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雜阿含經) 34권
940. 초목경(草木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이 땅덩이의 풀과 나무를 다 베어 네 손가락만한 산대[籌]를 만들고, 그것으로 너희들이 과거의 오랜 동안 나고 죽음으로 돌아다니면서 의지한 부모의 수를 센다면, 산대의 수는 다하더라도 그 부모의 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노력하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1. 토환립경(土丸粒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어떠냐. 비구들이여, 이 땅덩이의 흙으로 바라(婆羅) 열매만한 환(丸)을 만들어, 너희들이 오랜 과거 동안 나고 죽음으로부터 의지한 부모의 수를 셀 때에, 흙탄자는 다하더라도 의지한 부모의 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중생들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는 수도 그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2. 안락경(安樂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중생들이 안온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여야 한다. 즉 '우리도 오랜 과거에 나고 죽음에 돌아다니면서 일찍 저런 즐거움을 맛보았고 그 갈래가 한량이 없었다'고.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고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부지런히 노력하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3. 고뇌경(苦惱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만일 중생들이 온갖 고뇌를 받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즉 '나도 과거 오랜 동안 나고 죽음에 돌아다님으로부터 일찍 저런 고통을 받아 그 수가 한량이 없었다'고.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방편을 써서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4. 공포경(恐怖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중생들이 죽음을 두려워해 벌벌 떠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즉 '우리도 과거에는 일찍 백정이나 나쁜 친구가 되어 살생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고.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5. 애념경(愛念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만일 중생들이 서로 사랑하고 즐겨하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즉 '이 중생들도 과거에는 내 부모나 형제, 처자, 친척, 권속, 스승 혹은 친구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처럼 긴 밤 동안을 나고 죽음에 돌아다니는 것은 무명에 덮이고 애욕에 목이 매이었기 때문에,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고.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노력하여 방편을 써서,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말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6. 항하경(恒河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어떤 바라문은 부처님께 나아와 공손히 문안드리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미래에는 몇 분 부처님이 계시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부처님은 간지스강 모래처럼 많을 것이다."
그 때에 바라문은 생각했다. '미래에는 간지스강 모래처럼 한량이 없는 삼약삼붓다가 계실 것이다. 나는 그 부처님을 따라 갖은 범행을 닦으리라'고.
그 때에 바라문은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바라문은 길을 가다가 생각했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에게 미래 부처님만 묻고 과거 부처님은 물어보지 않았다'고. 그는 곧 오던 길로 돌아가 세존께 다시 여쭈었다.
"어떻습니까. 고오타마시여, 과거에는 몇 분 부처님이 계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 부처님도 간지스강 모래처럼 한량이 없이 많았느니라."
바라문은 다시 생각하였다. '과거에도 간지스강 모래처럼 한량이 없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나는 일찍 가까이 친하지 않았다. 그런데 설령 미래에도 간지스강 모래처럼 한량이 없는 삼약삼붓다께서 계시더라도 가까이 하고 즐겨하지 못하지 않을까. 나는 지금부터 저 사문 고오타마 곁에서 범행을 닦으리라'고. 그는 곧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원컨대 저도 집을 나와 그 바른 법, 율 안에서 범행 닦기를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가 집을 나와 우리 바른 법, 율 안에서 범행을 닦고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 때에 바라문은 집을 나와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혼자 고요한 곳에서 <착한 남자가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까닭>을 생각하고 내지, 아라한이 되었다.
947. 누골경(累骨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베풀라[毘富羅] 산에 계시면서 여러 들에게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 한 겁(劫)동안에 나고 죽음에 돌아다닐 때, 만일 그 쌓인 해골이 썩지 않는다면 저 베풀라 산과 같을 것이다.
만일 많이 들은 성인의 제자로서 이것은 괴로움의 진리라고 참다이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쌓임의 진리, 괴로움이 사라지는 진리, 괴로움이 사라지는 길의 진리라고 참다이 알면, 그는 그렇게 알고 보아, 몸에 대한 삿된 소견, 삿된 계율에의 집착, 그리고 의심의, 이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스로오타아판나를 얻어 나쁜 갈래의 법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삼보리로 바로 향해 일곱 번 천상, 인간에 태어난 뒤에는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 한 겁 동안에
그 몸의 뼈를 쌓아 모을 때
언제나 쌓아 두어 썩지 않으면
그것은 저 베풀라 산과 같으리.
만일 저 성인의 제자로서
바른 지혜로 진리를 보아
'이것은 괴로움, 괴로움의 인(因)
괴로움을 떠나는 열반을 얻는다'고.
여덟 가지 거룩한 길을 닦으며
저 반열반으로 바로 향하여
천상, 인간에 오고가면서
일곱 번 거기에 태어난 뒤에는
일체의 결박을 완전히 끊고
마침내 괴로움을 벗어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8. 성경(城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느니라."
때에 어떤 비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예배한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한 겁(劫로)은 얼마나 장구(長久)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에게 설명할 수 있지마는 너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비유로서 말씀하실 수 있겠나이까."
"설명할 수 있다. 비유하면 쇠로 된 성(城)의 四방은 한 요오자나[由旬]요, 높이와 아래도 또한 그렇다. 그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워두고, 어떤 사람이 백 년에 한 알씩 집어내어 그 겨자씨는 다하더라도 한 겁은 끝나지 않는 것과 같다. 비구여, 그 겁이란 이처럼 장구한 것이다. 이처럼 장구한 한 겁이 백 천 만 억 겁이 되도록 큰 괴로움은 계속하여, 해골은 산을 이루고 고름 피는 바다를 이루는 지옥, 축생, 아귀의 나쁜 세계가 있는 것이다. 비구여, 이것이 이른바,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49. 산경(山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느니라."
때에 어떤 비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한 겁은 얼마나 장구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너에게 설명할 수 있으나 너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비유로써 말씀하실 수 있겠나이까."
"설명할 수 있다. 비구여, 깨어지거나 무너지지 않은 큰 돌산의 四방은 한 요오자나인데, 어떤 사람이 카아시[迦尸]에서 나는 무명으로 백 년에 한 번씩 그것을 스쳐 쉬지 않을 때, 돌산은 마침내 다 닳더라도 한 겁은 끝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처럼 장구한 한 겁이 백 천 만 억 겁이 되도록 온갖 괴로움을 받느니라. 내지,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0. 과거경(過去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느니라."
때에 어떤 비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과거에는 몇 겁이나 있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다 설명할 수 있지마는 너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비유로써 말씀하실 수 있겠나이까."
