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염마가(焰摩迦)라는 어떤 비구는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그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여러분."
그 때 모든 비구들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세존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그런 잘못된 소견을 다 버려야 합니다."
모든 비구들이 이렇게 말했지만 염마가 비구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고집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요, 다른 것은 다 허망합니다."
이렇게 세 번을 말하였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염마가 비구를 조복시킬 수 없자 곧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들은 존자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저 염마가 비구는 이러한 잘못된 소견을 일으켜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그 말을 듣고 일부러 염마가 비구를 찾아가 '그대가 그런 소견을 말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고 물었더니, 그는 저희들에게 '여러분, 사실입니다. 다른 말은 다 어리석은 말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곧 그에게 '그대는 세존을 비방하지 마시오. 세존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대는 마땅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려야 합니다'고 재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 존자께 찾아온 것입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 염마가 비구를 가엾이 여겨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해 주십시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지요. 내가 꼭 그로 하여금 그 잘못된 소견을 버리게 하리다."
그 때 많은 비구들은 사리불의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성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한 뒤에는 성을 나와 다시 정사로 돌아왔고 가사와 발우를 챙겨서는 염마가 비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때 염마가 비구는 멀리서 존자 사리불이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펴고 발을 씻고 발을 얻는 궤를 바로 놓았고, 나가 맞이하면서 가사와 발우를 받고 자리에 앉기를 권하였다. 존자 사리불은 자리로 나아가 발을 씻은 뒤에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내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염마가 비구는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실입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사리불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어떤가 염마가야,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존자 사리불이여, 그것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이 과연 그런 것에 대해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수․상․행․식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사리불은 다시 물었다.
"어떤가 염마가야, 색(色)이 여래(如來)인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수(受)․상(想)․행(行)․식(識)이 여래인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어떤가 염마가야, 색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수․상․행․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색 안에 여래가 있는가? 수․상․행․식 안에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여래 안에 색이 있는가? 여래 안에 수․상․행․식이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색․수․상․행․식을 떠나서 여래가 있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와 같이 염마가야, 여래께서는 법의 진실을 보고 이처럼 아무 얻을 것 없는 데에 머물러 주장하는 것이 없으시다. 그런데 너는 왜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였는가? 그것을 알맞은 말이라 생각하는가?"
"아닙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다시 물었다.
"염마가야, 아까는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을 내가 이해하기로는,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더니, 지금은 어째서 아니라고 말하는가?"
"존자 사리불이여, 저는 아까 알지 못하고 어두웠기 때문에 그렇게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존자 사리불의 말씀을 듣고 나선 알지 못하던 것과 무명(無明)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다시 물었다.
"염마가야, 만일 다시 '비구야, 먼저는 그렇게 잘못된 소견으로 말하였는데, 지금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보았기에 그것을 다 멀리 떠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누가 와서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색이 무상하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인 줄을 압니다. 그러므로 괴로운 것을 지극히 고요하고 맑고 시원하게 하며 아주 없어지게 합니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만일 누가 와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염마가 비구야, 너는 마땅히 그렇게 대답해야 한다. 왜냐 하면 번뇌가 다한 아라한은 색은 무상한 것이요,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며,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면 그것은 나고 멸하는 법인 줄을 알기 때문이다. 수․상․행․식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말했을 때, 염마가 비구는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고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존자 사리불은 염마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유로 설명하리라. 대개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로써 이해하게 된다. 마치 어떤 장자의 아들과 같다. 그는 큰 부자로서 재물이 많아 널리 종을 구해 재물을 잘 보호하게 하였다. 이 때 그의 원수인 어떤 악한 사람이 거짓으로 찾아와 친한 척 붙어서는 그의 종이 되어 늘 기회를 노렸다. 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그 곁에서 모시면서 일에는 조심하고 말은 공손히 하여 그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그래서 그 주인은 그를 친한 벗처럼 생각하고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철저히 믿고 의심하지 않아 자기 몸 지키기를 예사로 하였다. 그래서 그 뒤 그 종은 칼을 가지고 그의 목숨을 끊었다.
염마가 비구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악한 원수가 그의 친구가 되었던 것은 처음부터 방편으로 해칠 마음을 가지고 그 기회를 노리다가 결국 그렇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도 그 장자는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 해침을 당한 것이 아닌가?"
"실로 그렇습니다. 존자시여."
사리불이 염마가 비구에게 물었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장자가 처음부터 그 사람이 거짓으로 친한척하며 해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잘 보호했더라면 해침을 당하지 않았겠는가?"
"그렇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그와 같이 염마가 비구야,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5수음에 대해 그것은 항상하다는 생각, 안온하다는 생각, 병들지 않는다는 생각, 나라는 생각,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 5수음을 보호하고 아끼다가 마침내 원수인 이 5수음의 해침을 당한다. 이것은 마치 저 장자가 거짓으로 친한척하는 원수를 해침을 받을 때까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과 같다.
그러나 염마가야,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들은 이 5수음에 대해 '그것은 병과 같고, 종기와 같으며, 가시와 같고, 살기와 같으며, 무상하고, 괴로우며, 공하고, 나가 아니며, 내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한다. 그래서 그 5수음에 집착하지도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열반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존자 사리불이 이 법을 말하자 염마가 비구는 모든 번뇌를 일으키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존자 사리불은 염마가 비구를 위해 설법하여 가르치고 기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焰摩經 대정장 2/30 하~31 하; 한글대장경 잡아함경 인터넷판 pp. 16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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