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다툼과 참회ㆍ계율

계율의 시설 (4) 하루 한 끼만 먹는 계를 시설하면서 걸식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다

다르마 러브 2013. 8. 29. 06:44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 숲<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항상 하루에 한 끼를 먹으므로 몸이 가뿐하고 기력이 강성하다. 너희 비구들도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몸이 가뿐하고 기력이 강성하여 범행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밧다알리는 사뢰었다.

"저는 하루에 한 끼만을 먹을 수 없나이다. 왜 그런가 하오면 기력이 약하기 때문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시주 집에 가거든 一분만 먹고 一분은 가지고 돌아오도록 하라."

밧다알리는 사뢰었다.

"저는 그런 법을 쓸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재법(齋法)을 어기는 것을 허락하리니, 하루에 세 때를 먹으라."

밧다알리는 사뢰었다.

"저는 그 법도 행할 수 없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 때에 카알로다아인은 해가 저물어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날이 아주 어두워졌다. 카알로다아인은 차츰 어느 장자 입에 이르렀다. 그 장자의 부인은 아이를 배고 있었다. 부인은 사문이 밖에서 걸식하는 소리를 듣고 곧 손수 밥을 가지고 나와 주려 하였다. 그런데 카알로다아인은 얼굴빛이 매우 검었는데 마침 하늘에서는 곧 비가 내릴 듯 여기 저기서 번개가 쳤다. 그 때에 장자 부인은 문을 나와 사문의 몹시 검은 얼굴빛을 보고 갑자기 놀라고 두려워 '이 귀신'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아, 나는 귀신을 보았다.' 하고 부르짖었다. 그 바람에 태가 떨어지고 이어 어미도 죽고 말았다. 그 때에 카알로다아인은 이내 절에 돌아 와 근심에 잠겨 앉아 생각하고 후회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때에 슈라아바스티이에는 이런 나쁜 소문이 퍼졌다. '석종의 제자 사문은 주술을 부려 남의 아이를 떨어뜨렸다.' 그 중의 어떤 남녀들은 저이끼리 이렇게 말하였다.

'요즘의 사문들은 행동에 절도가 없고 음식에 때를 모르는데 집에 있는 속인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 때에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이 '석종의 제자 사문들은 절도를 모르고 오감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중에서 계율을 가지는 비구나 계율이 완전한 이들은 스스로 원망하고 꾸짖었다. 즉

'사실은 우리들의 행동이 아니지마는 그것은 음식에 제한이 없고 오감에 시간이 없는 까닭이니, 진실로 우리들의 잘못이다.'

그들은 서로 이끌고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 사실을 갖추어 세존께 사뢰었다. 세존께서는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카알로다아인을 불러오너라."

그 비구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카알로다아인을 오라 하였다.

때에 카알로다아인은 부처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듣고, 곧 세존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카알로다아인에게 물으셨다.

"너는 참으로 어제 저물게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자 집에 이르러 장자 부인을 낙태시켰느냐."

카알로다아인은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왜 시간을 분별하지 않고, 또 비가 오려는데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느냐. 그것은 너의 할 짓이 아니다. 또 그것은 선남자로서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음식에 탐착하는 것이다."

그 때에 카알로다아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사뢰었다.

"지금부터는 감히 다시 범하지 않겠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챤타아를 쳐서 비구들을 모두 보회 강당에 모아라."

아아난다는 부처님 분부를 받고 곧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사뢰었다.

"비구들은 모두 모였나이다. 세존께서는 때를 알아하소서."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강당으로 가시어 한복판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의 모든 부처 세존도 모두 하루에 한 끼를 자셨고 모든 성문들도 하루에 한 끼를 먹었다. 그리고 장래의 모든 부처와 그 제자들도 또 하루에 한 끼를 자실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를 행하는 요긴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하루에 한 끼를 먹어야 하느니라.

만일 하루에 한 끼를 먹게 되면 몸은 가뿐하고 마음은 열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열리면 온갖 선의 뿌리를 얻을 것이요 선의 뿌리를 얻으면 곧 삼매를 얻을 것이며 삼매를 얻으면 여실히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을 여실히 아는가. 이른바 괴로움의 진리를 여실히 알고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을 벗어나는 진리를 여실히 알 것이다.

너희들 선남자는 이미 집을 떠나 도를 배우고 세속의 여덟 가지 업을 버렸으면서 때를 알지 못한다면, 저 탐욕을 가진 사람들과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범지에게는 범지의 법이 따로 있고 외도의 법이 따로 있느니라."

이 때에 밧다알리는 사뢰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장래의 모든 부처님도 모두 하루에 한 끼를 자신다면 원컨대 세존께서도 비구들을 위하여 때를 한정하여 먹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도 그런 지혜가 있다. 그러나 다만 범하는 이가 없는 때문일 뿐이니, 반드시 눈앞에 죄가 있어야 제한을 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완전히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너희들도 하루에 한 끼를 먹어야 한다. 이제 너희들은 한낮에만 먹고 때를 지나서 먹을 수는 없다.

또 너희들은 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가 배울 걸식하는 법인가. 이른바 비구는 목숨을 지탱하는 것으로서 취지를 삼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음식을 얻었을 때에는 생각하고 먹고 탐착하는 마음이 없다. 그래서 다만 그것으로써 내 몸을 보존하며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나지 않게 하며 기력을 충족하게 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걸식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한 번 앉아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의 한 번 앉아 먹는 것인가. 일어나면 먹는 법을 범하는 것이니 다시 먹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비구의 한 번 앉아 먹는 것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음식을 얻어서 먹어야 한다. 어떤 것이 비구의 얻어서 먹는 것인가. 이른바 비구로서 이미 음식을 얻었는데 다시 무엇이 있어 그것과 같을 것인가. 먹은 뒤에 다시 얻더라도 또 그것을 먹지 않아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세 가지 옷을 입고 나무 밑이나 한적한 곳에 앉으며 한데 앉아 고행하고 누더기 옷을 입으며 무덤 사이에 머무르고 헤어진 나쁜 옷을 입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욕심이 적은 사람을 찬탄하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노니 마땅히 카아샤파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카야샤파 비구는 열 두 가지 두우타행을 스스로도 행하고 또 남을 가르쳐 그 요긴한 법을 행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분부하노니 마땅히 면왕(面王) 비구처럼 되어야 한다. 왜 그러냐 하면 면왕 비구는 나쁘고 헤어진 옷을 입고 장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이것이 나의 교훈이니 부디 생각하고 닦아 행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대정장 2/800 하~801 중 ;『한글 증일아함경』2, pp. 4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