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9권
230. 삼미리제경(三彌離提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사밋디[三彌離提]라는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세간이란 어떤 것을 세간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사밋디에게 말씀하시었다.
"이른바 눈, 빛깔, 눈의 의식,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느낌과 귀, 코, 혀, 몸, 뜻의 부딪침과 뜻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느낌이니, 이것을 세간이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여섯 가지 들이는 기관>이 모이면 곧 닿임이 모이여, 이와 같이 내지,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모이기 때문이니라.
사밋디여, 만일 이 눈이 없으면 빛깔이 없으며 눈의 <의식>이 없고 눈의 부딪침이 없으며,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느낌도 없으며, 귀, 코, 혀, 몸, 뜻과 법, 뜻의 의식, 뜻의 부딪침과 뜻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없으면 곧 세간도 없고 또한 세간을 시설(施設)하지도 못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여섯 가지 들이는 기관이 멸하면 닿임이 곧 멸하고, 이와 같이 내지,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가 멸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세간과 같이, 중생과 악마에 대해서도 또한 이와 같이 말씀하시었다.
231. 삼미리제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사밋디라는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세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세간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사밋디에게 말씀하시었다.
"위태롭고 약하며 패하고 무너지는 것이니 이것을 세간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위태롭고 약하며 패하고 무너지는 것인가. 사밋디여, 눈은 위태롭고 약하며 패하고 무너지는 법이다. 혹은 빛깔, 눈의 의식,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 그 일체도 또한 위태롭고 약하며 패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위태롭고 약하며 패하고 무너지는 법이라 말하고 세간이라 부르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사밋디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2. 공경(空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사밋디라는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세간은 <공(空)>이라 하니 어떤 것을 세간의 <공>이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사밋디에게 말씀하시었다.
"눈은 <공>이요, 항상 되어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법도 <공>이며, <내 것>이란 것도 <공>이다. 무슨 까닭인가. 그 성질이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혹은 빛깔, 눈의 의식,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그것도 또한 <공>이요, 항상 되어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법도 또한 <공>이요, 항상 되어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는 법도 공이며, <내 것>도 <공>이다. 무슨 까닭인가. 그 성질이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나니, 이것을 <공>이 세간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사밋디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3. 세간경(世間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세간과 세간의 모임, 세간의 멸함, 세간의 멸하는 길의 자취를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어떤 것을 세간이라 하는가. 이른바 <여섯 가지 안으로 들이는 기관>이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눈의 안으로 들이는 기관과 귀, 코, 혀, 몸, 뜻의 안으로 들이는 곳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의 모임인가. 이른바 미래의 <존재>에 대한 사랑, 기쁨, 탐욕이 함께 어울려, 여기 저기에 모이어 집착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의 멸함인가. 이른바 미래의 <존재>에 대한 사랑, 기쁨, 탐욕이 함께 어울려, 여기 저기에 모이어 집착하는 것을 남김 없이 끊고, 이미 버리고 이미 뱉고 이미 다하여, 욕심을 떠나 멸하고 그치고 마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세간을 멸하는 길의 자취인가. 이른바 여덟 가지 거룩한 길이니, 바른 소견, 바른 뜻, 바른 말, 바른 업(業), 바른 생활, 바른 방편, 바른 생각, 바른 정(定)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4. 세간변경(世間邊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가서 세간 끝에까지 이른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또한 세간 끝에까지 가지 않고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坐禪)하시었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세존께서 떠나신 뒤에 곧 서로 의논하였다.
'세존께서는 아까 간략히 법을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떤 사람이 가서 세간 끝에까지 이른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또한 세간 끝에까지 가지 않고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느니라고, 이렇게 말씀하신 뒤에 방으로 들어가 좌선하시었다. 우리들은 지금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 가운데서는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여러분 가운데 누가 능히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에 대해서 우리들을 위해 그 뜻을 널리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존자 아아난다가 있을 뿐이다. 그는 총명과 슬기를 모두 가졌고 언제나 세존을 그 좌우에서 모시고 있으며, 세존께서는 그의 많은 지식과 깨끗한 행을 찬탄하신다. 그는 우리들을 위해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의 뜻을 널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존자 아아난다에게 가서 설명해 주기를 청하자.'
때에 많은 비구들은 존자 아아난다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 쪽에 앉아, 위의 일을 갖추어 아아난다에게 자세히 물었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이제 당신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만일 당세 세간의 이름, 세간의 깨달음, 세간의 말씨, 세간의 말이 있으면 이것은 다 세간의 수(數)에 들어간다. 여러분, 이른바 눈은 세간이요 세간의 이름이며 세간의 깨달음이요 세간의 말씨며 세간의 말이니, 이것들은 다 세간의 수에 들어간다. 귀, 코, 혀, 몸, 뜻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여섯 가지 들이는 곳의 모임, 멸함, 맛, 근심, 떠남을 참다이 아나니, 이것을 거룩한 제자가 세간 끝에까지 이르러 세간을 알아, 세간의 존경을 받고 세간을 건넌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걸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세계 끝에 이를 수 없고
세계 끝에 이르지 못하면
온갖 괴로움 면할 수 없네.
그러므로 저 <무니[牟尼]>의 높은 이를
세간을 아는 이라 이름하나니
그는 능히 세계 끝에 이르러
모든 범행이 이루어졌느니라.
세계의 끝은 분명코 있지마는
오직 바른 지혜만이 능히 아나니
깨달은 슬기 세간을 통달했네
그러므로 저 언덕에 건넜다 하네.
"이와 같이 여러분, 아까 세존께서 간략히 법을 말씀하신 뒤 방에 들어가 좌선하신 것이다. 나는 이제 당신들을 위하여 널리 분별해 설명하였소."
존자 아아난다가 이 법을 설명하자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5. 근주경(近住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있으면 곧 괴로워하면서 혼자 살고,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없으면 곧 혼자 즐거워하면서 사느니라. 어떤 것을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있으면 곧 괴로워하면서 혼자 사는 것이라 하는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감정을 내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함께 한다. 만일 그 비구가 이 법을 행하면 그것을 스승이 있는 것이라 하며, 만일 그의 곁에서 머무르면 그에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라 하나니,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이와 같이, 스승이 있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있으면 항상 괴로워하면서 혼자 사느니라.
어떤 것을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없으면 항상 즐거워하면서 혼자 사는 것이라 하는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감정을 내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함께 한다. 그 비구가 이 법을 행하지 않으면 그것을 스승이 없는 것이라 하며, 그이를 의지하여 머무르지 않으면 그에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없는 것이라 하나니, 이것을 스승이 없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가 없으면 항상 즐거워하면서 혼자 사느니라.
만일 그 비구가 스승도 없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도 없으면 그는 범행(梵行)의 복을 얻었다고 나는 말한다. 무슨 까닭인가. 스승도 없고 가까이 머무르는 제자도 없는 비구는 자기에게 범행을 세우고, 능히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여 괴로움의 모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6. 청정걸식주경(淸淨乞食住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에 들어가 밥을 빌었다. 밥 빌기를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시이다나[尼師檀]를 가지고 숲 속에 들어가 한낮에 좌선(坐禪)하였다. 때에 샤아리풋트라는 좌선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샤아리풋트라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어디서 오는가."
