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잡아함경 제35권

다르마 러브 2012. 6. 17. 21:13

잡아함경 제 35권

 

970. 사라보경(舍羅步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성에는 사라바[舍羅步]라는 집을 나온 외도가 있어, 수마갈타(須摩竭陀)못 곁에 살았다. 그는 자기 제자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쳤다.

"나는 사문 석자(釋子)의 법을 다 안다. 나는 예전부터 그 법, 율을 알았지마는 지금은 다 버렸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사라바라는 외도가 라아자그리하성 수마갈타못 곁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사문 석자의 법, 율을 나는 예전부터 다 알았지마는 지금은 그것을 버렸다'고 큰소리친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은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에, 사라바라는 외도가 라아자그리하성 수마갈타못 곁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이렇게 큰소리친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사문 석자의 법을 나는 다 안다. 그 법, 율을 다 알고는 이제 버렸다'고. 세존이시여, 그를 가엾이 여기시어 저 수마갈타못 곁으로 가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 저녁때에 선정에서 깨어나 사라바 외도가 사는 수마갈타못 곁으로 가셨다. 때에 사라바 외도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를 펴놓고 앉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자리에 앉아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진실로 '나는 사문 석자의 법을 다 안다. 그 법, 율을 다 알고는 버렸다'고 말하였는가."

때에 사라바 외도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말해 보라. 왜 잠자코 있는가. 네가 아는 것에 만족하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만족하게 할 것이다."

사라바는 그래도 잠자코 있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때에 사라바에게는 범행을 닦는 한 제자가 있었다. 그는 사라바에게 아뢰었다.

"스승님께서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서 아시는 바를 설명하였어도 좋을 것이온데, 이제 사문 고오타마께서 친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왜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더구나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스승님에게 '만일 만족하면 나는 곧 따라 기뻐할 것이요, 만족하지 못하면 만족하게 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잠자코 말씀하시지 않습니까."

이렇게 그 제자가 권하였으나 그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사라바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이가 '사문 고오타마는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가 아니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를 잘 충고해 물을 것이다. 내가 잘 충고해 물을 때에는 그는 힘이 꺾이어 다른 일을 지껄이거나, 혹은 성냄과 교만으로 맞서기를 참지 못하여 능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끄러워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스스로 반성하는 꼴은 지금의 너 사라바 같을 것이다. 또 누가 '사문 고오타마에게는 바른 법, 율이 없다'고 말할 때에 내가 잘 충고해 물으면, 그도 지금의 너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또 누가 '사문 고오타마의 성문(聲聞)들은 바른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때에 내가 잘 충고해 물으면 그도 또한 지금의 너처럼 잠자코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수마갈타못 곁에서 사자처럼 외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었다.

"비유하면 어떤 소가 두 뿔을 잘리고 빈 외양간에 들어가 땅에 꿇어앉아 크게 외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고오타마가 없는 제자들 앞에서는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또 여자가 사내 소리를 본받으려 하다가 소리를 내면 곧 여자 소리가 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고오타마가 없는 제자들 앞에서는 사자처럼 외치십니다. 또 승냥이가 여우 소리를 본받으려 하다가 소리를 내면 도로 승냥이 소리되는 것처럼, 스승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사문 고오타마가 없는 제자들 앞에서는 사자처럼 외치려고 하셨습니다."

때에 사라바의 범행 제자는 사라바 면전에서 꾸짖고 빈정댄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1. 상좌경(上座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라아자그리하성에는 수마갈타못 곁에는 집을 나온 상좌(上座)가 있었다. 그는 그 못 곁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한 게송을 읊을 때 만일 누구나 능히 거기에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밑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

때에 많은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에 들어가 걸식하고 있었다. 집을 나온 상좌 외도가 수마갈타못 곁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내가 한 게송을 읊을 때 누간 능히 거기에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밑에서 범행을 닦겠다'고 한다는 말을 그들은 들었다. 걸식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른 아침에 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 상좌 되는 외도가 수마갈타못 곁에 살면서, 자기 제자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는 말을 들었나이다. '내가 한 게송을 읊을 때에 만일 누구나 능히 거기에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밑에서 범행을 닦으리라'고.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거기 가시면 좋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시고, 저녁때에 선정에서 깨어나 수마갈타못 곁으로 가셨다. 상좌 외도는 멀리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를 펴놓고 앉기를 청하였다. 세존께서는 앉으시자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진실로 '내가 한 게송을 읊을 때에 만일 누구나 능히 거기에 화답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밑에서 범행을 닦으리라 '고 말하였는가. 너는 지금 곧 게송을 읊조리어라. 나는 화답하리라."

때에 그 외도는 곧 노끈자리를 포개어 자리를 높게 하고 그 위에 올라가 게송을 읊조리었다.

 

비구는 법으로서 살아가면서

중생들을 두려워하지 말지니

뜻을 고요히 모든 것 버리고

계율 지키어 고요히 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상좌 마음을 알으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네가 읊은 그 게송을

그 따라 능히 스스로 행하면

나는 으레 네게 대하여

훌륭한 사내라고 인정하리라.

 

허나 이제 네 말 들으매

마로가 행동 걸맞지 않거니

제 마음 길들이고 고요히 쉬어

중생들을 두려워하지 말지니

 

뜻을 고요히 모든 것 버리고

깨끗한 계율 지키는 사람

제 마음 길들이고 고요히 쉬어

몸과 입, 마음, 나쁜 짓 떠나

 

제각기 제 자리에 거두어 잡아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하면

그것을 수순(隨順)이라 이름하나니

마음을 길들이어 고요히 쉬라.

 

그 때에 상좌 외도는 '사문 고오타마는 벌서 내 마음을 알았구나! '생각하고, 곧 자리에서 내려와 합장하고 사뢰었다.

"이제 나도 그 바른 법, 울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법을 얻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제 너도 우리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을 얻을 수 있느니라."

이리하여 상좌 외도는 집을 나와 비구가 되어 <착한 남자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까닭>을 생각하고, 내지,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972. 삼제경(三諦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타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많은 바라문들은 수마갈타못 곁에 살면서 한 자리에 모여 '이것이 바라문의 진리다' '그것이 바라문의 진리다'고 서로 주장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많은 바라문들의 마음을 알으시고 수마갈타못 곁으로 가시었다. 그 바라문들은 멀리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자 자리를 펴놓고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수마갈타못 곁에서 한데 모여 무엇을 이론(理論)하고 있는가."

바라문들은 사뢰었다.

"고오타마시여, 우리들은 여기 모여 앉아 '이것이 바라문의 진리다' '그것이 바라문의 진리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문 진리에 세 가지가 있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된 뒤에 다시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는 것이다. 너희 바라문들은 '일체 중생을 해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진리로서 허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너보다 내가 낫다. 서로 같다. 내가 못하다'고 서로 말한다. 만일 그 진리에 얽매이지 않고 일체 세상에 대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그것이 바라문의 첫째 진리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된 뒤에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는 것이니라.