"설명할 수 있다. 비유하면 비구여, 어떤 사람의 수명이 백 년인데, 아침에 三백 천 겁을 생각하고, 낮에 三백 천 겁, 저녁에 三백 천 겁을 생각한다. 이렇게 날마다 겁수를 생각하여 백 년의 목숨을 다 마치어도 그 겁 수의 끝을 생각할 수가 없는 것과 같다. 비구여, 이와 같이 과거의 겁 수는 한량이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과거 한량이 없는 겁 수의 긴 밤 동안에 괴로움을 받으면서, 뼈는 쌓여 산을 이루고 피는 흘러 강이 되며 내지, 지옥, 축생, 아귀의 나쁜 세계가 있다. 비구여, 이와 같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1. 무유일처경(無有一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느 한 곳에서도 일찍 나지 않고 죽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오랜 과거로부터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에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2. 무불일처경(無不一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일찍 부모나 형제, 처자, 권속, 친척 및 스승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3. 대우체포경(大雨 泡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유하면 큰비가 쏟아질 때에 물방울 하나하나가 생겼다 꺼지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중생들은 무명에 덮이고 애욕에 목이 매이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났다죽었다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4. 대우홍수경(大雨洪澍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유하면 온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질 때에는 동, 서, 남, 북에 끊어지는 곳이 없는 것처럼, 동, 서, 남, 북의 한량이 없는 나라의 겁이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도 온 하늘에서 큰비가 쏟아져 끊어지는 곳이 없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느니라.
또 비유하면 막대기를 공중에 던지면 혹은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혹은 꼬리나 혹은 중간이 땅에 부딪는 것처럼,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혹은 지옥에 떨어지거나 혹은 축생이나 아귀에 떨어진다. 이와 같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5. 오절륜경(五節輪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한다. 비유하면 어떤 장정이 다섯 마디 바퀴를 항상 굴려 쉬지 않는 것처럼, 중생들은 다섯 갈래 바퀴를 굴려, 지옥이나 축생, 아귀, 사람 및 하늘 갈래에 떨어지면서 항상 굴러 쉬지 않는다. 이와 같이 처음이 없는 나고 죽음의 긴 밤을 돌아다니면서 괴로움의 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를 끊어 더욱 많아지게 하지 않도록 공부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6. 비부라경(毘富羅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베풀라 산 곁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현상은 덧없고 한결같지 않으며, 편안하지 않고,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비구들이여, 일체 현상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즐거운 해탈을 구하여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과거에 이 베푸라산을 장죽산(長竹山)이라 하였다. 이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고을 이름은 키바라아[低彌羅]읍이라 하였으며, 이 티바라아 사람들의 수명은 四만 세였었다. 그들은 이 산 꼭대기까지 나흘이면 오갈 수 있었다. 그 때의 부처님 이름은 <카쿠산다여래[迦羅孫提如來],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다루기 장부, 하늘과 사람 스승, 부처, 세존>이라 하였다. 그 분이 세상에 나와 설법하여 교화하시면,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고, 뜻도 좋으며 맛도 좋고, 순수하고 원만하고 범행이 깨끗하여, 드러내고 나타내 보이었다. 그러나 그 장죽산 이름도 지금은 사라졌고, 티바라아읍 사람들도 다 죽었으며, 그 부처님도 이미 반열반하시었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일체의 현상은 다 덧없고 한결같지 않으며, 편안하지 않고, 변하고 바뀌는 법이니, 그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닦고, 욕심을 떠나 해탈하여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과거에는 이 베푸라산을 반카카[朋迦]라 하였다. 이 주위에는 사람들이 살았는데, 그 고을 이름은 아비가[阿毘迦]읍이라 하였으며, 그 사람들의 수명은 三만 세였었다. 그들은 이 산 꼭대기까지 사흘이면 오갈 수 있었다. 그 때의 부처님 이름은 <코나아가마나무니[拘那含牟尼如來], 다 옳게 깨달은 이, 지혜와 행을 갖춘 이, 잘 간 이, 세상 아는 이, 위없는 선비, 다루기 장부, 하늘과 사람 스승, 부처, 세존>이라 하였다. 그 분이 세상에 나와 경법을 연설하시면, 처음도 중간도 마지막도 좋으며, 뜻도 좋고 맛도 좋으며, 순수하고 원만하고 범행이 깨끗하여, 드러내고 나타내 보이었었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그 반카카산 이름도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고 아비가읍 사람들도 다 죽은 지 오래 되었으며, 그 부처, 세존도 반열반하시었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일체의 현상은 다 덧없고 한결같지 않으며, 편안하지 않고,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은 그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닦아 욕심을 떠나 해탈하여야 하느니라.
비구들이여, 오늘에 이 산 이름은 베풀라다. 이 산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나라 이름은 마가다[摩竭提]국이다. 사람들의 수명은 백 세인데, 그것도 잘 단속하여야 백 세를 채운다. 그들은 이 산 꼭대기를 잠깐동안 오가고 있다. 난은 지금 여기서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 내지, 부처, 세존이 되었고, 바른 법을 연설하고 교화하여 지극히 고요한 열반의 바른 길을 잘 가기를 깨달아 알게 한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이 베풀라산 이름도 장차 사라질 것이요, 마가다 사람들도 장차 죽을 것이며, 여래도 오래지 않아 반열반할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일체의 현상은 다 덧없고 한결같지 않으며, 편안하지 않고,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닦아 욕심을 떠나 해탈하여야 하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장죽한
고을 이름은 티바라아읍,
그 다음에는 반카카산
부락 이름은 아비가촌
그 다음에는 수파아사산
부락 이름은 적마읍
오늘날에는 베풀라산
나라 이름은 마가다이다.
그 산들 이름도 다 사라졌고
그 사람들도 다 죽었으며
그 여러 부처도 반열반하였거니
존재하던 것 다 없어졌네.
일체 현상은 덧없는 것으로서
그것은 모두 생멸하는 법이거니
한 번 생긴 것 다 없어지는 것을
오직 적멸(寂滅)이 즐거운 것이어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57. 신명경(身命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婆蹉)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합장하고 문안드린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일이 있사온데 혹 한가하시면 말씀해 주시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으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바차는 여쭈었다.
"어떠하나이까, 고오타마시여. 목숨이 곧 몸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숨이 곧 몸이라 한다면 그것은 말할 수 없느니라."
"그러면 고오타마시여, 목숨과 몸은 다르나이까."
