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아비사(阿毘?)의 항수(恒水 : 갠지스강) 가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듣고 나서 혼자 고요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유(思惟)하며 방일하게 지내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족성자(族姓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바른 믿음으로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범행을 닦아 점점 위로 나아가고 법을 보고 스스로 증득한 한 줄을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후세에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항수를 관찰하시다가, 항수 가운데 큰 나무 하나가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항수 가운데 떠내려가는 큰 나무가 보이느냐?"
비구는 아뢰었다.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저 큰 나무가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물밑에 가라앉지도 않고, 섬에 걸리지도 않으며, 소용돌이치는 물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사람이 건져 가지도 않으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가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장차 강을 따라 흘러 아무 탈 없이 큰 바다까지 흘러 들어갈 수 있겠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도 또한 그와 같다.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닿지 않으며, 물밑에 가라앉지도 않고 섬에 걸리지도 않으며,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지도 않고, 사람이 가져가지도 않으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가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는다면, 순조롭게 전진해 나아가고 열반으로 흘러들게 될 것이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쪽 언덕이란 무엇을 뜻하며, 저쪽 언덕이란 무엇을 뜻하며, 가라앉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섬은 또 무엇을 뜻하며, 소용돌이치는 물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사람 아닌 것이 가져간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썩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법을 듣고 나서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오로지 정진하고 사유하며 방일하게 머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이라고 한 것은 6내입처(內入處)를 말한 것이고, 저쪽 언덕이라고 한 것은 6외입처(外入處)를 말한 것이다. 사람이 가지고 간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속세에 사는 이나 출가한 이를 가까이하여 기뻐하기도 하고 근심하기도 하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이런 저런 일들에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함께 하면, 이것을 사람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아닌 것이 가지고 간다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범행(梵行) 닦기를 원하면서 '나는 지금 계율을 지키고 고행을 행하며, 온갖 범행을 닦아 미래에는 좋은 것만 있는 곳에 태어나리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좋은 것만 있는 곳이란 천상(天上)을 말한다. 이것을 사람 아닌 것이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용돌이치는 물이라고 한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계율을 깨뜨리고 속세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 것이고, 썩는다고 한 것은 계율을 범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행하여 부패(腐敗)하고 들어 아는 것이 적어서 마치 강아지풀이나 피나 패성(貝聲)과 같아,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인 체하고, 범행을 행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범행을 행하는 사람인 체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아, 이것을 이쪽 언덕에도 닿지 않고, 열반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 것이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리고는 그 때 그 비구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수류대수경(水流大樹經)의 가르침을 생각하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流樹經 대정장 2/314 하~315 상;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776~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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