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다툼과 참회ㆍ계율

계율의 시설 (2) 오후의 음식을 끊어라

다르마 러브 2013. 8. 29. 06:41

"세존께서는 옛날 모든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점심때가 지나서 먹는 음식을 끊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감당하지 못하였고, 그 말씀을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만일 어떤 믿음이 있는 바라문이나 거사가 동산에 찾아와 큰 보시로써 복을 지으면 우리는 제각기 손으로 받아 그것을 먹었다. 그런데 이제 세존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시고 선서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신다.'

또 저희들은 '이 대사문은 음식을 소화시키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세존의 위신과 묘한 덕을 공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차마 어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점심때가 지나서 먹는 음식을 끊었습니다.

또 세존께서는 옛날에 모든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밤에 먹는 음식을 끊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감당하지 못하였고, 그 말씀을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두 끼 중에서 가장 제일이요, 가장 미묘하며, 가장 훌륭하고, 가장 맛있는 것인데, 이제 세존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시고, 선서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신다.'

또 저희들은 '이 대사문은 음식을 소화시키지도 못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에 어떤 거사는 여러 가지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그 아내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이것을 받아 한곳에 잘 두시오. 내가 여러 사람들과 모여 밤에 함께 먹을 것이며 아침이나 점심으로는 먹지 않으리라.'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여러 집에서 베푸는 것으로서 지극히 맛있고 가장 훌륭한 것은 오직 밤에 먹는 음식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침이나 점심만 먹는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시고, 선서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끊게 하신다.'

또 저희들은 '이 대사문은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세존의 위신과 묘한 덕을 공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차마 어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밤에 먹는 음식을 끊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어떤 비구는 그 때가 아닌 때에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혹은 이미 일을 벌렸거나 아직 일을 벌리지 않은 도적을 만나고, 혹은 호랑이를 만나고 사슴을 만나며, 혹은 호랑이와 사슴을 한꺼번에 만나고, 혹은 표범을 만나고 큰 곰을 만나며, 혹은 표범과 큰 곰을 한꺼번에 만났다. 또 어떤 이는 그러한 곳을 가다가 혹은 사납고 모진 코끼리ㆍ모진 말ㆍ사나운 소ㆍ사나운 개를 만나고, 혹은 뱀 떼를 만나며, 혹은 흙덩이에 맞고, 혹은 막대기로 맞으며, 혹은 개울에 떨어지고, 혹은 뒷간에 빠지며, 혹은 누운 소를 타고, 혹은 깊은 구덩이에 떨어지며, 혹은 가시덤불에 들어갔다. 혹은 빈집을 보고 그런 집에 들어갔는데 여자가 그를 보고 불러 서로 부정한 짓을 행했다.'

세존이시여, 예전에 깜깜한 밤 보슬비가 내리고 번개가 번쩍번쩍 치는데, 어떤 비구가 때 아닌 때[非時]에 남의 집에 들어가 걸식하였습니다. 그 때 그 집 부인은 밖에 나와 그릇을 씻다가 번개불빛 속에서 멀리 비구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저것은 귀신이다'고 하면서 놀라고 두려워 온몸에 털이 곤두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치는 바람에 뱃속의 아기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귀신입니다. 당신은 귀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인을 보고 말했습니다.

'부인이여, 나는 귀신이 아닙니다. 나는 사문으로서 지금 걸식하러 왔습니다.'

그 때 부인은 그 비구를 지극히 매섭고 모질게 꾸짖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문을 일찍 죽게 하소서. 이 사문의 부모도 일찍 죽게 하소서. 이 사문의 종족은 모두 없어지게 하소서. 이 사문으로 하여금 배가 터지게 하소서. 이 까까중이 스스로 검은 옷을 두르고는 자식을 없애고 종자까지 끊는구나. 너는 차라리 예리한 칼로 네 배를 가를지언정 때 아닌 때[非時]인 밤중에 걸식하지는 말라. 아, 이 사문이 내 아기를 떨어뜨렸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그 일을 기억하고 곧 기쁨을 느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때문에 기쁨이 온몸에 가득 차고,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써 기쁘고 고요하며 즐거운 선정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선정이 온몸에 가득 참으로 말미암아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가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세존이시여, 저는 부족함 없이 안온하고 쾌락하며 기력도 여전합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오다이여, 너는 지금 저 어리석은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나는 저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너희들은 그것을 끊으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것은 사소한 일이다. 끊을 것도 못된다. 그런데 세존은 우리들에게 그것을 끊으라 하고, 선서는 우리들에게 그것을 끊으라 하신다'고 말하고, 또 '이 대사문은 음식을 소화시키지도 못한다' 하며 그들은 그것을 끊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내게 불만을 가질 뿐만 아니라, 계를 잘 보호해 지키는 다른 비구들에 대해서도 또한 불만을 가진다. 오다이여, 저 어리석은 사람은 욕심에 아주 굳고 단단하게 결박되어 갈수록 더하고 갈수록 급해지며, 그것을 끊지 못하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加樓烏陀夷經 대정장 1/741 상~하;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1437~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