"목숨과 몸이 다르다고 한다면 그것도 말할 수 없느니라."
"어떠하나이까. 고오타마시여, '목숨이 곧 몸이냐'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시고, '목숨은 몸과 다르냐'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십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어떤 비밀[奇]이 있기에 제자가 목숨을 마치면 곧 말씀하시기를 '누구는 어디서 나고 누구는 어디서 난다. 그 제자들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몸을 버리면 곧 의식[意生身]을 타고 다른 곳에서 난다'고 하시나이까. 그 때에는 목숨과 몸은 다르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다른 것이 있음을 말한 것이요, 다른 것이 없음을 말한 것이 아니니라."
"다른 것이 있음을 말한 것이요 다른 것이 없음을 말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이옵니까."
"비유하면 불은 다른 것이 있으면 타고, 다른 것이 없으면 타지 않는 것과 같느니라."
"불은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을 나는 보았나이다."
"어떻게, 불이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을 보았는가."
바차는 사뢰었다.
"이를테면, 큰 불 더미에 사나운 바람이 불어오면 불은 공중을 날읍니다. 그런 것이, 불은 다른 것이 없어도 타는 것이 아니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람이 불어 날으는 것, 그것도 다른 것이 있는 것이요 없는 것이 아니니라."
"고오타마시여, 공중에서 날으는 불을, 어떻게 다른 것이 있다고 하나이까."
"공중에서 날으는 불은 바람을 의지하기 때문에 머무르고 또 그것 때문에 타는 것이다. 바람을 의지하기 때문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바차는 사뢰었다.
"중생이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의식을 타고 다른 곳에 가서 태어나는데 어떤 다른 것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중생이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다른 곳에 날 때에는, 애욕으로 말미암아 취(取)하고, 또 그것으로 인해 머무르기 때문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하느니라."
바차는 사뢰었다.
"중생은 애욕으로써 다른 것이 있고, 집착함으로써 다른 것이 있나이다. 그러나 오직 세존께서는 다른 것이 없기 때문에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나이다. 사문 고오타마시여, 세상일이 많아 돌아가려 하나이다."
"형편대로 하라."
바차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58. 목련경(目蓮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마하아모옥갈라아나도 거기 있었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존자 마하아모옥갈라아나에게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말하였다.
"물을 일이 있는데 혹 한가하시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마음대로 물어라. 아는 것은 대답하리라."
때에 바차는 물었다.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혹 누가 와서 '여래는 후생이 있는가, 후생이 없는가. 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가'고 물으면 다 대답하는데, 사문 고오타마는 혹 누가 와서 '여래는 후생이 있는가, 후생이 없는가. 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가'고 물어도 말하지 않으시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모옥갈라아나는 대답하였다.
"바차여,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육체와 육체의 쌓임, 사라짐, 맛,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기를 참다이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래는 후생이 있다'고 하면 곧 거기에 집착하고, '여래는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하면 곧 거기에 집착한다. 또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도, 그것들과 그것들의 쌓임, 사라짐, 맛, 근심과 그것들을 벗어나기를 참다이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래는 후생이 있다'고 하면 곧 거기에 집착하고,'여래는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하면 거기에 집착한다.
그러나 세존은 육체를 참다이 알고, 육체의 쌓임, 사라짐, 맛, 근심과 그것을 벗어나기를 참다이 아신다. 그러므로 '여래는 후생이 있다'고 하여도 집착하시지 않으시고,'여래는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하여도 집착하시지 않는다. 또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도, 그것들과 그것들의 쌓임, 사라짐, 맛, 근심과 그것들을 벗어나기를 참다이 아신다. 그러므로 '여래는 후생이 있다'고 하여도 옳지 않고,'여래는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하여도 옳지 않다. 그것은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없고 셈할 수 없어 모두 적멸(寂滅)한 것이다.
바차여, 이런 까닭으로,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만일 누가 와서 물으면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혹 누가 와서 물으면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말씀하시지 않는 것이다."
때에 바차는 존자 마하아모옥갈라아나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59. 기재경(奇哉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합장하고 문안드린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무슨 까닭으로,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누가 와서 물으면.....(위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그 때에 바차는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이상합니다! 고오타마시여, 제자와 스승은 이치도 같은 이치요 문구도 같은 문구며, 뜻도 같은 뜻이요 내지, 가장 높은 진리도 같나이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조금 전에 마하아모옥갈라아나님께 나아가 이러한 이치, 이러한 문구, 이러한 뜻으로 그에게 물었사온데, 그도 도한 이러한 이치, 이러한 문구, 이러한 뜻으로 제게 대답한 것이, 꼭 이제 고오타마의 말씀하신 것과 같았나이다. 그러므로 고오타마시여, 스승과 제자는 이치도 같은 이치요 문구도 같은 문구며, 뜻도 같은 뜻이요 가장 높은 진리도 같음을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옵니다."
그 때에 바차 종족은 볼일이 있어 나아티카[那梨]촌으로 갔다. 거기서 볼일을 마치고 산다카아타아야나[詵陀迦 蓮]에 나아가 서로 문안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혹 누가 와서 묻더라도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대답하시지 않습니까."
산다카아타아야나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네 생각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인연으로 갖가지로 지어진 모든 행, 즉 형상 세계와 형상이 없는 세계, 생각 세계와 생각이 없는 세계, 생각이 없기도 하고 없지 않기도 한 세계에 있어서, 그 인연으로 된 행이 남음 없이 아주 사라지더라도 여래께서는 거기에 대해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말씀하실 수 있겠는가."
바차는 말하였다.
"혹, 어떤 인연으로 갖가지로 기어진 모든 행 즉, 형상 세계와 형상이 없는 세계, 생각 세계와 생각이 없는 세계, 생각이 없기도 하고 없지 않기도 한 세계에 있어서, 그 인연으로 된 행이 남음 없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고오타마께서는 거기에 대해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산다카아타아야나는 말하였다.
"그와 같이 여래께서는 그 까닭으로, 혹 누가 와서 '여래는 후생이 있는가. 후생이 없는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가. 없지도 않고 있지도 않는가'고 묻더라도 대답하시지 않는 것이다."
바차는 물었다.
"당신은 사문 고오타마의 제자가 된 지 오래이십니까."
"집을 나와 이 바른 법, 율 안에서 범행을 닦은 지 三년이 조금 지났다."
바차는 말하였다.