다시 바라문들은 '모든 모이는 법은 다 사라지는 법이다'고 말한다. 이것은 진리로서 허망한 것이 아니다. 내지, 그 진리에 집착하지 않고 일체 세간에 대해서 나고 멸하는 것을 관찰하면, 이것이 바라문의 둘째 진리이니라. 다시 바라문들은 '<나>란 자리도 일도 없고, 또 <내 것>이란 전연 없다'고 말한다. '<나>란 자리도 일도 없고, <내 것>이란 전연 없다' 이것은 진리로서 허망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내지,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일체 세간에 대해서 <나>라는 관념이 없으면, 그것이 바라문의 셋째 진리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된 뒤에 사람들을 위해 연설하는 것이니라."

그 때에 바라문들은 잠자코 있었다. 때에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지금 저들의 어리석음을 밝혀 주고 그 나쁜 마음을 깨뜨렸건마는 이 대중 가운데는 스스로 반성하고 인연을 맺어 사문 고오타마 법 안에서 범행을 닦으려고 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다'고. 이렇게 아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었다.

 

973. 전타경( 陀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오삼비이국 고오시타 동산에 계시었다. 존자 아아난다도 거기 있었다. 때에 집을 나온 찬나[ 陀]외도는 존자 아아난다에게 나가, 서로 문안한 뒤에 한 쪽에 앉아 물었다.

"무엇 하려고 집을 나와 사문 고오타마 밑에서 범행을 닦습니까."

아아난다는 말하였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기 위해, 집을 나와 그 밑에서 범행을 닦는 것이다."

"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합니까."

"나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어떤 허물을 보기에 그것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탐욕에 집착하면 마음을 덮기 때문에, 자기를 해치고 남도 해치기도 하며, 둘을 다 함께 해치기도 한다. 현세에서 죄를 받기도 하고, 후세에서 죄를 받기도 하며, 형세와 후세에서 다 죄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또 만일 성냄에 덮이고 어리석음에 덮이면, 자기를 해치기도 하고 남을 해치기도 하며, 자기와 남을 함께 해치기도 한다. 내지, 언제나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또 탐욕은 장님이 되게 하고 눈을 없게 하며, 지혜를 없게 하고 슬기의 힘을 약하게 하며, 장애가 된다. 그것은 밝음이 아니요 평등한 깨달음이 아니며, 열반으로 향하지 않는다. 성냄과 어리석음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나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이러한 허물을 보기 때문에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찬나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으면 어떤 복과 이익이 있음을 보기에 그것을 끊어야 한다고 말합니까."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탐욕을 끊으면 자기도 해치지 않고, 남도 해치지 않고, 둘을 다 해치지 않는다. 현세에서도 죄를 받지 않고, 후세에서도 죄를 받지 않고, 두 세상에서 다 죄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즐거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성냄과 어리석음에 있어서도 그와 같다. 그리고 항상 현세에서 번뇌 떠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현재를 의지해 스스로 깨닫는 지견을 얻게 된다. 이런 공덕과 이익이 있기 때문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어야 한다고 나는 말하는 것이다."

"존자 아아난다님, 어떤 길을 많이 닦아 익히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을 수 있습니까."

"그런 길이 있다. 즉 여덟 가지 바른 길이니, 이른바 바른 소견 내지 바른 선정이니라."

찬나 외도는 존자 아아난다에게 사뢰었다.

"그것은 성현의 길입니다. 그것을 많이 닦아 익히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찬나 외도는 존자 아아난다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4. 보루저가경(補縷低迦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께 나아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 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존자 샤아리풋트라를 위해 갖가지로 설법해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셨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집을 나온 보루저가(補縷低迦) 외도는 길을 걸어오다가 존자 샤아리풋트라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십니까."

샤아리풋트라는 대답하였다.

"불씨[火種]여, 나는 세존님의 가르치시는 설법을 듣고 오는 길이다."

"아직도 젖을 떼지 않았습니다그려. 스승님의 가르치는 설법을 듣고....."

"불씨여, 나는 아직 젖을 떼지 않아 스승님의 가르치는 설법을 듣는다."

"나는 벌써 젖을 떼어, 스승의 가르치는 설법을 듣지 않습니다."

샤아리풋트라는 말하였다.

"너의 법은 나쁘게 설명된 법, 율이요 나쁜 깨달음이다. 그것은 번뇌를 떠나는 것이 아니요 바른 깨달음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지는 법으로서 칭찬할 만한 법이 아니요 의지할 만한 법이 아니다. 또 너의 스승은 다 옳게 깨달은 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어느새 젖을 버리고 스승의 가르치는 법을 떠난 것이다.

비유하면 젖소가 성질이 사납고 거칠고 미치광이일 뿐아니라, 또 젖이 적으면 송아지들은 젖을 빨다가 어느 새 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너의 법은 나쁘게 설명된 법, 율이요 나쁜 깨달음이다. 그것은 번뇌를 떠나는 것이 아니요 바른 깨달음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지는 법으로서 칭찬할 만한 법이 아니요 의지할 만한 법이 아니다. 또 너의 스승은 바르게 깨달은 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너는 스승의 가르치는 법을 빨리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닌 법은 바른 법, 율이요 좋은 깨달음이며 번뇌를 벗어나는 바른 깨달음의 길이다. 그것은 무너지지 않는 법으로서 칭찬할 만하고 의지할 만하다. 또 우리 스승님은 다 옳게 깨달으신 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젖을 오래도록 먹고 그 가르치는 설법을 듣는 것이다.

비유하면 젖소의 성질이 거칠지 않고 사납지 않으며, 또 젖이 많으면 송아지가 그 젖을 오래도록 먹어도 싫증을 내지 않는 것처럼, 우리 법도 그와 같아서, 그것은 바른 법, 율이요, 내지 가르치시는 설법을 오래도록 듣는 것이다."

때에 보루저가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시원스레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내지, 오래도록 가르치시는 설법을 듣습니다."

보루저가는 샤아리풋트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가던 길로 떠나갔다.

 

975. 보루저가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집을 나온 보루저가 외도는 부처님께 나아와 문안드린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전일 많은 외도들과 사문, 바라문들은 미증유(未曾有) 강당에 모여 이렇게 이론하였나이다. '사문 고오타마의 지혜는 마치 빈집과 같다' 그래서 대중들은 이야기하였습니다. '그것은 이치에 어울리는가, 어울리지 않는가. 이치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하는 이론을 세울 수가 없다. 마치 눈 먼 소가 밭 기슭만 다니고 밭 가운데는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사문 고오타마도 그와 같다'고. 과연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거나, 맞고 맞지 않는 것이 없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여러 외도들이 '이치에 어울리는가, 어울리지 않는가. 이치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고 말하는 것은 우리 거룩한 법, 율 안에서는 어린애 장난과 같은 것이다. 비유하면 나이 八, 九十이 되어 머리가 희고 이가 빠진 사내가 소꼽장난하는 어린애처럼, 흙을 뭉쳐 코끼리나 말 따위의 갖가지 형상을 만들 때 여러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늙은 어린애>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씨여, 이른바 '이것은 어울리는가, 어울리지 않는가. 이것은 맞는가, 맞지 않는가'라고 여러 가지 이론은 우리 거룩한 바른 법, 율 안에서는 어린애 장난과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비구의 방편에 알맞는 것도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청정하지 않은 것을 청정하게 하는 것, 그것을 비구 방편에 알맞는 것이라 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 고요하지 않은 것을 고요하게 하는 것,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 것, 끊지 못한 것을 끊게 하는 것,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 닦지 못하는 것을 닦게 하는 것,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하는 것, 이것들을 비구 방편에 알맞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청정하지 않은 것을 청정하게 하는가. 계율의 청정하지 않은 것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길들지 않은 것을 길들게 하는가. 눈과 귀, 코, 혀, 몸, 뜻의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길들게 하는 것이니, 이를 길들지 않은 것을 길들이는 것이라 한다. 어떤 고요하지 않은 것을 고요하게 하는가. 마음이 고요하지 않은 것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가. 마음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해탈하지 못한 것을 해탈하게 하는가. 어떤 끊지 못한 것을 끊게 하는가. 무명의 존재에 대한 애욕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끊어지게 하는 것이다. 어떤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가. 정신과 육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어떤 닦지 못하는 것을 닦게 하는가. 지(止), 관(觀)을 닦지 못한 것을 닦게 하는 것이다. 어떤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하는가. 반열반을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 방편에 알맞는 것이라 하느니라."

