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 주제별 정리/교단

의식주 (7) 탁발의 공덕

다르마 러브 2013. 8. 29. 16:05

그 때 여러 비구들은 점심을 먹은 뒤에 조그마한 일로 강당에 모여 이런 일을 의논하였다.

"어떤가? 여러 현인들이여, 가정이 있는 거사의 이익이 아침마다 늘어나 백천만 배나 되는 것과 비구들이 계를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 것과 어느 것이 낫다고 하겠느냐?"

어떤 비구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익이 백천만 배나 된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만일 비구가 계를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다면 오직 이것만이 지극히 긴요한 일일 것입니다. 아침마다 이익이 불어나 백천만 배가 되는 것이 더 우세하지 못합니다."

이 때에 존자 아나율타(阿那律 )도 또한 대중 가운데 있었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현인들이여, 이익이 백천만 배가 되거나 비록 또 그보다 더 많은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만일 비구가 계율을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다면 오직 이것만이 가장 긴요한 일일 것이다. 아침마다 이익이 불어나 백천만 배나 된다 해도 그것은 조금도 나을게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내가 옛날 바라내국에 있을 적에 너무도 가난하여 고물을 주워[?拾]3)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에 이 바라내국에는 가뭄이 든 데다 서리마저 일찍 내렸고 게다가 황충(蝗蟲)마저 기승을 부려 곡식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하여도 밥을 얻기 어려웠다. 이 때에 무환(無患)이라고 하는 한 벽지불(?支佛)이 이 바라내를 의지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무환 벽지불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에 들어가 밥을 빌었습니다. 나는 그 때에 고물을 줍기 위하여 일찍 바라내를 나왔습니다. 내가 나오다가 그리로 들어가는 무환이라는 벽지불을 만났습니다. 때에 무환 벽지불은 빈 발우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갈 때와 같이 빈 발우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중간 생략…)

이렇게 생각한 뒤 밥을 가져다 벽지불에게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선인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이 밥은 내가 먹을 밥입니다.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고 가엾이 여겨 이것을 받아 주시오.'

그러자 벽지불이 내게 대답하였습니다.

'거사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금년은 가뭄이 든 데다가 서리마저 일찍 내리고 게다가 황충이 기승을 부려 오곡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였으므로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을 해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대는 그 반을 덜어 내 발우에 담으시오. 그 반은 그대가 먹어 함께 목숨을 보존하십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선인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집이 있고 솥과 부엌이 있으며, 땔나무도 있고 쌀도 있습니다. 음식 먹는 것도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이 때를 가리지 않습니다. 선인이여, 저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 밥을 다 받아 주십시오.'

이 때에 벽지불은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곧 그것을 다 받았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일곱 번 하늘에 나서 하늘의 왕이 되었고, 일곱 번 인간에 나서 사람의 왕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이렇게 석가 종족 가운데 태어나게 되었고, 큰 부자로서 모든 것이 풍족하고 넉넉하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재산이 한량없고 보배도 두루 갖추었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백천 해()의 금전(金錢)을 지닌 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늘, 하물며 그 밖의 여러 가지 잡물이겠습니까?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왕과 왕의 신하 바라문 거사와 일체 인민에게 대우를 받고, 또 사부대중 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에게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항상 남의 초청을 받아 음식 의복 털담요 털자리 침구와 가에 늘어뜨리는 구슬 병을 치료하는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를 받게 되었으며, 나를 초청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일 내가 그 때 그 사문이 집착이 없는 진인(眞人)인 줄 알았더라면 복의 과보를 받는 일이 배나 더 많았을 것이며, 큰 과보와 극히 묘한 공덕을 받아 광명은 환히 비치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을 것이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는 집착이 없는 진인으로서, 정해탈(正解脫)에 이른 사람이었다.

 

說本經 대정장 1/508 하~509 중; 한글대장경 중아함경 인터넷판, pp. 393~396.