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는 기사굴산에서 항상 부지런히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고 익히고 있었다.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홀로 고요히 선정에 들어 사색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정근하는 성문(聲聞)들 중에 나도 그 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모든 번뇌를 다 끊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族姓)의 아들로서 재물과 보배가 풍족하다. 지금 차라리 집에 돌아가 5욕(欲)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나 행하여 복이나 짓자.'
그 때 세존께서는 이십억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어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십억이에게 가서 '세존께서 너를 부르신다'고 알려주어라."
그 비구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이십억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십니다."
이십억이는 스승님의 명령이라는 그 비구의 말을 듣고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서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정말 홀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색하다가 '부지런히 공부하는 세존의 성문(聲聞)들 가운데 나도 그 수에 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번뇌를 다 끊고 해탈을 얻지 못하였다. 나는 유명한 족성의 아들이고, 게다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나는 차라리 속세로 돌아가 5욕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널리 보시나 하여 복이나 짓자'라고 생각하였느냐?"
이 때 이십억이는 '세존께서 이미 내 마음을 아시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놀랍고 두려워 털이 곤두섰다. 그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진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마음대로 내게 대답하여라. 이십억이야, 너는 속세에 있을 때 거문고를 잘 탔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거문고를 탈 때에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조이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더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었다.
"어떤가? 만일 거문고 줄을 느슨하게 매면 과연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더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또 물었다.
"어떤가? 거문고 줄을 고르게 하여 너무 늦추지도 않고 조이지도 않으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내더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십억이에게 말씀하셨다.
"정진이 너무 조급하면 그 들뜸[掉悔]만 늘어나고, 정진이 너무 느슨하면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그러므로 너는 마땅히 평등하게 닦고 익히고 거두어 받아,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며 모양을 취하지도 말라."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따라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이 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거문고 타는 비유를 항상 생각하면서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홀로 고요한 곳에서 선정에 들어 사색하였다. 그리하여 번뇌가 다 끊어지고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해탈한 기쁨과 즐거움을 깨닫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꼭 세존을 찾아뵙고 문안을 드리리라.'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법 안에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모든 번뇌[漏]가 다 끊어졌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제 자신의 이익을 얻었으며, 모든 존재[有]의 결박을 다 풀었고 바른 지혜로 마음이 해탈하였습니다. 그 때 여섯 가지에서 해탈하였으니, 어떤 것이 그 여섯 가지인가? 즉 탐욕을 여읜 해탈[離欲解脫]․성냄을 여읜 해탈[離?解脫]․멀리 여읜 해탈[遠離解脫]․애욕이 다한 해탈[愛盡解脫]․모든 집착으로부터의 해탈[諸取解脫]․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해탈[心不忘念解脫]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조그마한 신심(信心)을 의지하여 '탐욕을 여의고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탐욕을 여읜 해탈이라고 합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계율을 조금 지키는 것에 의지하여 '나는 성냄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한 해탈이라고 합니다.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익을 멀리 여의기를 닦아 익힌 것을 의지하여 '멀리 여의어서 해탈하였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또한 적절하지 않습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진실로 멀리 여읜 해탈이라고 합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다한 것을 애욕을 여읜 것이라고 하고, 또한 집착을 여읜 것이라고 하며, 또한 기억을 잊어버림에서 떠난 해탈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든 만일 아라한이 되지 못하여 모든 번뇌를 다 끊지 못했다면, 이 여섯 가지에서 해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배우는 위치에 있어서 아직 증상(增上)한 즐거움의 열반(涅槃)을 얻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익히고 향하는 마음에 머무른다면, 그 때 그는 배우는 자의 계[學戒]를 성취하고 배우는 자의 근[學根]을 성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뒷날에는 반드시 번뇌가 다 없어져 마음이 해탈하며, ………… 나아가 후세(後世)의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알 것입니다. 그 때를 당하여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계[無學戒]를 얻고,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근[無學根]을 모두 얻을 것입니다.