"고오타마시여, 그 이치야말로 비구의 방편에 알맞는 것이옵니다. 그것이야말로 비구의 견고한 방편에 알맞는 것이니, 이른바 모든 번뇌를 없애기 때문이옵니다.

때에 보루저가 외도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6. 시바경(尸婆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었다. 때에 집을 나온 시바카[尸婆] 외도는 부처님께 나아와 문안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공부란 무엇이며,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공부해야할 것을 공부하기 때문에 공부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나이까."

"때를 따라 완성된 계율을 공부하고, 완성된 뜻, 완성된 지혜를 공부해야 하느니라."

시바카는 사뢰었다.

"만일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온갖 무거운 짐을 버려, 자기 이익을 얻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고 바른 지혜를 잘 해탈하였으면, 그 때에는 또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아라한 비구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내지 바른 지혜를 잘 해탈하였으면, 그 때에는 탐욕을 밝게 알아 남김없이 다 없애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밝게 알아 남김없이 다 없앤다. 그러므로 다시는 온갖 악을 짓지 않고 항상 온갖 선을 행하게 된다. 시바카여, 이것을 공부해야 할 것을 공부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때에 시바카 외도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977. 시바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카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었다. 그 때에 집을 나온 시바카 외도는 부처님께 나아와 문안한 뒤에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고오타마시여,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은 이렇게 주장하나이까. '만일 어떤 사람이 받는 느낌이 있으면, 그 일체는 과거에 지은 인(因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온갖 고행을 닦아 과거의 업을 없애고 새 업을 다시 짓지 않으면, 모든 인연을 끊어 후세에는 어떤 번뇌도 다 없어진다. 아무 번뇌도 없기 때문에 업이 없고, 업이 없기 때문에 괴로움이 없으며, 괴로움이 없는 사람은 마침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고. 지금 고오타마의 주장은 어떠하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사문이나 바라문들의 말은 실로 모호하여 자세하지도 않고 조리도 없으며, 어리석고 옳지 않으며, 분별이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중생은 바람 병으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하고 혹은 담병, 침병[涎], 등분(等分)으로 괴로워하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해치고 남이 해치며 사철 기후를 따르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스스로 해침이란, 털과 수염을 뽑고 항상 서서 손을 들고 있으며, 혹은 땅에 꿇고, 진흙이나 가시 덤불이나 나무공이나 늘판자 위에 누우며, 소똥을 땅에 바르고 위에 높거나 물 속에 눕기도 한다. 하루에 세 번씩 목욕하고, 혹은 한 발로 서며 해를 따라 몸을 굴린다. 이러한 갖은 괴로운 짓을 부지런히 행한다. 시바카여, 이것을 그들이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라 하느니라.

남의 해침이란, 다른 사람이 손이나 돌이나 칼이나 작대기 따위로 몸을 여러 가지로 해침을 말한다. 시바카여, 다시 사철의 해침이란, 겨울의 큰 추위와 봄의 큰 더위와 여름의 추위와 더위를 말하는 것이다. 시바카여, 세상은 진실하여 허망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진실이 있어서 바람 병으로 괴로워하고 내지 사철 기후의 시달림을 받는다. 그래서 중생들은 그대로 받아 느끼는 것이다. 시바카여, 너에게도 그런 근심이 있어서, 바람벽, 담병, 침병 내지, 사철 기후의 해침을 받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시바카여, 만일 그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모든 사람이 받아 느끼는 것은 다 과거에 지은 인 때문이라 한다면, 그는 이 세상의 진실한 사실을 버리고 제 소견을 따라 허망한 말을 하는 것이다. 시바카여,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이른바 탐욕의 결박을 인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고, 성냄과 잠과 들뜸과 의심을 인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 시바카여, 이것을 다섯 가지 인연으로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시바카여,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것이 다섯인가. 탐욕의 결박을 인연하여 그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사람은 그 탐욕의 결박을 떠나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성냄과 어리석음과 들뜸과 의심을 인연하여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는 사람은 그 성냄과 어리석음과 들뜸과 의심을 떠나면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을 다섯 가지 인연으로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현재에서 번뇌를 떠나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여, 나타나는 것을 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느니라.

시바카여, 다시 현세에서 번뇌를 떠나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고, 나타나는 것을 인연하여 스스로 깨달아 아는 법이 있다. 이른바 여덟 가지 바른 길로서, 바른 소견과 내지 바른 선정이니라."

이렇게 설법하실 때 시바카 외도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을 보아 법을 얻고 법을 알아 법에 들어갔다. 온갖 의심을 떠났으되 남을 의지하지 않고 바른 법, 율에 들어가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루어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도 지금 그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시바카여, 너는 이제 중이 되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내지,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978. 상주경(常主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알라[那羅]촌 호의 암라(好衣菴羅)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나알라촌에 있는 집을 나온 어떤 상인(商人) 외도는 나이 백 二十세 되는 노숙한 늙은이로서, 그 촌에 있는 여러 사문이나 바라문, 장사, 거사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음이 아라한과 같았다. 그에게는 일찍 죽어 천상에 난 친척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상에서 상인 외도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가서 저 상인으로 하여금 부처님께 나아가 범행을 닦게 하고 싶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가서 그에게 어떤 문제를 주어 다른 이에게 물어 보게 하리라'고. 그는 곧 나알라촌에 내려가 그 상인에게 가서 게송으로 물었다.

 

어떤 친구가 나쁜 친구이면서

착한 벗인 양 곁 모양 꾸미는가.

어떤 친구가 착한 친구로

두 몸을 한 몸처럼 생각하는가.

무엇 때문에 끊으려고 애쓰는가.

불꽃같은 번뇌를 떠나면 어떠한가.

 

"만일 선인(仙人)이 이 문제를 가지고 누구에게나 물어 보아 그 뜻을 분명히 해석해서 대답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를 따라 집을 나가 범행을 닦아야 한다."

