끼리 크고 작은 코끼리 새끼들에게서 벗어나게 되었다. 저 숱한 코끼리떼들은 늘 앞서가려고 하여, 그 때문에 풀이 짓밟히고 물도 흐려졌다. 나는 그 때에는 저 짓밟힌 풀을 먹고 흐린 물을 마셨었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 돋아난 풀을 먹고 맑은 물을 마시게 되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저 큰 코끼리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 큰 코끼리도 보통 코끼리들처럼

몸을 이루고 어금니를 갖추었다.

마음을 대중들 마음과 같이 하면서

혼자서 숲에 살며 즐기는 것 같으리.

 

이에 세존께서는 호사림에서 가사를 거두고 발우를 가지시고 반나만사사(般那蔓?寺) 숲으로 가셨다. 그 때에 반나만사사 숲에는 세 족성자(族姓子)가 함께 살고 있었으니 그들의 이름은 존자 아나율타(阿那律陀) 존자 난제(難題) 존자 금비라(金毘羅)였다. 그 존자들의 실천 방법은 이러하였다. 곧 만일 누구나 걸식하고 먼저 돌아온 이가 있으면 자리를 깔고, 물을 긷고, 발대야를 내어놓고, 발 씻는 발판과 종아리 닦는 수건과 물병 물동이를 제자리에 두고, 만일 빌어 온 밥을 다 먹을 수 있으면 다 먹지만, 만일 남기게 되면 그릇에 담아 뚜껑을 덮어둔다. 밥을 먹은 뒤에는 발우를 거두고 손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걸치고, 방에 들어가 연좌(燕坐)한다. 만일 걸식하고 뒤에 돌아오는 자가 있어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또한 다 먹고, 만일 모자라면 먼저 남은 밥을 가져다 먹을 만큼 먹고, 남게 되면 곧 쏟아서 깨끗한 땅에나 벌레 없는 물 속에 담그고 밥그릇을 가져다 깨끗이 씻고 닦은 뒤에는 한쪽에 치워 둔다. 평상 자리를 걷고 발 씻는 발판을 거두고, 종아리 닦는 수건을 거두고, 발 대야 물병 물동이를 치우고 식당을 청소하고, 뒷간을 깨끗이 소제한 뒤에는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발을 씻고,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 방에 들어가 연좌하였다.

그 존자들은 해질 무렵이 되어 만일 연좌에서 먼저 일어난 자가 있어 물병과 물동이가 비어 물이 없는 것을 보면, 곧 가지고 가서 힘겹지 않으면 물을 들고 와서 한쪽에 두고, 만일 힘에 겨우면 곧 손뼉을 쳐 다른 비구를 불러 둘이서 함께 들고 와서 한쪽에 두되 서로 말하지도 않고 서로 묻지도 않았다. 그 존자들은 닷새에 한 번씩 모여 혹은 함께 설법하고, 혹은 부처님처럼 침묵하였다.

이에 동산지기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가로막고 꾸짖으며 말하였다.

"사문(沙門), 사문, 이 숲에 들어오지 마시오. 지금 이 숲에는 세 족성자가 있으니, 그들은 곧 존자 아나율타와 존자 난제와 존자 금비라이다. 저들이 만일 너를 보면 혹 언짢아할지도 모른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숲지키는 사람아, 저들이 만일 나를 보면 반드시 좋다 하면 했지 절대로 언짢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존자 아나율타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그들을 꾸짖었다.

"너 동산지기야, 세존을 꾸짖지 말라. 너 동산지기야, 선서(善逝)를 막지 말라. 왜냐 하면 이 분은 바로 나의 세존이신데 지금 오셨기 때문이다. 나의 선서가 오셨기 때문이다."

존자 아나율타는 나와서 세존을 맞이하고 부처님의 가사와 발우를 받았다. 존자 난제는 부처님을 위하여 평상을 펴고, 존자 금비라는 부처님을 위하여 물을 떠다 바쳤다. 그 때에 세존께서 손발을 씻으신 뒤에 존자가 편 자리에 앉으셨다. 앉으신 다음에 물으셨다.

"아나율타야, 너는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은 없느냐?"

존자 아나율타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이 없나이다."

세존께서 다시 아나율타에게 물으셨다.

"아나율타야, 어떤 것이 안온한 것이며 또한 부족함이 없는 것이냐?"

존자 아나율타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곧 나는 이러한 범행자(梵行者)들과 함께 수행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이 범행자들을 향하여 자애로운 마음으로 몸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여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간에 평정하여 달리 대하지 않으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입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뜻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여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간에 평정하여 달리 대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분들의 마음을 따르자'고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곧 제 마음을 버리고 저 분들의 마음을 따르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 한 번도 언짢은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저는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이 없었나이다."

존자 난제에게 물으셨으나 대답은 또한 이와 같았다. 다시 존자 금비라에게 물으셨다.

"너도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이 없느냐?"

존자 금비라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이 없나이다."

"금비라야, 어떤 것이 안온한 것이며 또한 부족함이 없는 것이냐?"

존자 금비라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내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곧 나는 이러한 범행자들과 함께 수행한다'고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저 범행자들을 향하여 자애로운 마음으로 몸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되,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간에 평정하여 달리 대하지 않으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입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뜻으로 짓는 업을 실천하되 알아주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간에 평정하여 달리 대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나이다. '나는 이제 내 마음을 버리고 저 분들의 마음을 따르자'고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곧 제 마음을 버리고 저 여러분의 마음을 따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 한 번도 언짢은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저는 항상 안온하며 부족한 것이 없나이다."

세존께서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여, 그렇게 너희들은 항상 서로 화합하고 안락하여 다툼이 없으며, 한마음으로 한 스승을 섬기면서 물과 젖이 하나로 화합하듯 하는구나. 사람으로서 최상의 법을 얻어 등급이 있게 안락한 곳에 머물고 있느냐?"

"세존이시여, 그러하나이다. 저희들은 항상 서로 화합하고 안락하여 다툼이 없으며, 한마음으로 한 스승을 섬기면서 물과 젖이 하나로 합해지듯 하며, 사람으로서 최상의 법을 얻어 등급이 있게 안락하게 지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광명을 얻어 곧 색을 보는데, 그 색에서 본 광명은 이내 다시 소멸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나율타야, 너희들은 이 모습[相]에 대하여 통달하지 못하였구나. 곧 어떤 상으로 광명을 얻어 색을 보면 그 색을 본 광명은 이내 다시 멸할 것이다.(…이하 광명에 대한 법문 생략…)

 

長壽王本起經 대정장 1/535 중~536 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507~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