샤아리풋트라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숲 속에서 한낮에 좌선하고 오나이다."
"지금 어떤 선(禪)에 들어 머물렀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숲 속에서 <공삼매선(空三昧禪)>에 들어 머물렀나이다."
"착하고 착하다! 샤아리풋트라여, 너는 상좌선(上坐禪)에 들어 머무르면서 좌선하였구나. 만일 모든 비구들로서 상좌선에 들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즉 혹은 성(城)으로 들어갈 때나 혹은 밥을 빌 때나 혹은 성에서 나올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이제 눈으로 빛깔을 본다. 혹 욕심과 은혜와 사랑과 사랑하는 생각과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가'고. 샤아리풋트라여, 비구가 이렇게 관찰할 때에 만일 눈의 <의식>이 빛깔에 대해 사랑하는 생각과 물들어 집착함이 있으면, 그 비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음을 끊기 위하여, 욕심을 내고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생각을 잡아매는 공부를 할 능력이 있어야 하느니라. 마치 어떤 사람이, 불이 머리나 옷을 태울 때에 그것을 끄기 위하여 왕성한 방편을 써서 힘써 그것을 끄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 비구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마땅히 왕성한 근욕(勤欲)방편을 써서, 생각을 잡아매는 공부를 하여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관찰할 때에, 혹은 길에서나 혹은 부락에서 밥을 빌 때나 혹은 부락에서 나오는 중간에서, 눈의 <의식>이 빛깔에 대해 사랑하는 생각과 물들어 집착함이 없으면 그 비구는 그 기쁘고 즐거운 선근(善根)으로 밤낮으로 꾸준히 힘써 생각을 잡아매기를 닦고 익혀야 하나니, 비구여, 이것을 <다니거나 섰거나 앉거나 눕거나 깨끗이 버린 걸식(乞食)이라 하며, 그러므로 이 경을 청정걸식주(淸淨乞食住)라 이름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37. 장자소문경(長者所問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욱그라[郁瞿婁]라는 장자(長者)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어떤 비구는 현재에서 <반열반>하고, 어찌하여 어떤 비구는 현재에서 반열반하지 못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어떤 비구가 눈의 <의식>이 빛깔에 대해서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어 집착하면, 그 사랑하고 생각하며 물들어 집착하기 때문에, 항상 <의식>을 의지하여 결박됨으로써 혹은 그는 그것을 취(取)하므로 현재에서 반열반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귀, 코, 혀, 몸, 뜻의 <의식>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만일 눈의 <의식>이 빛깔에 대해서 사랑하거나 즐겨 하거나 물들어 집착하지 않고, 사랑하거나 즐겨 하거나 물들어 집착하지 않으면 <의식>을 의지하지 않고 부딪치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고 취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비구들은 현재에서 반열반하게 되며, 귀, 코, 혀, 몸, 뜻의 <의식>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장자여, 어떤 비구는 현재에서 반열반하게 되고 어떤 비구는 현재에서 반열반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장자의 물음[長者所問經]과 같이, 아아난다의 물음[阿難所問經]과 부처님께서 스스로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말씀하신 경도 또한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238. 인연경(因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때에 어떤 비구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슨 연(緣)으로써 눈의 식(識)이 생기며,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서 귀, 코, 혀, 몸, 뜻의 식이 생기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시었다.
"눈이 빛깔을 인연하여 눈의 식이 생기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만일 눈의 식이 생기면 그 일체는 눈과 빛깔이 인연이 되기 때문이니라. 귀와 소리의 인연, 코와 냄새의 인연, 혀와 맛의 인연, 몸과 부딪침의 인연, 뜻과 법의 인연으로서 뜻의 식이 생기나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뜻의 식이 그 일체는 다 뜻과 법의 인연으로서 생기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비구여, 눈의 식은 인연으로 생기고..... 내지 뜻의 식도 인연으로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때에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39. 결경(結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맺음[結]의 매이는 법과 맺음 법을 말하리라. 어떤 것이 맺음의 매이는 법인가.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이니 이것을 맺음의 매이는 법이라 한다. 어떤 것이 맺음 법인가. 이른바 욕탐(欲貪)이니 이것을 맺음 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40. 취경(取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잡아지는 법과 잡는 법을 말하리라. 어떤 것이 잡아지는 법인가.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이니 이것을 잡아지는 법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잡는 법인가. 이른바 욕심이니 이것을 잡는 법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41. 소연법경(燒燃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 비구들이여, 차라리 불에 달군 구리쇠 산대로써 그 눈을 태워 불붙게 할 지언정, 눈의 <의식>으로서 빛깔 모양을 잡아서 아름다운 형상을 취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빛깔 모양을 취하거나 아름다운 형상을 취함으로써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잠기는 쇠탄자와 같겠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이여, 차라리 쇠 송곳을 불에 달구어 그 귀를 찌를지언정 귀의 식으로써 소리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소리를 취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귀의 식이 소리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소리를 취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잠기는 쇠탄자와 같겠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 비구들이여,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그 코를 벨 지언정 코의 식으로써 냄새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냄새를 취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냄새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냄새를 취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귀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잠기는 쇠탄자와 같겠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이여,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그 혀를 끊을 지언정 혀의 식으로 맛의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맛을 취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맛의 모양을 취해 아름다운 맛을 취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잠기는 쇠탄자와 같겠기 때문이니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이여, 차라리 강철로 된 날카로운 창으로 그 몸을 찌를지언정 몸의 식으로써 부딪치는 모양이나 아름다운 부딪침을 취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부딪치는 모양이나 아름다운 부딪침을 취함으로써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세계에 떨어지는 것은 잠기는 쇠탄자와 같겠기 때문이니라.
모든 비구들이여, 잠[睡眠]이란 어리석은 삶이다. 이 어리석은 삶은 이익도 없고 복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비구들이여,. 차라리 잠잘 지언정 저 빛깔에 대해서 깨닫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만일 깨닫는 생각을 일으키면, 반드시 얽맴과 다툼이 생겨,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르게 하고, 하늘과 사람을 이익 되게 하거나 안락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와 같이 공부한다. 즉 '나는 이제 차라리 불에 달군 쇠창으로 내 눈을 찌를 지언정, 눈의 식으로써 빛깔 모양을 취해,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져 긴 밤 동안 괴로움을 받지 않으리라. 나는 오늘부터 바르게 생각하여, 눈은 덧없고 하염있으며, 마음의 인연으로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혹은 빛깔과 눈의 식과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 그것도 또한, 덧없고 하염있으며 마음의 인연으로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귀, 코, 혀, 몸의 들이는 곳에 대해서도 마땅히 그렇게 배워야 한다. 차라리 쇠창으로 내 몸을 꿸 지언정, 몸의 식으로써 부딪치는 모양이나 아름다운 부딪침을 취함으로써 세 가지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나는 오늘부터 바르게 생각하여, 몸은 덧없고 하염있으며, 마음의 인연으로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 혹은 부딪침과 몸의 식과 몸의 부딪침과 몸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 그것도 또한 덧없고 하염있으며 마음의 인연으로 생긴 법이라고 관찰하자.'고.