때에 상인 외도는 하늘이 시키는대로, 그것을 가지고 푸우르타카아샤파[富蘭那迦葉]에게로 가서 그 문제의 게송 뜻을 물었다. 그러나 그 자신도 해석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답하였겠는가. 그 상인은 다시 마사카리고오샤아리푸트라(末伽梨瞿舍利子], 산자바이라티이푸트라[刪 那毘羅 子], 아지타케샤캄발라{阿耆多枳舍 婆羅], 카라쿠다카아탸아야나[迦羅拘陀迦 延], 니르그란타지나아티이푸트라[尼 若提子]에게 가서 이 문제의 게송 뜻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였다. 때에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문제를 집 나온 여러 스승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나는 이제 다시 집 나온 이들을 찾기 보다는 차라리 재물이 많은 집으로 돌아가 다섯 가지 향락을 누리리라'고.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사문 고오타마에게로 가보자. 그런데 저 나이 많은 사문이나 바라문의 푸우르타카아샤파 같은 스승도 다 대답하지 못하였는데, 사문 고오타마는 아직 젊은 집 나온 이라 어떻게 그것을 잘 알겠는가. 그러나 나는 옛날 늙은이들에게서 들었다. 처음으로 공부하는 집 나온 젊은이를 업신여기지 말라. 혹 젊은 사문으로서도 큰 덕의 힘이 있는 이가 있다고, 그러면 잠깐 사문 고오타마에게 가 보리라'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그 문제를 생각하면서 사뢰었다.

(위의 게송과 같다.)

때에 세존께서는 그 상인의 마음을 아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떤 친구가 나쁜 친구이면서

착한 벗인 양 겉모양 꾸미는가.

마음으론 진실로 싫어하면서

입으로는 그 마음 같다 떠들며

일을 같이 하기는 즐겨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착한 법 아닌 줄 아느니라.

 

입으로는 은혜롭고 부드러운 말하면서

그 마음은 완전히 거기에 맞지 않고

하는 일마다 서로 어긋나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깨달아 알라.

그런 친구는 실로 나쁜 친구이면서

착한 벗인 양 겉모양 꾸미거니.

 

어떤 친구가 착한 친구로

두 몸을 한 몸처럼 생각하는가.

두 몸이 한 몸 같은 착한 친구는

스스로 방일하여 억제하지 않거나

일을 방해하거나 의심을 품고

허물 꼬투리 잡으려 하지 않네.

 

착한 친구를 의지하는 편안함은

자식이 아비 품에 안긴 듯하며

아무도 그 사이를 뗄 수 없나니

그는 착한 벗인 줄 알아야 한다.

 

무엇 때문에 끊기를 구하는가.

기쁘고 즐거운 곳 거기 태어나

맑고 시원한 것을 좋아라 감탄하고

복되고 이익된 결과를 닦아

번뇌 아주 사라져 맑고 시원하나니

그러므로 끊기를 구하는 것이니라.

 

불꽃같은 번뇌를 떠나면 어떠한가.

지극히 고요하고 편히 쉬는 맛

그것은 멀리 떠난 그 맛을 알고

불꽃같은 번뇌의 악을 여의어

참 법의 기쁜 맛을 한껏 마시고

탐욕의 불길 떠나 완전히 고요한 것

번뇌를 떠난 경계 이러하니라.

 

그 때에 상인 외도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고오타마는 내 마음을 아신다'고. 곧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도 지금부터 사문 고오타마의 바른 법, 율 안에 들어가 범행을 닦으면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을 얻을 수 없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도 지금부터 우리 바른 법, 율 안에서 범행을 닦으면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을 얻을 수 있느니라."

그리하여 중이 된 뒤에는 생각하고 내지,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979. 수발타경(須跋陀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쿠쉬나가라국 역사(力士)가 난 곳인 네 쌍(雙) 견고림(堅固林) 속에 계시었다.

"너는 네 쌍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노끈 자리를 펴라. 나는 오늘밤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할 것이다."

존자 아아난다는 분부를 받고, 네 쌍 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해 노끈자리를 펴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네 쌍 나무 사이에 북쪽으로 머리해 노끈자리를 폈나이다."

세존께서는 네 쌍 나무 사이로 가시어 노끈자리 위에서 북으로 머리하고 오른쪽으로 누워 두 발을 포개고, 밝다는 생각에 마음을 두고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계셨다. 때에 집을 나온 쿠쉬나가라국의 수밧다[須跋陀羅] 외도는 나이 백 二十세 되는 늙은이로서 쿠시나가라국 사람들의 존경과 공양을 받음이 아라한과 같았다. 그는 세존께서 오늘밤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하신다는 말을 듣고, '내게는 의심이 잇고 바라는 것이 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힘이 있어 나를 잘 깨우쳐주실 것이다. 나는 이제 사문 고오타마님께 나아가 내 의심되는 것을 물어 보리라'하고, 곧 쿠쉬나가라를 나가 세존에게로 갔다.

그 때에 아아난다는 동산 밖에서 거닐고 있었다. 수밧다는 아아난다에게 말하였다.

"나는 사문 고오타마께서 오늘밤에 무여열반으로 반열반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게는 의심이 있고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힘이 있어서 나를 깨우쳐 주실 것입니다. 아아난다님, 수고스러우시지마는 나를 위해 고오타마님께 사뢰어 주시오. 잠깐이나마 틈이 게시면 내 물음을 들어주시라고."

아아난다는 대답하였다.

"세존님을 괴롭히지 말라. 세존께서는 몹시 피로해 계신다."

수밧다는 두 번 세 번 청하였으나 아아난다는 여전히 거절하였다. 수밧다는 말하였다.

"나는 옛날 나이 많은 스승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먼 뒷날에야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께서 이 세상에 나오실 것인데, 그것은 우둠바라꽃과 같으리라'고. 그런데 지금 여래께서는 오늘밤에 무여열반계로 반열반하실 것입니다. 나는 법에 대해서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문 고오타마께서는 힘이 있어 나를 깨우쳐 주실 것입니다. 만일 아아난다님께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다면 나를 위해 사문 고오타마님께 여쭈어 주십시오."

아아난다는 다시 대답하였다.

"수밧다여, 세존님을 괴롭히지 말라. 세존께서는 지금 몹시 피로해 계신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하늘 귀로서 아아난다와 수밧다가 주고받는 말을 들으시고 존자 아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수밧다 외도를 막지 말라. 들어와 그 의심되는 것을 묻게 하라. 왜냐 하면, 그것은 외도들과 이야기하는 최후가 될 것이요, 내 소리를 직접 듣는 최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수밧다여 비구여, 잘 오라."

그 때에 수밧다는 세존께서 착한 뿌리[善根]를 열어 주심에 대해 못내 기뻐하여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린 뒤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상의 지도자인 푸우르타카아샤파 등 여섯 스승들은 '우리가 사문이다. 우리가 사문이다'라고 주장하였나이다. 어떠하나이까, 고오타마시여. 과연 그러한 여러 주장이 옳나이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나이 스물 아홉에

비로소 집을 나와 착한 도 닦고

도를 이루어 지금에 이르르기

五十여 년이 이미 지났네.

 

삼매와 지혜와 행을 갖추고

언제나 깨끗한 계율을 닦았거니

조금이라도 이 도를 벗어나면

거기에는 어떠한 사문도 없노라.

 

부처님께서는 수밧다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법, 율 안에서 여덟 가지 도를 얻지 못한 사람은 첫째 사문도 되지 못하고 둘째, 셋째, 넷째, 사문도 되지 못한다. 수밧다여, 우리 법, 율 안에서 여덟 가지 바른 도를 얻은 사람이라야 첫째 사문도 되고, 둘째, 셋째, 넷째 사문도 될 수 있다. 이것을 제하고는 어떤 외도에도 사문은 없다. 그것은 곧 외도의 스승이요 이름만의 사문이요 바라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외치느니라."