비유하면 어리석고 작은 어린아이가 반듯이 누워지낼 때에는 어린아이의 모든 감각기관[根]을 성취하였고, 그가 뒷날에 점점 자라 모든 감각기관이 성취되면 그 때에는 어른의 모든 감각기관을 성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배우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직 왕성한 안락은 얻지 못하였지만,………… 나아가 배울 것이 없는 자의 계와 배울 것이 없는 자의 모든 감관을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혹 눈으로 항상 빛깔을 분별하더라도 끝내 마음이 해탈(解脫)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解脫)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이 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에서부터 나아가 무상함까지 다 관찰합니다. 귀로 소리를 분별하고, 코로 냄새를 분별하며, 혀로 맛을 분별하고, 몸으로 감촉을 분별하며, 뜻으로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을 관찰합니다.
비유하면 마을 가까이에 큰 돌산이 있는데, 끊기지도 않았고 부서지지도 않았으며 뚫리지도 않아 한결같이 두텁고 조밀하다면 설사 4방에서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움직일 수 없고, 뚫고 지나갈 수 없는 경우와 같습니다. 저 배울 것이 없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눈으로 항상 빛깔을 분별하고, ……(내지) …… 뜻으로 항상 법을 분별하더라도 마음이 해탈하는 것과 지혜로 해탈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뜻이 굳게 머물기 때문이니, 안으로 한량없는 좋은 해탈을 닦고 생기고 사라짐을 관찰합니다."
그 때 이십억이가 거듭 게송으로 말하였다.
탐욕을 여의어 마음이 해탈하고
성냄이 없는 해탈도 또한 그러하네.
멀리 떠나 마음이 해탈하고
탐욕과 사랑도 영원히 남음 없네.
모든 집착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또 마음에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입처(入處)의 생기는 곳 환히 알아
그것에 대해 마음이 해탈하였네.
저 마음이 해탈한 사람
그 비구는 뜻이 쉬고 그치며
해야 할 모든 일 이미 마쳐
다시는 할 일을 만들지 않네.
마치 저 큰 돌산은
4방에서 부는 바람이 움직이지 못하듯이
빛깔․소리․냄새․맛․감촉과
또 법의 좋고 나쁨을
여섯 감관이 항상 대하더라도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나니
마음은 언제나 굳게 머물러
법의 생기고 사라짐을 환히 관찰하네.
존자 이십억이가 이 법을 말하였을 때 스승은 마음으로 기뻐하셨고, 많이 들어 아는 모든 범행자들도 존자 이십억이의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존자 이십억이가 떠나가고 그리 오래지 않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음이 잘 해탈한 사람은 마땅히 이와 같이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저 이십억이가 지혜로써 분명히 말하며, 제 자신을 추켜세우지도 않고 또한 남을 낮추지도 않으며, 바르게 그 이치를 말하듯이 마땅히 이 사람처럼 분명하게 말해야 하느니라. 그것은 증상만을 가진 자가 그 이치도 얻지 못했으면서 스스로 사람을 초월한 법을 얻었다고 자랑하여 스스로 손해 보는 것과는 같지 않느니라."