또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렇게 공부한다. 즉 '잠이란 어리석은 삶이다. 이 어리석은 삶은 결과도 없고 이익도 없으며 복도 없는 것이다. 나는 마땅히 자지 않을 것이며 또한 깨닫는 생각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만일 생각을 일으키면 얽맴과 다툼이 생겨,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치로써 이익 되지 않게 하고 안락을 얻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이렇게 관찰하면, 눈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혹은 빛깔과 눈의 식과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 그것에 대해서도 또한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싫어하므로 바라지 않고, 바라지 않으므로 해탈하며 또 해탈한 줄을 안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도한 그와 같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242. 지경(知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눈을 알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욕심을 떠나지 못하면 그는 능히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눈에 대해서 혹은 알고 혹은 분별하며, 혹은 끊고 혹은 욕심을 떠나면, 그는 능히 바르게 괴로움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눈에 대해 四 경과 같이, 내지 뜻에 대한 二十 四 경도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243. 미경(味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만일 눈에 대해서 맛들이면 마땅히 알라. 그 사문이나 바라문은 자재(自在)로이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 악마의 결박에 묶이어 악마의 얽맴에 들어갈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눈에 대해서 맛들이지 않으면, 마땅히 알라. 그 사문이나 바라문은 악마를 따르지 않고 악마의 손을 벗어나서 악마의 얽맴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맛들임과 같이, 기뻐하고 찬탄하며 물들어 집착하고 굳게 머무르며 사랑하고 즐겨 하며 미워하고 질투하는 것에 대해서도 도한 이와 같이 말씀하시었다.
안의 들이는 곳의 七 경과 같이, 밖에서 들어오는 것의 七 경도 또한 이와 같이 말씀하시었다.'
244. 마구경(魔鉤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베샤알리의 잔나비 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여섯 가지 악마의 갈고리가 있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눈으로 빛깔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곧 악마의 갈고리다. 귀로 소리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곧 악마의 갈고리다. 코로 냄새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악마의 갈고리다. 혀로 맛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악마의 갈고리다. 몸으로 부딪침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악마의 갈고리다. 뜻으로 법에 맛붙이는 것이니 이것이 악마의 갈고리니라.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눈으로 빛깔에 맛붙이면, 마땅히 알라. 그 사문이나 바라문은 악마의 갈고리에 그 목이 걸려 악마에게서 자재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더러움을 말하고 깨끗함을 말하여, 널리 말씀하신 것은 위와 같다.'
245. 사품법경(四品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쿠루수[拘留痰]의 칼마아사다먀[調伏駁牛]촌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설법하리라. 그것은 첫 말도 좋고 중간 말도 좋으며 뒷말도 또한 좋다. 또 좋은 뜻과 좋은 맛으로서 순일(純一)하고 원만하며, 깨끗하고 조촐한 범행이니, 이른바 네 종류의 법의 경이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희들을 위해 설명하리라. 어떤 것을 네 종류의 법의 경이라 하는가.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고 생각할 만하며, 즐겨 할 만하고 집착할 만한 것이 있으면, 비구는 그것을 보고는 기뻐하고 찬탄하며, 즐겨 집착하고 굳게 머무른다.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지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으며, 즐겨 집착할 만하지 않고 괴롭고 싫은 것이 있으면, 비구는 그것을 보고는 성내고 꺼려하나니, 이와 같이 비구는 악마에게서 자재를 얻지 못하고..... 내지 악마의 얽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할 만하고 생각할 만하며, 즐겨 할 만하고 집착할 만한 것이 있더라도, 비구는 그것을 보고는 그런 줄 알고 기뻐하면서도, 찬탄하지 않고 굳이 즐겨 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눈으로 분별하는 빛깔로서, 사랑하고 생각하며 즐겨 하고 집착할 만하지 않은 것이 있더라도 비구는 그것을 보고는 성내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비구는 악마의 자재를 따르지 않고...... 내지 악마의 얽맴을 벗어난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이것을 비구의 <네 종류의 법의 경>이라 하느니라."
246. 칠년경(七年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로 들어가 밥을 빌고 있었다. 그 때에 하늘 악마 파아피마아[波旬]는 '사문 고오타마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로 들어가 밥을 빌고 있다. 나는 이제 가서 그의 도(道)의 뜻을 어지럽게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때에 악마 파아피마아는 수레를 모든 사람 모양으로 변하여 지팡이를 들고 소를 찾았다. 떨어진 옷을 입고 흩날리는 머리에 손과 다리를 찢기었으며, 손에는 소 채찍을 잡고 세존 앞에 나아 와 물었다.
"고오타마시여, 우리 소를 보았습니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악마다. 나를 어지럽게 하려고 왔다'고. 곧 악마에게 말씀하시었다.
"악마여, 어디 소가 있느냐. 소를 어디에 쓰려 하느냐."
악마를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내가 악마인 줄을 안다'고. 그래서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눈의 부딪쳐 들이는 곳은 곧 내가 타는 것이요, 귀, 코, 혀, 몸, 뜻의 부딪쳐 들이는 곳은 곧 내가 타는 것이다."
그리도 다시 물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디로 가고자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악마에게 말씀하시었다.
"너에게는 눈의 부딪쳐 들이는 기관과, 귀, 코, 혀, 몸, 뜻의 부딪쳐 들이는 곳이 있다. 만일 그 눈의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없고 귀, 코, 혀, 몸, 뜻의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없으면 네가 미치지 못한 곳으로 나는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하늘 악마 파아피마아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비록 항상 <나>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 <내 것> 아니다.
일체는 다 내게 붙이었거니
고오타마, 어디로 가려 하는가.
그 때에 세존께서도 게송으로 대답하시었다.
만일 <나>가 있고 말하면
그 말하는 <나>는 곧 아니다.
그러므로 알라. 파아피마아는
스스로 지는 곳에 떨어졌느니.
악마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말하기를 '도(道)를 알아
안온하게 <열반>으로 향한다'고 말한다면
너 혼자서 노닐며 가라.
구태여 번거롭게 남을 가르칠거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만일 악마를 떠나려는 자 있으면
저 언덕으로 건너는 길을 물으라.
그를 위하여 평등하게 말하리라.
진실하여 영원히 <남음이 없음>을,
언제나 방일(放逸0하지 않기를 익히면
영원히 악마의 자재(自在)를 떠나리라.
악마는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깃덩이 같은 돌이 있어서
굶주린 까마귀 그것을 먹으려고
부드럽고 맛나리라 생각하면서
굶주린 빈창자를 채우려 했지만
마침내 그 맛은 얻지 못하고
주둥이만 꺾이고 하늘로 올라가네.
나는 이제 마치 그 까마귀 같고
고오타마는 나타난 돌과 같구나.
들어오지 못하고 부끄러워 떠나는 것
마치 까마귀가 허공을 나는 듯
마음속에 근심과 앙심을 품고
그는 곧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247. 습근경(習近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그리드라쿠우타 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빛깔을 가까이 친하면 그는 곧 악마의 자재를 따라...... 내지 악마의 얽맴에서 해탈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만일 사문이나 바라문이 눈으로 빛깔을 가까이 친하지 않으면 악마의 자재를 따르지 않고...... 내지 악마의 얽맴에서 해탈하게 될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가까이 친함과 같이, 매이어 집착하고 맛붙이며, 모이어 이웃하며, 혹은 받아 가지고 매이어 집착하며, 내가 욕구(欲求)하는 것이 순박하고 짙어,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위에서 말씀한 것과 같다.'
