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구들이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존자여, 6촉입처(觸入處)와 그것들의 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비구여, 이와 같이 알고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그 비구들이 정확하게 말해 주는 것을 듣고도 그는 마음에 차지 않아 다시 다른 비구들의 처소로 찾아가서 그곳 비구들에게 물었다.
"여러 높으신 비구들이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그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여섯 가지 경계[界]와 그것들의 소멸․맛들임․재앙․벗어남 등을 사실 그대로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비구여, 이와 같이 알고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비구는 그들이 정확하게 해주는 말을 듣고도 역시 마음에 차지 않아 다시 다른 비구의 처소로 찾아가서 그곳 비구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비구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지겠습니까?"
그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5수음(受陰)은 질병과 같고 종기와 같은 것이며, 가시와 같고 살생과 같은 것이며, 덧없는 것이고 괴로운 것이며, 빈 것이고 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하십시오. 그렇게 알고 그렇게 보면 소견이 청정해질 것입니다."
그 비구는 비구들이 확실하게 해주는 말을 듣고도 또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혼자 고요히 생각하였습니다.
'비구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질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비구들이 있는 곳마다 찾아갔습니다.……(세 곳에서 말한 내용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었다.)……저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차지 않아 이렇게 세존을 찾아와서 그 이치를 세존께 여쭈옵니다. 비구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소견이 청정해집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긴수(緊獸)를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어떤 사람이 긴수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긴수를 아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떠한가?'
그가 대답하였다.
'그 빛깔은 새까만 것이 마치 불에 탄 기둥 같다.'
그 사람이 그것을 보았을 때 마치 불에 탄 기둥 같은 검은 빛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때 그 사람은 긴수의 새까만 빛깔이 마치 불에 탄 기둥 같았다는 말을 듣고도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고, 다시 긴수를 본 일이 있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긴수를 알고 있는가?'
그가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떠한가?'
긴수를 본 일이 있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붉은 빛깔로 핀 그 꽃의 모양이 마치 살덩어리 같았다.'
그 사람이 보았을 때 긴수는 꽃을 피웠었고, 그 모양은 마치 살덩어리 같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그의 말을 듣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긴수를 본 적이 있다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대는 긴수를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떻던가?'
대답하였다.
'아래로 죽죽 늘어진 모습이 마치 시리사(尸利沙)열매와 같았다.'
그는 그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긴수를 잘 안다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너는 긴수를 아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안다.'
다시 물었다.
'그 모양이 어떻던가?'
그는 대답하였다.
'그 잎사귀는 푸르고 반들반들하며 길이가 길고 너비가 넓은 것이 마치 니구루타(尼拘婁陀) 나무와 같았다.'
그 사람은 긴수에 대한 것을 물어 들을 때마다 만족스러워하지 못하고 다시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긴수를 본 여러 사람들은 그때마다 자신들이 보고 느낀 그대로 대답하였다. 그래서 대답이 똑같지 않았던 것이니라.
그와 같이 비구들이 만일 혼자 조용한 곳에서 전념하여 사유(思惟)하면서 방일하게 생활하지 않고 머무르면, 그 사유하는 방법으로 인해 온갖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제 자신이 본 그대로 분명하게 말한다. 너는 이제 다시 들어라.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해주면 잘 이해하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변방에 있는 국왕이 성벽을 잘 쌓았는데, 그 문 아래는 견고하기 그지없고 얽혀있는 길들은 편편하다. 네 성문에는 네 명의 성문지기를 두었는데, 그들은 다 총명하여 드나드는 사람에 대하여 낱낱이 다 알았다. 그 성안의 네거리에는 평상을 펴놓고 성주가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만일 동방에서 사자가 찾아와 성문지기에게, 성주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곧, 성주는 성안 네거리의 평상 위에 앉아 있다고 대답한다. 그 사자는 그 말을 듣고 성주에게 나아가 명령을 받고 길을 돌려 돌아간다.
남․서․북방으로부터 멀리서 찾아오는 사신들도 문지기에게, 성주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그는 성 안 네거리에 있다고 대답한다. 사자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성주에게 나아가 명령을 받아 가지고 각각 제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비유를 들어 말하였는데, 이제 그 뜻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겠다. 여기에서 성이란, 사람 몸의 추한 색(色)을 비유한 것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독사로 비유한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성을 잘 쌓는다고 한 것은 바른 소견을 말한 것이요, 얽혀 있는 길이 편편하다고 한 것은 6내입처(內入處)를 말한 것이다. 네 문이라고 한 것은 4식주(識住)를 비유한 것이요, 네 문지기라고 한 것은 4념처(念處)를 비유한 것이다. 성주라고 한 것은 의식이 받아들이는 것이 쌓인 것을 말한 것이요, 사자라고 한 것은 바른 관찰을 말한 것이다. 참된 말이라고 한 것은 네 가지 진리를 말한 것이요, 길을 되돌아간다고 한 것은, 8성도(聖道)를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위해 해야할 일을 나는 이미 마쳤다. 너를 가엾이 여겼기 때문이다.……(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독사로 비유한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그 때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전념으로 사유하며 방일하게 생활하지 않았고……(내지)……더욱 범행을 닦아,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 아라한이 되었다.
緊獸喩經 대정장 2/315 중~316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79~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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