"산다카아타아나님은 시원스레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젊어서 집을 나와 그러한 몸의 계율과 입의 계율을 이루었고, 또 그러한 지혜와 변재를 얻었습니다."
때에 집을 나온 바차 종족은 산다카아타아나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60. 기특경(奇特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합장하고 문안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혹 한가하시면 말씀해 주시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어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바차는 여쭈었다.
"고오타마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혹 누가 와서 '여래는 후생이 없는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가'고 묻더라도 대답하시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위의 <산다카아타아나경>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것과 같다) 내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느니라."
바차는 사뢰었다.
"이상합니다! 고오타마시여, 스승과 제자는 뜻과 뜻이 같고 문구와 문구가 같으며, 맛과 맛이 같고 그 이치가 다 같습니다. 즉 가장 높은 진리의 말씀하십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조금 일이 있어서 나아티카촌으로 가서 일을 마치고 잠깐 사문 카아타아야나에게 들려, 이러한 뜻, 이러한 문구, 이러한 맛으로써 그에게 물었나이다. 그도 또한 이러한 뜻, 이러한 문구, 이러한 맛으로 내게 대답하는 것이, 지금 사문 고오타마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나이다. 그러므로 스승과 제자의 뜻과 문구와 맛이 다 같은 것은 참으로 이상한 줄을 알았나이다."
때에 집을 나온 바차 종족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61. 유아경(有我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합장하고 문안을 드린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어떠하나이까. 세존이시여, <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이까."
이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시지 않으셨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대답하시지 않으셨다. 때에 바차는 생각하였다. '나는 세 번이나 물었으나 사문 고오타마는 대답하지 않으신다. 나는 그만 돌아가자'고.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 뒤에서 부채로 부처님을 부처 드리고 있다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바차는 세 번이나 묻는데 세존께서는 왜 대답하지 않으시나이까. 그것은 저 바차로 하여금 '사문은 내가 묻는 것을 대답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더하게 하지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만일 <나>가 있다고 대답한다면 그가 가진 삿된 소견을 더하게 할 것이요, 만일 내가 <나>는 없다고 대답한다면 그가 가진 의혹을 더욱 더하지 않겠느냐. 본래부터 <나>가 있었는데 지금부터 끊어졌다고 말하여야 하는가. 만일 본래부터 <나>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상견(常見)이요, 지금부터 끊어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단견(斷見)인 것이다. 여래는 그 두 극단을 떠나 중도(中道)에 서서 설법한다. 이른바 '이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있고, 이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즉 무명을 인연하여 지어감이 있고 내지,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이 멸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아난다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62. 견경(見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세존께 나아와 서로 문안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고오타마께서는 어째서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씀하나이까. 즉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즉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고오타마시여, 고오타마께서는 어째서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나이까. 즉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며,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끝이 있다 끝이 없다.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목숨은 곧 몸이나 목숨과 몸은 다르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내지,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 때에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께서는 그런 소견에서 어떤 잘못을 보시기에 그 여러 소견을 일체 말씀하시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소견이요, 관찰한다는 소견, 흔들리는 소견, 더러운 소견, 결박하는 소견, 괴로운 소견, 걸리는 소견, 번민하는 소견, 애타는 소견으로서, 소견이 얽매이는 것이다. 그래서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는 미래 세상에서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이 생기느니라.
또 바차여,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며,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끝이 있다. 끝이 없다.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 목숨은 곧 몸이다. 목숨과 몸은 다르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한다면, 그것은 뒤바뀐 소견이요 내지, 근심, 슬픔, 고통, 번민이 생기느니라."
바차는 여쭈었다.
"고오타마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여래는 이미 다 보았다. 바차여, 여래의 소견은 이른바 '이것은 괴로움의 진리다. 이것은 괴로움의 쌓임, 괴로움의 사라짐, 괴로움의 살지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알고 보았기 때문에, 일체의 소견과 일체의 감정, 일체의 출생, 일체의 <나>와 <내 것>이라는 소견, <나>라는 거만과 얽매임을 끊고, 그것들을 고요하고 시원하고 진실하게 한다. 이렇게 해탈한 비구에게는 난[生]다고 하여도 옳지 않고, 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옳지 않은 것이다."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어찌하여 난다고 하여도 옳지 않다고 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바차여, 마치 어떤 사람이 네 앞에서 불을 사르는 것과 같다. 너는 그 불이 타는 것을 보았느냐. 또 네 앞에서 불이 꺼지면 너는 그 불이 꺼지는 것을 보았느냐."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아까는 불이 탔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가. 동방으로 갔는가. 혹은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는가'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만일 누가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내 앞에서 불이 탄 것은 섶이 있었기 때문에 탔다. 만일 섶을 대어주지 않으면 불은 곧 아주 사라져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동방이나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대답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말한다. 즉 '육체는 이미 끊어진 줄을 알고,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도 이미 끊어진 줄을 안다. 그래서 그 근본을 끊은 것은 마치 타알라나무 대강이를 끊은 것과 같아서 다시는 날 거리가 없어, 앞으로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동방이나 서방, 남방, 북방으로 갔다고 하면 그것은 옳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매우 깊고 넓고 크며, 한량이 없고 셈할 수 없어 영원히 사라진 것이니라."
"저는 비유로 말하겠나이다."
"좋을 대로 하라."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비유하면 이 가까운 도시나 촌의 좋고 깨끗한 땅에 견고림(堅固林)이 있는데, 거기에 한 큰 견고나무가 나서 수천 년을 지내면서 밤낮 오랜 동안 가지와 잎은 말라 떨어졌고 껍질은 썩었지마는, 오직 줄기만은 홀로 서 있는 것처럼, 고오타마시여, 여래의 법, 율은 모든 가지와 잎을 떠나 오직 빈 줄기만 굳건히 혼자 서 있나이다."
그 때에 집을 나온 바차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63. 무지경(無知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당신은 어떻게 앎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나이까. 즉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세상은 항상 되지 않다. 세상은 항상 되기도 하고 항상 되지 않기도 하다. 세상은 항상된 것도 아니요 항상 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세상은 끝이 있다. 세상은 끝이 없다. 세상은 끝이 잇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세상은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목숨은 곧 몸이다. 목숨은 몸과 다르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형상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내지, 후생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내지, 후생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하느니라."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께서는 어떤 법을 아시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내지, 후생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렇게 보거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형상을 알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내지, 후생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렇게 보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을 알기 때문에 '세상은 항상 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 내지, 후생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고 그렇게 보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알지 않는 앎이요, 보기 않는 봄이며, 분별하지 않는 분별이요, 끊지 않는 끊음이며, 관찰하지 않는 관찰이요, 살피지 않는 살핌이며, 깨닫지 않는 깨달음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집을 나온 바차 종족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64. 출가경(出家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집을 나온 어떤 바차 종족은 부처님께 나아와 서로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사뢸 말씀이 있사온데 혹 한가하시면 설명하여 주시겠나이까."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시었다. 바차는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세존께서는 여전히 잠자코 계시었다. 때에 바차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고오타마님을 따르나이다. 지금 일을 묻잡는데 왜 잠자코 계시나이까."