248. 순나경(純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파아타리푸트라[波 利弗多羅]국의 닭숲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존자 큰 츈다[純陀]의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한 쪽에 앉았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존자 츈다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존자 츈다는 존자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당신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아아난다는 존자 츈다에게 물었다.
"세존 여래 응등정각(應等正覺)의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네 가지 요소(要素)로 된 몸을 말씀하시되, 이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은 <나>가 아니라고 내세우고 밝히십니다. 여래 응등정각의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대로 한다면, 식(識)도 또한 <나>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츈다는 존자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을 가장 많이 안다고 합니다. 내가 멀리서 당신 계신 곳에 온 것은 이 법을 믿기 위해서입니다. 존자여, 원컨대 오늘 나를 위해 그 뜻을 말씀해 주시오."
존자 아아난다는 츈다에게 말하였다.
"내 이제 존자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존자 츈다여, 눈이 있고 빛깔이 있으며 눈의 식이 있다고 하는가."
"있습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눈의 식이 생긴다고 하는가."
"그러합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만일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눈의 식이 생긴다면 그 인(因)과 그 연(緣)은 항상된 것인가. 그렇잖은가."
"항상 되지 않나이다. 존자 아아난다여."
"그 인과 그 연으로서 눈의 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덧없이 변하고 바뀔 때에도 그 식은 머무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존자 아아난다는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멸하는 줄을 알 수 있다면, 그래도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로서 과연 거기서 '이것은 <나>다. <다른 나>다. 그 둘의 합한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귀, 코, 혀, 몸, 뜻과 법에 대해서는 당신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뜻이 있고 법이 있으며 뜻의 식이 있는가."
"있습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뜻과 법을 인연하여 뜻의 식이 생긴다고 하는가."
"그러합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만일 뜻이 법을 인연하여 뜻의 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은 덧있는 것인가. 덧없는 것인가."
"덧없는 것입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혹은 인이나 혹은 연으로써 뜻의 식이 생긴다면, 그 인과 그 연이 덧없어, 변하고 바뀔 때에도 뜻의 식은 머무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존자 아아난다는 다시 물었다.
"당신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 법이 혹은 생기고 혹은 멸하는 줄을 알 수 있다면, 그래도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과연 거기서 <나>와 <다른 나>와 그 둘의 합한 것을 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아아난다여."
존자 아아난다는 츈다에게 말하였다.
"그러므로 존자여, 여래 응등정각의 아시는 바와 보시는 바로는 식도 또한 덧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비유하면 장정이 도끼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 파초 나무를 보고, 재목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뿌리를 끊고 잎들을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단단한 알맹이를 찾으면 다 벗겨 보아도 단단한 곳은 도무지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의 식과 귀, 코, 혀, 몸, 뜻의 식을 바로 관찰하고, 바로 관찰할 때에는 도무지 취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취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고,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스스로 <열반>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는 것입니다."
그 한 정사(正士)가 이 법을 말할 때에 서로 기뻐하면서 제각기 그 처소로 돌아갔다.
249. 구치라경(拘 羅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에 가서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면 나를 위해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아아난다는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도 다시 남음이 있습니까."
"그렇게 묻지 마시오. 즉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도 다시 남음이 있는가'고."
아아난다는 또 물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여,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곳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음이 없습니까."
"그 또한 그렇게 묻지 마시오, 즉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음이 없는가'고."
아아난다는 다시 물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여,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음이 있기도 하고 남음이 없기도 하며, 남음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남음이 없는 것도 아닙니까."
"그 또한 그렇게 묻지 마시오, 즉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남음이 있기도 하고 남음이 없기도 하며, 남음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남음이 없는 것도 아닌가'고."
존자 아아난다는 다시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존자의 말한 대로 한다면,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있다고도 말하지 말고 없다고도 말하지 말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도 또한 말하지 말고,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라고 또한 말하지 말라'고 하시니, 그 말은 무슨 뜻이 있습니까."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존자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도 남음이 있는가.'고 한다면, 이것은 곧 빈말이요, '없는가.'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말입니다. '남음이 있기도 하고 남음이 없기도 한가.'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말이요, '남음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남음이 없는 것도 아닌가'고 한다면 이것도 곧 빈말입니다. 만일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곳이 다하고 욕심을 떠나, 멸하고 쉬고 마친 뒤에는 모든 거짓을 떠나 <반열반>을 얻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곧 부처님 말씀입니다."
때에 두 정사(正士)는 서로 기뻐하면서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
250. 구치라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아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존자 마하아코티카[摩訶拘 羅]와 함께 그리드라쿠우타산에 있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는 해질녘에 선(禪)에서 깨어나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샤아리풋트라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마하아코티카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는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존자 샤아리풋트라여, 눈이 빛깔에 매입니까. 빛깔이 눈에 매입니까. 귀의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에 대해서, 뜻이 법에 매입니까. 법이 뜻에 매입니까."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존자 마하아코티카에게 말하였다.
"눈이 빛깔에 매인 것도 아니요 빛깔이 눈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내지 뜻이 법에 매인 것도 아니요 법이 뜻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그 중간에서 만일 그가 욕탐을 내면 그것이 곧 매는 것입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비유하면, 검고 흰 두 마리 소가 한 멍에와 굴레에 매이었을 때에 어떤 사람이 '검은 소가 흰 소에 매었는가. 흰 소가 검은 소에 매었는가.'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을 바른 물음이라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여, 검은 소가 흰 속에 매인 것도 아니요 흰 소가 검은 소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중간에 혹은 멍에하고 혹은 굴레 끼우면 그것이 곧 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눈이 빛깔에 매인 것도 아니요 빛깔이 눈에 매인 것도 아니며..... 내지 뜻이 법에 매인 것도 아니요 법이 뜻에 매인 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에 욕탐이 곧 그 매는 것입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혹은 눈이 빛깔에 매이고 혹은 빛깔이 눈에 매이며..... 내지 혹은 뜻이 법에 매이고 혹은 법이 뜻에 매이었다면,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범행(梵行0을 세우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으시었을 것입니다. 눈이 빛깔에 매인 것도 아니요 빛깔이 눈에 매인 것도 아니며...... 내지 뜻이 법에 매인 것도 아니요 법이 뜻에 매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사람들에게 범행을 세우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세존께서는 눈으로 빛깔을 보시어 혹은 좋고 혹은 나쁘더라고 욕탐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그 밖의 중생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 혹은 좋고 혹은 나쁘면 곧 욕탐을 일으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욕탐을 끊으면 곧 마음이 해탈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지 뜻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때에 두 정사는 서로 기뻐하면서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
251. 구치라경 3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아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존자 마하아코티카와 함께 그리드라쿠우타산에 있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는 해질녘에 선(禪)에서 깨어나, 존자 샤아리풋트라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로 인사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샤아리풋트라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당신의 물음을 따라 아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는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이른바 무명(無明)이란 것은 어떤 것을 무명이라 합니까."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이른바 알음[知]이 없는 것이니, 알음이 없으면 그것을 무명이라 합니다. 어떤 것을 알음이 없다고 하는가. 이른바 눈은 덧없다는 것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 그것을 알음이 없다고 합니다. 눈의 나고 멸하는 법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 그것을 알음이 없다고 하며,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이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곳>을 참다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며, 지극히 평등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어두우며, 밝음이 없고 어두우면 그것을 무명이라 합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는 다시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이른바 밝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밝음이라 합니까."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이른바 알음이니 알면 곧 밝음입니다. 무엇을 안다고 하는가. 이른바 눈은 덧없는 것이니 눈의 덧없음을 참다이 알고, 눈은 나고 멸하는 법이니 눈의 나고 멸하는 법을 참다이 아는 것입니다. 귀, 코, 혀, 몸, 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마하아코티카여, 이 여섯 가지 부딪쳐 들이는 기관에 대해서 참다이 알고 보며, 밝게 깨닫고 슬기가 지극히 평등하면 이것을 밝음이라 합니다."
