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존자 선각(善覺)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다음 정사(精舍)로 돌아와 가사와 발우를 챙겨두고 발을 씻은 뒤에, 니사단(尼師壇)을 오른 어깨에 걸치고 숲 속에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서 낮 선정을 닦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바른 법과 율(律)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도를 배우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큰 스승이신 여래(如來)․등정각(等正覺)을 만나다니.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범행(梵行)하고 계를 지키며 덕망을 갖춘 어질고 착하고 진실한 대중들 가운데 있게 되다니. 나는 이제 현재 세상에서도 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고 착할 것이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곳에 선각이라는 성문(聲聞) 제자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져들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커다란 몸집을 지닌 힘센 장정으로 변화하니, 보는 사람들마다 두려워하였다. 그의 힘은 대지(大地)를 뒤엎고 흔들어댈 만하였다.
그가 선각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가자, 선각 비구는 멀리서 몸집이 거대하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움이 생겨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몸집이 거대하고 억세고 용맹스러워 보이는 장정이 나타났는데 그 힘은 땅을 뒤흔들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보고 두려움이 생겨 마음이 놀라 털이 곤두섰습니다.
부처님께서 선각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본래 몸집이 큰 장정이 아니다. 그는 악마 파순인데 너를 교란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너는 그만 돌아가서 그 나무 아래에서 아까 닦던 삼매를 닦아 그 악마를 뒤흔들어라. 그렇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존자 선각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석주라는 석씨의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고 정사에 돌아와 생각하였다.…… (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서도 어질 것이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석씨의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그의 제자 선각은,……(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어질고 착하게 목숨을 마칠 것이요, 후세에도 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를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용맹스럽고 억세고 힘이 땅을 흔들어댈 만큼 큰 몸집을 가진 장부로 변화하였다.
선각 비구는 멀리서 그를 보고 곧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바른 믿음 가지고 집 아닌 데로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우고 있다.
부처님이란 값 매길 수 없는 보배에
바른 생각으로 마음 매어 머문다.
변화하여 나타난 너의 형상을 따라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너는 곧 변신한 허깨비임을 나는 아나니
너는 여기에서 곧 썩 사라지거라.
그러자 악마 파순은 '이 사문이 벌써 내 마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마음 속에 근심 걱정을 품은 채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時。有尊者善覺。晨朝着衣持缽。入石主釋氏聚落乞食。食已。還精舍。擧衣缽。洗足已。持尼師壇。置右肩上。入林中。坐一樹下。修晝正受。作是念。我得善利。於正法.律出家學道。我得善利。遭遇大師如來.等正覺。我得善利。得在梵行.持戒.備德.賢善眞實衆中。我今當得賢善命終。於當來世亦當賢善。時。魔波旬作是念。今沙門瞿曇往石主釋氏聚落。有聲聞弟子名曰善覺。着衣持缽。如上廣說。乃至賢善命終。後世亦賢。我今當往。爲作留難。化作大身。盛壯多力。見者怖畏。謂其力能翻發動大地。至善覺比丘所。善覺比丘遙見大身勇盛壯士。卽生恐怖。從坐起。詣佛所。稽首禮足。退住一面。白佛言。世尊。我今晨朝着衣持缽。廣說如上。乃至賢善命終。後世亦賢。見有大身士夫。勇壯熾盛。力能動地。見生恐怖。心驚毛豎。佛告善覺。此非大身士夫。是魔波旬欲作嬈亂。汝且還去。依彼樹下。修前三昧。動作彼魔。因斯脫苦。時。尊者善覺卽還本處。至於晨朝。着衣持缽。入石主釋氏聚落乞食。食已。還精舍。如上廣說。乃至賢善命終。後世亦賢。時。魔波旬復作是念。此沙門瞿曇住於釋氏。有弟子名曰善覺。如上廣說。乃至賢善命終。後世亦賢。我今當往。爲作留難。復化作大身。勇壯熾盛。力能發地。往住其前。善覺比丘復遙見之。卽說偈言 我正信非家 而出家學道 於佛無價寶 正念繫心住 隨汝變形色 我心不傾動覺汝爲幻化 便可從此滅 時。魔波旬作是念。是沙門已知我心。內懷憂慼。卽沒不現 (先覺經 대정장 2/289 중~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3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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