때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이 바차 종족은 언제 순박하여 아첨하거나 거짓되지 않다. 그런데 지금 묻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요 일부러 성가시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아비다르마[阿毘曇]와 계율로서 그를 받아들이리라'고. 이렇게 생각하신 뒤에 바차에게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어라.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바차는 사뢰었다.
"어떠하나이까. 고오타마시여, 착한 법이 있나이까."
"있느니라."
"저를 위해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을 설명하시어 이해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너를 위해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을 간단히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바차여, 탐욕은 착하지 않은 법이다. 탐욕을 항복 받으면, 그것은 곧 착한 법이다. 성냄과 어리석음은 착하지 않은 법이다. 성냄과 어리석음을 항복 받으면 그것은 곧 착한 법이다. 살생은 착하지 않은 법이다. 살생을 떠나면 그것은 곧 착한 법이다. 도둑질, 음행, 거짓말, 두 말, 나쁜 말, 꾸밈말, 탐욕, 성냄, 삿된 소견은 착하지 않은 법이다. 도둑질하지 않고 내지, 바르게 보면 그것은 곧 착한 법이다. 이것이 내가 바차를 위해 세 가지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을 말한 것이니라.
이와 같이 성인의 제자로서 이 세 가지 착한 법과 착하지 않은 법을 참다이 아고, 또 열 가지 착하지 않은 법과 착한 법을 참다이 알면, 곧 탐욕을 모조리 없앨 것이요, 성냄과 어리석음을 모조리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번뇌를 다 없애고, 번뇌 없는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스스로 증득한 줄을 안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바차는 사뢰었다.
"혹 어떤 비구로서, 이 법, 율 안에서 번뇌를 없애어 번뇌 없는 마음이 해탈하고 내지,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사람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만이 아니다. 많은 비구들이 이 법, 율 안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내지 후생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비구는 그만두옵고, 혹 어떤 비구니로서 이 법, 율 안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내지,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이가 있나이까."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 비구니만이 아니다. 많은 비구니가 이 법, 율 안에서 모든 번뇌를 없애고 내지, 후생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비구니는 그만두옵고, 혹 어떤 우파아사카로서 모든 범행을 닦아 이 법, 율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이가 있나이까."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 우파아사카만이 아니다. 많은 우파아사카가 모든 범행을 닦고, 이 법, 율 안에서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고 아아나가아민을 얻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도로 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우파아사카는 그만두옵고, 혹 어떤 우파아시카로서, 이 법, 율 안에서 범행을 닦고, 이 법, 율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이가 있나이까."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 우파아시카만이 아니다. 많은 우파아시카가 이 법, 율 안에서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고, 저기서 바꿔 나서 아아나가아민을 얻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도로 나지 않을 것이다."
"비구, 비구니,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의 범행을 닦는 이들은 그만두옵고, 혹 어떤 우파아사카로서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면서도 이 법, 율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이가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만이 아니다. 많은 우파아사카들이 집에 있으면서 처자를 거느리고 향과 꽃으로 장식하며 종들을 기르면서도, 이 법, 율 안에서 세 가지 결박을 끊고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크리다아가아민을 얻어, 청산, 인간에 한번씩 오간 뒤에는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다시 우파아사카는 그만두옵고, 혹 어떤 우파아시카로서 다섯 가지 향락을 친하면서도, 이 법, 율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 이가 있나이까."
"다만 하나나 혹은 둘 셋 내지, 五백 비구니만이 아니다. 많은 우파아시카가 집에 있으면서 아들, 딸을 기르고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며 향과 꽃으로 장식하면서도, 이 법, 율 안에서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스로오타아판나를 얻어,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결정코 삼보리로 향해 일곱 번 천상, 인간에 태어난 뒤에는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바차는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비록 사문 고오타마께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셨더라도, 만일 비구, 비구니,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로서 범행을 닦는 이나, 또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로서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는 이가 그러한 공덕을 얻지 못하면 만족하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그러나 사문 고오타마께서 다 옳은 깨달음을 이루심으로써, 비구, 비구니,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로서 범행을 닦는 이나, 또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로서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면서도 그러한 공덕을 성취하기 때문에 곧 만족하시는 것이옵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이제 비유를 들어 말하겠나이다."
"마음대로 말하라."
바차는 사뢰었다.
"하늘에서 큰비가 내리면 물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고오타마의 법, 율도 또한 그와 같나이다. 비구, 비구니, 우파아사카, 우파아시카로서 남자나 여자는 다 흐름을 따라 열반으로 향하고 열반으로 실려 내려가나이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부처님과 법과 중의 평등한 법, 율이옵니다. 집을 나온 다른 외도로서 고오타마님께 나아가 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으려고 한다면, 얼마나 지나야 허락을 얻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다른 외도로서 이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으려고 하면, 四개월 동안 화상(和尙)에게서 가사를 받고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을 따라 대충 제한을 정했을 뿐이니라."
"만일 다른 외도로서 바른 법, 율 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고, 화상에게서 가사를 받은 뒤에, 四개월이 차서 중이 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저도 四개월 동안 화상에게서 가사를 받고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을 수 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고오타마님의 법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범행을 닦아 가지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아까 사람을 따라 대충 제한을 정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바차는 사뢰었다.
"그러하나이다. 고오타마시여."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바차를 제도하여 우리 바른 법, 율 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게 하라."
바차는 곧 바른 법, 율 안에서 집을 나와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반 달 동안에 알아야 하고 분별하여야 하며 보아야 하고 얻어야 하며 깨달아야 하고 분별하여야 하며 보고 얻고 깨달아 여래의 바른 법을 다 증득하였다.
존자 바차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알아야 하고 분별하여야 하며 보아야 하고 얻어야 하며 깨달아야 하고 증득하여야 할 것을 배워, 그 전부를 다 알고 분별하고 보고 얻고 깨달아 증득하였다. 나는 이제 가서 세존님을 뵈오리라'고.