때에 두 정사는 서로 기뻐하면서 제각기 본 처소로 돌아갔다.
252. 우파선나경(優波先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우파세나[優波先那]라는 비구는 라아자그리하의 찬숲[寒林] 속 화장터에 있는 뱀머리 바위 밑의 가릉가행처(迦陵伽行處)에 있었다. 때에 존자 우파세나는 혼자 굴 안에서 좌선(坐禪)을 하고 있었다. 때에 길이가 한 자쯤 되는 모진 독사가 위의 돌 사이에서 나와 우파세나 몸에 떨어졌다. 우파세나는 샤아리풋트라를 부르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독사가 내 몸에 떨어졌다. 내 몸은 독에 걸렸다. 너희들은 빨리 와서 내 몸을 붙들어 밖에 내어놓아라. 그래서 그 굴 안에서 내 몸이 부숴져 겨뭉치가 되게 하지 말라."
때에 샤아리풋트라는 거기서 가까운 한 나무 밑에 있다가 우파세나의 말을 듣고, 곧 우파세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파세나에게 말하였다.
"내 이제 네 모양을 보니 모든 근(根)이 보통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독에 걸렸으니 내 몸을 밖에 내어다 놓아라. 몸이 부숴져 겨뭉치가 되게 하지 말라'고 말하니, 그러면 어찌하자고 하는 것인가."
우파세나는 샤아리풋트라에게 말하였다.
"만일 '내 눈은 <나>다. <내 것>이다', 귀, 코, 혀, 몸, 뜻에 대해서도 '귀, 코, 혀, 몸, 뜻은 <나>다. <내 것>이다.' '빛깔, 소리, 냄새, 맛, 부딪침, 법에 대해서도 빛깔, 소리, 냄새, 맛, 부딪침, 법은 <나>다. <내 것>이다.' 땅의 경계에 대해서도 '땅의 경계는 <나>다. <내 것>이다.' 물, 불, 바람, 허공, 식(識)의 경계에 대해서도 '물, 불, 바람, 허공, 식의 경계는 <나>다. <내 것>이다.' 물질의 <쌓임>에 대해서도 '물질의 <쌓임>은 <나>다. <내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의 <쌓임>에 대해서도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은 <나>다. <내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내 몸의 모든 근(根)은 응당 변해서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렇지 않습니다. 눈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며...... 내지 의식의 <쌓임>도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 몸의 모든 근은 변해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그렇다 우파세나여, 네가 만일 긴 밤 동안에 <나>와 <내 것>과 <나>라는 거만과 매이어 집착함을 떠나 그 뿌리를 끊기를 타알라[多羅] 나무를 끊는 것처럼 하면 미래 세상에 영원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몸의 모든 근이 변해서 달라짐이 있겠는가."
때에 샤아리풋트라는 곧 돌아, 우파세나의 몸을 붙들어 굴밖에 내어놓으니, 우파세나의 몸은 독에 걸려 부숴져, 겨뭉치 같이 되었다. 때에 샤아리풋트라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랫동안 모든 범행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기뻐하고 즐거이 목숨을 버리는 것
마치 독한 바리[鉢]를 버리 듯하네.
오랫동안 모든 범행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기뻐하고 즐거이 목숨을 버리는 것
사람의 중한 병이 낫는 듯하네.
오랫동안 모든 범행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불붙는 집을 나오는 것처럼
죽을 때 근심도 후회도 없네.
오랫동안 모든 범행 심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 잘 닦고서
슬기로써 세상을 관찰하기를
마치 더러운 초목과 같이하여
다시는 남음을 구(九)하지 않고
남음도 또한 서로 잇따르지 않구나.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우파세나를 공양한 뒤에,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우파세나에게는 조그마한 모진 독사가 있어, 눈 산대를 세우는 것처럼 어느새 그 몸에 떨어졌는데, 그 몸은 곧 부숴져 겨뭉치와 같이 되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샤아리풋트라에게 말씀하시었다.
"만일 우파세나가 이 게송을 외웠더라면 독에 질리지도 않았을 것이요, 그 몸이 겨뭉치처럼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게송과 어떤 글귀를 외워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샤아리풋트라를 위하여 게송을 말씀하시었다.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으로서
튼튼한 뇌타라(賴咤羅)를 생각하고
이라반나(伊羅槃那)와
시바불다라(尸婆弗多羅)와
흠바라상마(欽婆羅上馬)를 사랑하고
또 가구타(迦拘 )와
이 흑구담(黑瞿曇)과
난도발난타(難徒跋難 )를 사랑하며
발이 없는 것
두 발 가진 것, 사랑하고 슬퍼하며,
네 발, 많은 발도 사랑하고 슬퍼하며
물이나 육지에 의지하는
모든 용(龍)을 사랑하고 슬퍼하며
한량이 있고 한량이 없는
일체 중생들을 사랑하며
일체를 안락하게 하고
생기는 번뇌를 떠나게 하며
모든 어진 이로 하여금
모든 악한 일 짓지 않게 하려고 한다면
언제나 뱀머리 바위에 살더라도
모든 나쁜 일 모여 오지 않거니
흉하고 해로운 모진 독사가
중생의 목숨을 해칠 수 있으랴.
이러한 참된 진리의 말은
위없는 큰 스승의 말씀이거니
나는 이제 이 큰 스승님의
진실한 말을 외워 익히면
일체의 저 악하고 독한 것도
내 몸을 능히 해치지 못하리.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이 세간의 세 가지 독이니라.
이러한 세 가지 악하고 독한 것
영원히 없앤 것을 불보(佛寶)라 하네.
법보(法寶)는 온갖 독(毒)을 멸해 없애고
승보(僧寶)도 또한 흉악한 독을
남김이 없이 다 쳐부수고
착한 사람을 거두어 보호하네.
부처님은 모든 독을 쳐부수거니
너 뱀독은 이제 부수어졌느니라.