(二十億耳經 대정장 2/62 중~63 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340~345.) 如是我聞。一時。佛住王舍城迦蘭陀竹園。爾時。尊者二十億耳住耆闍崛山。常精勤修習菩提分法。時。尊者二十億耳獨靜禪思。而作是念。於世尊弟子精勤聲聞中。我在其數。然我今日未盡諸漏。我是名族姓子。多饒財寶。我今寧可還受五欲。廣行施作福。爾時。世尊知二十億耳心之所念。告一比丘。汝等今往二十億耳所。告言。世尊呼汝。是一比丘受佛敎已。往詣二十億耳所。語言。世尊呼汝。二十億耳聞彼比丘稱大師命。卽詣世尊所。稽首禮足。退住一面。爾時。世尊告二十億耳。汝實獨靜禪思作是念。世尊精勤修學聲聞中。我在其數。而今未得漏盡解脫。我是名族姓子。又多錢財。我寧可還俗。受五欲樂。廣施作福耶。時。二十億耳作是念。世尊已知我心。驚怖毛豎。白佛言。實爾。世尊。佛告二十億耳。我今問汝。隨意答我。二十億耳。汝在俗時。善彈琴不。答言。如是。世尊。復問。於意云何。汝彈琴時。若急其絃。得作微妙和雅音不。答言。不也。世尊。復問。云何。若緩其絃。寧發微妙和雅音不。答言。不也。世尊。復問。云何善調琴絃。不緩不急。然後發妙和雅音不。答言。如是。世尊。佛告二十億耳。精進太急。增其掉悔。精進太緩。令人懈怠。是故汝當平等修習攝受。莫着.莫放逸.莫取相 時。尊者二十億耳聞佛所說。歡喜隨喜。作禮而去時。尊者二十億耳常念世尊說彈琴譬。獨靜禪思。如上所說。乃至漏盡心得解脫。成阿羅漢。爾時。尊者二十億耳得阿羅漢。內覺解脫喜樂。作是念。我今應往問訊世尊。爾時。尊者二十億耳往詣佛所。稽首禮足。退坐一面。白佛言。世尊。於世尊法中得阿羅漢。盡諸有漏。所作已作。捨離重擔。逮得己利。盡諸有結。正智心解脫。當於爾時解脫六處。云何爲六。離欲解脫.離恚解脫.遠離解脫.愛盡解脫.諸取解脫.心不忘念解脫。世尊。若有依少信心而言離欲解脫。此非所應。貪.恚.癡盡。是名眞實離欲解脫。若復有人依少持戒而言我得離恚解脫。此亦不應。貪.恚.癡盡。是名眞實解脫。若復有人依於修習利養遠離而言遠離解脫。是亦不應。貪.恚.癡盡。是眞實遠離解脫。貪.恚.癡盡。亦名離愛。亦名離取。亦名離忘念解脫。如是。世尊。若諸比丘未得羅漢。未盡諸漏。於此六處不得解脫。若復比丘在於學地。未得增上樂涅槃。習向心住。爾時成就學戒。成就學根。後時當得漏盡.無漏心解脫。乃至自知不受後有。當於爾時得無學戒。得無學諸根。譬如嬰童愚小仰臥。爾時成就童子諸根。彼於後時漸漸增長。諸根成就。當於爾時成就長者諸根。在學地者亦復如是。未得增上安樂。乃至成就無學戒.無學諸根。若眼常識色。終不能妨心解脫.慧解脫。意堅住故。內修無量善解脫。觀察生滅。乃至無常。耳識聲.鼻識香.舌識味.身識觸.意識法。不能妨心解脫.慧解脫。意堅住故。內修無量善解脫。觀察生滅。譬如村邑近大石山。不斷.不壞.不穿。一向厚密。假使四方風吹。不能動搖.不能穿過。彼無學者亦復如是。眼常識色。乃至意常識法。
不能妨心解脫.慧解脫。意堅住故。內修無量善解脫。觀察生滅。爾時。二十億耳重說偈言
離欲心解脫 無恚脫亦然 遠離心解脫 貪愛永無餘 諸取心解脫 及意不忘念
曉了入處生 於彼心解脫 彼心解脫者 比丘意止息 諸所作已作 更不作所作
猶如大石山 四風不能動 色聲香味觸 及法之好惡 六入處常對 不能動其心
心常住堅固 諦觀法生滅
尊者二十億耳說是法時。大師心悅。諸多聞梵行者聞尊者二十億耳所說。皆大歡喜。爾時。尊者二十億耳聞佛說法。歡喜隨喜。作禮而去 爾時。世尊知二十億耳去不久。告諸比丘。善心解脫者。應如是記說。如二十億耳以智記說。亦不自擧。亦不下他。正說其義。非如增上慢者。不得其義。而自稱歎得過人法。自取損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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