그 때에 바차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알아야 하고 분별하여야 하며, 보아야 하고 얻어야 하며, 깨달아야 하고 증득하여야 할 것을 배워, 그것을 다 알고 분별하고 보고 얻고 깨달아 세존님의 바른 법을 다 증득하였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여 주조서. 저는 그것을 듣고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알뜰히 생각하면서 방일하지 않고, <착한 남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이유>를 생각하여 내지, 스스로 후생 몸을 받지 않는 줄을 알도록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두 가지 법이 있다. 닦아 익히고 많이 닦아 익혀라. 이른바 지(止), 관(觀)이니라. 이 두 가지 법을 많이 닦아 익히면 계(界)의 결과를 알고 계를 깨닫고, 갖가지 계를 알고 갖가지 계를 깨달을 것이다. 그 비구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구하여 내지, 넷째 선정까지 완전히 갖추어 머물러 사랑하는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기쁘게 하려는 마음, 평등하게 보는 마음과 허공 경계[空入處], 의식 경계[識入處], 아무 것도 없는 경계[無所有處], 생각도 아니요 생각 아닌 것도 아닌 경계[非想非非想入處]로서 세 가지 결박을 끊어 스로오타아판나를 얻고, 세 가지 결박이 다하고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엷어져 사크리다아가아민을 얻고, 욕심 세계의 다섯 가지 결박을 끊어 아아나가아민을 얻고, 갖가지 신통 경계 즉, 하늘눈, 하늘귀, 남의 속 아는 지혜, 전생 일 아는 지혜, 나고 죽음을 아는 지혜, 번뇌의 다한 지혜를 모두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여, 이 두 가지 법을 많이 닦아 익혀야 한다. 그것을 많이 닦아 익히면 갖가지 경계를 알고 나아가서는 번뇌를 다하게 되느니라."
그 때에 존자 바차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존자 바차는 혼자 고요한 것에서 알뜰히 생각하면서 방일하지 않고 머물러 내지, 후생 몸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았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장엄한 방편으로 세존께 나아가 공경하고 공양하려 하였다. 바차는 많은 비구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장엄한 방편으로 세존께 나아가 공경하려 하는가."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렇다."
바차는 말하였다.
"존자들은 내 말로써, 세존께 예배하고 문안드려라. '기거(起居)는 가벼우시고 병이 없어 편안하신가'고. 그리고 '바차 비구는 세존께 사룁니다'고 여쭈어라. '나는 이미 세존께 공양하고 빠짐없이 받들어 섬겨 기쁘시게 하여 매우 즐겁나이다. 스승님의 제자는 할 일을 다 마침으로써 스승님께 공양하고 기쁘시게 하여 매우 즐겁나이다'고."
때에 많은 비구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바차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내지, '기쁘시게 하여 매우 즐겁나이다'고 사뢰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하늘이 이미 내게 말하였는데 너희들이 다시 말하는구나. 여래는 으뜸가는 지견을 성취하였다. 바차 비구도 그러한 덕의 힘이 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바차 비구를 위하여 첫째 예언을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65. 울저가경(鬱低迦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어떤 우티야[鬱低迦] 외도는 세존께 나아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어떠하십니까. 고오타마시여, 세상은 끝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느니라."
"고오타마시여, 세상은 끝이 없나이까. 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여,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옵니까."
"그것은 말할 수 없느니라."
우티야는 사뢰었다.
"어째서 고오타마께서는 '세상은 끝이 있느냐'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하시고, '세상은 끝이 없는가. 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닌가'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시나이까. 고오타마시여, 그러면 어떤 법을 말할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는 사람이요 지혜로운 사람인 나는 제자들을 위해 도를 설명하여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마침내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하느니라."
"고오타마께서는 어떻게 제자들을 위해 도를 설명하여 바르게 괴로움을 다하고 마침내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게 하나이까. 또 일체 세간이 다 그 도로부터 벗어 나오나이까. 혹은 일부분이옵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대답하시지 않으셨다.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부처님은 여전히 잠자코 대답하시지 않으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 뒤에 서서 부채를 잡고 부처님을 부쳐드리고 있다가 우티야 외도에게 말하였다."
"너는 처음에 그 뜻을 물었고 지금은 다시 다른 말로 물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말씀하시지 않는 것이다. 우리야여, 이제 내가 너를 위해 비유로 설명하리라. 대개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 인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나라의 왕이 국경에 성이 있어, 四방 주위는 튼튼하고 거리 길은 편편한데 오직 한 문이 있다. 그 문지기는 총명하고 지혜로와 짐작이 빨랐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밖에서 올 때에는, 들여야 할 사람이면 들이고 들여서는 안 될 사람이면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온 성을 돌아다니면서 둘째 문을 찾았지마는 전연 발견할 수 없었다. 고양이, 삵이라도 드나들 곳이 전연 없거늘 하물며 둘째 문이겠는가. 그러므로 그 문지기는 드나드는 사람 전부는 알지 못하지마는, 그는 모든 사람은 오직 그 문으로만 드나들 수 있고 다시는 딴 곳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도 비록 마음을 써서 '이 세간의 일체 중생이 다 이 도로부터 나오는가. 혹은 일부분인가'는 아시지 못하지마는, 중생으로서 바르게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는 사람은 모두 이 도로부터 나오는 것만은 아시느니라."
때에 우티야 외도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66. 부린니경(富隣尼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존자 푸우르나[富隣尼]는 라아자그리하성 그리드라쿠우타산에 있었다. 그 때에 집을 나온 많은 외도들은 존자 푸우르나에게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었다.
"사문 고오타마는 '모든 존재[有]를 끊고 부숴 버리기를 가르친다'고 우리는 들었다. 이제는 존자 푸우르나님께 묻노니, 과연 그러한가."
푸우르나는 말하였다.
"나는 그렇게 알지 않는다. 세존께서 중생을 가르치시되 모든 존재를 끊고 부숴버리어 아무 것도 없게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이치는 없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은, '모든 중생들은 <나>가 있다, <나>라는 교만과 삿된 교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그것을 끊어 없애버리려고 하신 것이다."
여러 외도들은 푸우르나의 말을 듣고 마음이 불쾌하여 꾸짖으면서 떠나갔다.