이렇게 설법하시자 수밧다 외도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눈이 깨끗하게 되어, 법을 보아 법을 얻고 법을 알아 법에 들어갔다. 모든 의심을 끊되 다른 믿음을 의지하지 않고, 남의 제도를 받지 않고, 바른 법, 율 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룬 뒤에, 오른 무릎을 꿇고 존자 아아난다에게 사뢰었다.

"당신은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큰 스승을 얻었습니다. 큰 스승의 제자가 되어 큰 스승이 쏟는 비를 정수리에 맞았습니다. 만일 나도 이 바른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신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수밧다 외도는 우리 법, 율 안에서 중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수밧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여, 와서 범행을 닦아라."

그 때에 수밧다는 중이 되어 곧 구족계를 받고 비구 신분이 되었다. 그리하여 생각하고 내지,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그는 아라한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깨닫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차마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시는 것을 볼 수 없다. 내가 먼저 반열반하리라'고. 때에 존자 수밧다가 먼저 반열반한 뒤 세존께서도 반열반하셨다.

 

980. 염삼보경(念三寶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밧지국 세간에서 노닐으시다가 바이샤알리국 잔나비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셨다. 때에 바이샤알리국의 많은 상인(商人)들은 카카쉬일라아[恒刹尸羅]국으로 가려고 장엄한 준비를 하였다. 그들은 세존께서 밧지국 세간에서 노닐으시다가 바이샤알리국으로 오셔서 잔나비못 곁에 있는 중각 강당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시었다. 때에 여러 상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룬 뒤에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상인들은 장엄한 준비를 마치고 카카쉬일라아국으로 가려고 하나이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상인들은 세존께서 청을 받으신 줄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 갖가지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장만하고, 자리를 펴고 깨끗한 물을 준비한 뒤에 이른 아침에 사람을 보내어,

"때가 되었나이다."고 여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그들 있는 곳으로 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때에 상인들은 깨끗하고 맛난 음식을 손수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나고 바리를 씻은 뒤, 그들은 조그만 자리를 가져다 대중 앞에 앉아 부처님 설법을 들었다.

세존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넓은 벌판을 가다가 두려움이 생겨 털이 일어설 때에는 여래에 대한 일을 생각하라. 곧 '여래는 다 옳게 깨달은 이 내지, 부처, 세존이시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사라질 것이다. 또 법에 대한 일을 생각하라. 즉 '부처님의 바른 법, 율은 능히 현세에서 번뇌를 떠나 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통달하고, 그것을 친근하는 인연을 스스로 깨달아 알게 한다'고. 또 중에 대한 일을 생각하라. 즉 '세존님의 제자는 착하고 바르게 나아간다. 내지, 세상의 복밭이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

과거 세상에 제석천과 아수라는 싸운 일이 있었다. 그 때에 제석천은 여러 하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아수라와 싸울 때에 두려움이 생기거든 내 기(旗) 이름을 생각하라. 그 이름은 무찔러 항복 받는 기이니라. 그 기를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 만일 내 기를 생각하지 못하거든 이샤아나[伊舍那] 하늘사내의 기를 생각하라. 만일 이샤아나 하늘사내의 기를 생각하지 못하거든 바루나[婆留那] 하늘사내의 기를 생각하라. 그 기를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사라질 것이다'고. 이와 같이 상인들이여, 너희들이 넓은 벌판으로 가다가 두려움이 생기거든 여래나 법이나 중을 생각하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바이샤알리 상인들을 위해 공양을 기뻐하는 게송을 외우셨다.

 

그 때를 따라 비구중에게

음식이나 의복을 받들어 공양하고

알뜰한 마음으로 자세히 생각하고

바른 지혜로 보시 행하라.

 

깨끗한 물건은 좋은 복밭 되나니

너희들은 그것을 두루 갖추라.

그런 공덕의 이익을 인연하여

오랜 밤 동안 안락을 얻으리라.

 

마음을 내어 구하는 것 있으면

온갖 이익 다 모여들리라.

 

사람이나 짐승에게 다 편안하고

길을 오갈 때에도 늘 편안하며

일체 나쁜 일에서 떠나게 되리.

 

마치 저 걸차고 좋은 밭에다

티없고 알찬 좋은 종자 뿌리고

때를 따라 흠씬 물대어 주면

그 수확은 이루 헤일 수 없으리.

 

깨끗한 계율의 좋은 복밭에

정하고 맛난 음식 종자를 뿌려

바른 행으로 그 따라 키우면

마침내 묘한 결과 기필코 성취하리.

 

그러므로 보시를 행하는 사람

온갖 덕을 두루 갖춰 가지려거든

마땅히 지혜를 따라 행하라.

온갖 결과 저절로 갖춰지리라.

 

지혜와 행을 두루 갖춘 이에게

바른 마음으로 지극히 공경하고

갖가지 착한 종자 뿌려 심으면

마침내 큰 복과 이익 얻으리.

 

모든 세간을 참다이 알아

바른 소견 완전히 갖추고

바른 길 완전히 갖춰 행하면

위로 자꾸자꾸 높이 오를 것이요

 

일체의 더러움을 멀리 여의고

저 니르바아나의 큰길을 얻어

마침내 괴로움을 벗어나리니

이것을 온갖 덕의 갖춤이라 하나니.

 

세존께서는 그 바이샤알리의 상인들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여 가르쳐 보이고 기쁘게 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었다.

 

981. 당경(幢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쓸쓸한 곳이나 나무 밑이나 빈집에 있을 때 두려운 마음이 생겨 털이 일어서거든 여래와 법과 중에 대한 일을 생각하라. (위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것과 같다. 여래와 법과 중에 대한 일을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 비구들이여, 과거 세상에 제석천과 아수라가 싸운 일이 있었다. 그 때에 제석천은 三十三천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 하늘과 아수라가 싸울 때에 두려운 마음이 생겨 털이 일어서거든 내 적을 항복 받는 기를 생각하라. 그 기를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고.

그와 같이 비구들이여, 만일 쓸쓸한 곳이나 나무 밑이나 빈집에서 두려운 마음이 생겨 털이 일어서거든 '여래는 다 옳게 깨달은 이, 내지 부처, 세존이다'고 생각하라. 그렇게 생각하면 두려움은 곧 없어질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제석천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가져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슬픔, 번민, 고통에서 해탈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두려워하여 도망치고 피해 가면서도 오히려 三十三천들에게 그의 적을 무찌르는 기를 생각하라고 하였거늘, 하물며 여래, 다 옳게 깨달은 이, 내지 부처, 세존께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 남, 늙음, 병, 죽음과 근심, 슬픔, 번민, 고통에서 해탈하여, 어떤 두려움도 겁도 없어 도망치거나 피하는 일이 없거늘, 그 여래를 생각함으로 모든 두려움을 없게 하지 못할 이치가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2. 아난사리불경(阿難舍利弗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지국(娑枳國) 아차아나(安 那] 숲속에 계시면서 샤아리풋트라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법을 간단히 설명하기도 하고 자세히도 설명하지마는 다만 아는 이가 드물다."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여쭈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간단히나 자세히나 설법하여 주소서. 그 법을 참다이 이해하는 이가 있을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 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르면,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는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르게 되는 것이니라.

