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불교의 윤리도덕관

생명관 (4) 귀신에게 잡아먹히게 된 나우라 아기를 살리고 귀신도 교화하심.

다르마 러브 2013. 8. 29. 09:05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의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밧지[拔祗國]에는 비사(毘沙)라는 귀신이 있었다. 그는 매우 흉악하여 그 나라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수없이 죽였다. 날마다 하루에 한 사람 혹은 둘, 셋, 넷, 다섯,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나찰 따위의 온갖 귀신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 때에 밧지의 백성들은 한 곳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자.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그 때에 그 사나운 귀신 비사는 백성들의 마음을 알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희들은 끝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너희들이 날마다 한 사람씩 잡아 가지고 와서 내게 제사하면 나는 결코 너희들을 못 견디게 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밧지의 백성들은 날마다 한 사람씩 잡아 가지고 가서 그 사나운 귀신에게 제사 지냈다. 그 귀신은 그 사람을 잡아먹고는 그 해골을 다른 산에다 던져 버렸다. 그래서 그 산골에는 뼈가 가득 찼다.

그 때에 선각(先覺)이라는 장자가 거기 살고 있었다. 그는 재물과 보배가 많아 천억이나 쌓아 두었고 나귀와 노새와 낙타는 이루 다 셀 수 없었으며, 금, 은, 보배와 자거, 마노, 진주, 호박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장자에게는 나우라라는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는 못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 잠깐도 그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에 사람들은 그 약속을 따라 ‘다음 번에는 나우라 아기를 귀신에게 제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우라 부모는 아기를 목욕시키고 좋은 옷을 입히고는 그 귀신이 있는 무덤 사이로 데리고 갔다. 거기 가서는 수없이 울고 부르짖으면서 말하였다.

“여러 신(神)들과 땅신은 다 증명하소서. 우리에게는 이 외동아들이 있나이다. 원컨대 여러 신명(神明)들은 이것을 증명하소서. 스물 여덟 귀신의 왕들은 이것을 보호하여 이 액(厄)을 면하게 하소서. 네 천왕님께 귀의하나이다. 이 아이를 보호해 이 액을 면하게 하소서. 제석천왕, 범천왕에게 귀의하나이다. 원컨대 이 아이의 목숨을 구제하여 하소서. 여러 귀신과 세상을 보호하는 이께 귀의하나이다. 이 액을 면하게 하소서. 여러 여래 제자로서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과,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은 벽지불께 귀의하나이다. 이 액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이제 여래님께 귀의하나이다. 여래께서는 항복하지 않는 이를 항복 받고 건너지 못한 자를 건네주시며, 얻지 못한 자를 얻게 하고 벗어나지 못한 자를 벗어나게 하시며, 열반하지 못한 자를 열반하게 하고 구호할 이 없는 자를 구호하시며,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시고 병자에게 큰 의사가 되시나이다. 또 하늘, 용, 귀신이나 일체 사람, 마군, 하늘 마군 중에서 가장 높고 뛰어나, 아무도 따를 이가 없으며,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사람을 위해 좋은 복밭이 되어 여래보다 나은 이는 없나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굽어살피소서.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지극한 마음을 비춰 보소서.”

이 때에 나우라 부모는 곧 그 아이를 귀신에게 바치고 거기서 떠났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깨끗한 하늘 눈과 하늘 귀로 그 말을 환히 들으셨다. 나우라 보모는 한없이 울었다. 세존께서는 신통 힘으로 악귀가 사는 그 산으로 가셨다. 때에 그 악귀들은 설산 북쪽에 있는 악귀 굴에 모여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 악귀 굴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가부하고 앉으셨다. 이 때에 나우라 아기는 그 악귀 굴로 나아가다가 멀리서 악귀 굴에 계시는 여래를 보았다.

그 몸의 광명은 불꽃처럼 빛나는데 몸과 마음을 바로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얼굴은 단정하여 세상에서 뛰어났었다.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온갖 공덕을 얻었으며 모든 마군을 항복 받았으니, 이러한 온갖 덕은 이루 셀 수 없었다. 또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양과 여든 가지 특별한 모양으로 그 몸이 장엄한 것은 마치 저 수미산이 여러 산 가운데서 빼어난 것 같으며, 얼굴은 해와 달과 같고 또한 금산과 같아서 그 광명은 멀리 비치었다.

그는 이것을 보고 곧 기쁜 마음이 생겨 여래에게로 가면서 생각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저 악귀 비사가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나는 이제 저를 보고 기쁜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설사 저것이 악귀더라도 나를 마음대로 먹으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우라야, 네 생각과 같다. 나는 여래, 아라한, 다 옳게 깨달은 이로서, 너를 구제하고 저 악귀를 항복 받으려고 일부러 왔다.”

나우라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곧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즉 그 논(論)이란 보시론과 계율론과 천상에 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탐욕과 번뇌는 더러운 행이므로 집을 떠나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나우라 아기의 마음이 기뻐지고 뜻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시고 여러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법, 즉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사라짐과 괴로움의 사라지는 길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는 그 자리에서 법의 눈이 청정하게 되어, 법을 보아 법을 얻고, 온갖 법을 성취하여 받들었다. 그래서 아무 의심이 없이 여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부처님과 법과 성중에 귀의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았다.

그 때에 악귀 비사는 제 굴로 돌아오다가, 세존께서 단정히 앉아 고요히 생각하면서 움쩍도 하지 않으심을 보고 곧 성을 내어, 여래를 향해 우뢰를 울리고 벼락을 치며 혹은 칼을 비처럼 쏟았다. 그러나 그 칼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곧 웃팔라 연꽃으로 변하였다. 그 귀신은 더욱 성을 내어 산과 강물과 석벽을 비처럼 쏟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갖가지 음식을 변화하였다.(중략)

그 때에 그 악귀는 세존께 사뢰었다.

“나는 지금 매우 주렸습니다. 왜 내 밥을 빼앗습니까. 그 아이는 내가 먹을 것입니다. 사문님, 그 아이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내가 도를 이루기 전에는 보살이 되었다. 어떤 비둘기 한 마리가 내게 몸을 던져 구원을 청하였다. 나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비둘기를 죽음에서 구해 주었거늘, 하물며 여래가 된 오늘에 어찌 이 아이를 주어 네 밥이 되게 하겠느냐. 너는 지금 악귀로써 어떤 신력을 부리더라도 나는 결코 이 아이를 너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떠냐, 너는 일찍 가섭 부처님 때에 사문이 되어 범행을 닦아 가졌다가 뒤에 계율을 범하여 지금 그 악귀로 태어났느니라.”

그 때에 악귀는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과거에 지은 온갖 악행을 되살려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악귀는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미련하여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하고, 여래께 그런 마음을 내었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 참회를 받아 주소서.”

이와 같이 세 번 네 번 되풀이하였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의 허물을 용서한다. 다시는 범하지 말라.”

세존께서는 악귀 비사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어 기뻐하게 하셨다.

대정장 2/615 중~617 상 ; 『한글 증일아함경』1, pp. 264~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