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젊은 바라문 빈기가(賓耆迦)가 부처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찾아가 부처님을 마주 대하고 서서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성을 내며 꾸짖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젊은 빈기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느 좋은 날에 너는 너의 종친(宗親)과 권속(眷屬)들을 모을 수 있겠느냐?"
빈기(賓耆)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빈기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너의 종친들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빈기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도로 제 것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빈기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와 같다. 여래의 면전에서 추악하고 착하지 않은 말로 욕하고 꾸짖었다. 내가 끝내 받아 주지 않는다면 그 꾸짖음이 누구에게로 돌아가겠느냐?"
빈기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그가 비록 받지 않더라도 또다시 준다면 곧 준 것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빈기에게 말씀드렸다.
"그와 같은 것은 서로 준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어떻게 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빈기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어떤 것을 다시 주었다고 하고, 어떤 것을 주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하며, 어떤 것을 준 것이 아니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빈기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꾸짖으면 꾸짖음으로써 갚고, 성내면 성냄으로써 갚으며, 때리면 때림으로써 갚고, 싸우면 싸움으로써 갚는다면, 그것은 준 것이 되고 또한 받은 것이 된다.
빈기가야, 혹 꾸짖어도 꾸짖음으로써 갚지 않고, 성내어도 성냄으로써 갚지 않으며, 때려도 때림으로써 갚지 않고, 싸워도 싸움으로써 갚지 않는다면 그것은 준 것도 아니요, 받은 것도 아니라고 하리라."
빈기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오래도록 엄숙하게 도를 닦은 옛날 바라문 장로(長老)들의 말씀에 따르면 '여래․응공․등정각은 면전에서 욕하고 성내며 꾸짖어도 성내지 않는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구담께서는 성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을 설하셨다.
성낼 마음 없는데 무슨 성냄이 있으랴.
바른 생활로 성냄을 항복 받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해탈하였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이 없느니라.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는 사람
그는 바로 나쁜 사람이니라.
성냄으로써 성냄을 갚지 않으면
항복 받기 어려운 적을 항복 받으리.
성내지 않는 것은 성내는 것을 이기고
……(이 다음 세 게송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그 때 젊은 빈기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참회합니다. 세존이시여, 너무나도 어리석고 어리석어서 분별하지 못하고 착하지도 못해서 구담(瞿曇)을 면전에서 꾸짖고 욕하였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賓耆迦經 대정장 2/307 상~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33~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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