샤아리풋트라여, 그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그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른다고 하자.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샤아리풋트라여, 다시 어떤 비구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그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른다. 샤아리풋트라여,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른다면 그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그는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르게 된다. 샤아리풋트라여, 이것을 '비구가 애욕과 결박과 맺음과 교만을 끊고 평등한 지혜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샤아리풋트라여, 나는 아직 완전하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파아라아야나푸우르니카[波羅延富隣尼迦]의 물음에 대답한 일이 있다. 즉

 

이 세상의 차별을 헤아린다면

어디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네.

 

지극히 고요하여 모든 티끌 여의고

뿌리째 뽑아 다시 구함 없으면

세 가지 존재의 바다를 건너

다시는 늙고 죽는 근심 없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샤아리풋트라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3. 아난경(阿難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도 거기 있었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라는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어서,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른다'라고. 또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으면 나도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존자 아아난다는 저녁때가 되어 선정에서 깨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고요한 곳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즉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내지,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진실로 그렇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란 교만이 없어,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알아 원만히 머무른다'고 생각한다면 아아난다여, 그 비구는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른 것이다.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나>와 <내 것>이란 소견과 <나>라는 교만과 집착하는 번뇌가 없으면, 그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원만히 머무르게 되느니라. 아아난다여, 만일 어떤 비구가 이 의식이 있는 몸과 바깥 경계의 일체 현상에 대해 내지,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면, 이것을 <비구가 애욕과 결박과 맺음과 교만을 끊고 평등한 지혜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 한다. 아아난다여, 나는 완전히 말하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파아라아야나푸우르나카의 물음에 대답한 일이 있다.

 

사랑한다는 욕망을 끊고

근심과 괴로움을 함께 여의고

혼침과 잠에서 똑똑히 깨어나고

들뜸의 마음 덮개 없애 버리고

 

탐욕과 성냄 버려 깨끗이 되어

일체의 현상을 잘 관찰하면

그는 지혜의 해탈을 얻어

무명의 어둠에서 떠난 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아난다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다.

 

984. 애경(愛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설명하리라. 탐애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 샘물이 되고 연뿌리가 된다. 그것은 중생의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아교가 되고 문지기가 되며, 씌우개가 되고 닫개가 되며, 마개가 되고 어두움이 되며, 개창자(開創者)가 되고 어지러운 풀이 되며 솜이 되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고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며, 가고 오면서 돌아다니어 잠시도 쉴 때가 없느니라.

비구들이여, 어떻게 탐애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 내지, 가고 오면서 돌아다니어 잠시도 쉴 때가 없는가. 그것은 이른바 <나>가 있기 때문에 유아(有我), 욕아(欲我), 이아(爾我), 유아(有我), 무아(無我), 이아(異我), 당아(當我), 부당아(不當我), 욕아(欲我), 당이시(當爾時), 당이이아(當異異我), 혹욕아(惑欲我), 혹이아(惑爾我), 혹이(惑爾), 혹연(惑然), 혹욕연(惑欲然), 혹이연(惑爾然), 혹이(惑異), 이러한 열 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안에서 일어난다.

비구들은 말한다. '<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소유에 대해서 아욕(我欲), 아이(我爾)가 있다'고 말하고, 내지, 열 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박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통틀어서 서른 여섯 가지 탐애의 행과 서른 여섯 가지 탐애의 행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혹은 과거에 일어나고, 미래에 일어나며, 혹은 현재에 일어나므로, 통틀어 백 여덟 탐애의 행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탐애는 그물이 되고 아교가 되며, 샘물이 되고 연뿌리가 되어, 중생의 장애가 되고 덮개가 되며 아교가 되고 문지기가 되며 씌우개가 되고 닫개가 되며, 마개가 되고 어둠이 되며, 개창자가 되고 어지러운 풀이 되며 솜이 되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고,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며, 가고 오면서 돌아다니어 잠시도 쉴 때가 없다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5. 애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탐애에서 탐애가 생기고, 탐애에서 미움이 생기며, 미움에서 탐애가 생기고, 미움에서 미움이 생긴다.

어떻게 탐애에서 탐애가 생기는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 할 때, 다른 사람도 그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하면, 그것을 수행(隨行)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하는데, 다른 이도 또 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한다. 그것을 수행하기 때문에 나도 또 저이까지도 좋아한다'고. 이것을 <탐애에서 탐애가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떻게 탐애에서 미움이 생기는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할 때 다른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지 않으면 그것을 수행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중생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하는데, 다른 사람은 저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지 않는다. 수행하기 때문에 나는 저이에게 미움을 느낀다'고. 이것을 <탐애에서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떻게 미움에서 탐애가 생기는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도 또 그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다 않으면, 수행하기 때문에 그는 그이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것을 <미움에서 탐애가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떻게 미움에서 미움이 생기는가. 즉 어떤 사람이 어떤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지 않을 때, 그것을 수행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저 중생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만족해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은 저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생각하고 만족해하여 수행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대해 미움을 느낀다'고. 이것을 <미움에서 미움이 생기는 것>이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거칠고 미세한 생각이 있어서 내지, 첫째 선정, 둘째 선정, 셋째 선정, 넷째 선정을 두루 갖추어 머무르면, 탐애에서 탐애가 생기는 것과 미움에서 미움이 생기는 것, 미움에서 탐애가 생기는 것, 탐애에서 미움이 생기는 것을 끊고, 그 뿌리를 끊되 마치 타알라나무 대강이를 끊은 듯, 다시는 날 거리가 없어, 미래 세상에 나지 않는 법을 성취하게 되느니라.

만일 그 비구가 모든 번뇌를 없애고 번뇌가 없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아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알면, 그 때에 그는 자기를 세우지 않고 티끌을 일으키지 않으면, 불타지 않고 남을 싫어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자기를 세우는 것인가. 즉 '몸은 곧 <나>다. 몸은 <나>와 다르다. <나> 속에 몸이 있고, 몸 속에 <나>가 있다'고 보며,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그와 같이 보는 것이니, 이것을 자기를 세우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자기를 세우지 않는 것인가. 즉 '몸은 곧 <나>라거나, 몸은 <나>와 다르다거나, <나> 속에 몸이 있다거나, 몸 속에 <나>가 있다고 보거나, 느낌, 생각, 지어감, 의식에 있어서도 그와 같이 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을 자기를 세우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을 되돌려 자기를 세우는 것인가. 꾸짖는 사람을 되돌려 꾸짖고, 미워하는 사람을 되돌려 미워하며, 때리는 사람을 되돌려 때리고, 부딪는 사람을 되돌려 부딪치면, 이것을 되돌려 자기를 세우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되돌려 자기를 세우지 않는 것인가. 즉 꾸짖는 사람을 되돌려 꾸짖지 않고, 미워하는 사람을 되돌려 미워하지 않으며, 때리는 사람을 되돌려 때리지 않고, 부딪는 사람을 되돌려 부딪지 않으면, 이것을 되돌려 자기를 세우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티끌을 일으키는 것인가. 즉 <나>와 <나>라는 욕심과 내지, 열 여덟 가지 탐애가 있으면 이것을 티끌을 일으키는 것이라 한다. 어떤 것이 티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인가. <나>와 <나>라는 욕심이 없고, 내지 열 여덟 가지 탐애를 일으키지 않으면, 이것을 티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불타는 것인가. 즉 <내 것>과 내 것의 욕심과 내지 바깥의 열 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있으면 이것을 불타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불타지 않는 것인가. 즉 <내 것>과 내 것의 욕심이 없고 내지, 바깥의 열 여덟 가지 탐애의 행이 없으면 이것을 불타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남을 싫어하는 것인가. 즉 <나>는 진실하다고 보아, <나>라는 교만과 <나>라는 욕심과 <나>라는 번뇌를 일으켜 끊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면, 이것이 남을 싫어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남을 싫어하지 않는 것인가. 즉 <나>는 진실하다고 보지 않아, <나>라는 교만, <나>라는 욕심, <나>라는 번뇌를 끊고 또 끊은 줄을 알면, 이것이 남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6. 이사난단경(二事難斷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끊고도 지속하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둘인가. 속세에서 속인으로서 의복이나 음식, 침구나 온갖 생활 기구에 대해 탐욕을 끊고, 또 그것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 비구로서 집을 떠나 탐애를 끊고 그것을 지속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 두 가지 일이 있어