그 때에 존자 푸우르나는 여러 외도들이 떠난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조금 전에 여러 외도들이 한 말을 자세히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까 외도들에게 대답한 말은, 세존님을 훼손시킨 것이나 되지 않겠나이까. 그 말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법다운 말이 되며, 법을 따른 말로서, 여러 이론가들의 비난이나 받지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한다면 그것은 여래를 훼손시킨 것이 아니요 차례를 잃지 않았으며, 내 말과 같고 법다운 말이며, 법을 따른 말로서, 여러 이론가들의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푸우르나여, 아까 그 중생들은 <나>라는 교만과 삿된 교만이 있어, 그 교만에 휘몰리어 삿된 교만은 삿된 교만을 모아 바른 지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얼크러지기는 개창자나 쇠사슬 같고 또 어지러운 풀과 같아서, 갔다 왔다 휘몰아 달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휘몰아 다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거기서 멀리 떠날 수 없느니라. 푸우르나여, 일체 중생들이 그 모든 삿된 교만을 남김없이 아주 없애면 그들은 영원히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67. 구가나경(俱迦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새벽에 타포오다아[榻補] 강가로 가서 옷을 벗어 언덕에 두로 물에 들어가 손발을 씻은 뒤에, 다시 언덕에 올라와 한 가지 옷을 입고 몸을 닦고 있었다. 때에 집을 나온 코오카누다[俱迦那] 외도도 물가로 갔다. 존자 아아난다는 발소리를 듣고 곧 기침하여 소리를 내었다. 코오카누다 외도는 사람 소리를 듣고 물었다.
"그 어떤 사람인가."
존자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사문이다."
"어떤 사문이다."
"석종(釋鐘)의 아들이다."
코오카누다는 물었다.
"물을 일이 있는데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마음대로 물어라. 아는 대로 대답하리라."
"여래는 후생이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느니라."
"그러면 여래는 후생이 없습니까. 혹은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까.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닙니까."
"세존께서는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느니라."
"어찌하여 '여래는 후생이 있는가'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십니까. 또 '여래는 후생이 없는가. 혹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닌가'고 물어도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말하십니까.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다는 말입니까."
"모르는 것도 아니요 못 본 것도 아니다. 다 알고 다 보았느니라."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았습니까."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보아야 할 것을 보았고 일어나는 곳을 보았으며, 결박이 끊긴 곳을 보았다. 이것이 안 것이요 이것이 본 것이다.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았다. 어떻게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다고 말하겠는가."
"존자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아아난다니라."
코오카누다 외도는 말하였다.
"놀라워라!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의논하였구나. 만일 내가 당신이 존자 아아난다인 줄 알았더라면 감히 질문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곧 버리고 떠나갔다.
968. 급고독경(給孤獨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시었다. 때에 <외로운 이 돕는 장자>는 날마다 동산에 나가 부처님을 뵈옵고 예로 섬기며 공양하였다. 어느 날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오늘 너무 일찍 나왔다. 세존이나 비구들은 아직 선정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우선 외도들 사는 곳에 들리자'고. 그는 곧 외도들 절에 들어가 여러 외도들과 서로 문안한 뒤에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때에 외도들은 물었다.
"장자여, 너는 사문 고오타마를 보았으니, 그를 어떻게 보며 그는 어떤 견해를 가졌던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내가 어떻게 세존님을 보며 세존께서는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너는 여러 중들을 본다고 말하였다. 중들을 어떻게 보며 그들은 어떤 견해를 가졌던가."
"나는, 내가 중들을 어떻게 보며 중들은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장자여, 너는 지금 자기를 어떻게 보며 자기는 어떤 견해를 가졌는가."
"너희들은 각각 자기의 견해를 말하라. 그 다음에 내가 내 견해를 말하여도 어렵지 않다."
때에 어떤 외도는 이렇게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일체 세상은 영원하다'고 본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일체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끝이 있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끝이 없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세상은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목숨은 곧 몸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목숨과 몸은 다르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여래는 후생이 없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여래는 후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다시 어떤 이는 말하였다.
"여래는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
여러 외도들은 장자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각각 우리의 소견을 말하였다. 너도 네 소견을 말하여야 한다."
장자는 대답하였다.
"내 견해로는, <진실>이란 그것은 함이 있음[有爲]이요 헤아림[思量]이며 인연해 일어남[緣起]이다. 만일 그것이 함이 있고 헤아리며 인연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 덧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이 곧 괴로운 것이다. 이렇게 알고 나면 일체 견해에 대해서 전연 취할 것이 없게 된다. 네 견해대로 '세상은 영원하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라는 그 견해의 <진실>도 함이 있고 헤아림이며 인연해 일어나는 것이다. 만일 그 진실이 함이 있고 헤아리며 인연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 덧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이라면 곧 괴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괴로움을 친해 오직 괴로움만 받고, 괴로움에 굳게 머무르고 괴로움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또 네 말대로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라는 그 견해에도 또한 그런 잘못이 있느니라.
또 '세상은 영원하기도 하고 영원하지 않기도 하다 영원한 것도 아니요 영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세상은 끝이 있다. 세상은 끝이 없다. 세상은 끝이 있기도 하고 끝이 없기도 하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요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목숨은 곧 몸이다. 목숨과 몸은 다르다.' '여래는 후생이 있다. 후생이 없다. 후생이 있기도 하고 후생이 없기도 하다. 후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요 후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이다'라는 그 견해에 있어서도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어떤 외도는 말하였다.
"네 견해대로 '만일 어떤 견해의 <진실>이란 그것이 함이 있고 헤아리며 인연해 일어난다면, 그것은 덧없는 것이다. 만일 덧없는 것이면 그것은 괴로운 것이다'라고 한다면, 장자의 견해도 또한 괴로움을 친해 괴로움을 받고 괴로움에 머무르고 괴로움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장자는 말하였다.
"나는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견해의 진실이란 그것은, 함이 있고 헤아리며 인연해 일어나는 법으로서, 그것은 다 덧없는 것이요 덧없는 것은 곧 괴로움이라'고. 이 괴로움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견해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느니라."
그 외도는 말하였다.
"그렇다! 장자 말과 같다."
그 때에 <외로운 이 돕는 장자>는 외도 절에서 그들의 이론 항복 받고 바른 이론을 세워, 그들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었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이제 외도들과 서로 의논한 것을 부처님께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때때로 저 어리석은 외도들은 꺾어 항복 받고 바른 이론을 세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외로운 이 돕는 장자>는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69. 장조경(長爪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긴 손톱 장자>는 부처님께 나아와 서로 문안하고 위로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저는 일체의 견해를 인정하지 않나이다."
