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많은 비구들이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供養堂)에 모여 있었다.
그 때 악마 파순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은 석씨의 석주라는 석씨 마을에 머물고 있는데, 마침 많은 비구들은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에 모여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저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젊은 바라문의 모습으로 변화해 상투를 틀고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공양당으로 가서, 많은 비구 대중들 앞에서 잠깐 동안 잠자코 서 있다가 잠시 뒤에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젊은 나이에 출가하였다. 지금 너희들의 살결은 희고 털은 검으며 한창 왕성한 시기이다.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면서 장엄한 모습으로 즐겨야 할 때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친척들을 저버리고 슬피 울면서 이별한 다음, 믿음 때문에 집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있는가? 왜 현세(現世)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가?
비구들이 바라문에게 말했다.
우리는 현세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른 세상의 때아닌 즐거움을 구하는 것이 아니요, 우리들은 곧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파순(波旬)이 또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때아닌 즐거움을 버리고 현세의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세존의 말씀에 의하면, 다른 세상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며, 이익은 적고 근심만 많다고 하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현세의 즐거움이란 모든 번뇌를 떠나면 시절(時節)을 기다리지 않아도 스스로 통달할 수 있다고 하셨다. 현세에서 이와 같이 관찰한 인연으로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나니 바라문이여, 이것을 현세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러자 바라문은 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사람은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변화를 부리는 것일까?'
그리고는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한쪽으로 물러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비구대중들이 가사를 짓기 위해 공양당에 모여 있었는데, 장엄하게 꾸민 장성한 어떤 바라문이 상투를 틀고 저희들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젊어서 출가하여……(이 사이의 자세한 내용은 바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세 번 머리를 흔들고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이내 사라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저희들은 겁이 나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습니다. 그는 무엇을 하는 바라문이기에 여기 와서 그런 변화를 부립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바라문이 아니라 악마 파순인데, 너희들이 있는 곳에 와서 너희들을 교란시켜보려고 한 짓이다.
時。有衆多比丘集供養堂。爲作衣事。時。魔波旬作是念。今沙門瞿曇住於釋氏石主釋氏聚落。衆多比丘集供養堂。爲作衣故。我今當往。爲作留難。化作少壯婆羅門像。作大縈髮。着獸皮衣。手執曲杖。詣供養堂。於衆多比丘前黙然而住。須臾。語諸比丘言。汝等年少出家。膚白髮黑。年在盛時。應受五欲莊嚴自娛。如何違親背族。悲泣別離。信於非家。出家學道。何爲捨現世樂。而求他世非時之樂。諸比丘語婆羅門。我不捨現世樂求他世非時之樂。乃是捨非時樂就現世樂。波旬復問。云何捨非時樂就現世樂。比丘答言。如世尊說。他世樂少味多苦。少利多患。世尊說現世樂者。離諸熾然。不待時節。能自通達。於此觀察。緣自覺知。婆羅門。是名現世樂。時。婆羅門三反掉頭瘖啞。以杖築地。卽沒不現時。諸比丘卽生恐怖。身毛皆豎。此是何等婆羅門像。來此作變。卽詣佛所。稽首禮足。退坐一面。白佛言。世尊。我等衆多比丘集供養堂。爲作衣故。有一盛壯婆羅門。縈髮大髻。來詣我所。作是言。汝等年少出家。如上廣說。乃至三反掉頭瘖啞。以杖築地。卽沒不現。我等卽生恐怖。身毛皆豎。是何婆羅門像。來作此變。佛告諸比丘。此非婆羅門。是魔波旬來至汝所。欲作嬈亂。(衆多經 대정장 2/289 상~중;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27~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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