끊고도 지속하기 어려웁나니

이것은 거짓 아닌 진실한 말로

다 옳게 깨달은 이 아시는 바이니라.

 

가정에 있으면서 드나드는 재물과

의복과 음식 따위 생활 기구들

탐하고 즐겨하는 마음을 끊고

그것을 지속하기 몹시 어렵고

 

속세를 떠나 비구의 몸이 되어

바른 믿음으로 집이 없이 살면서

탐심과 애욕을 이미 끊고도

그것을 지속하기 어렵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7. 이법경(二法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두 가지 법을 의지하고 살았었다. 어떤 것이 둘인가. 모든 착한 법에 대해 아직 만족한 일이 없었고, 악한 법을 끊고 멀리 떠나지 못하였었다. 착한 법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끊을 법에서 아직 멀리 떠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살이 빠지고 힘줄이 드러나고 뼈가 불거졌지 마는 끝끝내 노력을 그치지 않았었다. 그래서 방편으로 꾸준히 노력하면서 착한 법을 버리지 않고,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성취하기까지는 쉬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잗다른 마음으로 곧 만족하는 일이 없이, 언제나 즐거이 더욱 나아가 윗길로 윗길로만 올라갔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였기 때문에 아누다라삼약삼보리를 빨리 얻었느니라.

비구들이여, 언제나 두 가지 법을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 착한 법에 대해서는 만족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 나쁜 법 끊는 데 의지하여 버리지 말며, 내지 살이 다 빠지고 힘줄이 드러나고 뼈가 불거지더라도 방편으로 꾸준히 노력하여 착한 법 닦기를 쉬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구들은 잗다른 마음으로 만족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 위를 향해 자꾸자꾸 올라가기를 익혀야 한다. 그와 같이 닦아 익히면 오래지 않아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에서 증득한 줄을 스스로 알게 된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생 몸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88. 제석경(帝釋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형상이 뛰어나게 아름다운 제석천은 새벽에 부처님께 나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았는데, 하늘 몸의 위력으로 그 광명은 칼란다 대나무 동산을 두루 비추었다.

제석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일찍 격계산(隔界山) 석굴 안에서 말씀하셨나이다.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끝없는 욕망이 다해 해탈하고, 마음이 그 끝까지 완전히 해탈하고 때[垢]를 완전히 여의면,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다'고. 어떤 것이 비구의 맨 끝으로서, 끝까지 성취하고 때를 완전히 여의어 범행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로서 모든 느낌, 즉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과, 그 느낌들의 쌓임, 사라짐, 맛, 근심 그리고 거기서 벗어나기를 참다이 알고, 참다이 안 뒤에는 그 느낌의 덧없음을 관찰하고, 그것의 나고 사라짐을 관찰하고 거기서 욕심을 버려야 할 것과 그것의 사라져 없어짐과 그것을 버려야 할 것을 관찰하고, 이렇게 관찰해 마치면, 그것이 곧 맨 끝이요, 끝을 성취한 것이며 때를 완전히 여인 것으로서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 것이다. 구시가(拘尸迦)여, 이것이 이른바 성취하고 때를 완전히 여의어 범행을 완전히 성취한 것이니라."

제석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사라졌다.

 

989. 제석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아자그리하성 칼란다 대나무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마하아모옥갈라아나는 그리드라쿠우타산에 있으면서 새벽에 일어나 거닐다가, 어떤 광명이 칼란다 대나무 동산을 두루 비추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늘밤에 혹 어떤 위력을 가진 귀신이 부처님께 왔기 때문에 이런 광명이 있는가'고.

존자 모옥갈라아나는 이른 아침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난 새벽에 방에서 나와 거닐다가 훌륭한 광명이 칼란다 대나무 동산을 두루 비추는 것을 보았나이다.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어떤 위력을 가진 귀신이 부처님께 왔기 때문에 이런 광명이 있는가'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제 새벽에 제석천이 내게 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위 경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것과 같다)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990. 녹주우바이경(鹿住優婆夷經) 1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라아자그리하성으로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녹주(鹿住) 우파아시카 집에 이르렀다. 녹주 우파아시카는 멀리 존자 아아난다를 보고 얼른 평상을 펴고 사뢰었다.

"존자 아아난다님, 앉으소서."

때에 녹주 우파아시카는 머리를 조아려 아아난다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어떻게 세존께서 법을 아신다고 말하겠습니까. 내 아비 푸우르나[富蘭那]는 일찍부터 범행을 닦아 탐욕을 떠나 깨끗하며, 향이나 꽃을 쓰지 않고, 비속한 일을 멀리 하였습니다. 내 숙부 이시이닷타[梨師達多]는 범행을 닦지 않고 만족할 줄은 알았습니다. 그 두 사람이 다 세상을 떠나자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은 같은 세계에 나고 같은 생(生)을 받아, 다 같이 후세에서 사크리다아가아민을 얻어 도솔천에 났다가, 한 번 이 세상에 와서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아아난다님, 범행을 닦은 이와 범행을 닦지 않은 이가 같은 세계에 나고 같은 생을 받아 후세를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아아난다는 말하였다.

"누나여, 너는 그만 그쳐라. 너는 세간 중생들의 능력의 차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여래께서는 세간 중생들의 능력의 낫고 못함을 다 아시느니라."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기서 떠났다.

때에 존자 아아난다는 절에 돌아와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녹주 우파아시카가 한 말을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녹주 우파아시카로서 어떻게 세간 중생들의 능력이 낫고 못함을 알 수 있겠느냐. 그러나 아아난다여, 나는 세간 중생들의 능력의 낫고 못함을 다 아느니라.