그러므로 이 주술(呪術) 장구(章句)를 말하노니 이른바
'오침바례 침바례 침륙 파라침륙 나제
소나제 지갈제 문나이 삼마이 단제
니라지시 바라구하오례 오오례 스바하'
"샤아리풋트라여, 우파세나 선남자(善男子)가 그 때에 이 게송을 말하고 이 장구를 말했더라면 뱀독이 그 몸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요, 그 몸도 또한 무너져서 겨뭉치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우파세타는 일찍 이 게송을 듣지 못하였고 일찍 이 주술 장구를 듣지 못하였나이다. 그런데 세존께서 오늘 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은 바로 미래 세상을 위하시려는 것이옵니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53. 비뉴가전연경(毘紐迦 延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존자 우다아이[優陀夷]는 코샬라[拘薩羅]국으로 가서 세간에 노닐면서 카아만다아야[拘磐多]촌에 이르러 베라하챠아니[毘紐迦 延]라는 바라문[婆羅門] 여승(女僧)의 암라(菴羅) 동산에 머물렀다. 때에 베라하챠아니 바라문에게는 많은 젊은 제자가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나무하다가 암라 동산에 와서, 존자 우다아이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있는데, 얼굴은 단정하고 모든 근(根)은 고요하며 마음은 편안하여 훌륭한 조복(調伏)을 성취한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것을 보고 그 곳으로 나아가 서로 인사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때에 우다아이는 모든 젊은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고 힘쓰기를 권한 뒤에 잠자코 있었다. 그 모든 젊은이들은 존자 우다아이의 말을 듣고 함께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때에 모든 젊은이들은 나무 단을 지고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 집으로 가서 나무 단을 땅에 두고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에게 나아가 사뢰었다.
"우리 화상니(和尙尼)는 마땅히 아소서. 암라 동산에 사문 우다아이가 있는데 성은 고오타마입니다. 그는 거기서 지극히 설법을 잘하셨습니다."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여러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가서 사문 우다아이 고오타마씨를 청해서, 내일 여기서 공양하도록 하라."
때에 모든 젊은 제자들은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의 분부를 받고 존자 우다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다아이에게 사뢰었다.
"존자는 마땅히 아소서. 우리 화상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존자 우다아이에게 내일 아침에 공양하시라고 청하나이다."
때에 우다아이는 잠자코 청을 받았다. 때에 모든 젊은이들은 우다아이가 청을 받은 줄을 알고 화상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에게 돌아가 사뢰었다.
"화상니시여, 저희들은 화상니의 말로써 존자 우다아이에게 청하였더니 존자 우다아이는 잠자코 청을 받아 주었습니다. 화상니께서는 때를 알아하소서."
그 때에 존자 우다아이는 밤이 지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 집으로 갔다. 때에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멀리서 존자 우다아이가 오는 것을 보고 빨리 자리를 펴고 앉기를 청한 뒤에 여러 가지 음식을 베풀고 손수 풍성하고 맛난 음식을 별러 만족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손을 씻고 바리를 씻은 뒤에 본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때에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공양이 끝난 줄을 알고, 좋은 가죽신을 신고 천으로 머리를 덮고 따로 높은 자리를 펴서 업신여기는 모양으로 거만하게 앉아 우다아이에게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우다아이는 대답하였다.
"누이여,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이렇게 하여 다음 날도 모든 제자들은 암라 동산으로 가서 나무하고 법을 듣고 돌아가, 다시 화상니에게 사뢰었다. 화상니는 다시 보내어 공양을 청하였다. 전날과 같이 세 번 되풀이하였다. 즉 설법을 청하면 때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설법하지 않았다.
모든 젊은 제자들은 다시 화상니에게 사뢰었다.
"암라 동산의 사문 우다아이는 지극히 설법을 잘하십니다."
화상니는 대답하였다.
"나도 또한 그가 지극히 설법을 잘하는 줄을 알고 두 번 세 번 오기를 청해 음식을 차리고 법을 물어도 언제나 때가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설법하지 않고 떠났다."
모든 제자들은 말하였다.
"화상니는 좋은 가죽신을 신고 천으로 머리를 덮고 공경하지 않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설법하겠습니까. 무슨 까닭인가. 그 존자 우다아이는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설법하지 않고 떠난 것입니다."
화상니는 대답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다시 나를 위해 그를 청하라."
모든 제자들은 분부를 받고 다시 공양을 청하기를 전과 같이 하였다. 때에 화상니는 공양이 끝난 줄을 알자, 가죽신을 벗고 옷을 여미고는 낮은 자리에 앉아 공경하면서 사뢰었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틈이 있으면 대답해 주시겠나이까."
우다아이는 대답하였다.
"너는 이제 잘 물으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그는 곧 물었다.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가 지은 것이다'고 말하고, 다시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남이 지은 것이다'고 말합니다. 다시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와 남이 지은 것이다'고 말하며, 다시 어떤 이는 '괴로움과 즐거움은 자기가 지은 것도 아니요 남이 지은 것도 아니다'고 말하나이다. 그러면 존자는 어떠하나이까."
존자 우다아이는 말하였다.
"누이여, 아라한(阿羅漢)은 '괴로움과 즐거움은 이생(異生)이라'고 그렇게는 말하지 않는다.
바라문 여승은 다시 물었다.
"그 뜻은 어떠하나이까."
우다아이는 대답하였다.
"아라한은 '모든 괴로움과 즐거움은 인연을 좇아 난다'고 말하느니라."
우다아이는 다시 바라문 여승에게 물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한가. 눈이 있는가."
"있습니다."
"빛깔이 있는가."
"있습니다."
"눈의 식(識)과 눈의 부딪침과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이 있는가."
"그러하나이다. 존자 우다아이여,"
우다아이는 다시 물었다.
"귀, 코, 혀, 몸, 뜻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이 있는가."
"그러하나이다. 존자 우다아이여,"
우다아이는 다시 물었다.
"이것이 아라한이 말하는 '그 인연을 좇아 괴로움과 즐거움이 난다'는 것이니라."
바라문 여승은 존자 우다아이에게 말하였다.
"존자 우다아이여, 그와 같이 아라한은 '그 인연을 좇아 괴로움과 즐거움이 난다'고 말하나이까."
"그렇다. 바라문 여승이여,"
바라문 여승은 다시 물었다.
"사문이시여, 아라한은 어떻게 '인연으로 생긴 괴로움과 즐거움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것이 멸한다'고 말하나이까."
우다아이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내게 대답하라.
바라문 여승이여, 일체의 눈이 한꺼번에 멸해 남음이 없는데, 그래도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이 있겠는가."
"없나이다. 사문이시여."
"그와 같이, 귀, 코, 혀, 몸, 뜻이 한꺼번에 멸하고 영원히 다해 남음이 없는데, 그래도 눈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이 있겠는가."
"없나이다. 사문이시여."
"그와 같이, 귀, 코, 혀, 몸, 뜻이 한꺼번에 멸하고 영원히 다해 남음이 없는데, 그래도 그것들의 부딪치는 인연으로 생기는 느낌, 즉 혹은 괴롭고 혹은 즐거우며, 혹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안의 감정이 있겠는가."
"없나이다. 사문이시여."
"그와 같이 바라문 여승이여, 이것을 아라한이 말하는 <인연으로 생긴 괴로움과 즐거움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것이 멸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존자 우다아이가 이 법을 말하였을 때에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때에 베라하챠아니 바라문 여승은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법을 알고 법에 들어가 의혹을 건넜으며, 남을 의지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치신 법에 들어가 그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공경히 합장하고 존자 우다아이에게 사뢰었다.
