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비구나 비구니가 눈과 빛깔을 인연하여 인식이 생겨서는 욕망을 가지거나 탐하거나 친근히 하거나 사모하거나 혹은 확고히 집착하는 마음이 생기거든, 그런 여러 가지 마음을 잘 막고 단속하라.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다 두려운 길로서 장애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그런 것들은 나쁜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이요, 착한 사람들은 의지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막고 단속해야 한다.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니라.
비유하면 농부가 좋은 밭에 모종을 심었어도 밭을 지키는 사람이 게으르고 방일하면 외양간의 소가 나와 그것을 다 뜯어먹고 마는 것처럼, 어리석은 범부가 여섯 가지 촉입처(觸入處)에서 방일하게 구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만일 좋은 밭에 모종을 심었을 때 그 밭을 지키는 사람이 방일(放逸)하지 않으면 외양간의 소가 사납게 날뛰지도 못하고, 설령 밭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 소를 몰아낼 것이다. 이른바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다섯 가지 욕망의 향락에 대해서 그 마음과 뜻과 의식을 스스로 잘 거두어 단속하고 마음을 다해 소멸한다.
만일 좋은 밭에 모종을 심었을 때, 그 밭을 지키는 사람이 스스로 방일하지 않아서 외양간의 소가 밭 경계에 들어왔더라도 왼손으로는 코뚜레를 잡아끌고 오른손으로 막대기를 들고 온 몸을 때리며 밭에서 몰아낸다면 비구들아,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 소가 고통을 겪은 뒤에도 마을에서 집으로 집에서 마을로 가는 도중에 다시 예전처럼 그 밭의 모종을 뜯어먹겠느냐?"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전에 밭에 들어갔다가 매를 맞아 고통받은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비구들아,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는 마음이나 뜻이나 의식이 6촉입처에 대해 몹시 싫어하여 여읠 마음을 내고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여 안으로 마음을 편안히 머물고 잘 제어해서 한마음이 되게 하느니라.
과거 세상에 어떤 왕은 일찍이 없었던 거문고 타는 좋은 소리를 듣고 몹시 사랑하고 즐거워하면서 거기에 빠지고 집착한 끝에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다.
'저것이 무슨 소리인가? 매우 사랑스럽고 즐거워할 만하구나!'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저 소리는 거문고를 타는 소리입니다.'
왕이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저 소리를 가져오너라.'
대신들은 명령을 받고 곧 가서 거문고를 가지고 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것이 거문고라는 악기인데 여기에서 좋은 소리가 나옵니다.'
왕이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거문고가 필요 없다. 아까 듣던 그 사랑스럽고 즐거워할 만한 소리를 가지고 오라.'
대신들이 대답하였다.
'이 거문고에는 여러 가지 기구가 있습니다. 즉 자루도 있고 몸통도 있으며, 여(麗)도 있고 줄도 있고 가죽도 있어서, 기술이 있는 사람이 이것을 탈 때에는 여러 가지 기구의 인연을 얻어서 비로소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기구를 얻지 못하고서는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아까 들으신 소리는 이미 지나가 버린 지 오래 되어 이미 사라져 없어졌기 때문에 가지고 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대왕이 이렇게 말하였다.
'아! 이렇게 허망한 물건을 어디에 쓸 것인가! 세상의 거문고란 다 허망한 물건이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을 빠지게 하고 집착하게 하는구나! 너희들은 이것을 가지고 가서 조각조각 부수어 시방에 버려라.'
대신들은 명령을 받고 백 조각으로 부수어 여러 곳에 버렸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저 색(色)․수(受)․상(想)․사(思)․욕(欲) 등 이 모든 법은 덧없는 것이요 함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음이 이를 인연해 생겨서는 곧 '이것은 나요, 내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그것들은 언젠가는 다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평등하고 바른 지혜로 사실 그대로를 관찰해야 하느니라."
琴經 대정장 2/312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64~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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