아아난다여,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은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없애고 남김없이 탐욕을 버리는 수가 있다. 또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은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아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없애고 남김없이 탐욕을 버리는 수도 있다. 거기 대해서 어떤 사람은 어림 대고 평가하여 말하리라. '이것도 그럴 이치가 있고, 저것도 그럴 이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세계에 나고 같은 생을 받아 후세를 같이할 것이다'고. 그러나 그렇게 어림 대고 평가하는 사람은 긴 밤 동안에 진리도 아니며 또 이익도 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아아난다여, 그 계율을 범한 사람이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없이 없애고 남김없이 탐욕을 버리면, 그 사람은 물러남이요 훌륭한 나아감이 아닌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사람을 물러나는 부류(部類)라 한다. 아아난다여, 계율을 범한 어떤 사람이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고서 그가 범한 계율을 남김 없이 없애고 남김없이 탐욕을 버리면, 그 사람은 훌륭하게 나아가고 물러나지 않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 사람을 훌륭하게 나아가는 부류라 한다. 여래가 아니고 이 두 가지의 차별을 누가 다 알겠느냐.

그러므로 아아난다여, 어림 대고 사람들을 평가하여 취하지 말라. 어림 대고 사람들을 평가하면 병이 될 것이요 스스로 그 화를 부를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사람을 알 뿐이다. 계율을 범하는 두 사람과 같이 계율을 가지는 두 사람에 있어서도 그와 같느니라.

그가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가진 계율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들뜨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들뜸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성내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성냄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혹은 탐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참다이 알지 못하면서 그가 일으킨 탐욕을 남김없이 없애거나, 더러움과 깨끗함도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내지, 여래는 사람들을 잘 아느니라.

아아난다여, 녹주 우파아시카는 어리석고 지혜가 적어 내가 한결같이 설법한 데 대해 의심이 생긴 것이다. 어떠냐. 아아난다여, 내게 두 말이 있느냐."

아아난다는 사뢰었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여래 설법에 두 말이 있을 이치가 없다. 아아난다여, 만일 푸우르나가 계율을 가졌고 이시이닷타도 그와 같이 계율을 가졌더라면, 푸우르나는 이시이닷타가 태어날 세계와 받을 생과 어떤 후세일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시이닷타가 성취한 지혜를 푸우르나도 성취하였다면, 이시이닷타도 또한 푸우르나가 태어날 곳과 받을 생과 어떤 후세일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아아난다여, 저 푸우르나는 계율 가짐이 훌륭하고 이시이닷타는 지혜가 훌륭하다. 그러므로 그들이 목숨을 다 마쳤을 때에 나는 '그 두 사람은 같은 세계에 나고 같은 생을 받고 후세도 같이하여, 사크리다아가아민이 되어 도솔천에 났다가 한 번 이 세상에 와서는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고 말한 것이다. 그 둘 사이의 차별을 여래가 아니고 누가 능히 알겠느냐. 그러므로 아아난다여, 사람들을 어림 대고 평가하지 말라. 어림 대고 평가하면 스스로 해칠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사람을 아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존자 아아난다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91. 녹주우바이경 2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씨(釋氏)의 미성(彌城) 유리읍(留利邑)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시고, 다른 비구들은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었다.

때에 비구들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바리를 가지고 슈라아바스티이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녹주 우파아시카 집에 이르렀다. 녹주 우파아시카는 멀리서 비구들이 오는 것을 보고 빨리 자리를 펴고 비구들을 앉게 하였다.

"존자 아아난다님, 앉으소서."

(위의 아아난다경에서 말한 것과 같다.)

때에 그 비구들은 녹주 우파아시카에게 말하였다.

"누이여, 그만 그쳐라. 네가 어떻게 중생들 능력의 낫고 못함을 알겠느냐. 누이여, 오직 여래만이 능히 중생들 능력의 낫고 못함을 아시느니라."

때에 그 비구들은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가사를 다 짓고, 가사와 바리를 가지고 석씨의 미성 유리읍으로 갔다. 거기서 가사와 바리를 두고 발을 씻은 뒤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녹주 우파아시카와 이야기하던 일을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녹주 우파아시카로서 어떻게 세간 중생들의 능력이 낫고 못함을 알 겠느냐. 오직 여래만이 세간 중생들 능력의 낫고 못함을 다 아느니라.

그는 성냄과 교만을 떠나지 못하고 때로는 탐욕을 일으키며, 법을 듣지 않고 많이 알기를 배우지 않으며, 법에 대한 소견을 길들이지 못하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비구들이여, 다시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떠나지 못하고 때로는 탐욕을 일으키지마는, 그는 법을 듣고 많이 알기를 배우며 소견을 잘 길들이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킬 때에, 그것을 '이것은 이럴 이치가 있고 저것은 저럴 이치가 있다. 그들은 같은 세계에 나고 같은 생을 받아 같은 후세일 것이다'라고 어림 대고 평가한다면, 그는 언제나 이치가 아니요 이익이 없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다시 어떤 사람이 성냄과 교만을 떠나지 못하고 때때로 탐욕을 일으키며, 법을 듣지 않고 많이 알기를 익히지 않으며, 소견을 길들이지 못하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면, 그는 비열하고 하천한 사람이라고 나는 말한다. 비구들이여, 다시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떠나지 못하고 때때로 탐욕을 일으키지마는, 그는 법을 듣고 많이 알기를 즐기며 소견을 길들이고 때때로 해탈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면, 그는 제일 훌륭한 사람이라고 나는 말한다. 이 둘 사이의 차별을 내가 아니고 누가 능히 알겠는가.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사람들을 어림 대고 평가하지 말라. 내지, 여래만이 능히 그 낫고 못함을 알 수 있느니라.

비구들이여, 다시 어떤 사람은 성냄과 교만을 떠나지 못하고 때때로 나쁜 욕설을 하며(그 외에는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비구들이여, 다시 어떤 사람은 어질고 착하며 편안하고 즐거우며, 지혜로운 사람과 같이 있기를 즐겨하고, 범행을 닦는 이와 같이 있기를 즐겨한다. 그러나 그는 법 듣기를 즐겨하지 않고 내지, 때때로 마음의 해탈을 얻지 못하면, 그 어질고 착한 자리[賢善地]에는 머무르지마는 더욱 나아가지는 못하느니라. 어질고 착한 자리란 인간과 천상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어떤 사람은 그 성질이 어질고 착하며 대중과 있으면서 안락하고, 범행인을 즐겨하여 벗을 삼으며, 바른 법 듣기를 즐겨하고 많이 알기를 배우며, 제 소견을 잘 길들이고 때때로 마음의 해탈을 얻으면, 그는 어질고 착한 자리에서 더욱 훌륭하게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바른 법의 흐름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니라.

이런 두 가지 차별에 대해 여래가 아니고 누가 알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면 스스로 그 화를 부를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사람을 아느니라.

비구들이여, 녹주 우파아시카는 어리석고 지혜가 적어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992. 복전경(福田經)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슈라아바스티이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셨다. 그 때에 <외로운 이 돕는 장자>는 부처님께 나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복밭이 몇이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두 복밭이 있다. 어떤 것이 둘인가. 배우는 이[有學]와 다 배운[無學]이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배우는 이, 다 배운 이 있거니

공양 모임을 열어 언제나 청하여라.

그 마음 정직하고 진실하나니

몸이나 입도 또한 그러하니라.

 

그들은 진실로 좋은 복밭이거니

그들께 보시하면 큰 결과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외로운 이 돕는 장자>는 그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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