"나는 오늘 뛰어들어 결정하였나이다. 나는 오늘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스님에게 귀의하나이다. 나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하도록 삼보(三寶)에 귀의하나이다."
그 때에 존자 우다아이는 바라문 여승을 위해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뻐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254.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의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에 존자 이십억귀 비구는 그리드라쿠우타산에서 항상 부지런히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아 익히고 있었다. 때에 이십억귀는 혼자 고요히 선사(禪思)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정근(精勤)하는 성문(聲聞) 가운데 나도 그 수(數)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오늘 아직 모든 번뇌를 다하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族姓)의 아들로서 재물과 보배가 넉넉히 있다. 나는 차라리 집에 돌아가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를 행하여 복을 짓자'고.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십억귀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한 비구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이십억귀에게 가서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고 알려라."
그 비구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이십억귀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
이십억귀는 그 비구가 스승님의 명령이라는 말을 듣고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서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십억귀에게 말씀하시었다.
"너는 진실로 혼자 선사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느냐. 즉 '부지런히 공부하는 세존의 성문 가운데 나도 그 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지금, 아직 번뇌가 다해 해탈을 얻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의 아들이요 또 많은 재산이 있다. 나는 차라리 속세로 돌아가 다섯 가지 즐거움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하여 복을 짓자'고 하였는가."
때에 이십억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이미 내 마음을 아신다'고. 그래서 놀라고 두려워해 털이 일어섰다.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진실로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십억귀에게 말씀하시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마음대로 내게 대답하여라. 이십억귀여, 너는 속세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는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거문고를 탈 때에 만일 그 줄을 너무 조이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내게 할 수 있던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줄을 어떻게 늦추면 과연 미묘하고 부드럽고 밝은 소리를 내던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줄을 잘 고루어 너무 늦추지도 않고 조르지도 않으면, 미묘하고 화하고 맑은 소리를 내던가."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십억귀에게 말씀하시었다.
"정진이 너무 급하면 그 들뜸이 더하고, 정진이 너무 느리면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그러므로 너는 마땅히 평등하게 닦아 익히고 거두어 받아,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며 모양을 취하지도 말라."
이십억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때에 존자 이십억귀는 항상 세존께서 말씀하신 거문고라는 비유를 생각하면서 혼자 고요히 선사하기 위해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하였다. 그래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에 존자 이십억귀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으로 해탈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닫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세존께 가서 문안드리리라'고. 그 때에 존자 이십억귀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 법안에서 아라한이 되었나이다. 모든 유(有)의 번뇌는 다하고 할 일은 이미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버리고 자기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유(有)의 맺음을 다하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해탈하였나이다. 그 때에 <여섯 곳>에서 해탈하였으니 어떤 것이 여섯인가. 즉 욕심을 떠난 해탈, 성냄을 떠난 해탈, 멀리 떠난 해탈, 애욕이 다한 해탈, 모든 취(取)에서의 해탈, 늘 생각하여 잊지 않는 해탈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조그마한 신심(信心)을 의지하여 욕심을 떠나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욕심을 떠난 해탈이라고 하나이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조금 계율 가짐을 의지하여 '나는 성냄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적당하지 않나이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해탈이라고 하나이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이양(利養)을 멀리 떠나기를 닦아 익힘을 의지하여 멀리 떠난 해탈이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적당하지 않나이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멀리 떠난 해탈이라 하나이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애욕을 떠난 것일 가하며 또한 취를 떠난 것이라 하며 또한 생각의 잊음을 떠난 해탈이라 하나이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비구들이 아라한이 되지 못하여 모든 번뇌가 다하지 못하고 이 여섯 곳에서 해탈을 얻지 못하고,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배우는 지위에 있어서 아직 왕성한 즐거움의 <열반>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향(向) 익히는 마음에 머무르면, 그 때에는 배우는 계를 성취하고 배우는 근(根)을 성취하여, 뒷날에는 반드시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여...... 내지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배움이 없는 계>를 얻고 배움이 없는 모든 근(根)을 얻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어리석고 작은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을 그 때에는 어린아이의 모든 근(根)을 성취하고, 그가 뒷날에 점점 자라나 모든 근이 성취되면 그 때에는 어른의 모든 근을 성취하는 것과 같이, 배우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직 왕성한 안락은 얻지 못하였다가 내지 배움이 없는 계와 배움이 없는 모든 근을 성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 눈으로 항상 빛깔을 보더라도 마침내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이 없는 좋은 해탈을 닦아 나고 멸함과 내지 덧없음을 관찰하나이다. 귀는 소리를 분별하고 코는 냄새를 분별하며, 혀는 맛을 분별하고 몸은 부딪침을 분별하며, 뜻은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이 없는 좋은 해탈을 닦아 나고 멸함을 관찰하나이다. 비유하면 마을 가까이 큰 돌산이 있는데, 끊기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고 뚫리지도 않아 한결같이 두텁고 짜여 있으면 비록 사방에서 바람이 불더라도 움직여 흔들지 못하고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이, 저 배움이 없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눈으로 항상 빛깔을 분별하고...... 내지 뜻으로 항상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이 없는 좋은 해탈을 닦아 나고 멸함을 관찰하나이다."
그 때에 이십억귀 비구는 거듭 게송으로 말하였다.
욕심을 떠나 마음이 해탈하고
성냄이 없는 해탈 또한 그렇고
멀리 떠나 마음이 해탈하고
탐욕과 사랑도 아주 다 없어졌네.
모든 집착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또 생각을 잊지 않고
느낌이 생기는 곳 환희 알면
그것에 대해 마음이 해탈하네.
그 마음이 해탈한 사람
그 비구는 뜻이 쉬고 그치고
모든 할 일은 이미 마치어
다시는 할 일을 만들지 않네.
마치 저 큰 돌산은
네 가지 바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빛깔, 소리, 냄새, 맛, 부딪침과
여섯 감관이 항상 그것 대해도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나니
마음은 언제나 굳게 머물러
법의 나고 멸함을 환히 관찰하네.
존자 이십억귀가 이 법을 말하였을 때에 스승의 마음은 기뻐하시고, 여러 많이 아는 범행자들은 존자 이십억귀의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에 존자 이십억귀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존자 이십억귀가 하직을 사뢴지 오래지 않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마음이 잘 해탈한 사람은 마땅히 저와 같이 말해야 하느니라. 이십억귀와 같은 사람은 지혜로써 말하였다. 그러나 스스로 추키지도 않고, 또한 남을 낮추지도 않고, 바로 그 이치를 말하였다. 그것은 저 왕성한 거만을 가진 자가 그 이치도 얻지 못했으면서 스스로 사람에서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자랑하여, 스스로 손해 보는 것과 같지 않은 것이니라."
255. 노혜차경(魯醯遮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摩訶迦 延]는 아반티이[阿磐提]국의 습마타강[濕摩陀江] 곁에 머물러 있었다. 잔나비방의 아란냐(阿蘭若)굴에는 로히챠아(魯醯遮) 바라문이 있어, 그를 공경하고 받들어 섬기기를 아라한 법과 같이 하였다. 그 때에 마하아 카챠아나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잔나비방촌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어 밥을 빌었다. 밥을 빌고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방에 들어가 좌선(坐禪)하였다.