부처님께서는 긴 손톱 장자(불씨[火種])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체의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견해도 인정하지 않는가."
"이제 말한 '일체의 견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그 견해도 인정하지 않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게 알고 그렇게 보아 버리면, 그 견해는 이미 끊기고 버려지고 떠나고, 다른 견해는 계속되지 않고 생기지 않느니라. 불씨여, 많은 사람들도 네 견해와 같다. 그들도 그렇게 보고 그렇게 말한다. 너도 또한 그들과 같다. 불씨여, 만일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그런 견해를 버리고 다른 견해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들 사문이나 바라문은 이 세상에서도 극히 드물 것이다.
불씨여, 그들은 세 가지 견해를 의지한다. 어떤 것이 셋인가. 어떤 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일체를 인정한다'고. 다시 어떤 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다시 어떤 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어떤 것은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씨여, 만일 '일체를 인정한다'고 말한다면, 그 견해는 탐욕과 함께 생기는 것이요 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또 질투와 어리석음과 함께 생기는 것이요, 질투하고 어리석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속으로서 구속을 떠나지 못하고, 그것은 번뇌로서 청정하지 못하며, 거기서 즐김과 집착이 생기느니라. 또 만일 '나는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 견해는 탐욕을 함께 하지 않고, 질투와 어리석음을 함께 하지 않는다. 그것은 청정하여 번뇌가 아니요 구속을 떠나 구속이 아니다. 그래서 즐기지 않고 붙잡지 않으며 집착하지 않느니라.
불씨여, 만일 '나는 어떤 것은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인정하는 것에는 탐욕이 있어 내지, 즐겨 집착하는 것이요, '그런 견해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기서는 탐욕을 더나 내지, 즐겨 집착하지 않느니라.
그러나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렇게 공부한다. 즉 '내가 만일 일체를 인정한다고 주장하면 곧 두 가지의 나무람과 힐난을 당할 것이다'고. 어떤 것이 둘인가. 이른바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와 '어떤 것은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니 이들의 비난을 받는 것이다. 나무라기 때문에 힐난하고, 힐난하기 때문에 해친다. 그는 나무람과 힐난과 해침을 받기 때문에 곧 그 견해를 버리고 다른 견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리하여 견해를 끊고 버리고 떠나서, 다른 견해는 계속되지 않고 일어나지 않고 생기지 않느니라.
그러나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렇게 공부한다. '내가 만일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곧 두 가지 힐난을 당할 것이다'고. 어떤 것이 둘인가. 즉 '일체를 인정한다'는 견해와 '어떤 것은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니, 이 두 가지 나무람과 힐난이 있고 내지, 계속되지 않고 일어나지 않고 생기지 않느니라.
그러나 많이 아는 성인의 제자는 이렇게 공부한다. '내가 만일 일체를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곧 '두 가지 나무람과 힐난이 있을 것이다'고. 어떤 것이 둘인가. 즉 '일체를 인정한다'는 견해와 '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니 이렇게 두 가지 나무람이 있고 내지, 계속되지 않고 일어나지 않고 생기지 않느니라.
다시 불씨여, 성인의 제자는 이 육체의 추한 네 가지 요소는 영원하지 않다고 관(觀)하고, 나고 사라지는 것, 욕심을 떠나야 할 것, 사라져 없어질 것, 버려야 할 것이라고 관하여야 한다. 만일 성인의 제자가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고 관하고, 사라지는 것, 욕심을 떠나야 할 것, 사라져 없어질 것, 버려야 할 것이라고 관하여 머무르면, 그는 그 몸에 대한 욕심과 생각, 사랑, 즐김, 집착이 아주 사라져 남지 않을 것이다.
불씨여, 세 가지 느낌[受]이 있다. 이른바 괴롭다는 느낌, 즐겁다는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느낌이다. 이 세 가지 느낌은 무엇이 원인이며, 무엇의 쌓임이며, 무엇에서 생기고 무엇이 변한 것인가. 즉 이 세 가지 느낌은 닿임[觸]이 원인이며, 닿임의 쌓임이며, 닿임에서 생기고 닿임이 변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닿임이 모이면 느낌이 모이고, 닿임이 사라지면 느낌도 곧 사라져,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시원하게 되느니라.
그는 이 세 가지 느낌, 즉 괴롭다는 느낌, 즐겁다는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느낌에 대해서, 그 느낌의 원인, 사라짐, 맛, 근심, 그리고 거기서 벗어날 길을 참다이 알고, 그것을 참다이 안 뒤에는, 곧 그 느낌은 영원하지 않다고 관하고, 나고 사라지는 것, 욕심을 떠나야할 것, 사라져 없어질 것, 버려야 할 것이라고 관한다. 그리하여 그는 몸의 한계와 감각에 대해 참다이 알고, 목숨의 한계와 감각에 대해 참다이 알아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일체 느낌은 아주 사라져 남음이 없느니라.
그 때에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즐거움을 느낄 때에도 몸은 허물어지고, 괴로움을 느낄 때에도 몸은 허물어지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음을 느낄 때에도 몸은 허물어지고 있다'고. 그래서 그는 괴로움을 벗어나게 된다. 즉 그 즐거운 느낌에도 얽매이지 않아 얽매임을 떠나고, 괴로운 느낌에도 얽매이지 않아 얽매임을 떠나며,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도 얽매임을 떠나 얽매이지 않는다. 어떤 얽매임을 떠나게 되는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고,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슬픔, 번민, 고통을 떠나게 된다. 나는 이것을 괴로움에서 떠나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구족계를 받은 지 겨우 반달이 지났다. 그는 부처님 뒤에 서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쳐 드리고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저런 여러 가지 법에 대해서 욕심을 끊고 떠나고 없애고 버리기를 칭찬하신다'고. 그 때에 그는 곧 그 여러 가지 법은 '영원하지 않다'고 관하고, '나고 사라지는 것, 욕심을 떠나야 할 것, 사라져 없어질 것, 버려야 할 것이다'고 관하였다. 그래서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때에 <긴 손톱>외도는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눈이 깨끗하게 되어, 법을 보아 법을 얻고 법을 깨달아 법에 들어갔다. 모든 의혹을 끊되 남의 힘을 의지하지 않고, 바른 법, 율에 들어가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어 예배하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컨대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부처님 법안에서 여러 가지 범행을 닦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을 얻었느니라."
그는 곧 선래(善來) 비구가 되어 <착한 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까닭>을 생각하고 내지,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샤아리풋트라와 존자 <긴 손톱>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