때에 로히챠아 바라문에게 많은 젊은 제자가 있었다. 그들은 돌아다니며 나무하다가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의 굴 곁에 이르러 서로 시시덕거리며 말하였다.
"이 안에는 머리를 깎은 사문이 산다. 그는 검고 어두운 사람이다. 세상에서 훌륭한 사람도 아닌데 로히챠아 바라문은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기를 아라한 법과 같이 한다."
때에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떠들지 말라."
모든 젊은이들은 말하였다.
"다시는 감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면서도 그래도 말은 그치지 않았다. 이에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는 문 밖에 나와 모든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너희들은 말하지 말라.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설법하리라. 너희들은 잠깐 들으라."
모든 젊은이들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원컨대 설법해 주십시오. 우리들은 받아 듣겠습니다."
그 때에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날의 바라문들은
훌륭하고 묘한 계(戒)를 닦아 익히어
숙명(宿命)을 아는 지혜 생기게 되고
진실한 선정(禪定0을 즐겼느니라.
언제나 자비(慈悲)에 머물러 있고
모든 근(根)의 문을 단단히 닫아
입의 허물을 항복 받았네.
옛날의 행9行)은 이러하니라.
원래의 진실한 행은 버리고
거짓된 일만 가지고 있으며
족성(族姓)의 방일(放逸)만을 그대로 지켜
모든 근(根0과 여섯 경계 따르고 있네.
스스로 굶어 무덤 사이에 살고
세 번 목욕하고 베다[吠陀]를 외워도
근의 문을 지켜서 보호하지 않으면
마치 꿈속에서 보물 얻은 것 같네.
머리를 땋고 가죽옷 입고
계를 도둑질하고[戒盜] 재를 몸에 바르고
추한 옷으로 몸을 덮고
지팡이 짚고 물병 가지는 것은
그 모양을 바라문에 빌려서
그로서 이양(利養)을 구하는 것이니라.
그 몸을 잘 거두어 보호하고
맑고 깨끗해 티끌과 때를 떠나
모든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
이것을 바라문이라 일컫느니라.
그 때에 모든 젊은 바라문들은 성을 내면서 불쾌하게 생각하고 존자 마하아 카챠아나에게 말하였다.
"우리 경전(經典)을 비방하고 그 말을 무너뜨리며 바라문을 욕하였다."
그들은 나뭇단을 가지고 로히챠아 바라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그에게 말하였다.
"화상(和上)은 아십니까. 저 마하아 카챠아나는 우리 경전을 비방하고 그 말을 헐뜯으며 바라문을 욕하였습니다."
로히챠아 바라문은 모든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젊은이들아, 그런 말 말라. 무슨 까닭인가. 마하아 카챠아나는 나이와 계율과 덕을 존중한다. 그는 경전을 비방하거나 그 말을 헐뜯거나 바라문을 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젊은이들은 말하였다.
"화상께서 우리말을 믿지 않거든 스스로 가서 보십시오."
때에 로히챠아 바라문은 모든 젊은이들의 말을 믿지 않고, 마하아 카챠아나에게로 가서 서로 인사하고 위로한 뒤에, 물러나 한 쪽에 앉아 마하아 카챠아나에게 말하였다.
"나의 여러 젊은 제자들이 여기 왔습니까."
"여기 왔었다."
"그들과 함께 무슨 말을 하였습니까."
"함께 말하였다."
로히챠아 바라문은 말하였다.
"당신이 그 모든 젊은이들과 함께 말한 것을 지금 나를 위해 다 말해 보시오."
마하아 카챠아나는 곧 그를 위해 전부 말하였다. 때에 로히챠아 바라문도 또한 성을 내면서 마음이 불쾌하여 마하아 카챠아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아까는 모든 젊은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이제 마하아 카챠아나는 진실로 경전을 비방하고 헐뜯어 말하며 바라문을 욕하였다."
이렇게 말하고 잠깐동안 잠자코 잇다가 조금 뒤에 다시 마하아 카챠아나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말한 문이란 어떤 것을 문이라 합니까."
마하아 카챠아나는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바라문이여, 물은 바가 법답구나. 나는 이제 너를 위해 물을 말하리라. 바라문이여, 눈은 곧 문이다. 빛깔을 보기 때문이다. 귀, 코, 혀, 몸, 뜻은 문이다. 법을 분별하기 때문이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기특하십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시여, 내가 문을 물으매 곧 그 문을 설명하였습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의 말대로 한다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어떤 것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입니까."
마하아 카챠아나는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바라문이여,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을 물었으니 그것은 법다운 물음이다. 이제 너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리라. 바라문이여,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 대해서는 집착을 일으키고 생각할 만 하지 않은 빛깔에 대해서는 화를 낸다. 그래서 몸을 생각하는 곳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에 대해서 참다운 앎이 없고, 거기서 여러 가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켜 남김없이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에 있어서 막히고 걸리어 만족을 얻지 못한다. 마음의 해탈과 슬기의 해탈이 차지 않기 때문에 몸에는 악한 행이 차서 쉼을 얻지 못하고, 마음이 고요해지지 못한다. 고요해지지 않기 때문에 근(根)의 문을 항복 받지 못하고, 지켜 보호하지 못하며, 닦아 익히지 못한다. 눈과 빛깔,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과 같은 것에 있어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로히챠아 바라문은 말하였다.
"기이하고 기이하십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여, 내가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을 물으매 곧 나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지 않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여, 다시 어떤 것을 문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라 합니까."
마하아 카챠아나는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너는 능히 내게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묻는구나.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너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말하리라.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눈으로 빛깔을 보고는 생각할 만한 빛깔에도 집착을 일으키지 않고, 생각할 만하지 않은 빛깔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언제나 그 마음을 거두어 몸을 생각하는 곳에 머무르고, 한량이 없는 마음 해탈과 슬기의 해탈을 참다이 알아 거기서 일어나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에 있어서도 완전히 없애어 남음이 없다. 마음이 해탈과 슬기의 해탈에 있어서 만족을 얻고 해탈이 만족한 뒤에는 몸의 부딪치는 악한 행도 다 쉬게 되어 마음은 바른 생각을 얻는다. 이것을 첫 문을 잘 항복 받고 지켜 보호하여 닦아 익히는 것이라 한다. 눈과 빛깔과 같이,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부딪침, 뜻과 법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로히챠아 바라문은 말하였다.
"기이합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여, 내가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물으매 곧 나를 위해 문을 지켜 보호하는 이치를 말씀하셨습니다. 비유하면 어떤 장정이 독한 약풀을 구하다가 도리어 단 이슬을 얻은 것과 같이, 지금 나도 그와 같습니다. 나는 성을 내고 와서 이 자리에 앉았는데, 마하아 카챠아나는 큰 법비를 내 몸에 쏟았으니 마치 단 이슬을 쏟는 것과 같습니다. 마하아 카챠아나여, 집에는 일이 많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를 청하나이다."
마하아 카챠아나는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갈 때를 알아하라."
때에 로히챠아 바라문은 마하아 카챠아나의 말을 듣고, 그 말을 따라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